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를 떠나다

보금자리를 떠나다

$15.00
Description
재일제주인의 기억을 기록하고 읽다
그리고 기억하다
지난 2022년 발간된 『뼛조각』에 이어 재일제주인 작가 김태생의 작품을 옮긴 두 번째 번역서이다. 이번에는 작가 김태생이 잡지에 발표한 작품 중 ‘제주 4.3’과 ‘재일제주인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별하여 한국어로 옮겼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았던 6편의 단편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장인 〈대항 기억과의 대면, 제주 4.3〉에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자 여전히 제주의 상처로 남아있는 4.3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두 편의 단편을 실었다.
두 번째 장인 〈시국과 팔자에 갇힌, 제주 여성〉에서는 제주섬을 떠나 타향에서 지난한 삶을 꾸려야 했던 제주인들, 그중에서도 다중의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제주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세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김태생의 작품을 한국어로 옮긴 김대양 작가는 ‘역자의 말’을 통해 “재일제주인의 역사적 기억과 흔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오롯이 읽으며 그들과 마주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문학적 기록을 통해 재일제주인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한다.
작가 김태생이 타계한 지 40주년이 되는 올해, 일본으로의 이주를 ‘역사에 의한 강제 연행’이라 말하며 재일제주인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을 기록하는 데 헌신했던 작가를 기리며, 이 책을 통해 그가 남기고자 했던 처절한 기억을 함께 읽고 기억하게 되기를 바란다.
저자

김태생

김태생(金泰生,1924~1986)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대정읍신평리에서태어나,1930년에일본으로건너갔다.대표적인작품은『뼛조각(骨片)』(創樹社,1977),『나의일본지도(私の日本地図)』(未來社,1978),『나의인간지도(私の人間地図)』(靑弓社,1985),『나그네전설(旅人伝説)』(記錄社,1985)등이있다.

목차

[대항기억과의대면,제주4·3]
후예(末裔)10
보금자리를떠나다(巣立ち)36

[시국과팔자에갇힌,제주여성]
어느여인의일생(ある女の生涯)106
이연실씨(李蓮實さんのこと)126
어느재일조선인어머니(ある在日朝鮮人のオモニ)136
붉은꽃(紅い花)150

역자의말254

출판사 서평

■역자의말

기억은기억으로되살아난다.기록하지않으면기억될수없다.기억을옮기는작업역시마찬가지다.그런의미에서재일제주인의기억을기록하는것은그들의삶을읽고,기억하고,공유하는일이다.
재일제주인작가김태생의문학적기록을한국어로옮기는첫번째작업은『뼛조각(骨片)』(2022,보고사)이었다.이책은두번째기억옮김으로‘제주4·3그리고재일제주인여성’이라는주제로잡지에발표된작품들을엮었다.
첫번째장은「대항기억과의대면,제주4·3」이다.김태생은타향에서조차침묵할수밖에없었고,자식들에게까지숨겨야만했던제주4·3을소년들의목소리를통해다시이야기한다.이념의소용돌이속에서희생된이들과반드시마주해야한다는사명감으로,끊임없이흐르는물줄기처럼제주4·3을기억해낸다.김태생은섬세한작가다.작품을통해전하는그의목소리는작품을접할때마다마치고요한외침으로다가온다.조용하고섬세하지만때로는우리를먼과거로데려가그시대의현실을생생하게마주하게한다.그의글에는그가느껴온트라우마와압박감이고스란히배어있다.그것은마치침묵의방에들어간기분마저들게한다.
두번째장은「시국과팔자에갇힌,제주여성」이다.지옥같았던섬을도망치듯떠나타향에서살아야만했던제주여성들의언어와몸짓그리고침묵-특히타자화된그녀들은어떤성격의폭력에도무방비하게노출된다.심장에고통을문지르는글을읽다가문득숨을멈추게된다.제주바다의윤슬처럼빛나던제주소녀,만난적도없는그러나이미어디선가만난것만같은그녀들을떠올리게된다.글을읽고난뒤,다시침묵속으로돌아왔을때우리는서로다른시공간에있지만같은하늘을마주한다.
작가김태생은일본으로의이주를‘역사에의한강제연행’이라고말한다.역사적트라우마에맞서며삶의연약함을드러내는그의작품을통해깊게패인주름처럼잊을수없는기억을안고살아가는재일제주인을만나게된다.그의작품은자기고백이자사회적인시선을드러내는기록이며재일제주인의삶을고스란히담아내고있다.따라서그의문학은재일제주인의정체성과역사적기억을기록하고상징하는장으로읽을수있다.
김태생은소설과기록의경계에대해“내가쓴소설의소재는사실에기초하고있어도‘사실’의추출과표현과정에있어서는당연히추상화가된다.‘소설’인가‘기록’인가라고물으면바로답하기는힘들것이다.다만내나름의소설쓰는방법과기록을겹쳐나의주제를꺼내보고싶었다.소설과기록의그물코의정밀함과조잡함은차치하더라도그렇게걸러진‘사실’로부터과연내가기대했던‘진실’을다소나마꺼내놓았는지에따라결정된다.”라고말한다.나는이것을‘문학적기록’으로표현했다.
그의작품속인물들은각기다른공간에서가해자처럼보이지만희생자이고,틀린것처럼보이지만다른형태의존재를추구한다.이들은사회와인간이만든폭력과차별그리고귀향에대한갈망을상징한다.작품속에서그들은고향과타향을오가며자기존재의공허함을마주하고지금까지의삶에의문을던진다.그렇게재일의삶을살아내는동안에자기자신을잃어버린것은아닌가하는의문마저품는다.그의작품을마주할때마다재일제주인의얼굴이떠오른다.역사의폭력앞에순응하며자신을지켜온이들의삶이작품속에고스란히담겨있다.그의작품을어떤언어로읽든독자들을과거의현실속으로데려간다.이책이그걸음에조금이나마도움이되기를바란다.재일제주인의역사적기억과흔적을기록하고그기록을오롯이읽으며그들과마주하는것은곧우리자신과마주하는일이기도하다.이문학적기록을통해재일제주인의문제가곧우리의문제와맞닿아있음을인식하는계기가되기를기대한다.
이책이세상에읽힐즈음,나는또다른재일제주인과마주하고있을것이다.그리고누군가의기억을읽고있을것이다.이세상에존재하지않았던사람처럼사라지기전에,기억이완전히죽기전에,나는흔적을찾아역사의기억속에서만숨쉬던이들을다시불러내는일에서한치도도망치지않을것이다.감히그들과마주해야한다는책임감으로,기록되지않은이야기와잊힌삶의조각들을끝까지따라가그들이겪었던시공간속으로걸어들어갈것이다.
올해는작가김태생이타계한지벌써40주년이되는해이다.생전에한국어로번역되지못한것은안타깝지만,지금이라도한국어독자들과만날수있게되어다행이다.특히이책에수록한작품들은일본은물론한국에서도단행본으로출간되지않았고,한국어번역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