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제주할망 : 손녀가 듣고 기록한 할머니 자서전

응답하라 제주할망 : 손녀가 듣고 기록한 할머니 자서전

$16.00
Description
평범한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제주가 담겨 있고, 세상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가 구술하고 손녀가 기록한 책이다. 초등교사인 손녀가 제주 법환리 상군 해녀 출신 할머니의 삶을 전한다. 개발경제 이전, 자연에서 삶의 도구를 구하고 서로 연대하며 살았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귀중한 제주 생활사와 제주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책에는 할머니의 90년 역사가 담겨 있다. 1부 우리 살아난 건 골아도 몰라(우리 살았던 것은 말해도 몰라)는 할머니의 구술에 담긴 제주 생활사 이야기다. 그 시절의 농사와 물질, 물 긷기와 결혼 풍습, 출산과 육아, 제주4.3과 6.25까지, 팍팍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지혜롭게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부 나의 역사는 닦이지가 않는다(나의 역사는 지워지지가 않는다)에서는 제주 위에 그려진 할머니의 역사를 담았다. 해녀로서 60년 동안 물질을 하며 생계를 꾸려온 고단한 삶, 육남매를 낳고 기르며 쉴 새 없이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본다.
책은 할머니의 제주어 구술을 그대로 전하고 표준어 대역을 실었다. 제주 문화와 생활사뿐만 아니라 생생한 제주어의 말맛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할머니에 대한 존경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 소중한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빛난다.
이 책은 2023년 제주도교육청 우리 선생님 책 출판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향후 각급 학교에 배부될 예정이다.
저자

신술길,이경란

늘어린이로살수있는직업,초등교사이다.아이들에게‘라니쌤’으로불리고있다.
태어나고자란법환마을을사랑한다.상군해녀였던할머니의피를물려받아바다와해녀에애정을느끼고2018년에법환해녀학교에다니며해녀삼춘들께물질을배웠다.법환해녀학교가최종학력이라고자랑스럽게말하고다닌다.
제주의어른들,삼춘들,할머니의옛날이야기를들으며제주생활사에커다란흥미를느끼게되었다.그이야기보따리를아이들에게전하는연결고리가되겠다는사명을가지고있다.
제주의문화와제주어를담은노래를만들고부르는교사모임‘혼디놀레’로활동하며1집앨범〈검은인어공주〉,싱글앨범〈요망진똘내미,오름오르게!〉를발매했다.아이들과함께제주를노래하고이야기나누는것에행복을느끼고있다.

목차

[프롤로그]할머니의이야기에담긴제주
[할머니소개]1934년생상군해녀
[손녀딸소개]1993년생야무진딸내미

1부우리살았던것은말해도몰라_할머니의이야기에담긴제주생활사
할머니,본인소개해주세요
스스로만들어입었어
고구마만고구마만먹었지
그때는‘세면’이어디있니
물길어다가먹고
해녀질할줄모르면시집도못갔지
돈나올곳이없었지
돼지잡는날,가문잔치
가마가좋은거지
연애하는사람들거의없었어
나혼자아기받았어
몸조리도안하고
4·3때도너희는모른다
비행기팡팡한그날
딱100살까지만삽시다

2부나의역사는지워지지가않는다_제주위에그려진할머니의역사
60년물질인생
가족들먹여살린효자
아이데리고육지물질
고무옷도없이물질했지
바다는요술
해녀할머니의물질이야기
쉴겨를이있었겠니
할아버지정말곱게돌아가셨어
기-승-전-할아버지원망
할아버지데리고온날
어머니없이살려고하니
나아래에남동생이여섯명
뛰는시누이위에나는할머니
할머니책이세상에나온대요

[부록]라니쌤의제주어교실
[에필로그]말해야조금이라도압니다

출판사 서평

■프롤로그

할머니가나고자란법환에서태어난손녀,법환의상군해녀였던할머니를존경하는마음으로법환해녀학교를다니며물질을배웠다.나를키운제주와바다를사랑하는마음을키워갔다.
해녀할망과해녀지망생손녀,해녀와바다라는연결고리로이야기를나누기시작했다.둘째아이는뱃속에임신하고,3살첫째아이는뗏목위에태우고물질했다는그시절이야기,선배해녀들이노를저으며불렀던노동요‘이어도사나’는정말아름답고끝내주었다는이야기.할머니가풀어주시는옛이야기보따리가너무나도재미있었다.그렇게손녀는할머니의이야기에귀를기울여갔다.
제주생활사에관심이커져본격적으로제주의의식주,문화,역사에관해공부를하게됐다.책과강의에서접한내용이할머니의이야기속에담겨있어놀랐다.할머니의이야기속에제주가담겨있었다.할머니의삶이제주생활사그자체였던것이다.
참소중했다.할머니도,이야기도.하지만이렇게할머니의이야기를들을수있는시간이언제까지주어질수있을까?시간은언제까지나우리를기다려주는게아님을알고있다.제주할망전문인터뷰작가정신지는<할망은희망>에서‘기록되지못한삶의기억들이찍어내는소리없는마침표가하나둘늘어간다’며‘무거운엉덩이를털고일어나서로를만나야한다’고말한다.할머니와이야기를떠나보내고난후에야후회하고싶지않았다.할머니의목소리를듣기위해,기록하기위해몸을일으켜세웠다.할머니를찾아뵙고할머니의이야기가담긴책을내겠다고약속드렸다.
어린나이부터노동을하느라,당장먹고사는게일이라글을배우지못했던할머니를대신해손녀딸이할머니의이야기를기록하기시작했다.할머니를존경하고사랑하는시선으로바라보고,귀를기울여이야기를듣고,그소중한이야기를다시글로옮겨내었다.할머니의말맛을살리기위해할머니와나의대화를있는그대로담았다.이책은인터뷰집이라할수도,구술채록이라할수도있다.책의부제에담겨있듯이이책의정체성은‘자서전’이다.자서전의뜻은‘작자자신의일생을소재로스스로짓거나,남에게구술하여쓰게한전기’이다.손녀가할머니의눈이,귀가,손이되어할머니의역사를오롯이담았다는의미를전하고싶었다.
이책에는할머니의90년역사가담겨있다.1부‘우리살아난건골아도몰라’에서는그시절의의식주,문화등이담긴제주생활사를,2부‘나의역사는닦이지가않는다’에서는당신의사람들과해녀이야기등할머니의개인사를풀어나간다.
‘손녀가듣고기록한할머니자서전’프로젝트는할머니의역사를기록으로남기고싶다는마음으로나를위해시작된일이다.하지만이작업의영향력은내가생각했던것보다더크게다가왔다.할머니를찾아뵙고,할머니를대신해할머니의역사를기록하는작업을하면서나와할머니사이에보이지않는끈이생겨따뜻하게엮였다는느낌을받는다.
할머니의이야기를궁금해하고질문을하기시작했을때할머니는많이부끄러워하셨다.‘기억이안난다’,‘말할거없다’고하시던할머니께서이제는먼저당신의이야기를내어주신다.처음엔쑥스러워했지만어느새물어보지않아도당신얘기를하시고,질문에답하는걸자연스러워하시며신나게말씀해주시는할머니가참사랑스러웠다.‘요망진손녀딸덕분에이런경험도해본다’는할머니의말씀은나의행복이었다.할머니의환한미소를본순간,이작업하길참잘했다는마음이환하게퍼져나갔다.
이작업을하면서많은분들로부터따뜻한응원을듬뿍받았다.할머니를바라보는손녀의사랑스러운시선이느껴져서좋다는말씀.할머니의제주어가생생히들리는듯하고,비슷한시절을살아왔던당신의부모님께보여드리면좋아하실것같다는말씀.어른들의이야기를귀기울여듣는것을소중하게여겨줘서고맙다는말씀.이작업에감사한의미를부여해주고뚝심을갖고진행해보라는응원들이나를더욱자라게해주었다.
친척어른들의진심어린관심과좋은말들역시정말큰힘이되었다.시간을들여글을읽어주시고미소를지으시며글에몰입하시는모습은나의두번째행복이었다.무뚝뚝한어른들의입에서나온‘읽을만하다’,‘어머니말을글로보니새롭고재밌다’는말씀이얼마나큰칭찬인지나는안다.
무엇보다도이작업을통해얻게된가장큰수확은바로,‘이야기의힘’을알게되었다는것이다.누군가의이야기를궁금해하고,이야기와사람을찾아가고,귀와마음을열고,이야기속에함께웃을수있다는것이얼마나소중한일인지알게되었다.듣는사람과들려주는사람모두를행복하게하고그공간을따뜻하게변화시킬힘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
이야기를통해할망은응답했다.할머니의세계로들어가는문을두드리자할머니는당신의이야기로우리의삶을어루만져주었다.무전기를통해멀리떨어져있는사람이연결되듯,할머니의응답으로공간과공간이연결되고시간과시간이연결되었다.
책을읽으시는분들께도세대를뛰어넘은이응답이닿길바란다.할머니의이야기에들어가그시절의제주를맘껏누린다면이해와공감이라는실로끈끈하게엮어지게될것이다.
응답하라,제주할망!

■책속에서

할머니30살땐뭐했어요?
아이고,그땐다른사람의밭빌려살아서,삶이삶아니었어.그때101살에돌아가신할머니가있었어.그시어머니가아침에밝아가면아주지친데와서는“얼른밭에가라”하면밭에가서해저문후까지김매다가오고,그렇게안한날은물질가서해저문후까지하다가왔지.아기들은갓난아기였으니까오죽힘들었겠어?(41쪽)

그땐먹을게그거밖에없었구나.
저기동규할머니도이제고구마먹고싶지않다더라.어릴때하도지겹게먹어서.아이고,우리도친정어머니부터가난해서고구마만고구마만먹었어.(42쪽)

우리때는물사서먹는데.할머니얘기들으면제주도가이렇게달라졌구나사람들도알수있겠어요.
우리예전에태풍불어서센날은막숙물없으면‘공물’(법환의용천수중하나)물.공물도물안날땐공물넘어가면그아래요만한물졸졸나는데가있어.그용천수에가서져다가먹었어.우리살았던건말해도몰라.우리살았던것은말해도너희들은모른다.(58쪽)

그럼그때는지금처럼신혼여행가고그런거없었어요?
없다!신혼여행이뭐니?해녀할머니들이랑일본여행간게처음으로비행기타본거야.옛날에난그래도가마타고시집갔어.다른사람은트럭타고갔다고하더라.(76쪽)

15살되니까본격적으로해녀일한거예요?13살때는배우기시작하고?그때얘기해주세요.
난다자라서도물질하지못했어.우리어머니가모자반캐러가니까어머니마중갔는데,난13살이되도록물질을할줄을모르니까어머니가날안아다가저바다깊은데로가서내버려두고어머니는나와버리셨어.난거기서어떻게어떻게헤엄쳐서나온게물질배우게된것이야.(116쪽)

큰아빠는뱃속에임신해있고,큰고모는어렸을때데리고갔다오셨다구요?
응.너희큰고모세살때.그땐할아버지는군대에가있을때.뱃물질하려고하는데아기바다로떨어질까봐배에묶었어.바닷속에들어갔다가아기울음소리들리면올라와서쳐다보고.그전에아기없을때도두번물질갔다왔고,아기데리고도한번물질다녀왔어.그이후에는안갔어.(126쪽)

지금은사라져가는물건들이많겠어요.미역도잘안난다고했던것같은데.
올해는잘안났대.소라도이제는예전만큼나지않는다고하더라.그것도오염때문인지여기법환마을에서만아니라TV에다른지역해녀가나와서말하는거보니사람이늙는것보다바다가훨씬오염되어버렸대.바다덕분에지금까지살았는데바다에물건도없고,우리늙는것보다바다가더빨리오염되고늙어버렸다고.(139쪽)

그래도할아버지있을때가좋았다고해야지!
(단호한절레절레)할아버지는돌아가실때에나보고“아이고,좋은아내만나서오래오래살았어.”하면서많이울더라.돌아가기전날,할아버지가까이에앉으니“여보,아무것도없는집에와서고생만하면서살게해서미안해.”하더라.그말하고다음날돌아가셨어.(159쪽)

아이고,손녀딸이야무지게할머니얘기듣고글로써주고다부러워하지!이미친척어른들께도다말씀드렸어요.할머니책쓰고있다고.책완성해서설날때가져와서자랑할거예요.
(어느새함박웃음)하하.손녀가야무진덕분이지.야무진손녀가있어서이런것도할수있는거지.(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