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은왕업을이루는근본이고,형벌은백성들을아끼는실마리다”
전국시대가막바지에이르고진(秦)나라가천하를호령하던때,군주와신하들사이에는참된마음이엷어졌고,통치자와백성들사이에는믿음을찾아보기가힘들어졌다.이런극심한혼란을바로잡고새로운질서를세우며거대한전환의시대를마련하는데있어결정적인기여를한것은법가의통치철학이었다.
한비가나오기전법가사상에는이미세갈래의큰학파가있었는데,첫번째는법(法)을강조한상앙이고,두번째는술(術)을강조한신불해,세번째는세(勢)를강조한신도였다.한비는이세학파의주장을두루수용해사상을발전시켰는데,이세가지요소가갖춰진후에야비로소법을시행할수있다고주장했다.다시말해한비는이가운데어느하나만을가지고통치할수있는것이아니라군주는반드시‘법,술,세’이세가지를통치도구로삼아야한다고말했다.여기에서더나아가철저히이기적존재인인간에게공과에따른상벌만이필요하다고본한비는유가와노자사상을아우르며법가사상을집대성했고,중국역대군주들의통치지침이되었다.
정천구선생은한비가법치에매진한이유를“영토가나날이줄어들고쇠약해져가고있던조국한나라를바로세우고자하는열망에서였다”라고설하고있다.한비는왕한안(韓安)에게여러차례글을올려간언하며법과제도를바로닦아군주가권세를확고하게잡고인재를찾아서기용하여야한다고했다.하지만왕은그의말을듣지않고소인배들을기용했으며공적이없는자를뒷자리에앉히면서패망의길을재촉했다.
무릇논의의근거가아무리바르더라도군주가반드시들어주는것도아니고,논리가아무리온전하더라도반드시써주는것도아닙니다.만약대왕께서이런이유로믿지않으신다면,작게는남을헐뜯는자로여겨질것이고크게는죽음을부르는재앙이그몸에미칠지도모릅니다.
_「난언」중에서
“하늘을나는용은구름을타고,하늘을오르는뱀은안개속에노닌다.구름이걷히고안개가걷히면용과뱀은지렁이나개미와같아지는데,그것은탈것을잃었기때문이다.현명한사람이못난자에게굽히는것은권세가가볍고지위가낮기때문이며,못난자가현명한자를굴복시키는것은권세가무겁고지위가높기때문이다.”_「난세」중에서
신하가큰죄를저지르는데도군주가막지않는다면,이는군주의큰허물이다.위에서군주가큰허물을짓고아래에서신하가큰죄를저지른다면나라가망하지않기를바라더라도그렇게될수없다._「고분」중에서
망할징조란반드시망한다는말이아니라망할수도있다는뜻이다.무릇성인인요(堯)가둘이있더라도둘다왕이될수없고,폭군인걸(桀)이둘이있더라도둘다망하는것이아니다.망하느냐왕노릇하느냐하는것은반드시다스려지느냐어지러워지느냐,강해지느냐약해지느냐어느한쪽으로쏠리는데에달렸다._「망징」중에서
한비는군주를설득시키는일이힘들다는것을실감했기때문에말하기의어려움을이야기한「난언」과형세과권세를논한「세난」을지었다.또한자신의의견이쓰이지못하고소인배들이등용되는현실의울분을「고분」에녹여냈고,나라가망할여러징조를한나라에서목도한까닭에「망징」을지었다.정천구선생은“한나라가망하고한비가허망하게죽음을당했다고해서그의저술을무용지물로보아서는안된다.그의의견이묵살되고그의사상이실행되지못한탓일뿐이다”라며“예나지금이나『한비자』는난세를헤쳐나가는저술로긴요하게읽히며,정치학과경영학을아우르는고전으로손꼽힌다”고말했다.
『한비자』는현실적,실천적정치이론을정연하고치밀하게담고있어시대를초월한공감을얻으며,인간관계의부조리와권모술수의허와실을꿰뚫는다.이러한점은오늘날에도우리가『한비자』를가까이해야하는이유가된다.
『한비자』의핵심은통치술에있다
『한비자』의핵심은통치술이다.『한비자』는역대수많은인물과역사적사건,우화등을통해고대중국의사회상을사실적으로보여준다.우리는이를통해시공을막론한인간관계의모순과경쟁을발견하고,분석함으로써혼탁한세상을무탈하게살아가는길을만들어나갈수있다.무엇보다유교적사고방식에익숙해져있는사람들에게는더없이필요하고긴요한책이다.그렇다고해서『한비자』를한낱처세술이나적어놓은책으로치부해선안된다.이는『한비자』의일면만을본것으로『한비자』는한개인이나집안,나아가기업이나국가가어지러워졌을때,다시바로잡고우뚝설수있는토대를마련하는데에긴요한방침과방책들을일목요연하게서술해놓은책이다.엄정한기본과원칙을기반으로부국강병을논하는법가사상을집대성한『한비자』는어떤형태의조직이든그속에서생업을영위해나가야하는현대인들이조직의생리를파악하고꿰뚫어보는데에도더없이유익한고전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