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철학하다

신화를 철학하다

$27.50
Description
신화와 철학의 경계에서
이 책은 삶을 향해 있다
신화와 철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하순애 작가의 신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신화와 철학의 경계에서 연구를 지속해온 저자의 폭넓은 사유를 담았다.
“철학적 탐구, 특히 존재론적 탐구란 결국 도무지 풀 수 없는 근원적인 아포리아에 직면하고 마는 한계를 가진다는 것, 그 한계 너머의 문제에서 우리는 신화를 만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며 저자는 다시 신화적 사유,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신화 자체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논의이고, 2부는 신화의 내용에 관한 것으로서, 보다 구체적으로 신화적 사유에 다가가기 위해 우주적 질서, 생명, 사랑이라는 신화적 원리를 살펴본다. 각각 4장으로 구성된 1부와 2부의 논의는 각 장의 주제마다 전승된 신화의 의미를 밝히기 위한 내용과 현대판 신화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한 내용이 병렬적으로 논의된다.
이 책의 의도가 신화적 의미의 세계를 밝히는 작업인 까닭에 아무래도 전승 신화에 관한 서술 비중이 크고, 각 주제와 관련하여 현대판 신화의 양상을 논하는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의미의 세계’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전승 신화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제주의 신화의 내러티브와 함의를 폭넓게 살핀다.
저자는 신화 개념이 단순히 신의 이야기로 번역될 수 없음을 말하면서, 오늘날의 신화는 무엇이어야 하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제시한다. 책은 현대판 신화가 넘치는 오늘날, 신화적 사유를 회복하고 그 풍성한 의미의 세계를 접함으로써 우리가 잃어버린 위치와 방향을 다시 찾고자 한다. “전승의 말을 귀담아듣는다면, 오래전 우리도 그 세계의 참여자였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그 생명 세계에 온전히 재통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신화와 철학의 경계에서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향해 있다.
저자

하순애

저자:하순애
30여년간대학에서철학강의를했다.1991년2월「Kant의선험적도식론에관한연구」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철학적이론연구만이아니라사회현실에대한문제의식과실천이철학의소임이라는인식에서철학과사회문화와의접점에대한여러활동을해왔다.이와연관된저서로는『철학으로세상읽기』,『교양철학』(공저),『한국인의생명관과배아복제윤리』(공저),『한국인의죽음관과생명윤리』(공저),『세상은왜?-세상을보는10가지철학적주제』(공저)가있고,「유가사상의현대적과제」,「지식인의사회적역할」외다수의논문이있다.
1997년에시민문화운동단체(사)제주문화포럼을창립하여지금껏철학적사유를대중과나누기위한시민강좌및시민의문화역량을제고하기위한활동을이어오고있다.제주문화에대한관심에서시작된신화연구를기반으로2005년〈제주신화전〉을제안·기획한이래신화전작가들을대상으로한신화강의를지속하였다.제주문화에관한저서로는『제주도민간신앙의구조와변용』(공저),『제주여성의삶과공간』(공저),『제주도신당이야기』가있고,「한국무속사상에있어서인식범주와존재양상에관한철학적정초」,「바람과제주도영등신앙」외다수의논문이있다.제주문화에대한다각적인연구활동의공로로2019년〈제주도문화상(학술부문)〉을수상하였다.

목차


1장.신화가뭐길래?
1.신화는정동을일으키는이야기026
2.인간은왜신화를지어내는가?034
3.신성한시가(詩歌),신비한지혜040
4.문화는신화적사유의끝없는행렬045
5.신화와무가그리고미신051

2장.신화개념의인식론적프로필
1.가장현실적인것,본연의삶의시초였던신화060
2.신화라는말은우리에게없던말이었다067
3.뮈토스(mythos)와로고스(logos),그전복의역사078
4.신화에대한오인메커니즘이빚어낸억압과배제의사건들100
5.신성하지도,신비롭지도않은현대판신화개념110

3장.호모나랜스(HomoNarrans)그리고이야기의힘
1.인간은오래전부터호모나랜스였다116
2.이야기의완결은호모사피엔스의욕망122
3.이야기가어떻게감정을통일하는가?129
4.삶의신비를느끼게하는은밀한이야기144
5.현대판신화의힘157

4장.신화는상징이다
1.우리가신화의의미를제대로알수있을까?164
2.호모로ㅤㅋㅞㄴ스(HomoLoquens)와호모심볼리쿠스(HomoSymbolicus)171
3.상징형식으로서의신화185
4.신화적사고와상모적(相貌的)세계관198
5.신화의해석207

5장.신화,우주적질서를말하다
1.질서의기반은‘처음’을말하는것222
2.신화적시간과신화적공간의신비한특성235
3.카오스에서코스모스로240
4.우주적질서잡기246
5.무한확장하는신화적사유와현대의편협한세계이해265

6장.신화,생명의원리를담다
1.생명의정의는아직합의되지않았다276
2.생명감정에의해비로소이해되는신화적생명284
3.한국의생명신과인간생명의본질적가치294
4.또다른생명,죽음:한국무가에나타난죽음의서사302
5.생명의의미가박탈되는시대313

7장.생명원리의상징들
1.최초의신은위대한어머니여신320
2.생명의그릇326
3.생명의숨345
4.생명의신성한길352
5.원형적신화소로서의꽃과환생369

8장.신화,사랑의힘을말하다
1.사랑의꿈과사랑의현실378
2.사랑과성애의이중주390
3.그리스신화와제주신화의사랑방식398
4.사랑은새로운‘길’을내는일409
5.사물화(事物化)된현대의사랑420

9장.결어:새로운길찾기
1.현대판신화가넘치는세계430
2.전승신화와현대판신화의본질적차이434
3.근대문명에대한반성의길목에서떠오른신화적사유440
4.신화적사유를회복할수있을까?444
5.과제는우리에게있다447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신의이야기로서의신화이든정치적신화,자본주의신화혹은과학기술문명의신화이든,이양자는모두강력하게구조화된이야기임에는틀림없다.신의이야기를믿던신화시대나첨단문명의시대나공통적으로이신화들이인간사회의무의식적구조를이룬다는점에서그렇다.다만차이가있다면신화를관통하는근간내지원리가다르다.신의이야기로서의신화는조화와균형이라는원리에서작동한다.한편자본주의신화와과학기술문명의신화는‘무엇이든가능하다(anythinggoes)’는원리에서작동하고그래서행보를멈출종점이존재하지않는다.오늘날전세계적으로당면한문제들,생태위기,기후위기,환경위기,경제위기등등각종위태로운사태의뿌리는브레이크가없는현대판신화와무관하지않다.(33쪽)

‘신화’라는말이우리의언어에속한것일뿐,신화를가슴에담고사는사람들의언어에는신화라는개념이없었다는사실을기억하자.지금도한국인의심리적하부구조가되고있는신화적사유,불과얼마전까지만해도신화를진리로믿어온한국에서우리의신화를이해하기위해서는단순히서사문학이거나문화콘텐츠의시각으로접근하는것으로는부족하다.신화는그신화를자신들의삶의거울로삼고살아가던사람들의마음의경향(관점,사유)을표현하고있는한에서만의미를가질수있다.따라서한국인의전승된문화에서표상된감성적인세계이해에다가설수있어야신화의의미가드러날것이다.우리가신화적사유로서세계를이해하던신화시대의진정한의미를이해하려면우리는세계를보는태도를변경해야한다!(109쪽)

신화는현실적이지않은시간과공간을배경으로하고현실적경험의맥락에서벗어난불가사의한사건들이배치된다는점에서분명합리적이지는않다.그러나신화에서각각의사건들이연관성안에서배치되고,배치된다양한사건들로부터전체줄거리가통합적으로구성된다는점에서신화의서사구조에는신화만의독특한논리가성립한다.신화가논리적으로구성되어야한다는것은불확실한세계현상을확실하게정립하는방식이다.특히한국신화에서이야기의완결점은주인공이신으로좌정한다는결말이다.신화를만들어내었던인간의욕망에비추어보면,신격을획득한다는것은인간의염원에부응하는것이고,이야기완결점으로도충분한것이다.신화에있어서이야기의완결을통해세계를확실하게정립하고자하는것은바로호모사피엔스의욕망이다.(128쪽)

신화는단적으로생명을영속하고자하는희망의이야기이다.신화에는생명을위협하는것들을방어하면서생명을보존하고자하는원리가근간에깔려있다.이원리는인간의무의식적욕망의반영이다.그래서인간의무의식적욕망이만들어낸신화는삶의노래이고생명의노래이다.
삶이있는모든곳에죽음의이야기가있다.생명을지키고자하는욕망은죽음이생명의끝이아니라는이야기를지어내었다.인간의상상력은저세상이라는또다른공간을만들어냄으로써죽음을넘어서는희망을확보한다.신화에서는죽음마저도삶의또다른신비이다.(145쪽)

신화란정동(情動)을일으키는이야기이고또한고대뮈토스의의미,즉‘권위있는말’로이해한다면,신화는패배한적이없다.종교의이름으로진리를표방하는저많은이야기,정치권력이만들어내는저많은이야기,국가와민족이라는이름에부가되는신성한가치등등권위있는말의위력은여전하다.권위있는말은정동을일으키면서암암리에사람들의의식과행동을지배하기때문이다.(157쪽)

신화적사고란우리가사는세상이우리로서는알수없는힘으로충만해있고,삶의경험에서그불가사의한힘을느끼는사고방식이다.조금더보탠다면신화적사고는우리자신과우리가사는세상(자연)이은밀하게연결된내적인관계라고느낀다.사실신화는인간이자신의삶의세계전반과살아있는관계를의식하는데서부터만들어졌다.사람과자연과신을상호의존적관계에서느끼는심성이신화를꾸려낸것이다.(168-169쪽)

신화가온갖자연현상과인문현상을두루포괄한다는점에서신화적상상력은거침이없다.세상의시작으로부터온갖자연현상의신비스러움,인간으로서는가늠할수없는시간과공간너머의이야기,온갖오묘한난관이도사린사람살이의이야기까지신화의주제와그이야기에서전하는말은가히헤아릴수없다.(188쪽)

신화적사유에서생명개념은살아있는것/죽은것,생물/무생물의구분을넘어선다.한갓바위와돌에서도생명의영을느끼는신화적의식은죽음마저도생명의지평에서이해한다.즉죽음은또다른생명세계인것이다.그리하여신화적사유에서생명의의미를굳이밝히고자한다면,우주적생명개념이라할만하다.우주적개념이기에생물/무생물과같은모든대립적이고이원적인구분은무의미하다.뿐만아니라썩는것과썩지않는것,딱딱한것과말랑말랑한것,미움과사랑등등세상의모든대립적인것들까지도우주적생명에서는생명의연대성으로드러난다.그래서신화는생명감정으로충만한이야기이고생명의연대성을말하는이야기이다.(286-287쪽)

신화적사랑은실패가없다.아니,실패조차도또다른사랑의길에들어서는문턱이다.현실에서는사랑할수록아프나,신화적사랑에서는아픔도사랑이다.신화적사랑은역설앞에서우물쭈물하지않는다.사랑의그늘에서빚어지는조바심과질투,고통과갈등,분노와좌절역시사랑의다른얼굴이다.사랑의다른얼굴을기꺼이받아들이는힘이궁극적으로사랑을지켜내고,사람살이를구원한다.자신에게고통을안겨준대상까지도‘품’으로감싸안는것,자신을온전히버리는희생과죽음까지도마다하지않는그힘이사랑이다.이초월적인힘은아름답다는말로밖에표현할길이없다.결국사랑의아름다움은역설에서비로소완성된다.(411쪽)

다시,그래서신화는비의이다.신화에는시간의풍화작용이없다.삶의굽이굽이마다,또세대를건너다시읊조려지는신의이야기는시간의속박에서벗어난다.신의이야기가재생되는순간신화적세계는늘재생된다.신화적세계가재생되는그이치에서신화의우주적생명은지속되고,그리하여사랑역시불멸이다.말을바꾸면우리는생명이영원하기를꿈꾸듯늘사랑을꿈꾼다.여기에사랑의신화적의미가주는메시지가있다.세계는삶의품이고,사랑은그품의온기임을신화는말한다.(419쪽)

전승의말을귀담아듣는다면,오래전우리도그세계의참여자였지만지금은잃어버린그생명세계에온전히재통합될수있을지도모른다.우리가전승의말에귀기울여삶의자양분이되는말을찾아낼수있다면,그것은오늘날우리가잃어버린위치상실,방향상실을치유할수있을지도모른다.삶의시간,개인의시간이얼마나무상한지를생각하자.이무상하고허망한삶앞에서그리고‘서서히가라앉는배’와같은이문명에서남겨둬야하는것이무엇인지를생각하자.전승의말,그풍성한의미의세계를접함으로써온통세상의말에사로잡혀있는편협함을벗어나다른사유,다른의미를찾아낼과제는우리에게있다.(450-4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