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정원 (강순지 수필집)

지상의 정원 (강순지 수필집)

$14.00
Description
인간과 자연의 모성(母性) 속에 소박한 삶을 피우는 정원
강순지 작가의 첫 수필집이다. 4부에 걸쳐 36편의 글을 실었다.
1부와 2부는 저자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3부와 4부에서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작가로서 성장하려는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부록으로 제주어 작품 2편을 추가했다. 제주어는 저자의 모어(母語)이자 어머니의 말이다.
저자는 글쓰기의 근원이 어머니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모든 생명을 움직이는 힘”으로서의 모성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의 모성으로까지 확장된다. 책 전반에 걸쳐 어머니와 자연이라는 거대하면서도 친숙한 주제가 눈에 띈다. 거기에 저자의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차분한 관조가 어우러져 따뜻한 글을 맺고 있다.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에서는 애틋함과 애정이 느껴지고, 사람 사는 이야기와 일상을 담은 글에서는 선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는 심지가 느껴진다. 특히 제주어로 쓴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말이 글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진한 모성을 닮은 모어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저자

강순지

저자:강순지
『수필과비평』신인상으로등단(2015년).제4회제주어문학상수상.『좋은수필』제6회‘베스트에세이10’작품상수상.
제주수필과비평작가회의사무국장.제주문인협회,수필과비평작가회의,제주수필아카데미회원.

목차


1부햇볓에나앉은항아리
15어머니의유산|21토갱이밭|26봄날은간다|31엄마의향기|36어머니의발|41소리의온도|46달맞이꽃|51노을지는마당|56올레길

2부오래된기억을부적처럼붙잡고
61오래된기억|66첫눈의기억|71가시리의봄|78낡은구두|83담쟁이발걸음|89우두커니|94할마님아,할마님아!|99농와당(農瓦堂)|106귤향기품는시간

3부어느삶이더나은걸까
113이랑이에게|116고양이목화|120반이의연애담|123젊은수탉|126파종하는날|131홍시|136반딧불이의사랑|141지상의정원|146할머니의점방

4부자국에새살이돋아나고
153물음표그리고느낌표|159잡초|163TV,귀양보내다|165수학점수|169사공의노래|174초보농사꾼|178심심한여름|181돌무덤과낙엽|186잃어버린봄

[부록]제주어작품
우리어멍발|농와당

[해설]영원의모성성,구원의글쓰기(허상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어머니는나의바다이고바람이었다.언제든달려가바라보며울수있는바다,항상내곁을서성이며지켜주는바람이었다.내삶과문학은어머니없이는존재할수없다.몇년전부터시작한나의글쓰기의근원도어머니였다.
어머니와내안에있는그리고자연의모성(母性)에대해쓰려고했다.모성은모든생명을움직이는힘을가졌다.나를만들고작가로거듭나게한것도모두모성(母性)에의한것이다.세상에는영원히모성이라는힘이필요하고존재할것이라믿는다.그불멸의생명력에의해인간과삶이영위될것이기때문이다.“모성은모성을모르는자가만든단어”일것이라고누군가말한적있지만,모든것이사라져가는이때우리에게무엇보다필요한것은어머니의마음과정신이아닐까.
성인이되면서어머니처럼살지않겠다고다짐하곤했다.곁에서지켜본어머니의삶이너무나고되고힘들었기때문이다.수필집을내기위해글을정리하면서알게되었다.자신의삶을인정하고견디는것에도힘이필요하다는것을.나는어머니의삶을얼마나이해하고있을까되묻곤했다.
앞으로나의글쓰기는수액을매달고영양제맞듯‘어머니’라는소재를통해서나오게될것이다.어머니가돌아가시기전에어머니의삶을정리한책한권을선물로드리는게나의소원이었다.이제그소원을이루어어머니손에이책을올려드릴수있게되어무엇보다기쁘다.
『지상의정원』은어머니의이야기가대부분이다.살다보면부모와자식,형제간에도상처를주고받는다.그상처를이해와믿음으로안아줄때가족관계는더욱견고해진다.가족이라는소재를통해나의결핍된자아를치유하고그관계속에서정신적성장이이루어질수있었다.부모님의인생을통해삶과죽음,기쁨과슬픔,용서와화해의경험을함께하며힘들고고단한삶속에서도장미꽃처럼아름답게피는순간들이있다는걸알게됐다.어머니의삶의역사는결국내삶의기록이며치유와성장의기록이기도했다.그것이한권의수필집으로모습을갖추게되었다.
책의1부와2부는내가기억하는어머니의이야기,3부와4부에서는농촌에서살아가는이야기와작가로서성장하려는고민의흔적들이담겨있다.부록에제주어로쓴작품2편을추가했다.제주어는나의모어(母語)이다.제주어로글을쓰면어머니의말이글로바뀌는신기한경험을이루게된다.앞으로도제주어로더많은작품을쓰고싶다.
-머리글에서

항아리에는어머니의눈물과한숨이고스란히배어있다.유산속에는남긴자의삶이녹아있다.한때는보람이었던것,땀과눈물과한숨속에간절히바랐던이야기가지층처럼켜켜이쌓여있다.물건에는저마다의이야기가있다.물건속에서이야기를찾고이야기속에서삶의흔적을찾는다.
어머니의푸근한허리를감싸듯항아리를끌어안는다.어머니가그리아끼던항아리속에담기고퍼냈을것들을생각한다.어깨에짊어진가족의생계,밭으로바다로내딛던숨찬걸음걸음,가슴을치는설움과남몰래흘린눈물그리고자식들이잘살아가길바라던기도가섞인어머니의시간을쓸어안는다.(19-20쪽)

집좁은건살아도마음좁은건못산다는옛말이있다.농와당에살면서자연이주는지혜와품을닮아겸손하고검소하게살아갈수있으면좋겠다.가족과이웃들에게도좀더품이넓은사람으로살아가야지.사람이집을만들고집도사람을만든다는데기대해볼일이다.
남편은농사일을끝내고도마당과울타리를꾸미느라바쁘다.돌담주변에감나무와먼나무를심는다.평화를쟁취한남편은흙묻은손을털며고양이를안고환하게웃는다.구릿빛으로그을린얼굴위로붉은저녁노을이은은하게스며들고있다.
노을빛을닮은기와도붉게물들고있다.(104-105쪽)

우리의처지라는게숲에떨어진종려나무씨앗같을지도모른다.예고도없이그저낯선곳에던져지기도한다.하지만생명이란게얼마나이기적이던가.끈질기게때로는영악하게,살아남기위해몸부림친다.빛을찾아더높이고개를쳐들고몸피를불린다.시기하고질투하고싸우고미워도한다.그러다가도용서하고화해하면서함께나아간다.어깨를겯고오늘을살아간다.어린나무도그렇게살아남았으면좋겠다.늙은나무가내어준자리에서빛을받고양분을먹으며숲의식구로살아가면좋겠다.생명은죽은것위에서태어나자란다.그리고살아있는것사이에서죽는다.탄생과소멸의순환속에크고작은존재들이모여숲의이야기를만든다.(143-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