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여지벵듸 - 자연으로 돌아가다

미여지벵듸 - 자연으로 돌아가다

$30.00
Description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다
죽은 자의 집에 담긴 제주
죽은 자들의 집, 무덤을 담은 사진집이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사진으로 담아온 강정효 사진작가가 이번에는 무덤을 통해 제주인의 생사관과 그에 담긴 제주문화의 가치를 살펴본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나서 오름 자락으로 돌아간다는 생사관을 갖고 있다. 자연에서 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마을 안에서 어우러져 함께하는 모습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기대어 소박하고 지혜롭게 살아갔던 제주 선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자석 등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160여 컷의 사진을 실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어둡고 격리된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무덤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한다.
표제인 ‘미여지벵듸’는 제주의 무속에서 나오는 말로, “이승과 저승 사이의 시간과 공간으로, 망자가 저승으로 갈 때 거쳐 간다고 여겨지는 곳”을 이른다. 이승에서의 삶의 시간을 다하고 난 뒤, 저승으로 가기 전에 다다르는 광막한 들판, 이곳은 죽음을 완성하는 공간이자 삶과 죽음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이 책은 ‘미여지벵듸’ 너른 들판에 풀처럼, 나무처럼, 바위처럼 놓인 죽음의 집을 경외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

강정효

저자:강정효

제주출생.기자,사진가,산악인,제주대강사등으로활동하며(사)제주민예총이사장,제주4·370주년기념사업위원회상임공동대표(이사장)를역임했다.2000년일경언론상대상,2021년천인독자상대상,2024년탐라문화상을수상했다.

19회의사진개인전을열었고,저서로《제주는지금》(1991),《섬땅의연가》(1996),《화산섬돌이야기》(2000),《한라산》(2003),《제주거욱대》(2008),《대지예술제주》(2011),《바람이쌓은제주돌담》(2015),《할로영산보름웃도》(2015),《한라산이야기》(2016),《제주아름다움너머》(2020),《폭낭,제주의마을지킴이》(2020),《세한제주》(2021),《본향》(2022)등을펴냈다.

공동작업으로《한라산등반개발사》(2006),《일본군진지동굴사진집》(2006),《정상의사나이고상돈》(2008),《뼈와굿》(2008),《제주신당조사보고서Ⅰ·Ⅱ》(2008,2009),《제주의돌담》(2009),《제주세계자연유산의가치를빛낸선각자들》(2009),《제주도서연감》(2010),《제주4·3문학지도Ⅰ·Ⅱ》(2011,2012),《제주큰굿》(2011,2012,2017),《4·3으로떠난땅4·3으로되밟다》(2013),《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지질관광도입방안Ⅰ·Ⅱ》(2013,2014)등제주의가치를찾는작업을계속하고있다.

목차

자연으로돌아가다7
봄18
여름42
가을80
겨울118
동자석174
작가노트207

출판사 서평

작가노트

제주사람들의심성은제주의자연을닮았습니다.제주의자연,한라산과오름은완만한곡선을그립니다.제주사람들의초가집지붕도완만한곡선입니다.심지어죽은이들이머무는무덤또한완만한곡선입니다.무엇보다도오름자락의무덤은그자체가작은오름을연상케할정도로닮은꼴입니다.오름에서태어나오름자락으로되돌아간다는제주인의정서가반영된결과입니다.

한편제주사람들은이승과저승사이의상상속시공간(時空間)으로‘미여지벵듸’가있다고여겨왔습니다.제주의굿본풀이에의하면사람이죽어서저승으로가는과정에서모든미련과원한,괴로움을미여지벵듸의앙상한나뭇가지에걸쳐둔후에야나비의몸이되어서훨훨떠날수있다고합니다.장례식후망자가가벼운마음으로저승으로향할수있도록인도하는의식인귀양풀이굿을하는이유이기도합니다.

또한제주에서는무덤을그냥‘산’이라고하고,그울타리를‘산담’이라부릅니다.밤에들판에서길을잃었을경우주변의산담안으로들어가면자기집에찾아온손님이라하여무덤속의영혼이보호해준다는믿음이있습니다.

이처럼제주에서는삶과죽음이멀리떨어져있지않습니다.실제로제주에서무덤은마을가까이에있습니다.마을주변의오름,심지어는근처의밭에서도흔하게볼수있습니다.무덤이라하면으레죽음또는무서움을연상하며터부시하는경향과는사뭇다릅니다.

그정서를담아내고싶었습니다.제주의자연을닮은,더불어산자와죽은이가함께어우러져살아가는제주사람들의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