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너무힘들다”고외치는우리시대의존버씨
누가,무엇이존버씨를죽음으로내몰았나?
불안감+쥐어짜임+타들어감+짓눌림+무력감+고립감
왜우리일터는사회적살인의장소가되었나?
존버씨는누구인가?
과로+성과체제를살아가는우리모두가바로존버씨!
왜우리시대존버씨는‘살아가는’삶이아닌‘죽어가는’삶을사는가?
존버씨의죽음,
과로+성과체제가불러일으킨사회적살인
“카드사에서차세대시스템을개발하던중IT노동자가스스로목숨을끊었다.”“택배기사임모씨가뇌출혈로쓰러져의식불명상태에빠졌다.”“서울시청공무원이투신자살했다.”“집배노동자가목을매자살했다.”“경마장기수가자신의차량에불을피워자살했다.”……
어제까지버젓이일터에서일하던사람이갑자기죽었다는소식이매일같이전해지고있다.그들은왜죽었을까?왜죽음을선택할수밖에없었을까?분명업무와관련된죽음인데,그들의죽음은왜제대로규명되지않는것일까?왜우리의일터는사회적살인의장소가되었을까?
우리시대존버씨가죽어가고있다.오늘도버티고또버텨야하는삶을살아가야하는존버씨.존버씨는노동의고통과비참에시달리는김알바,김인턴,김사원,김대리,김과장과다르지않은이름이다.갈아넣고쥐어짜고태우는과로+성과체제에서존버할수밖에없는사람들,과로위험과성과압박에노출되어있는우리모두가바로존버씨다.“과노동에존버하다스러져간망자만이존버씨가아니다.오늘을존버하는남겨진나와우리또한존버씨다.”(7쪽)
이책《존버씨의죽음》은존버씨의과로죽음과사회적살인의장소가된우리일터의현실을추적한다.사회학자김영선은오랫동안과로에얽혀있는일상이야기를소재삼아우리네삶의시간성을연구해왔다.전작《과로사회》(2013)에서한국사회를‘과로사회’로규정하고,장시간노동의일상풍경을파헤쳐많은주목을받았다.《누가김부장을죽였나》(2018)에서는과로가유발하는신체적,정신적,관계적,사회적질병을‘시간마름병’이라고진단하며,과로가우리의몸과마음,삶과미래에미치는영향을추적했다.
이책《존버씨의죽음》에서는본격적으로과로죽음(과로사·과로자살)문제를다룬다.과로죽음의‘과로’를조명해과로죽음이과로+성과체제가불러일으킨필연적인죽음이며,사회적타살임을분명히밝힌다(과로+성과체제란과로체제가그대로유지되는가운데경쟁적인성과체제가덧대진상황을강조하기위해저자가만든개념이다).즉존버씨의과로죽음은단순개인의문제가아닌구조적문제가교차하면서발생하는사건임을명확히규명한다.이과로죽음이반복해발생하는데도,왜과로죽음에서‘과로’는누락되는지그원인을살펴본다.갈아넣고,쥐어짜고,태우는일터가어떻게사회적살인의장소가되는가를밝힌다.궁극적으로이책은과로+성과체제가야기하는사회적살인을규명하고그동안개념조차없었던과로죽음에이름을부여하는작업이다.“우리는혹시살기위해서가아니라죽기위해서일하는건아닐까?”라고고민하는우리시대존버씨의삶을반추해보며,과로와죽음의거리를멀어보이게하는자본주의적담론/장치에어떻게균열을낼지고민하는책이다.
존버씨의목소리,
왜‘살아가는삶’이아닌‘죽어가는삶’을사는가?
1장은왜존버씨의시간을다뤄야하는지를이야기한다.견디고버틸것을요구하는노동의세계에서우리존버씨는어떤삶을살아가는가?노동시간이세계최고에달하는작금의과로체제에서무엇이존버씨를죽음으로내모는가?왜우리의일터는사회적살인의장소가되어가고있는가?왜우리는나다운삶,인간다운삶을살지못하는가?‘살아가는’삶이아닌‘죽어가는’삶을살고있는가?이런질문에답하기위해과로죽음에얽힌존버씨의목소리를읽는다.
2장은금융노동자,IT노동자,경마기수,집배원등의과로죽음사건을다룬다.그들을죽음으로내몬고통의시스템을샅샅이해부한다.사회적살인의장소가된우리시대일터의현실을분석한다.특히각업계에서쓰이는은어들(크런치모드,콜수,밥값,욕값,분급,경쟁성상금,실시간UPH,순증,겸배)을통해각종경쟁적인성과장치와자살감정간의상관성을탐색한다.프로세스는혁신적이지만,조직문화는여전히낡았고그때문에노동자들이겪을수밖에없는갖은어려움도드러낸다.왜과로죽음이반복될수밖에없는지를추적한다.특히과로죽음이반복돼나타나는우정사업본부와부산경남경마공원의실태를집중분석한다.“반복된자살은여러면에서기이하다.우선,한곳에서의자살률이너무높다는점이다.일반인구의자살십만인율과비교해도그렇고일반기업의자살률에비해서도상당한정도다.‘여가선용’의장소가아니라‘죽음의장소’라일컬을만하다.”(89쪽)그리고과로죽음사건이반복됨에도그것이사회적으로방조되고무관심상태에놓여있다는점에서과로죽음은과로+성과체제가체계적으로생산하는부정의의산물임을밝힌다.
3장은재난상황에서발생하는과로죽음을다룬다.재난이발생하면최전선으로뛰어가야하는재난노동자들이있다.‘비상상황’은이들을사명감,책임감,직업정신으로포장해동원한다.그들에게는위험업무를거부할권리가없다.희생,헌신등재난이후출몰하는수많은마법의언어가어떻게과로죽음과연결되는지를분석한다.과로위험을특정집단에전가하는방식은불평등을심화하는재난대응책임을지적하고,재난대응의첫걸음은인권관점에서이뤄져야함을강조한다.“재난을‘예기치못한것’으로여기고‘희생과사명감’을동원하는방식의대응은적절치못하다.‘언제라도맞닥뜨릴수’있고또한‘예측할수없는재난’이‘반복’될위험에대응하기위한기본원칙이요청된다.”(214쪽)
업무관련한자살이산재인정을받으려면자살이정신이상상태에서발생한것임을밝혀야하고그정신이상상태가업무와관련되었음을밝혀야한다.4장은산재판정의승인케이스와불승인케이스를대상으로승인또는불승인의근거로표현되는언어를비교한다.판정사례를보면승인/불승인의경계가그리명확하지않다는느낌을지울수없다.‘통상적인’이란표현이대표적이다.자의적으로보이는경우도발견된다.우울증은다른모든요인을빨아들이는블랙홀처럼작용해불승인의근거로설명되는경우도잦다.이는과로사·과로자살에대한공통의사회적언어가부재한데서빚어지는문제적양상이아닌가싶다.
5장은현재의시간구조를반추하고건강한시간의미래를위해무엇을해야하는지살펴본다.세계의흐름은노동시간의단축경향이아니라오히려과노동이맹위를떨치고있음을밝힌다.이는한국뿐만아니라미국,독일,프랑스,일본도마찬가지다.구속력이약한노동기준법등법제도요인이외에세계화,정보통신혁명,소비자본주의,노동의규제완화가과노동을야기하는원인임을밝힌다.노동시간개선책,중대재해기업처벌법등과관련해왜아래로부터의목소리는늘반영되지않는지도탐색한다.과로+성과체제에어떻게대응할지그대안도고민해본다.“한국의노동시간은EU국가에비해상대적으로길다.하지만과로에대한한국인의주관적인식은EU국가에비해상당히낮다.일에투여하는시간이절대적으로많음에도이를문제로인지하지못하는무감각상태에이른것이다.낯설게바라보고거리두기해야할대상은과로+성과체제그자체다.”(267쪽)
노동VS자본,
과로죽음이란무엇인가?
과로죽음은과도한업무와스트레스로신체적,정신적고통에시달리다돌연사(과로사)하거나스스로목숨을끊는행위(과로자살)를말한다.그렇지만과로죽음에대한실태파악은전무한상태이고,사회적사실을담아내는개념이나법제도가부재한실정이다.아직까지과로죽음은“언어없는사건,개념없는현상”일뿐이다.이책은이런과로죽음에개념과언어를부여하는작업이다.
“과로죽음을어떻게진단할것인가에대한논쟁은치열하지만개념과언어의부재로노동과자본은이내곧소통불가능한전쟁상태에이른다.죽음을둘러싼각축에서노동은사회적타살,‘살인적인’‘비정상적인’노동시간,현대판노예제,인력충원,업무연관성을지목하고강조한다.반면자본은연관성없음,사실과다름,통상적인수준,견딜만한정도,극복할수없을정도의과중한업무는아님,효율과유연화,인력재배치를설파하고내세운다.”(8쪽)
저자는과로죽음에대한사회적설득과공감을담아낸언어를발명해야한다고말한다.그렇지않으면과로죽음은제대로규명될수없기때문이다.과로죽음은분명‘사회적타살’이고,자주반복되지만그죽음을놓고많은경우개인적인것,우연적이고예외적인것,갑작스런일로처리되기일쑤다.문제의원인을개인탓으로돌리는것은의외로강력한프레임이다.기업뿐만아니라노동자들도이런개인탓을내면화하는경우가많을정도다.이같은현상은과로+성과체제가얼마나견고한지를보여주는증거이기도하다.
존버씨의절망,
과로죽음에서‘과로’는왜누락되는가?
“과로죽음은한개인의비극적인죽음이지만사회·조직의구조적모순을담지한다는의미에서집합적인비극이다.지금이시대노동자가어떻게취급받는지를보여주는상징적인거울이다.인간적인삶이불가능한비상상황,절망상태를나타내는사회적인사실이다.그렇지만과로죽음을개인적인비극으로보는시각이꽤많다.이런시각은왜많은지어디에서시작하는지그자체로따져물어야할연구대상이다.”(24쪽)
과로죽음이반복해발생하고있다.돌연사하기도하고,스스로목숨을끊기도한다.이런일이매일같이일어난다.부산경남경마공원,우정사업본부등과같은곳에서는반복해일어나기도했다.IT노동자,금융노동자,택배노동자,물류노동자등의자살사건도반복해일어나고있다.그렇지만대부분이과로죽음을개인의문제로치부해버리는경향이크다.“평소건강관리를못해서”“정신상태가글러먹어서”“원래아픈데가있어서”와같이개인의취약성을전면에내세우는언어로노동자의죽음을묘사한다.이렇게되면일터에서일어난구조적인모순은드러나지않게되고,사망원인은‘개인의취약성’에맞춰지게된다.
이런과로죽음을거리로표현해보면,과로와죽음간의거리는가까우면서도꽤멀다.가까운이유는과로죽음은과로+성과체제에서반복되는사건으로꽤일반적인죽음이기때문이다.수없이반복되는사건이다.그역사가오래된점도그렇고최근더두드러지고있다는점또한부정하기어려운사회적사실이다.
하지만현실적으로는그거리는꽤멀다.죽음과업무와의연관성을분리하려는언어,담론,장치,권력이꽤촘촘하고강력한힘으로작용하면서과로죽음에서과로를떼어내고있기때문이다.여기서죽음을유발하는노동조건은은폐되고과로죽음은취약한개인의문제로귀결된다.그렇지만여러죽음사건에서나타나는특징은과로죽음이구조적문제에서비롯된사회적타살이라는점이다.
또한과로자살에서과로의누락은자살예방정책에서도발견된다.개념이부재하고정책이부재한탓에과로자살사건은우울을유발하는구조대신에우울을앓는개인에방점이찍히고,이에대한대안은괴롭힘방지나착취근절같은집합적해법이아니라마음치유나정신상담,심리치료같은개인단위의해법에만집중된다.
존버씨의탈출혹은저항,
“더는이렇게취급받을수없다”
“한달에많이서면12번의당직을섭니다.이게어찌사람사는일입니까.……이제조금은쉬어야겠네요.극단적인생각을하지않으려많은노력을했는데,너무많이힘들어이제는내려놓을려구요.”(부산경남경마공원말관리사유서,88쪽)
존버씨의과로죽음은결코우연히일어난일이아니다.특히실적압박의폭력성이노동자들을불안감+쥐어짜임+타들어감+짓눌림+무력감+고립감상태로내몰아자살감정에휩싸이게만든다.이는과로자살사건을보면볼수록선명해지는공통점이다.
그렇다고존버씨의과로자살이무기력한상태에서일어난일만은아니다.“나는더이상이렇게살수없다”“더는이렇게취급받을수없다”와같은분노가담긴행위이기도하다는게저자의생각이다.행복한삶을꿈꾸지만행복없이살아가는삶,‘살아가는’삶이아닌‘죽어가는’삶에대한탈출행위혹은저항행위로서말이다.“비참하게살아가는대신비참과작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