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앞을향해
숨차게달려오던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게되었습니다
병실에서만난
사람들을통하여
걸어온길을되돌아보고
다시걸어갈길을
생각합니다
함께
옷깃을여미는
시간이되었으면합니다
책속에서
시설에서왔다는병실에서만난
여인
날마다허공에
편지를쓴다
해독할수없는문장을
꼭꼭새기느라
손톱으로얼굴에생채기를내어
야속한간병인
엄지장갑을끼워버렸다
붙일수없는
가슴깊이숨겨둔
못다한말
뭉뚝한손으로
헛손질한다
할머니,이름이뭐예요
명순이
아니,할머니이름
명순이
그녀의뇌리에각인된이름
자기이름보다도더소중한
이름
명순이를향한
못다한말
허공에꾹꾹눌러쓴다
---「허공에쓰는편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