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큰글자도서)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큰글자도서)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32.00
Description
찬란한 황금기를 뒤로한 채 저물어가는 거제 중공업,
누가 떠나고 누가 남았나?

[땐뽀걸즈]에 미처 담기지 못한‘중공업 가족’의 진짜 이야기!

‘땐뽀걸즈’의 가족은 왜 뿔뿔이 흩어졌을까?
조선소의 젊은 사무직과 엔지니어는 왜 거제를 떠나 서울로 향할까?
산업도시 거제의 ‘그다음’은 가능할까?

2016년 화제의 영화 [땐뽀걸즈]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거제도 ‘중공업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최초의 책.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선산업 전반의 문제에 대해 활발히 글을 써온 저자가 조선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 그리고 그 근거지인 거제도와 조선소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20년 가까이 호황을 구가하던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2015년 대우조선의 경영난을 기점으로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조선업이 지금의 위기를 계기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관점하에,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과 문화를 상세히 조명했다.

위기의 원인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조선산업의 역사 속에서 상세히 분석하면서도, 조선소 근무 경험을 살려 실제 현장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했다. 조선소의 상징과도 같은 ‘귀족 노조’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중공업 가족’ 이외에도 하청업체 노동자, 사무보조직 여성, 조선소 취업을 앞둔 여고생, 조선소의 오랜 관습에 반기를 든 젊은 엔지니어, 여성 엔지니어 등 그간 주목받지 못한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두루 살핌으로써 위기의 본질을 고민한다. 위기 이후 거제도와 조선산업이 추구할 만한 방향에 대해서도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다. [땐뽀걸즈]의 곳곳에 드리운 ‘가족의 위기’가 궁금한 독자들, 나아가 ‘땐뽀걸즈’들의 그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양승훈

경남대학교사회학과교수.서울과동남권(부산·울산·경남)을오가며연구와강의를하고있다.학교에서는질적연구와양적연구등사회과학방법론을강의한다.지역의산업도시,제조업의혁신과엔지니어,청년일자리에관심이많다.조선소에서5년근무한경험으로산업도시거제와조선산업에관한책인『중공업가족의유토피아』를썼다.이책으로2019년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과2020년한국사회학회학술저술상을수상했다.현재는울산으로현장연구를다니는동시에엔지니어연구를함께수행하고있다.현장에서만든지식과이론을잘엮는것이목표이며,산업연구및동남권지역연구를지속적으로진행할예정이다.

목차

프롤로그조선소로가는길7

1부조선소,가족을만들어내다37
1.옥포만의기적39
2.‘중공업가족’의탄생55

2부오래된습관,복잡해진세계115
1.중공업엔지니어의배움과성장117
2.‘하면된다’시절의딜레마167

3부떠나는사람들217
1.옥포만의눈물219
2.갈림길에서278

에필로그산업도시거제의‘그다음’을그리며311

감사의말323

출판사 서평

큰글자도서소개
리더스원의큰글자도서는글자가작아독서에어려움을겪는모든분들에게편안한독서환경을제공함으로써책읽기의즐거움을되찾아드리고자합니다.

‘중공업가족’의안과밖:아빠,엄마,딸그리고……
영화[땐뽀걸즈]를통해대중들에게알려지기시작한‘중공업가족’은바로그황금기의산물이다.물론거제조선업이처음부터전성기를누렸던것은아니다.세계를제패하고눈부신활약을만들어내기까지조선업내부에는여러부침들이있었다.초창기조선소의노동자들은그부침을온몸으로겪은이들이다.

거제는토박이들의도시가아니라이주자들의도시이다.옥포조선소를비롯해여러조선소들이거제에세워지고일감이늘자,전국각지의사람들이거제로몰려들어터를잡았다.조선소에노동자들이모여들자주택과위락시설들이생겨났고,그후노동자들이결혼해가족을꾸리기시작하자이주가다양한문화시설과교육기관이활성화되었다.그과정에서탄생한것이바로‘중공업가족’이다.그러나‘중공업가족’에서‘가족’이란단순히부부와자녀로구성된가족만을뜻하지않는다.여기서‘가족’이란노동자의진짜가족보다노동자공동체와직원공동체를더강하게지시한다.1987년노동자대투쟁이후지속된노동조합의전통속에서,다른한편으로는회사가직원들을하나로엮기위해‘기업문화’차원에서사용한가족이라는이름을통해노동자들끼리의‘회사-가족공동체’가형성된것이다.실제로회사는‘대우가족’또는‘또하나의가족,삼성’이라는말로직원들을부르곤했다.

‘중공업가족’이라는이름이암시하는것은결국남성이임금노동을전담하고여성이가사노동을하며생계를꾸리는가정,즉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다.이가족혹은공동체는여성들의영역을‘집안’,즉‘중공업가족의재생산’에한정지음으로써성립되었다.아빠의요구에따라괜찮은조선소의사무보조직으로취직해그럭저럭일하다가아빠가소개해주는남자를만나결혼하는것,결혼후에는남편과아이들을‘케어’하며적당히소비하며살아가는것이거제도에사는여성들에게주어지는소위가장‘괜찮은’선택지이다.거제도를벗어나외지인이되지않는한,‘땐뽀걸즈’와같은미혼여성들이취할수있는진로는많지않다.상당수의여성들이직업을중심으로커리어를쌓아가는서울및수도권과는괴리가큰삶이다.이런남성노동자들중심의가족문화는거제도사람들에게는자부심의원천이자자랑거리이지만,외부인들에게는그저조롱과비판의대상이될뿐이다.

‘가부장질서’를고집한‘중공업가족’의문화는여성뿐아니라중공업의또다른구성원들을배제했다.하청업체노동자,이주노동자같은이방인들이바로그들이다.조선업의산업경쟁력이비약적으로향상하기전,초창기조선소의노동자들역시모두‘이방인’이었다는사실을떠올려보면씁쓸한풍경이아닐수없다.이들은안정적인임금으로가족의풍요로운‘소비생활’을뒷받침하는가부장이될수없다.하청노동자가결혼을해서가족을꾸리는것자체가드물고어려운일이다.선이나미팅자리에서‘하청노동자’의신분이탄로나면,분위기는곧바로냉랭해진다.미리밝힐경우진즉에거절당하기일쑤다.일터에서도눈에띄는차별대우를받는다.2000년대조선업의강력한먹거리로등장한해양플랜트작업의상당부분을하청업체노동자들이담당하고있지만,이들은언제나조선소내‘카스트’의맨밑자리를차지한다.조선소에자기자리를갖고있지못한이하청노동자들은식사조차바닥에서해결할때가많고,작업에필요한기본적인공구조차마음편히쓰지못한다.조선소현장은언제나직영정규직노동자들중심으로돌아간다.노동조합조차하청노동자들의문제를‘메인이슈’로다뤄내지못하고있는상황이다.

“개가만원짜리를물고다닌”시절
2015년의위기가터져나오기전만해도,거제도를중심으로한조선업은명백히최고의성공가도를달리고있는것처럼보였다.실제로그랬다.중화학공업육성을통해수출을장려한박정희정권기,대우조선옥포조선소가완공된이래로거제는용접빛으로뜨겁게달궈졌다.조선소들이들어선이후거제는별반존재감없는도시에서조선업(중공업)을위시한국내최고의조선업도시로탈바꿈했다.‘맨땅에헤딩’하던시절을지나한국조선업을세계1위수준으로일궈낸것이다.그렇게거제도사람들은소위‘옥포만의기적’‘조선소드림’을이룩해냈다.초고속성장의쾌거를달성하며1990년대후반에는세계1위의자리에등극하고,그힘을이어받아2000년대에는그야말로황금기가맞이하게된다.

거제조선업이1990년대세계시장의패권을획득하기전,조선산업의패권국은유럽과일본이었다.영국이세계경영을하던빅토리아시대의인프라를토대로강선건조로1950년까지조선산업을주도하고,북유럽의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스칸디나비아3국)가저임금으로경쟁력을확보하고있었다.1970년대에는일본이‘용접’을통해강판을조립하는방식과크레인을활용한탑재방식등혁신을이뤄내면서,조선산업의패권이아시아로넘어왔다.

거제도를필두로한한국조선업이일본을밀어내기시작한것은1980년대이후.당시한국은일본의공법을향상해블록의대형화와모듈화는물론여러공정들에서자동화와기계화를달성했고,옥외작업장에서이루어지던선행작업들을실내공장으로옮겨왔다.야드를많이잡아먹는블록들을외부블록공장에서조립을마쳐운송해최종공정을수행할수있게함으로써생산효율을극대화한것이다.마침일본에서는지방근무를기피하는대학생들이조선소를기피하는경향이강해지면서인력난으로인해선박설계가어려움을맞게되었다.
이렇듯기술혁신,일본조선업의쇠퇴라는결정적인기회들을손에넣으면서한국조선업과거제의노동자들은“개가만원짜리를물고다니는”황금기를맞이하게된다.그것도수많은사람들을실직과죽음으로몰아넣은IMF시기에.

위기속뿔뿔이흩어진‘중공업가족’들
그러나영원히지속될것만같던‘중공업가족의유토피아’도조선소에찾아온위기와함께막을내리게된다.1990년대에일본과의경쟁에서승리하고,LNG운반선기술을독점해‘고부가가치선’을독점하다시피했던‘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조선소들의행보에제동이걸린것이다.2008년경제위기로인해해운물동량이줄고수주량이급감하자조선소들은위기에처하게된다.‘일본의기술력’과‘중국의인건비’사이에끼어헤어나오지못했다.이대형조선소들은찾은‘해양플랜트라는기회로위기를모면하려고했으나,이새로운사업은만만치않았다.결국해양플랜트는더큰위기라는부메랑이되어돌아왔다.

이책은조선업을휩쓴침체와위기를직면하면서,성장의국면에서견고하게구축된‘중공업가족’이라는공동체형식을의심하고질문할것을제안한다.보장된정년과높은연봉으로대표되던정규직노동자들은유연성과저성장의세계에서화석같은존재가되었다.지금이야말로성장가도를달릴때는드러나지않았던균열들을수면위로끌어내조선업과산업도시거제의도약과성장을돌이켜보는작업이절실한시점이다.

몇차례에걸친위기속에서조선산업내부에서들끓던모순들이터져나오는중이다.‘중공업가족’에합류하지못한존재들도서서히드러나고있다.‘중요한업무를담당하는하청노동자들을제대로대우해주지않는현장’‘여성엔지니어들을잘기용하지않는업계’,나아가‘여성들의일을가사노동혹은사무직보조의영역에국한하는‘남초’지역’이라는혹독한현실은이른바‘황금기’에는제대로언급조차되지않은것들이다.‘조선소드림’이라는것이처음부터특정한소수에게만해당되는이야기에지나지않았다는것을이모든현실이대변하고있는것이다.

그런점에서영화[땐뽀걸즈]에언뜻언뜻출몰하는‘위기에빠진가족’은어쩌면‘조선소드림’이풀지못한중대한숙제를암시하는지도모르겠다.살길을찾아뿔뿔이흩어진중공업가족에게서우리는거제조선업의어두운그림자를보게된다.부재하는엄마,불안정노동과자영업으로내몰린아빠,진로를고민할시기에직접생계전선에나선딸……이모든광경이위기를암시하고있다.

또다른이방인:서울로향하는엔지니어들
다른한편,‘중공업가족’에편입되기를스스로거부한이들도있다.한국조선업의주춧돌을세운‘작업장엔지니어’의방식에반기를든‘랩실엔지니어’가바로그들이다.이들은‘중공업가족’과‘사내공동체’의보수적인문화에반감을표하며대도시에서의자유분방한네트워크를찾아떠나고있다.위기국면에서회사를가장먼저떠난것도바로이들이었다.

좀더구체적으로는,조선소의설계엔지니어를세대별로추적하며현장중심의기풍을중시한1960~1970년대의공고출신‘작업장엔지니어’와최첨단의공학지식으로무장한공대출신의젊은‘랩실엔지니어’의갈등을들여다본다.‘작업장엔지니어’는대략1960년대후반에조선소에입사해현장노동자들과몸으로부딫히며설계를익힌맥가이버세대라면,뉴페이스인‘랩실엔지니어’는학교랩실에서수많은공학실험들을경험하고각종프로그램을활용해도면을그리는빌게이츠세대에해당한다.회사내직급으로따지면선후배혹은사수-부사수관계이지만,근본적으로는너무도다른관점으로설계를바라보고있는것이다.

이들의갈등은해양플랜트작업이조선산업에서막대한비중을차지하기시작한2000년대부터수면위로떠오르기시작한다.랩실엔지니어들이자재구매요청부터도면그리기까지모든것을자리에앉아‘온라인’으로처리하는데비해,선배인작업장엔지니어들은모든피드백을‘오프라인’의면대면으로,즉‘페이퍼워크’로처리했기때문이다.

첫번째배만제대로설계하면열척이넘는배들도순탄하게제작할수있는선박건조와달리해양플랜트는플랜트가놓이게될바다의상황에맞는딱한기만을제작해야한다.말하자면모든해양플랜트들사이에는공통점이거의없다.북해에놓이는원유시추설비와멕시코만에놓이는원유정제설비간에는해양플랜트라는이름말고는특별한공통점이없다.이처럼대량생산자체가불가능한구조탓에해양플랜트에서는작업과정의모든시행착오가순수하게비용이된다.랩실엔지니어들은맨땅에헤딩하는방법으로해양플랜트설계를익히면서도,하나의프로젝트를마칠때획득한‘공학지식’을하나의‘히스토리’로구축하고싶어했지만,실제작업은녹록치않았다.대표하는현장중심의문화,즉‘오프라인’과‘페이퍼워크’로주도되는작업장엔지니어들의문화가끝내이새로운방식을수용하지않았기때문이다.

새로운지식에대한욕구가강한젊은랩실엔지니어들이‘중공업가족’이되기를거부하고서울로향한것은어쩌면당연한선택이었을지모른다.이들은거제도에평생주저앉게되는것을두려워하면서주말마다서울행버스에몸을실었다.이들이서울로향한이유는다양한배움과네트워크때문이다.초창기의작업장엔지니어들이현장에서의체험과‘쟁이근성’을성장과배움의양식으로삼았지만,지금의랩실엔지니어들은전혀다른자양분을필요로한다.이들은첨단기술을경험할수있는외부세미나나밋업,온라인커뮤니티,벤처프로젝트같은훨씬더캐주얼하고열린활동들을지향한다.이처럼다양한원천들을통해최신지식을획득하고설계능력을보강하면서점차자신의영역을넓혀가고있다.회사차원에서도이들은핵심인력이다.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으로대표되는조선3사모두가젊고똑똑한엔지니어들을영입하기위해직접나서서울및수도권에연구개발센터를짓고설계엔지니어들을서울로대거발령했을정도다.

거제의더나은미래를꿈꾸며
그렇다면이제우리는거제의미래를어떤방식으로상상할수있을까?2015~2017년을들쑤신위기가잦아든지금,조선업은그간해결하지못한숙제들을얼마나풀어냈을까?절박한위기는넘겼지만,풀어야할숙제는여전히많다는게이책의진단이다.7년만에‘선박수주1위’타이틀을중국으로부터탈환하고,거제의양대조선소(대우조선,삼성중공업)가2017~2018년에대부분흑자를기록하는등고무적인성과들이있었지만,시장상황은결코녹록치않다.늘어난선박수주로일감을확보한다고해도그선박들이예전처럼10%에달하는수익률을보장해주지못한다.매출관점에서보더라도매년10조원이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