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신당 이야기 (개정판)

제주도 신당 이야기 (개정판)

$20.00
Description
사람살이, 세상살이를 성찰하는 철학자
제주 신당에 담긴 시간을 말하다
지난 2008년 제주대학교출판부에서 발간된 〈제주도 신당 이야기〉의 개정판이다. 초판 발간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최근의 변화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겠으나, 신당을 소재로 한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기존 내용만으로도 독자에게 의미 있는 책이라는 점, 그리고 내용을 보충하는 것이 자칫 전체 글의 결을 흩트리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초판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만듦새를 새로이 하는 방향으로 재출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간 절판된 이 책을 찾는 독자들이 많았기에,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양서를 복간한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40여 곳의 제주 신당을 34꼭지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민속학자나 구비문학 전공자들과는 달리 철학자의 시선으로 제주의 신당을 바라본다. 신당을 관찰하고 그에 얽힌 특별한 서사들을 살피지만, 그것은 제주인의 삶과 문화, 즉 사람살이와 세상살이에 대한 성찰을 풀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 문화와 역사, 신화와 신앙, 욕망과 상징 등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신당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로 풀어놓고 있다.
신당은 신이 좌정해 있다고 관념하는 장소다. 특히 제주 신당은 제주인의 삶과 문화가 녹아 있고, 제주의 역사적 시간이 내려앉은, 질곡 속에서도 삶의 건강성을 담보해온 지혜가 축적된 공간이다. 신당의 신에 의지하며 삶의 애환을 풀어내던 세대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고, 개발 바람 속에서 이미 사라진 신당도 다수이지만, 여전히 신당은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두꺼운 시간을 품고 있는 곳이다.
“제주문화로부터 사람살이를 읽어내는 창(窓)이기를, 당신앙과 신화가 생생히 살아 있는 제주문화에 대한 관심을 희망”하는 저자의 바람대로, 새 옷을 입은 이 책이 삶의 성찰과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이라는 여러 겹의 파장으로 새롭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저자

하순애

저자:하순애

30여년간대학에서철학강의를했으며,철학적사유를대중과나누기위한시민강좌및제주문화에대한관심에서시작된연구를지속하고있다.

펴낸책으로『교양철학』(공저),『철학으로세상읽기』,『제주도민간신앙의구조와변용』(공저),『한국인의생명관과배아복제윤리』(공저),『한국인의죽음과생명윤리』(공저),『제주여성의삶과공간』(공저),『제주도신당이야기』,『세상은왜?-세상을보는열가지철학적주제』등이있다.

목차


1장원초적공간의메타포
동굴,그신비한어두움-서귀포시보목동〈조녹잇당〉
바위그늘집자리인가,큰집인가-서귀포시중문동〈도람지궤당〉,애월읍상귀리〈황다리궤당〉
제주의원형질공간을살려라-한림읍금릉리〈능향원〉

2장돌담과바위가만드는성소
바위에올라바다와만나는잠녀(潛女)들의마음-서귀포시대포동〈잠녀당〉
미륵돌의영험-구좌읍김녕리〈서문하르방당〉,제주시화북동〈윤동지영감당〉
바람코지의아름다운돌담은신의집-구좌읍세화리〈갯곳할망당〉

3장뱀,그신성한상징
바닷물에떠밀려온상자속의뱀신-한경면고산리〈당목잇당〉
한과설움이가득한마을-표선면토산2리〈알토산한집〉
목숨과곡식을건져주는사신(蛇神)할망-제주시내도동〈두리빌렛당〉,조천읍조천리〈새콧당〉

4장사랑의변주곡
영원한삼각관계의딜레마-서귀포시〈서귀본향당〉,〈서홍본향당〉,〈동홍본향당〉
남편감후리는정좌수따님애기-한림읍금악리〈도신마를당〉
만남도헤어짐도어려워라-구좌읍월정리〈월정본향당〉

5장만남과부정한이별
쫓겨나는하르방신-구좌읍송당리〈송당본향당〉
돗고기부정과바람알로쫓겨나는할망신-조천읍와흘리〈와흘본향당〉
그래도당당한할망신의위세-구좌읍평대리〈수데깃당〉

6장한많은넋을달래다
희생물로바쳐진어린소녀-성산읍수산리〈진안할망당〉
해마다새옷으로단장하는신목-성산읍신천리〈현씨일월당〉
남자들이쳐다볼수없는당-조천읍신흥리〈볼래낭할망당〉

7장신상(神像)을지켜라
우리마을지키는부처님-성산읍수산리〈울뢰모루하로산당〉
설촌(設村)자의집터에앉은황서국서어마장군님-성산읍삼달리〈웃카름당〉
제주섬에내린옥황상제따님애기-조천읍와산리〈눈미웃당〉(불돗당)

8장조상이신이요,신이조상이다
빈부귀천을따지지않는신의세계-애월읍수산리〈서목당〉
이웃의조상은모두의조상신-조천읍함덕리〈산신당〉
운명을달리해도신통력은변함없어-조천읍함덕리〈존하니모루당〉,〈한영할머니당〉
매사를당할망에게고하라-안덕면대평리〈난드르일뤠당〉

9장신력(神力)도사람하기나름
심방과신의위세는동전의양면-구좌읍한동리〈한동본향당〉
동티,그리고신과의화해-안덕면사계리〈개당〉,제주시오라동〈도노미본향당〉
신당가는길도편리해야-서귀포시법환동〈앞본향당〉

10장역사에대한다른기억
욕심많은김통정-애월읍고내리〈큰당〉
현감이신당에절하다-표선면성읍리〈안할망당〉,〈윤남동산쉐당〉
당오백,절오백을부순이형상목사

11장신을저버리지못하는사람들
우리마을의당이‘센당’
타지에서도태생마을의당신을모신다
신당에서유교식마을제를지내다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필자는제주출생이아니다.부산에서성장한필자는1982년겨울,제주도와인연을맺었다.부산도심에서자랐으면서도도시의번잡함과불화했던필자에게제주도는낭만의땅이었다.한발치만나서면천연의숲이있고바다가있는제주의풍광,고개를돌리면어디서나바라다보이는한라산,더욱이독수리가날개를펼친듯위엄이있으면서도푸근한품새가느껴지는한라산자락은그품에서삶을꾸리고싶다는꿈을꾸기에충분했다.

그러나막상일상에서낯선가치감각,낯선감정과낯선행동양식을마주하는일은때로혼란스러운경험이었다.그것은제주어보다더낯설었다.또그것은육지부의다른지역문화를접했을때와는비교하기어려운이질감이었고문화적충격이었다.무엇일까?나스스로이방인처럼느끼게하는이런이질감의뿌리는무엇일까?

제주문화의특이성에대한궁금증을해소하기위해제주도의역사와문화에관한저술과논문들을게걸스레읽어내었다.그러나그것으로나의의문은해소되지않았다.

그즈음우연히만나게된신당이너무흥미로웠던필자는다른신당들을찾아다니기시작했다.이마을저마을신당들과신앙민을만나면서나의궁금증은보다선명한과제로다가왔다.그것은제주문화를형성해온제주의사회심리,달리말하면제주인의심리적하부구조를파악하는일이었다.

사회심리를파악하기위해서는다각적인접근이필요하겠으나,우선적으로제주도에서전승되어오는신앙을연구해야겠다는판단이섰다.한사회의지배적인신앙은지역의정신성을형성하는중요한통로라는점이연구방향을결정하게된중요한요인이었다.

시대현실을비판적으로독해하고자한철학도로서필자는‘특정한문화의구조가특정한정신의구조및인간활동에어떻게연결되는가?’라는문제의식을늘지니고있었다.이문제의식이제주문화를경험하면서구체적현실과의접점을만들어낸셈이다.

돌이켜보면,신당을찾아다니고,마을사람들의얘기에귀기울이던시간들,사람들과더불어신당기행을하던시간들은‘전승이말걸어오는것’을듣는시간이었다.또한신당에두껍게내려앉은역사적시간의갈피들을유영하는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