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몸을깎아울릉도의주춧돌이된어르신들
1부‘울릉도의주춧돌이되다,온몸으로섬을살아낸사람들’에서는울릉도의격동적인역사를온몸으로통과해온어르신들을만난다.
오징어잡이배를타고바다로나갔다가5일동안표류했던정규태,산삼을캐서집안을일으킨우외분,남편을먼저보내고생계를위해평생공사판에서일한손순애,통구미에서생선장사를이어온최분남등저마다의삶에는울릉도의가난과고립,노동과생존의역사가새겨져있다.특히1976년발생한만덕호참사를다룬‘만덕호참사50년,가라앉지않은말들’에서는차마말하지못했지만사라지지않는섬의기억을되짚는다.
저자는이들의이야기를통해울릉도의역사가거창한사건이나기록만으로이루어진것이아니라,매일밭을일구고바다에나가고가족을먹여살리며살아낸평범한사람들의삶위에쌓여왔음을보여준다.
부모세대의정신을이어오늘의울릉도를지탱하는중장년층
2부‘울릉도의기둥이되다,온힘으로섬을지탱한사람들’에서는부모세대가남긴삶의태도를이어받아오늘의섬을만들어가는중장년층을만난다.
반평생피데기오징어장사를해온하경자,울릉도문화유산을지키는이원확,섬의행정을책임져온김기백,울릉도에남은마지막두부공장을운영하는김정권,굴착기기사정종근,오랫동안바다를누빈어민주정민등다양한직업과삶의궤적을가진사람들이등장한다.이들의삶역시순탄하지만은않았다.섬을떠나는것이유일한희망이었던사람도있고,생계를위해고된일에뛰어든사람도있다.하지만결국울릉도는떠났던사람도다시품었고,이들은자신이살아온방식으로섬을지탱하는기둥이되었다.
섬과뭍을연결하며울릉도의미래를여는청년들
3부‘울릉도의창문이되다,온마음으로삶을다시쓰는사람들’에서는울릉도에새로운길을내고있는사람들을소개한다.
섬의식물을연구하며새로운먹거리를고민하는이권수,농사를지으며그림을그리는김현옥,학포에정착한백운배,‘우리나라가장동쪽영화제’를만든박찬웅,게스트하우스를운영하는김대로·서나래부부,육지에서돌아와고향에다시자리를잡은정재백등이다.
이들은결혼과직장,문화기획,귀촌과은퇴등서로다른이유로울릉도에들어왔다.그럼에도이들이공통적으로이야기하는것은사람과사람사이의관계가살아있는섬마을의공동체성이다.이웃간의정과따뜻함이건재한울릉도에서이들은자신만의방식으로삶을꾸려가고있다.
책속에서
p31 추산언덕위,거실너머로바다가펼쳐지는집에서수박을먹으며외분씨에게농담을건네는나이지긋한자식들과마실온이웃들의웃음이넘실넘실흘러바다로간다.의연하게세월을견디며가족의뿌리가되어준그녀의존재감은우뚝솟은송곳산보다컸다..
p86 버스로다닐때는몸은편했는데마음이힘들었다.버스에메바리반티를실으면버스기사한테온갖말을다들었다.도동울릉읍사무소앞에내려생선을팔면어떤날은읍사무소직원들이나와장사를못하게했다.“겁이많아대들지도못했어.동네사람들은편하게사먹어서좋다고하는데왜팔지말라고난리를치는지.그런날은생선반티를이고저동으로가서골목골목다니면서팔았어.저동아파트앞에가서고기사라고외치면사람들이나오거든.파는것도기술이있어야돼.”분남씨가다녔던골목이눈앞에환히그려졌다.남에게큰소리한번제대로못낼만큼순한분이생선을팔기위해목청을돋웠을그억척스러움은어머니였기에가능했을것이다.
p163 ‘제일두부’는울릉도에남은마지막두부공장이다.그가그만두면섬에서만드는두부는사라질것이다.콩농사를대량으로짓는농가가없어서육지서콩을들여오지만두부맛은육지서만든것보다월등하다.맛의비결은바로물에있다.원시림화산암반층을통해솟아오른미네랄이풍부한청정수를쓰기때문에콩본연의고소함과단맛이살아있고부드럽다.정권씨에게앞으로바라는게있는지물었다.“특별히바라는건없어요.섬에서평생두부만만들며살아온인생에감사해요.큰부자가된건아니지만남에게아쉬운소리하지않았고,자식들도제밥벌이하며잘살고있으니이만하면됐죠.”
p240 내가자랄적엔뱃일과밭일을물려주고싶지않은울릉도사람들은자식을일찍육지로떠나보냈다.부부에게혹시교육환경이신경쓰이지않느냐고물었더니나래씨는오히려울릉도가아이키우기에좋은환경이라고했다.“한반에학생이두세명,많아야대여섯명이라눈높이교육이에요.게다가모든게무료예요.방과후프로그램뿐만아니라육지견학도자주가는데오히려선물을받아와요.중학생이되면해외연수도보내줘요.”그녀는서울에서보낸학창시절이야기를들려주었다.“고등학교때김포에서목동까지지하철1시간반을타고영수학원을다녔어요.그렇게공부해서대학을갔고직장을다녔어요.일류대학,좋은직장그런것들이큰의미가없더라고요.우리아들동휘는곤충을좋아해요.메뚜기잡겠다고뛰어다니는동휘의환한얼굴을보면저도행복해요.우리아이들이남들처럼살기보다는자신이원하는걸찾아서즐겁게살았으면좋겠어요.”그녀에게는자식을경쟁의틈바구니에밀어넣지않겠다는확고한교육관이있었다.세속적인잣대로교육을걱정했던나를무안하게만들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