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내러티브 - 비판적 4·3 연구 2

속삭이는 내러티브 - 비판적 4·3 연구 2

$18.00
Description
남성, 가부장 중심에서 탈구된 목소리들
비판적 4ㆍ3 연구가 포착한 음각陰刻의 서사敍事
지난해(2023년), “완전한 해결로 환유되는 현실과의 불화를 꾀하고, 비판적 시각과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시작한 ‘비판적 4ㆍ3 연구’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의 여성주의적 독해를 시도한 장은애, 4ㆍ3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재일제주인 여성의 재현을 살핀 허민석, 여성의 4ㆍ3 증언에서의 침묵을 통해 그 공백을 읽어나가는 송혜림, ‘친족지의 정치’로서 학살 이후 친족 집단 기록의 양상을 살핀 고성만, 부계 혈통 중심주의에서 탈구됨으로써 ‘가족관계 불일치’를 경험하는 이중 희생자로서의 ‘딸’들의 자리를 묻는 김상애 등 이번에는 문학과 영상, 증언과 기록, 여성과 가족ㆍ친족에 관한 다섯 편의 글을 모았다. “그 가운데서도 여성을 행위자로 하는 학살 이후의 세계가 각 장마다 등장하다는 점에서, ‘여성’은 이번 『비판적 4ㆍ3 연구』의 공통된 관심 주제”라 할 수 있다.
저자

장은애,허민석,송혜림,고성만,김상애

저자:장은애

국민대학교한국어문학부강사



저자:허민석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수료



저자:송혜림

연세대학교비교문학협동과정박사과정



저자:고성만

제주대학교사회학과부교수



저자:김상애

제주대학교사회학과박사과정

목차

15『화산도』의여성주의적독해:4·3에서여성의목소리를듣는다는것(장은애)
85희생자의얼굴너머:4·3다큐멘터리영상과재일제주인여성(허민석)
137증언-공백으로읽기:여성의기억이말해질때의침묵에대하여(송혜림)
189학살이후의친족지(親族誌):친족지(親族知)의생성과실천(고성만)
235아버지의기록,딸의기억:4·3과딸의가족사(김상애)
286참고문헌/298주석/328에필로그/340필자소개

출판사 서평

머리글

두번째,비판적4·3연구를열어가며

4·3특별법이제정21년만에전부개정되면서‘진상규명’과‘명예회복’실현에초점을맞춘혁신적인조항이신설,보강됐다.그가운데서도보상과재심,가족관계관련조항은매년보완입법을통해‘완전한해결’,‘정의로운해결’담론을강화하는데핵심적으로역할하고있다.‘해결’운운하는시대가성큼다가오면서‘희생자·유족’중심주의에입각한과제가최우선으로선별되고발빠르게착수되는등머지않아‘해결’선포식같은대형이벤트를상상하는일도불가능하지않게됐다.

‘해결’가능성은어떠한조건에서타진되며,어떠한상태에이르렀을때공표되는것일까.법률에명시된목적,세목화된의제가달성됐을때이루어지는것일까.‘해결’의시간적,공간적범위는어떻게설정되며그주체와대상은누구인가.그러할때논의의장에참여할자격은누구에게어떻게부여되는가.그리고그러한판단이나거기에이르기까지의합의는어떻게이루어지는가.

한편,‘해결’이후의사회에서는어떠한질문이가능혹은불가능,필요혹은불필요해질까.어떠한보이지않는,들리지않는상황이연장되거나새롭게추가될까.‘해결’공표이후에는필요없어질질문,혹은그때까지더집요하게캐물어야할질문은무엇일까.그러할때4·3연구는‘해결’의산물들을어떻게비평적으로분석하고,생존자·유족의생활세계가까이서어떠한자세로그들의목소리를경청하며기록해야할까.

4·3연구의질문이동시대성을갖추되당대적요청에비판적으로응답해야한다는지적은더이상새롭지않다.4·3연구의추이와성과를점검하고방향성을가늠하는근래의연구들에서도새로운과제를탐색하기위한시도로서4·3의현재성에주목한다.

그가운데서도박찬식은“당시의상황을실증적으로확인하는역사주의적접근방식의유효성”을지적하면서도“4·3이미친정치·사회·경제·문화적영향에대한분석도제주현대사를연구하는데필수적”이며이는“문화사적시각과해석,감성체계의도입을통한새로운해석”을통해가능하다고강조한다.허호준역시지역적틀을뛰어넘어보편성을확보하기위한시도로서국내적,국제적차원으로의연구영역확대가필요하며,집단기억에대한사회심리학적분석의중요성을지적한다.

제주사람들에게가해졌던이중적억압구조와그에대한주체적저항의실체를파악하기위해서는한국사회에뿌리박힌,심지어소장학자들의4·3연구에도적용되는레드컴플렉스를뛰어넘어야한다는양정심의통찰이나,국가주도로쓰인제주개발사에서4·3의폭력성을읽어낸김동현이4·3에대한인식의지평을넓히기위해서는저항의기억을소거시키는로컬리티의폭력적재편성을직시해야한다는분석모두당대의소임과책무에조응하려는시대정신과연구질문에바탕을두고있다.

연구자들의견해처럼,4·3연구에서필요한질문은현실세계에서벌어지는,혹은예견되는현상과관계를맺고문제를직시할때더탄력적으로모색될수있지않을까.우리의4·3연구역시자기주제에대한탐색적질문을통해연구세계를독창적으로일구어나가면서도동시에,현대사회의다양한변화를시야에두며,특히‘해결’전야곳곳에서벌어지는현상에비판적으로개입하고분석하려는시도를병행해야하는것은아닐까.

흩어진기록을모아전사(全史)를재구성하는작업에서그가가장역점을두었던것은‘광범위한재일제주동포로부터들은증언에따라상황을충실히밝히는’일이었다.일본전역으로사라져버린사람들을찾아체험담을청해듣고자료를수소문하는일은사람과정보의이동이지금처럼빈번하지않았던당시에그가구사할수있었던유일한연구방법이었다.밀항선에의지해일본으로잠입해들어온,자신과다를바없는처지의인터뷰이들은그의4·3연구가상상력과실증력을갖추는데없어서는안될존재였던것이다.파편화된기억을찾아그는무엇을경유하여어디서어떻게사람들을만나4·3과그이후의제주를추체험했을까.무엇을듣고,무엇을듣지못한채4·3을재구성했을까.

1947년3·1사건에연루했다는혐의로수배선상에오르자,관속에숨어도피했던그가오사카에안착할때까지의여정,그곳에서맞닥뜨린위기상황과소소한실패들,그에맞선궁리와분투노력이책전면에드러나지는않는다.그러나밀항해온제주사람들과자신의처지를겹쳐읽어냄으로써비로소일단락맺을수있게된그의4·3연구를통해우리는그바탕에재일성(在日性)이뿌리깊게자리하고있음을깨닫게된다.4·3연구의토대에는이처럼고도성장기일본사회속제주출신밀항자에대한복합적인이해와배려가바탕에깔려있고,초창기4·3연구를파악하는데에도그러한맥락과정황에대한이해가필수적으로요청된다.

필자들의연구는,4·3특별법에토대를둔과거사해결이‘역사의도도한흐름’으로정착되는시기에시작되었다는공통점이있다.“죽은자들은말이없고산자들은더말이없는”시대를지나많은말들이사방에서분출하는시대.경험,관계를터부시하는시선과억압을피해말을숨기거나비트는시대가아닌,당당한말들이넘쳐나는시대이기도하다.

그러한환경에서필자들은,“연구가나에게,4·3에어떤의미인가?”와같은자기반영적질문을구체화하고4·3(의유산)과관계맺는방식을익히며각자의자리에서고뇌와성찰을거쳐왔다.최근에는‘청산’과‘해결’이임박했다는신호가곳곳에서감지되면서법과제도,정책의변화,그에따른사람들의태도와감정을냉철히관찰하고분석해야할문제의식도시야에넣게됐다.

이번『비판적4·3연구』가문학과영상,증언과기록,여성과가족·친족에관한글로엮이게된것은포스트‘희생자’시대를목전에둔시점에서그자체로시대상을반영하는현상일지모른다.그가운데서도여성을행위자로하는학살이후의세계가각장마다등장한다는점에서,‘여성’은이번『비판적4·3연구』의공통된관심주제라할수있다.

‘여성의목소리가들리지않는다.’는목소리가곳곳에서들리고,때로는그러한목소리로인해더들리지않게되고,여러다양한방식을도입하여존재를발견하고전파를모색하는때이지만,필자들의관심은단순한수집과전시에있지않다.그보다는내셔널리즘,남성중심주의와가부장성,신고주의와실증주의,인정투쟁,정상가족이데올로기같은‘청산’과‘해결’을지탱해온논리와거기에번롱되는그녀들의역사와현실,연대와저항가능성에대한비평적분석을추구한다.그점에서필자들의문제의식은‘청산’,‘해결’담론과긴장을일으키며팽팽하게맞선다.

지난해『비판적4·3연구』서문에서밝힌“알량한자존심과능력부족으로변변찮은고료조차마련하지못하는상황”은올해도개선되지못했다.한편다른마음으로는,공적자금의지원없이는운동도연구도채택되지못하고,그래서발견도되지못한채없는것으로여겨지는현실에서보란듯이책을엮어독자들과만나고싶었다.그러나돌이켜보면그것은필자들의헌신없이불가능한일이었다.더군다나필자들은두번째『비판적4·3연구』의방향성을구체화하기위해폭염이한창이던2023년7월에모여원고를같이읽고수정방향을구상했으며독자들에게좀더친숙하게다가가기위해고쳐쓰기를반복했다.그결과초출(初出)에서짧게는2천자,많게는2만자를추가로집필했고,‘에필로그’와‘필자소개’도새롭게덧붙일수있었다.

장은애선생님,허민석선생님,송혜림선생님,김상애선생님께는더세련된기획과안정감있는환경으로귀한문장을엮지못해송구한마음이크다.4·3연구하는설렘을새로깨닫게해준진지한벗들에게글로는다담지못하는존경과감사의마음을전한다.

책이대중의관심과기호에서멀어져가는세태속에두해연속『비판적4·3연구』가출판될수있었던것은한그루의결단없이불가능한일이었음을밝힌다.해가갈수록쌓여가는빚을어찌갚을지,갚을수는있는것인지난감해할때마다되레“앞으로도10권이상은더내야한다.”는격려를해주셨다.시류에과감히역행하는한그루가울창한숲을이루기까지,두근거리는마음으로그여정에함께하고싶다.김영훈대표님,김지희편집장님을비롯한한그루구성원들에게필자들을대신하여깊이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