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대한조갑상소설가의천착을응축해낸문제작
『밤의눈』이출간되기까지,저자조갑상은자신의작품세계에서국가폭력과집단학살의역사에대해천착해왔다.단편소설「사라진하늘」(1989)과「어느불편한제사에대한대화록」(2009)에서국민보도연맹사건을다룬이후마침내도달한『밤의눈』은학살이벌어졌던1950년대당시의현장을다루는데에서그치지않는다.소설은4·19혁명이후의유족회활동,5·16군사쿠데타이후정권의유족탄압과체포,그이후다시민주화의목소리가터져나왔던1979년의부마민주항쟁으로이어지는역사적사건들을경유하며,폭력이후에남겨진이들이사건과함께살아가야한다는사실을상기한다.인물들은폭력이남긴구체적상흔과함께.‘불순분자’라는정치적낙인과함께정신적고통또한짊어져야하는현실에처한다.소설의눈은역사적서술이담아내지못하는이러한개인적기억의영역으로파고든다.과거와현재가혼재되는서술방식을채택함으로써정치적변화에따라달라지는학살에대한인식이드러나고,과거는고착되는대신현실로이끌려온다.
▶“시절을탓하자니분노가가슴을찢고,
운명이라기에는너무나허망했다.”
1972년겨울,소설의두주인공한용범과옥구열은유신헌법국민투표를마치고지인의장례식에참석했다가근10년만에조우한다.잠깐손을맞잡고인사를나누지만드러내놓고아는체할수도,반가워할수도없는이들이각자집으로돌아가며1950년의여름을회상하는데서소설은시작한다.
한용범은조부대에대진읍에정착한지주가문의셋째다.부유하고학식과인품이뛰어나며정치적으로중립을지켜온탓에그는대진읍의터줏대감이자권력자인지서주임·부읍장·방위대장·의용경찰대장등‘사인방’에게은근한미움을사왔다.1950년,6·25전쟁이발발하고대진읍에해군첩보대가파견되자,‘사인방’을비롯한대진의권력자들은첩보대대장권혁중사와합세해눈엣가시인한용범을사상범으로몰아세운다.감금되어혹독한고문을받고,보도연맹가입자들과함께학살장소로끌려갔던한용범은간신히목숨을구하지만,그를대신해여동생한시명이처참하게살해당한다.
대진읍학살사건으로보도연맹가입원이었던아버지를잃은옥구열은‘빨갱이의자식’이라는꼬리표를피해마산에서운수업을하며살아가다,4·19혁명이후보도연맹가입자행방공개를촉구하는침묵시위를보고대진읍사건의진실을규명하는유족회를결성하기로마음먹는다.사건의생존자인한용범을자문으로초빙하고자신은유족회회장을맡은옥구열은유족들을모아희생자명예회복을위해애쓴다.그러나5·16쿠데타로군사정권이들어서자‘사망한좌익분자를애국자로가장하고군경이양민을학살한것처럼왜곡선전하여국민을오도’했다는명목으로한용범과함께체포되어고초를겪는다.유족회역시국가의탄압을받으며,두인물은자신들이마주한두번의국가폭력에대해진실을밝히지못하고긴침묵속에서살아가게된다.
▶“전쟁나고근심없는사람이어디있나.”
국가는전장에서죽은이들을분류하여,어떤이들은기억하고어떤이들은망각할것을요구한다.적과싸우다전사한이들은국민의이야기로기념되지만,대진에서죽은이들은국가가결정하는‘국민’의자격바깥에있는이들의이야기로남게된다.『밤의눈』은명예와희생의이야기로기념되지않고잊혀가던국가적폭력사건속인물들을소설의형식으로되살려내우리앞에데려다놓으며,‘좋은국민’과‘바람직한국가’라는기준은과연누가규정하는것인지묻는다.주둔초반에는주동자들의말에비판적이었다가점차학살참여에무감각해지는권혁중사,남편은전사하고시아버지까지좌익성향을띠었다고잡혀가자방위대장에게의존하게되는한시명의친구양숙희,아들의입대를볼모로재산을내놓으라는협박을받는용주골이부자,학교를세우고약자들의권리를지키려애쓰다대진읍실력자들의눈밖에나살해당한남상택목사등시대속에서서로다른선택을하는인물들의양상은사건이좌와우,피해자와가해자라는대립적구도로만해석될수없음을보여준다.
▶“가장깊은어둠속에밝음이있을것이었다.”
처형장으로끌려가는사람들의두려운눈길과그들을지켜보는하늘의달이소설속에서문득‘밤의눈’으로목격될때,우리는목격자이자증언자가되어이웃의고통에관한‘밤의눈’을떠야하는위치에놓인다.『밤의눈』은역사적폭력과그에따르는침묵과낙인이개인의삶을어떻게변화시키는지응시하며,소설의형식을빌려그가장내밀한상처를다시금우리가모두볼수있는자리에가져다놓는작업이다.나아가국가의가장자리를탐문하고그늘을드러내며국민의공간이지닌분열과양가성을제시하는문제적소설이기도하다.
소설은1979년,유신철폐와독재타도를외치는사람들사이에서보도연맹사건의피해자인옥구열이‘내일에대한믿음’을가지겠다고자신을다독이는것으로끝을맺는다.미래의시점에서소설속과거를바라보는독자로서우리는국가가개인에게가하는폭력이그곳에서끝나지않는다는사실을알고있다.그러나『밤의눈』은계속되는고통에도불구하고증언의목소리이자한사람의인간으로서삶을이어나가야하는이들에게‘희망’을가져도된다는말을건넨다.삶과이야기가계속되는한,진실을되찾을방법은다시찾아올수있다고말한다.『밤의눈』은문학의방식으로그증언을수행하는노력의일환이자사라지지않고반복되는고통의기록이며,침묵속의기억이수면위로떠오를수있도록받치는단단한위로이다.등장인물이‘따뜻한가슴을지닌독자들을많이만나위로받고자유로웠으면좋겠다’라는저자의바람은곧『밤의눈』을잊지않는독자들을통해실현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