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아래 (김신용 시집)

등꽃 아래 (김신용 시집)

$16.00
Description
지게꾼 시인, 김신용의 마지막 등불
고통 속에서도 품고 있던 따뜻한 온기를 남기다
한 생을 완성하고 자신은 빈 껍질로만 남다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한 김신용 시인의 유고 시집 『등꽃 아래』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생의 마지막 국면에서 길어 올린 사유와 감각이 응축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김신용 시인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등장해 『버려진 사람들』로 강렬한 문제의식을 던진 이후, 30여 년에 걸쳐 한국 시단에서 독자적인 궤적을 구축해 왔다. 『등꽃 아래』는 그러한 시적 여정의 끝에서 도달한 하나의 정리이자, 마지막까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던 감각의 기록이다.
김신용 시인은 ‘경험으로서의 시’를 썼다. 경험의 바탕에서 자신이 인식한 세계를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 문장으로 표현했다. 상처와 고통에서 벗어나 사물과 존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담담하게 통과했다. 이번 시집에는 한 시인이 평생에 붙들어온 질문들이 어떤 형태로 남는지가 담겨 있다.
저자

김신용

1945년부산출생.
1988년무크지『현대시사상』1집에『양동시편-뼉다귀집』외6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버려진사람들』,『개같은날들의기록』,『환상통』,『도장골시편』등이있고,장편소설『달은어디에있나』,『기계앵무새』,『새를아세요』,산문집『저기둥글고납작한시선이떨어져있네』가있다.
천상병시상,노작문학상,고양행주문학상,한유성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제6회웹진시인광장선정올해의좋은시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하나

제1부
물의지문|가시의시|그늘소묘|등꽃아래|깃털의꿈|둥지의시|밤과사물1|밤과사물2|꽃의크레인|다리미의생|물의문신|겨울의선(線)1|겨울의선(線)2|빈껍질|돌꽃|숨터|감자꽃소묘|색계|육필의서(書)1|육필의서(書)2

제2부
새의집|푸른손|인동꽃소묘|새의의자|여울|일렁임,일렁임들1|일렁임,일렁임들2|불빛따라|투영|발광체|밤의집|섬|탄생|옹이7|옹이9|눈사람|실버들|목어(木魚)|피사체

제3부
母法1|母法2|상상으로연주하는피아노|라쿠카라차|넙치|기도하는손|폐가의꿈|연탄불|헌책방|깡통|양파의시|못의체위|둘레춤|수의1|수의2|물고기무덤|물그림자1|물그림자2|풀의의자

제4부
연(緣)|소신(燒身)|골목에대하여1|골목에대하여2|어떤삶|쇼윈도|붕어빵|한끼의식사|부릅뜬눈|나무의뿔|망각|소금의집|의자|하루의꿈|날인(捺印)|연탄|헛꽃에게|화음

해설:텅빈중심의감응_구모룡

출판사 서평

사물속으로스며들어텅빈중심에닿다
저등꽃,환하다.//제그늘너무짙어등하나켜놓은것같다.//빈자(貧者)의일등(一燈)도저와같을까//대낮에도밝게켜놓은//저등,아래서면//그래,누군가발헛디딜이없겠다.
_「등꽃아래」

표제「등꽃아래」가암시하듯,이시집은화해와합치,낙관과긍정의지평위에서있다.“빈자의일등”처럼가장가난하고낮은자리에서도빛을잃지않고삶의공덕을쌓은결과이다.시인은피고지는등꽃의이미지아래에서시간의흐름과존재의덧없음응시한다.사물과같은높이에서세계를감각하며삶을해석하기보다그흐름속에자신을놓아두고존재의리듬에몸을맡긴다.
나아가시인은“명명하는순간”“물에비친형상”(「물그림자1」에서)처럼사물이지워진다고말하며소유와지배를경계한다.그는언어로는세계를붙잡을수없다고인식하며세계를유영한다.이러한인식위에서쓰인시는사라짐과공백속에서새로운질문과감응을생성하기위한시도이다.

사물과존재가간격없이감응하는자리
김신용시의특징은사물을인간의시선으로재단하지않는데있다.그는세계를대상화하지않고사물과존재가서로물들고눈빛으로감응하는무매개의과정을드러낸다.「가시의시」에서탱자나무의가시는“무엇을찌르기위해서가아니라”햇살과물기를간직하기위한것이라말하며,통상적인식을전복한다.

옹이가빠진뒤의,저나무의빈구멍.그래,한때이것은상처였다.달빛한점흘러들지않는빈집이었다./그러나언제부턴가새한마리찾아들었고//그것은숨결이었다.//빈목관에서차오르는음악이었다.
_「둥지의시」

「둥지의시」에서는상처로남아있던빈공간이어느순간생명의거처로전환되는장면을보여준다.이처럼김신용시는‘버려짐’과‘생성’의긴장을관통한다.시인은버려진것,비어있는것,사라진것들속에서오히려생의가능성과숨결을발견한다.이러한시선은대상과의거리를지우고,간격없이존재와존재사이의감응을가능하게하며비워짐을허무가아닌끊임없이질문을생성하는자리로서의공백으로만든다.그결과시인의시세계는“어디선가던져진한줄기의빛”이“삶의빛이”(「불빛따라」에서)되듯상처와고통의자리에새로운생의가능성이움튼다.

삶과죽음이하나의순환으로흐르는자리
이시집에는노년에이른시인이체득한삶의감각이깊이스며있다.마른풀을“오직뼈만남긴몸의골격미”(「겨울의선(線)1」에서)로바라보거나,“풀의실로만들어져삭으면흔적도없이흙으로돌아가는것//흙으로돌아가다시풀의옷이되는것”(「수의2」에서)이라말하며생의순환을사유하는시선은삶과죽음을분리하지않는다.
김신용시인의시는삶을포기하지않는다.“세상에버려진삶은없다”(「깃털의꿈」에서)는시적진술처럼가장낮고버려진자리에서시작된시는사물과세계전체로확장되며하나의순환적인식에도달한다.시인에게죽음은끝이아니라또다른형식의존재이며,소멸은새로운생성으로이어지는과정이다.
시인이궁극적으로그리고자했던것은“서로가서로의벽이되어주는혼신의포옹”(「육필의서(書)2」에서)처럼모든존재가‘서로삶’을사는세계다.버려진것들을사랑하는데서출발해사물과세계전체를공명하는자리까지나아간시인의여정.그마지막언어가이시집에깃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