이별이 건너가고 있다 (김영화 시집)

이별이 건너가고 있다 (김영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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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짧은 언어 형식에 담은 생생한 고향의 기억
2021년 『계간 여기』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사회 활동을 시작한 김영화 시인이 2022년 첫 시집 『코뚜레 이사』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이별이 건너가고 있다』를 출간한다. 김영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별이 건너가고 있다』에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땅 위의 풍경을 그린 75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김영화 시인의 시 세계는 정통 서정시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시인만의 독특한 체험을 담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골에서의 유년 시절은 가난하지만 정겹던 가족의 모습과 자연 풍경으로 생생히 되살아난다. 이러한 기억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 이전 가족 공동체 중심의 전통적 삶에서 비롯된 공통된 정서이다. 성인이 되어 도시의 삶에 편입된 이후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오래된 서사로 남아, 되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어린 날의 감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시인 또한 고향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체험을 선연하게 그린다.
저자

김영화

저자:김영화
경남의령출생.경남대학교에서문학석사를받았다.2021년공동시집『양파집』과2021년『계간여기』신인상으로문학사회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2022년『코뚜레이사』(시와시학)를냈다.경남시인회회원.san5f@naver.com

목차


시인의말하나

제1부
서정시|한우산|저마다봄|달밭무|남산|서원가는길|유학사|회화나무아래|백련사|미아찾기|의령장날|유월|요즘어디|간장밥|논고동|연|수도사부도탑|
이길은어디로|동태국|경운기와자전거

제2부
눌차|출렁이는라면|갑오징어|저동항|스투키는죄가없다|우연이아니라고|왈칵들어오는봄|발병|설악초|씨없는포도|입춘|시묘살이|은행|초란|기차만보면|네쪽사진관|누수|비비추친구|마창정비소|구름훔치기|점

제3부
재회|변산에서|먼나무|지실미륵불|백중|라오스탁발승|합천호근처|몽골라일락|마두금|간단사원|감포|가호동아기무덤|남촌식당에서진목까지|이장

제4부
도움닫기|생활체육|어떤서예가|부레옥잠터진|노란장수의자|무뎌지다|저장목단꽃|코스모스|대영연립|울먹이는성산|하지평토제|요양병원에서|고부|곁가지움틔울때|쇠똥구리|도너스식당|놓친손|겨울가뭄|백두산|오작교연애

해설:철따라환해지는분분한틈새,그미세한꼭지에닿으려는언어의눈빛_정훈

출판사 서평

생명의기운이솟구치는계절,봄의풍경

삼월끝날버들강아지실눈껌뻑이고/대곡천도랑도랑양갈래로머리풀고/제비꽃민들레는땅따먹기놀이/복사꽃오므린입삐죽/보리밭마늘밭가장자리고사리기지개켜는데/언덕비알외늙은이가랑가랑쇠스랑긁는다/퇴각하던인민군서넛묻어줬다던/적포나루쪽밭고랑에도/양수기로퍼올린논물찰랑거리고/해마다큰물들면옥수수대하나못건지던들/경지정리로멀끔한사각도형씨받을태세다(「저마다봄」중)

시인은절기와계절을주요한소재로사용하고있다.그중에서도봄을가장많이사용하였다.‘생명’이가진존재의기운과의지,겨우내숨죽이던존재가따뜻해진날씨와함께땅위를변화시키는풍경은시인에게특별한인식을가져다주었다.「저마다봄」에서시인이보는것은온갖꽃과식물과동물,그리고마을의숨겨진역사를간직한장소이다.시속에서드러난생명의형상은시인이개성있게표현한언어의질감으로비롯된다.
또한절기를보내는고향마을의사람과풍경을생생하게그려낸다.시인은시간이흐르며변화해온세계의모습을깊이들여다보고,그속에담긴표정과감정을시어로담아낸다.그래서그의시를따라가다보면하나의그림처럼펼쳐지는풍경속에서아련한감정이자연스레떠오른다.메마르고딱딱한소통관계가점령하고있는요즘,시인은잃어버린공동체의따뜻하고정겨운모습을다시불러오며우리가어떤세계를꿈꿔야하는지일러준다.

사물을유심히관찰하는시선이만들어낸시적깊이
시인은시의주된소재가무엇이건그것에서느낄수있는감정을불러오기위해눈에보이는현상과정황을감각적인이미지로세밀하게꾸민다.이는시가전달하는메시지를더욱선명하게만든다.시인은사물과사물사이,존재와존재틈새의미세한떨림을포착하는시법을구사한다.
김영화시인은사소한표정하나,풍경속작은움직임까지도놓치지않고언어로포착해평범한장면을신비롭고깊이있는이미지로환기한다.또한자음과모음,단어와구절의미묘한결을섬세하게다듬어배치함으로써존재의틈새를파고드는고유한시적감각을보여준다.이번시집은그런치밀한관찰과언어적탐구가빚어낸결실로,독자에게시만이줄수있는집중과울림을전한다.

추천사

김영화는온도에따라달라지는수은의높낮이처럼,철따라겹겹이넓어지고좁아지는이세계의틈새에닿으려는언어를생각해내고그언어에기능과배치를부여하려는궁리를게을리하지않는다.이것이야말로시가다른문학장르와달리독자에게전해주는특징이며의미라고할때김영화의시가이에해당한다.존재의틈새,그희뿌염하고빵빵한공기의응축을비집고들어가려는시인의펜촉끝에매달린모음이파르르떨때시인은비로소글자를쓴다.이는시가향하려는존재의맨꼭지에닿으려는시인의눈빛이요,시인이불러온말이향하는눈동자다.이번시집은그런노력의열매다.
_정훈(문학평론가)

책속에서

삼월끝날버들강아지실눈껌뻑이고
대곡천도랑도랑양갈래로머리풀고
제비꽃민들레는땅따먹기놀이
복사꽃오므린입삐죽
보리밭마늘밭가장자리고사리기지개켜는데
언덕비알외늙은이가랑가랑쇠스랑긁는다
퇴각하던인민군서넛묻어줬다던
적포나루쪽밭고랑에도
양수기로퍼올린논물찰랑거리고
해마다큰물들면옥수수대하나못건지던들
경지정리로멀끔한사각도형씨받을태세다
거뭇거뭇살찐독수리열댓마리
액비뿌린논죽은송아지살점인지
식탐으로해넘는줄모르는데
성마른고라니한마리
재빠르게논질러둑방차고오른다
_「저마다봄」전문

법회시간이른데모여드는대중
부처께엎드려절부터올린다
저마다사십구일짧고또긴기도
이제심심회향발원날이다
우란분절
황망하게보내드린이에게
올리는지극한독경
법당가득채운다
일상에묻혀잊고아로새겼던반복의날들
떠난이와남은이가만나
절절히닿는젓가락부딪는공양소리가
엄숙하고사뭇떨린다

넉넉하지않던어린시절
더위와농한기가함께찾아오면
여느때와다르게분주하던어른들
해마다팔이웃자라아래로늘어지던
왕버들나무아래벌어지던잔치

다리건너정암들에서손수레가득
수박이실려오고너내없이
쪼개주시던복숭아는여지없이벌레한마리쯤
들어있어밤에먹어야제격이라셨는데
그이들은이제먼기억사그라졌다
그때이날을백중이라들었다

같은이름다른의식
사찰마당
축문소지하며올리는마지막기도에
고요히흐르는땀
_「백중」전문

팔차선횡단보도앞전봇대에
마음바쁜노인쉬어가시라
붙은의자
왜장수일까갸웃하는데
누군가번뜩이듯떠올렸을까쓰임새
공경은사전속에서바래가고
잊힌지오래
신호바뀌자점멸하는깜박등
졸아드는숫자가숨가쁘다
유모차는미는지팡이
느린두발은이내깨금발을뛴다
이웃했던텃밭동기도
새벽목욕탕나눠마시던우유도
이젠뿔뿔이그리운엊그제

샛노란장수의자
전봇대다리춤에꽉매여
물끄러미본다
_「노란장수의자」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