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에서 문득 (정영자 에세이 | 일흔에 만나는 52개의 창)

틈새에서 문득 (정영자 에세이 | 일흔에 만나는 52개의 창)

$14.00
Description
일흔에 만나는 52개의 창
정영자 작가의 신작 에세이집이다. 총 5부에 걸쳐 52편의 글을 묶었다.
책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에서부터 풍부한 감상과 섬세한 사색의 기록까지, 다양한 글감을 펼치고 있다. 특히 책 전반에 흐르는 차분하고 정갈한 어조가 마음을 잔잔하게 적신다.
작가는 소암에서부터 로트렉까지, 백설희에서부터 쇼팽까지, 미술과 음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보여준다. 그것이 전시장과 공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전반에 스며들어 더 깊은 사색으로 확장하고, 개인적인 감상을 넘어 보편적인 삶의 미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담담한 소회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지혜를 보여주면서, 당당한 황혼의 미래를 그리게 한다.
나기철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음악, 그림, 사진은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들과 육화되어 있다.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윤슬들이다. 우리는 이제 그걸 보며 그녀의 심혼에서 나오는 그 반짝임들과 함께 그냥 아득해지면 되는 것이다.”라고 전한다.
일상에서, 전시장에서, 음악의 공간에서, 사람과 풍경 속에서, 그 많은 틈새에서 건져올린 52편의 짤막한 글들이 긴 여운을 남기게 하는 책이다.
저자

정영자

저자:정영자
2012년《수필과비평》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수필집으로는『안단테칸타빌레』,『풍경을짓다』등이있다.
제주헤럴드〈정영자의느낌그리고쉼표〉연재,서귀포신문〈문필봉〉,제주일보〈금요에세이〉에수필을쓰고있다.
서귀포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상처받은존재의부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뒷모습|푸른자화상|자화상,그내면의세계|상처받은존재의부활|눈으로,마음으로|너와내가만든세상|관계를이루는그무엇을고민하며|오너라,나의봄아!|감자한알이채워주는그무엇에대하여

제2부이찬란한삶을위하여
그은밀한유혹|당신은이세계를어떻게보십니까?|빛은그늘도만든다|인생은어디로가는가|이찬란한삶을위하여|장미아홉송이|요람|어쩌면아름다운날들|먼지로사라질운명에대하여|11월에다시생각해보는그림한점

제3부귤림추색(橘林秋色)
당신이있는거기에도가을이익어가나요?|풍경앤풍경|선물이라쓰고그리움이라읽는다|그리움은그림이되어|계절산책|겹겹의서사|귤림추색|행복한대면,사진을읽다|꼿꼿하게예도(藝道)를추구했던소암의삶과예술,에피소드|테왁의모양해녀의마음

제4부천천히노래부르듯이
깊숙하고안온하게|전원교향곡을듣는아침|천천히노래부르듯이|숲에서봄의연주를|5월,그봄밤의노래|아!커피|라면과모차르트|그래야만하나?(Mussessein),그래야만한다!(EsMussSein)|음악은때로는고요한바다|겨울나그네|그조용한중간악장에서|여름바다에서멘델스존을듣다

제5부사랑하는당신에게
가장소중한것은눈에보이지않아|지금바로떠나라!당신의방으로|사랑하였으므로행복하였네라|해바라기는언제나환하다|꽃마리를바라보며|소쇄원에서|사랑하는당신에게LastDance|태양은가득히|그녀의지휘봉은이카로스의날개였을까|나로늙어간다는것의풍경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음악을들을때
그림을마주할때
책장을넘길때
나는나만의울타리안으로들어섭니다.

그곳에는
빛과어둠이
울림과고요가
때론한문장이
나를흔듭니다.

여기에실린글은
문득문득
내마음을흔들어놓은
그결들의언어입니다.

그렇게써내려간글은
2024년1월부터2025년8월까지
‘제주헤럴드’에실을수있었고,
일흔둘의세월을돌아보는이가을
조심스레엮어한권의책으로내놓습니다.

추천사

서귀포에한여자가있다.그녀의머리는희다.멋있다.은발아래초롱한두눈은마치요하네스베르메르의‘진주귀고리를한소녀’같다.음악이들린다.아침에듣는바흐와커피는그녀를살게한다.음악이늘그녀옆에서피어오른다.또화집을넘기다가기당미술관,이중섭미술관,소암기념관엘간다.서울한가람미술관,여러군데서뭉크,마그리트,마리로랑생을만난다.오래전부터카메라를들고제주와본토의먼곳가까운곳엘간다.사진을들여다보며삶을조망한다.음악,그림,사진은그녀의일상이다.그녀는이제그것들과육화되어있다.그녀는그것들에대해쓰지않을수가없다.
이책은그윤슬들이다.우리는이제그걸보며그녀의심혼에서나오는그반짝임들과함께그냥아득해지면되는것이다.
-나기철(시인)

책속에서

진정으로말하지못한이야기가있다면,때때로가면을쓰듯이살아가야하는앞모습이아니라뒷모습에있는게아닐까.돌아서가는누군가의뒷모습을오랫동안바라보았던기억을더듬어보면,쓸쓸한존재의외로움이겹겹이쌓여거기에도사리고있었기에시선을끌지않았나싶다.뒷모습은소리없는언어이며빈캔버스와같다.(20쪽)

뭉크는사랑을통해고통을말했지만,우리는그고통을통해오히려사랑의본질을더깊이이해하게된다.진정한사랑이란기쁨이아니라,감내와기억,그리고상실이후에도남는울림인지도모른다.그렇게우리는다시사랑을시작하고,다시살아간다.언젠가죽음앞에설때조차도,‘사랑했다’는기억이우리를살게할것이기에.(56쪽)

낙엽구르는소리들으며방안에홀로앉아귤을까는시간.향긋한향기안개로흘러방안을채우고새콤한단맛이입술을적신다.한해동안의향기와꽃,노고의일손과감사의마음이귤한알에있다.
이한알에사무치는그리움이귤빛으로영글었으리….(114쪽)

사라져가버린사람과운명,이루어질수없던사랑과도같은아련함이내가듣는음악속에스며들어있다.낡고오래된추억이슬그머니노크한다.이웃한돌담구멍으로훔쳐보던옛친구의얼굴이고개를든다.콧대가반듯하고이마가넓은아이.책보자기를허리에둘러매고학교로가는골목길을달려가던아이.가끔짓궂게놀리기도하던어린시절그친구는어디에서무엇을하며세월을건너고있을까.(139쪽)

삶의무게를온전히견디고,그것을받아들일수있는태도는세월이선물한힘이다.자기연민에빠지지않고,늙음을고통으로여기지않는용기.엘케는팔순의문장으로,때로는행간의침묵으로,‘늙어가는방식’을전해준다.그진심에나는깊이고개를끄덕인다.(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