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소중해지는 순간

순간이 소중해지는 순간

$15.00
Description
순간을 소중하게 하는 마흔세 가지 미덕
선화 시인의 신작 에세이다. 산을 오르는 시간과 인연을 기록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작가로서의 길과 일상에서 포착한 사유의 순간들을 담았다.
작가는 마흔세 편의 글 첫머리에 각 글과 관련된 미덕을 키워드로 삼았다. 감사, 결의, 너그러움, 목적의식, 배려, 사랑, 신뢰, 열정, 용기 등 마흔세 가지 미덕을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 것처럼, 이 미덕들이 순간마다 잘 발휘되기를,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신중이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책에는 작가의 일상과 사유의 순간들이 잔잔한 어조로 펼쳐진다. 가족과 벗,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사람살이의 즐거움과 쓸쓸함을 함께 돌아보고, 여행길에서의 경이를 소개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일의 환희와 고독을 기록하고, 지나간 시간의 그리움과 새로운 다짐들을 읊조린다.
‘순간이 소중해지는 순간’은 매 순간의 미덕을 품고 나를 다지는 시간이면서, 베풂과 나눔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다. 나직한 목소리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

김선화

저자:김선화
부산출생
2016년《시와소금》시조부문신인상
2019년시집《사람이흐르다》
2021년시집《숨,길위로흐르다》
2022년에세이《함께오를래요?》

목차

프롤로그
감사|그곳에가는이유
결의|죽음이물었다,어떻게살거냐고
기뻐함|집밖을나가게된이유
기지|나무같은사람
끈기|우리는모두아플수있다
너그러움|운수좋은날
도움|길위에서만난사람들
목적의식|몽캐는책고팡
믿음직함|길들인것에언제까지나책임이있어
배려|달빛에취하다
봉사|가만히들어주었어
사랑|간질간질아끼고싶은마음
사려|무언의지지를해주는사람
상냥함|있는그대로괜찮아
소신|모든것에는이유가있다
신뢰|밥한끼
신용|교학상장敎學相長
열정|좋아하는것을오래하려면
예의|다섯째이모
용기|파란바지동수씨
용서|베인지도모르고
우의|중학교담임선생님
유연성|보이차찻잔위로이야기가흐르고
이상품기|술한잔을올린다
이해|누구에게나상처가있다
인내|ALLiswell
인정|고마운말한마디
자율|밤산책
정의로움|폭낭의아이들
중용|오래된통증
존중|그리움
진실|마음속에꽃한송이가피었다
창의성|그저다르게보기
책임감|남편의손
초연|가지않을수없던길
친절|춘자할머니
탁월함|같은마음
평온함|세잎클로버
한결같음|나를키운팔할은
헌신|여름나기
협동|마음일으키기
화합|마주보며함께살기
확신|새벽의약속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머리글

우리모두에게는미덕이있다.
그미덕들중에서상황에따라적절한것들이사용된다.
아니,저절로발휘되는것들도있다.
학교에있는아이들을만나러갈때는인내와사랑,유연성을
나자신을온전히만날때는존중,진실,소신이필요하다.
친구와한라산을오를때발걸음을맞추는건배려,
비오는날횡단보도앞까지우산을들고마중나가는건사랑,
어릴적길을잃었을때는부모님이날찾아올거라는믿음이있었다.
가끔내가가지고있는미덕들이오작동을할때가있다.
불의를보고참고,한결같지않은모습으로주변사람들을당황하게만들때도있다.
우리가일상에서직면하는다양한상황에서적절한말과행동을선택하고,
타인과의관계를원활히유지하는데필수적인T시간P장소O상황가있는것처럼
우리의미덕도그순간에잘표현되면좋을것같다.
용기가필요한순간에신중이너무오래머물지않기를바라며.

책속에서

우리는한달에한번달빛아래모여춤을춘다.음력15일의달빛은강력하다.6월달빛명상은청도의사과나무농장에서이루어졌다.깊은산중이라그런지달빛이깊고그윽했다.과묵하지만은근한미소를보내며안주인옆에서그림자처럼움직이는바깥주인을닮았다.들숨과날숨에만집중하며맨발로잔디를걷는다.달빛을온몸으로받으며몸구석구석의감각을알아차린다.은근한달빛에취해새소리,바람소리도잠시잊는다.오롯이달빛과하나가되었다.늘어지게낮잠을자던고양이들도달빛과하나되어몸을일으켜사뿐사뿐걷고있었다.마치오늘을기다리기라도한것처럼고양이의등과허리가꼿꼿하게펴져마치사람처럼움직인다.깜깜하던사방이달빛으로조금씩밝아지고사물들이모습을드러내기시작했다.두사람이손을맞잡는다.모르는사람이어도상관없다.각자의호흡에만집중하면된다.한사람이눈을감고뒷걸음으로여행을떠난다.반대쪽손을마주잡은사람은여행을떠나는사람을안전하게가이드한다.(45-46쪽)

아침에어디서베인지도모르고손가락끝에붉게맺힌피를보며생각이참많다.피가멈출때까지꾹눌러본다.아파야할때아프고슬퍼야할때슬프고기뻐야할때기쁘고싶다.그런데꼭몇박자씩늦게오는것들이있다.아니,많다.오늘베인건뾰족한것은아닌것같다.때때로우리는동그란어떤것에베이기도한다.동그랗고예쁘고반질반질한것에도다칠수있다.친절하고상냥한어떤것에상처받기도한다.아픈줄도몰랐다가한참후에야따끔하게올라오는순간이있다.(88쪽)

가을이되면우리가족은전어를먹는다.할머니얘기를안주삼아깨소금보다더고소한전어를음미한다.그래서할머니가보고싶으면그음식을먹게되나보다.오는주말에는박하사탕한봉지를들고부산에계신외할머니산소를찾아가보려고한다.그리고구포시장에들러전어한접시를먹고와야겠다.당연히소주는소독용이라고너스레를떨며한잔을마셔야겠지.입안에넣으면싸한향기를뿜어내는박하사탕과고소한전어는내게외할머니이자그리움의또다른이름이다.(123쪽)

인생이참재밌다.좋은일과안좋은일은또항상동전의양면처럼같이온다는거다.그러니기뻐도너무기뻐말고슬퍼도너무슬퍼할필요는없다.세잎클로버의꽃말은행복이고네잎클로버의꽃말은행운이다.다섯클로버의꽃말은불행이라는말을들은적이있다.뭐든과하면좋지않다.그래서난귀한네잎클로버도좋지만,도처에흔한세잎클로버가더좋다.행운을찾기위해무릎구부리고앉아뒤적이는것도좋지만,행복을주는세잎클로버를한움큼건져올려눈앞에두고싶다.(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