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방
룸살롱,단톡방,벗방,N번방…….원하지않아도우리귀에는너무많은온·오프라인을넘나드는‘남자들의방’과그방들에서벌어진여성혐오의사례가들려온다.이장소에서남자들이여성을성적으로대상화하고,혐오하고멸시하는행위는그들만의‘놀이’‘재미’‘유희’가되고이‘즐거움’을공유하며그들은‘남자’가되어간다.이책은(이성애자)남자를만들고(이성애자)남자만즐거운유흥의중심에여성혐오와차별이어떻게위치하고정당화되는가,한국사회에서남자는어디에서어떻게만들어지는가라는질문을바탕으로타자로서의여성을매개로삼아남자-되기가이루어지는평범한한국남자들의일상과그들이결속하는방을분석해들어간다.
저자는한때한국사회를떠들썩하게만들었던버닝썬,최근몇년새계속해서터져나오는단톡방성희롱,사회적공분을일으킨N번방,인터넷‘벗방’과같은장소들을남자-되기의장치라고설명한다.왜그들은그사진과영상을혼자보지않고같이보는것일까?성구매를할때친구나지인과동행하는경우가훨씬많고,성구매이후회포를풀고서로관계를돈독히만드는과정전체가‘성구매’인것과같은양상이다.개별적으로성구매를하더라도남자들은‘후기사이트’에모여후기를나눈다.다종다양한방들에서남성들은여성을희롱하는행위를‘유희’라는이름으로‘함께함’으로써남자가된다.남자는여자라는타자를만들고,이타자에게우위를점하는과정을통해만들어진다는‘이론’이낱낱이반영되고있는‘현장’인셈이다.이수많은‘남자들의방’은여성을차별하고배제하며서로의남성성을확인,승인,관리하는공간으로기능한다.따라서남자들의방은‘남자’의방이아닌‘남자들’의방이며,개개인의고유함위에‘남성’이라는성별을덧씌우고이를내재화시키기위한가부장사회의장치다.이남자들의방안에서남성들의향유하는즐거움은여성혐오가필수이기에한국사회저변에깔린‘익숙한’성차별과여성혐오가집약되어그단면을드러낸다.
나아가저자는이‘남자들의방’이여성에대한폭력을‘상품화’하는장소이며,이것이‘강간문화’를‘강간산업’으로재빠르게탈바꿈시키는우리사회의모습이그대로반영된결과라고지적한다.N번방의운영자였던조주빈이자신의음란물을‘브랜드화’하려했다는발언에많은이들이경악했지만,이는새롭지않은이야기다.돈을주고받았다면폭력도단순한거래가되고,폭력의대상이되어마땅한여성과피해자가될자격이있는여성이따로있다는이분법은꽤익숙한광경이지않은가.N번방사건의피해자에대해서는금전적거래가없었다는이유로그피해를‘인정’하지만,인터넷벗방의여성비제이는“자기들이돈벌려고했던일이니부당함과폭력을당해도어쩔수없다”라며그들의피해를그들개인의책임으로치부한다.‘남자들의방’이시장경제로전환될수있는배경이다.‘정당한’대가를지불했다면폭력이아닌거래라는시장경제의논리,폭력이대상이되어도마땅한여성이있다는이분법이존속하는이상,‘남자들의방’이산업으로치환되는맥을끊기는어렵다는지적이다.
여성성혐오산업의전범
“유흥종사자”란손님과함께술을마시거나노래또는춤으로손님의유흥을돋우는부녀자인유흥접객원을말한다.
_식품위생법시행령제22조제1항
저자는이수많은‘남자들의방’이여성을타자화하면서집단적인흥겨움을만들고이를통해남성연대를꾀해온오래된남성‘비즈니스’의일환이며,그것이제도로안착한사례가‘유흥업소’라는데주목한다.애초에그저‘흥겹게논다’라는중립적인‘유흥’이라는단어가이토록명확하게성별화된즐거움이된채비대한산업이되었다는것(통계에잡히는유흥업소의개수만해도4만2,000여개가넘는다)은조금만생각해보면의아한일이다.식품위생법시행령은““유흥종사자”란손님과함께술을마시거나노래또는춤으로손님의유흥을돋우는부녀자인유흥접객원을말한다”(제22조제1항)라고유흥접객원의성별을지정해두고있기까지하다.
가령버닝썬사건은특히여성을대상으로한여러폭력(불법촬영,성희롱,성폭행,성매매알선등)이하나의클럽에서모두벌어졌다는데서사회적충격을주었는데,저자는이분법적으로성별화된클럽의전략이이런폭력을이미암시하며돈을벌고있고,이러한전략자체가유흥업소의성별화전략을차용한것이라고짚는다.버닝썬이나버닝썬의모델로알려진아레나와같은클럽은큰돈을써서‘테이블’을잡아주목을받고여성을공급받는‘힘있는남성이되는즐거움’을남성손님에게제공한다.이때플로어에있는여성손님은테이블에앉은남성들이‘초이스’할수있는(이를‘인형뽑기’라고한다)대상이된다.‘여성은무료입장’이라며많은여성손님을확보하고,‘수질’을관리하며,여성이라는상품을통해남성의지갑을여는클럽의전략은많은‘아가씨’를확보하고‘아가씨’들의존재와그들의수행을매개로남자들에게돈을쓰게하는유흥업소의규칙과꼭닮아있다.
이미남자손님에게제공하는남자-되기의즐거움안에여성을성적으로대상화해침범하는폭력이내재해있다는점역시마찬가지다.유흥업소는“여성이남성의즐거움을위해일하고,남성은여성을멸시하고성적인객체로만드는과정을집단적인즐거움으로재생산하는여성혐오산업의전범”(72쪽),즉여자를혐오함으로써남자를만드는‘남자들의방’이모방하는모델이다.따라서“버닝썬,N번방,벗방과같은여성을매개로한남자-되기의과정에개입하고이과정을합법적인산업으로구축하려는전략을중단시키려면”(72쪽)유흥산업을세밀하게들여다보는것이필요하다.
1차의성정치
성매매피해지원활동을해온저자는유흥업소의접대가‘1차’로불리는것은바로그접대가‘2차(성매매)’와의연결속에서구성되고정의된다는점을강조한다.법이1차와2차를분리해놓았을뿐,1차와2차의연결성은사회적으로이미공식화되어있다.또한현실의성매매는성교행위만으로구성되지않는다.“15분숏타임이더라도성매매여성들은남성에게웃고,인사하고,떠나는남성을배웅해야한다.……그시간이연장되어공식적인상품으로간주되는것이‘1차’가공식화된유흥업소이고,그시간동안의‘서비스’로다른성매매업종과자신을차별화하는업종이오피스텔성매매다.”(75쪽)성산업의어느업종이든여자와남자라는이성애중심적파트너관계는필수고,자신을고른남성이원하는맞춤형여성을연기해남성을만족시키는과정전반이사실상‘1차’라고볼수있다.게다가‘2차’를전제로하지만합법이라는테두리안에서산업으로자리잡은유흥산업은텐프로,텐카페,풀살롱,하드코어클럽등구별조차힘들정도의촘촘한라벨링을통해업종간의위계를만들어놓고,그안에서여성종사자를외모에따라분류하고서열화하지만,이안에서그것은성차별이아닌업종별특징으로취급된다.‘여성혐오산업의전범’이라는표현은무리가아니다.
그런데도이산업은왜이렇게비대할까?대체뭐가그렇게좋기에남자들은적지않은돈을지불하며유흥업소에방문하는걸까?유흥업소는‘초이스’과정을통해여성종사자를남성손님옆자리로고정시키고,여성종사자의모든수행이남성손님에게종속되는종속적인파트너관계를만든다.그리고남성손님이제안한시간까지방안에파트너로머물러야만테이블비(1차의대가)를여성종사자에게지불한다.“1대1이성관계의모사처럼보이나접대과정에서남성손님과여성종사자사이의불평등한권력관계는왕과시종,주인과노예의관계에가”까우며,이종속적관계의통제권을누리며남성손님은돈을쓴다.종속적관계가전제가되어있기때문에당연히내재한이안의폭력의가능성은데이트하는것같은즐거움,썸타는느낌등으로말랑하게포장되고성적침범은‘스킨십’이라는말로대체된다.남성손님의성적침범은유희로정당화된다.여성종사자는남성손님들이과시하는남성성을받아주고,갑이된것같은즐거움을제공하기위해‘시중’을든다.유흥업소는타자를멸시하고혐오하고낮춰보면서이와상반된통제권을쥐고있는힘있는자인남자로탄생하는남자-되기의공간이다.
아가씨노동
이책은남자들의방의모델격인유흥업소에서벌어지는남자-되기의과정,남성들의흥겨움이만들어지는순간들을여성종사자가수행하는일의장면들안에서포착해내며,그동안‘쉽게놀면서돈버는일’이라는수사에갇혀관심이대상이못했던유흥업소여성종사자(‘아가씨’)의일을‘아가씨노동’이라고명명한다.이명명은가사노동,돌봄노동,감정노동등여성이라면누구나할수있는일이라고여겨져온‘여성의일’에‘노동’이라는이름을부착해온여성주의자들의작업에기대고있는것으로,“아가씨노동이라는개념은남성손님의기대에따라각종물질적·비물질적노동을수행해야하기때문에여성종사자가수행해야하는노동의내용이매우포괄적이고유동적이지만,동시에이를수행하기위한유일한조건이‘아가씨되기’라는점을가시화하기에유의미하다.”(137쪽)
유흥업소에서남성손님들은여성노동자가아니라‘아가씨’에게돈을지불하며,여성종사자들은남성손님이기대하는‘아가씨’가되어남성들의흥겨움을만든다.저자가직접만나들은여성종사자의아가씨노동은이렇다.우선‘아가씨’에게는개별남성손님과전체남성손님들모두의분위기를파악해흥을깨지않고테이블에서쫓겨나지않도록손님의기대를눈치껏알아차리고맞춰갈수있는센스가필요하다.남성손님이‘갑’으로느껴지게끔눈치껏분위기를봐가면서남성손님들의대화를경청하는시늉이라도내야하고,술·얼음·음료수를채우고안주와술잔을세팅하고재떨이를주고담뱃불을붙인다.남성손님들이흥이날수있게말도시키고분위기를화기애애하게만들고,신나는노래를부르고춤을춘다.비위를맞춰야하기때문에실제의기분과감정은표현할수없다.또한업소의가장큰수입원인주류매상을올리기위해몸을상해가며술을마시거나위험을감수하고술을버린다.
‘쉽게놀면서버는돈’이라고할수있을까.게다가이미남성손님과여성종사자의관계는종속적이기에위험이내재되어있음에도유흥산업은여성종사자에게위험을속이고,경찰,보도실장,업주를포함한누구도여성종사자를이위험에서보호하지않는다.책임은개별여성노동자들에게만떠넘겨진다.그안에서여성종사자들은스스로를지키기위한여러전략을구사하지만어디까지나개별적인자기보호에그칠수밖에없는구조다.
룸살롱문화는룸에서끝나지않는다.여성을타자화하고멸시하는남자들의방은특수한장소가아니다.한국사회전반에깔려있는종속적인성별권력관계와이를합리화하는논리속에서산업이되고일상이되었다.“유흥산업을비롯한성매매산업은여성을멸시하고혐오하는행위가돈을지불했다는이유로평범하게여겨지는특정한장소이고,그특정한장소가평범한일상이되어버린게한국사회다.”(223쪽)이책은이일상화된폭력과여성에대한멸시가유흥이된남자들의즐거움을바꿀수있는구체적인대안을제시하지는않으나,자본주의경제체제의성별화된작동원리와보편적여성인권을고민하는이들에게그답을함께찾아가자고손을내민다.그손을잡고자하는독자들에게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