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베들의 시대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보통 일베들의 시대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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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학준

유니텔부터프리챌,디시인사이드,인스타그램을거친인터넷죽돌이출신사회학연구자.2014년논문〈인터넷커뮤니티일베저장소에서나타나는혐오와열광의감정동학〉으로석사학위(서울대학교대학원사회학과)를받았고,이후㈜아르스프락시아미디어분석팀장과서울시청빅데이터담당관데이터분석요원을거쳐현재LGCNS에서일하고있다.공저로《#혐오_주의》(2016),《그런남자는없다》(2017)가있으며〈혐오의두얼굴〉(2019),〈질식의예감〉(2017),〈빅데이터로바라본촛불민의〉(2017)등의글을썼다.온라인에서벌어지는다양한감정적역동에관심을가지고있다.LG트윈스의열렬한팬이다.

목차

들어가며|왜다시일베인가
1장일베의계보:사이버공간의간략한문화사
1.사이버유머의기원
2.사이버여론은진보적이었나
3.디시와일베의연결고리
2장혐오의수치화:2011~2020일베데이터분석
1.일베는망했다?
2.일베를채운혐오의말들
3장일베적혐오:내부의타자들
1.일베가타자를호명하는방법
2.혐오의정당화
3.일베의열광과의례
4장일베를만나다:각자도생의‘평범’을꿈꾸는이들
1.불안과공포
2.응어리진분노
3.수치,순응,그리고평범내러티브
5장여성혐오와능력주의:일베만의문제는없다
1.장대호라는일베의이념형
2.루리웹은일베의피안인가?
6장결론:차가운열광의확산과일베적정치의탄생
1.파기된약속
2.일베의주류화
나가며|혐오의시대에맞서기위해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논문이후8년,
그사이일베의영향력이사라졌다면
이책은출간되지않았을것이다

2014년,온라인에서는한논문이화제였다.사회학석사학위졸업논문으로김학준이쓴〈인터넷커뮤니티일베저장소에서나타나는혐오와열광의감정동학〉이었다.논문은일베게시물전수를분석한양적방법과일베이용자10명을심층인터뷰하는질적방법을아우르며사회학적으로일베를어떻게이해해야하는지를명료하게제시했다.일베를악마또는괴물로낙인찍으며타자화하지도‘사실은우리모두가일베’라며보편화하지도않는균형을유지하며,“가장성공적으로체제가작동했을때산출되는주체”가바로일베라는서늘한결론을도출해낸그논문은사회학관점에서일베와같은‘문제적’온라인커뮤니티를연구하거나이해하고자하는이들에게여전히중요한참고가되고있다.
그로부터8년이지나는사이,데이터분석계에서커리어를쌓아가던저자는빅데이터분석기술의발전을지켜보고정치적ㆍ사회적으로급변하는한국사회를관찰하며일베를다루었던논문의확장을결심한다.“사이버공간전반에걸친페미니즘의부상과백래시의과정에서이른바‘20대남자’들이라는새로운(혹은오래된)주체에대한비판이제기”되고“‘역차별’담론을체화한젊은남성들에대한사회적관심”이증가하는와중에2014년연구때부터예상하기도했던다양한모습들이실제로나타나는현실을마주하게된것이다.승자독식의권력수호와혐오또는차별의‘자유’를주장하며그근거로‘공정’과‘정의’를끌어오는이들의논리는2014년연구를통해분석했던일베의논리와매우유사했다.
양적으로나질적으로나커뮤니티자체로서의일베에게서더이상과거의‘위광’을찾아보기는어렵지만,문제는일베가‘흥하고’아니고가아니다.저자의문제의식은“디시에서발원하여일베가완성한혐오의내용과표현방식,즉농담의탈을쓴혐오”가널리퍼졌으며그것이“‘정의’나‘능력’따위의말과버무려져일베와일베아님을구분하기어려울정도로뒤섞여버렸”다는데있다.《보통일베들의시대》는‘고인드립’과‘폭식집회’등으로일베가사회적으로가장큰충격을안겨주었던시기에일베를연구했던사회학연구자가오늘날온라인에서‘혐오의자유’를말하는이들의기원으로서다시일베를이야기하는치밀한보고서다.

일베에서나타난지독한혐오의놀이는
과연‘그들만의것’인가?
도대체일베는무엇일까?일베라는현상은구체적으로어떤현상인가?저자는이에답하기위해가장먼저사이버유머의기원과함께딴지일보와디시인사이드로거슬러올라가는일베의계보를훑는다.일베가어디서갑자기뚝떨어진‘괴물’이아님을이해할때,다시말해일베에서벌어진지독한혐오의놀이가‘그들만의것’이아님을이해할때사회적현상으로서의일베또한파악할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
저자는이를위해온라인커뮤니티게시판에글을쓰는가장강력한동인이자사이버공간에서일종의자본으로기능하는‘웃음’을논하고,한국형밈의기원으로서딴지일보식패러디를설명하며,그것을심화ㆍ발전시킨곳으로디시인사이드를서술한다.일베가탄생한직접적인원인이디시의게시물삭제조치에있었다는점을고려하면,1990년대후반에서2010년대사이딴지-디시-일베로이어지는사이버공간의간략한문화사는일베가어떻게사이버문화의‘전통’을나름으로‘발전’시킨커뮤니티인지를이해하는단초를제공한다.

혐오의수치화:2011~2020일베데이터전수를분석하다
일베의계보를훑었으니,이제본격적으로일베가어떤곳인지를살펴볼차례다.일베는누가언제접속하며,이들은구체적으로무엇에열광하는가?열광은언제가장폭발적인가?이를알아보기위해저자는일베에첫게시물이올라온2011년5월28일부터2020년12월31일까지총81만1,327건의게시물전수를수집해분석하는작업을진행했다.
그렇게진행된데이터분석에대한논의는데이터전처리와같은기초적인설명에서시작해시계열분석과텍스트분석으로나아가며혐오를수치화한다.시계열분석을통해서는월간일베게시물생성량은얼마나되는지,일베가급격한성장을이룬계기는무엇이었는지,일일게시물수가폭발적으로많았던날들의이유는무엇인지,일베의게시물생성량패턴은어떠한지등을보여줌으로써일베의겉모습을선명하게그려낸다.
텍스트분석은그속을들여다보는작업이다.일베를채운혐오표현들은전체게시물에서얼마만큼의비중을차지하는가?혐오의대상은구체적으로누구인가?얼마나자주,얼마나많은혐오표현이게시되는가?이에대한다른이용자들의반응은어떠한가?어떤혐오에가장열띠게반응하는가?9년간일베를채운‘말’들을분석함으로써저자는일베의‘적’이누구인지또한명료하게식별해낸다.

내부의타자를향하는일베적혐오
그렇게도출해낸일베의‘적’은호남과여성,그리고진보좌파였다.저자는이러한분석결과를근거로,“일베적혐오는한국사회를‘분열’시키는존재로서내부의타자들을향한다”고주장한다.따라서일베를국제적으로통용되는극우주의의선상에두는것을경계하며,실제일베에서어떤논의가이루어지는지를살펴볼필요가있다고강조한다.
일베적혐오가어떻게발화되고정당화되며일베특유의열광적상태를만들어내는지를살펴보는일은실제일베게시물14건을사례로서술되었다.악셀호네트가논한인정과무시의개념을바탕으로진행되는게시물분석은일베가타자를호명하고혐오를정당화하는구체적인사례들을직접적으로보여주며그것이어떻게일베특유의열광과의례로이어지는지를풀어간다.그중에서도특히일베이용자들이자신들의혐오를정당화하는과정에서개입되는분노를논하는사례6~10은일베에서의혐오가어떻게‘놀이’를넘어격렬한비난으로나아가는지,그리하여어떻게‘신상털기’등실질적인사이버폭력으로도이어지는지를보여주는데,이는사이버공간의혐오문화가예비하고있는사회적인위협을다시금환기하는것이기도하다.

각자도생의‘평범’을꿈꾸는이들,일베를만나다
일베의‘적’을식별하고,그‘적’에대한혐오의논리를도출해낸저자는이제실제그러한혐오표현을구사하는이들을직접만나러나선다.저자가만난10명의일베이용자는다양한배경을지닌2030남성들이었다.저자는일베이용자들의목소리를직접적으로전달하며감정사회학적이론에기반한해석을제시한다.
저자가만난일베이용자들은크게두가지의불안을토로했다.하나는“그들이처한사회경제적위기에따른불안,더정확히말하자면불투명한미래에대한불안”이고,또다른하나는“그러한경제적위기와고립감을해소할수있는친밀성의영역이붕괴되었다고느끼는데서기인한불안”이다.하지만이들의불안은저항행위를유발하는분노로외사화되지못하고내사화됨으로써순응이라는행위전략의선택으로이어졌다고저자는분석한다.불안에기인한공포,분노와같은부정적감정들이사회적으로표출되지못하고안으로침잠함으로써“적극적인순응과노력의이름으로자기계발(혹은자기최면)에몰두”하게되는상황이나타난다는것이다.그러나분노는결코사라지지않는데,그렇게퇴출된공적분노가모인곳이바로일베이며,적극적순응을택한이들의분노는혐오로일그러져내부의타자들을향한다.끊임없이사회에‘혼란’을조장하는좌파/종북에대한혐오,국가의‘정당한법집행’에잠자코‘순응’하지않고감히‘폭동’을일으킨호남에대한혐오,‘무식’하고‘허영’에만찌들어서친밀성의약속을거침없이‘배반’하는여성에대한혐오는그렇게완성된다.
그렇다면순응은무엇으로가능해지는가?저자는이들의분노가내사화되는과정에서‘평범내러티브’가작동한다고분석한다.일베이용자들은자신의삶을끊임없이‘평범함’의범주로수렴시키면서삶의특수성을최대한억압해‘준비된사회인’이라는목표로재구성한다.자신이겪은끔찍한과거의경험을‘이겨낸’경험으로재구성함으로써모든고통을평범함의영역으로재구조화한다는것이다.
문제는평범내러티브가자신의고통만억압하지않는다는데있다.나의고통이평범한데,타인의고통이라고다르겠는가.이제고통은‘누구나’겪는것이며“따라서특별히말할이유도,들어야할이유도없다.평범내러티브에서의고통은그게무엇이든그저내면으로침잠하여스스로삭이면그만인개인적경험이된다.……고통을들어달라고‘징징’대는것은스스로가약자임을자임하는꼴에불과하며,이는곧자기경영에실패한개인에게책임이있는문제가된다.”(258쪽)

여성혐오와능력주의라는공통분모
일베만의문제는없다
이같은각자도생의윤리는평범내러티브와함께또다른정당화기제인능력주의를만나패자를멸시하고승자를물신화하는것으로이어진다고저자는말한다.일베의열광적인혐오를설명해주는기제는다름아닌“승자로서패자를멸시하는감각”이라는것이다.저자는바로이것이“어떤말이나행위를‘일베적’이라고느끼게만드는직감의많은부분을설명”해준다고하면서도,불현듯이렇게묻는다.그러나이것이과연일베만의고유한멘털리티인가?
저자는일베와일베아닌것의전형성이어디서분화하고결합하는지를알수있다면혐오와혐오선동을파훼하는실마리또한찾아낼수있을것이라는기대로두가지이념형을분석하고자한다.일베의이념형으로는2019년한강몸통시신사건의범인장대호를,일베아닌것의이념형으로는일베의‘숙적’으로여겨진온라인커뮤니티루리웹을놓고분석을시도한것이다.
하지만일베아닌것의이념형을도출할수있을것이라던저자의예상은보기좋게빗나갔다.일베를분석했던것과마찬가지로데이터분석과게시물분석을거쳐꼼꼼히루리웹을살핀결과,나름의‘정치적올바름’을추구하며정치적으로‘진보커뮤니티’를자처했던루리웹이,그래서어느커뮤니티보다앞장서서일베의‘패륜성’을고발하며격렬하게성토했던그곳또한여성혐오와능력주의로는일베와너무나도유사했다.

혐오의시대에맞서기위해
이책의목표는명확하다.일베적혐오의구조와기원을이해함으로써현재강고해보이는혐오선동에맞설방법을찾아내자는것이다.저자는일베적인식의사람들이모인사회에서는“공적인것,정치적인것,사회적인것을찾기란거의불가능”하며,그런사회에는“오직개인,그것도아주작은사회에서맥락없이합리적이기만한개인이있을뿐”이라고말한다.일베에서의혐오를사실상사회에대한극단의냉소로파악하는저자는,이들의열광을연대를만들어내지않는‘차가운열광’으로정의한다.차가운열광이란“‘희생자’인타자에게는물론동료이며‘가해자’인‘우리’에게조차냉담한열광이고,일베라는공간자체는공적이되그구성원들은사적인공간에,즉컴퓨터와스마트폰앞에머물러있기에가능한열광”이다.혹자는이러한열광과함께표출된일베의혐오를그들의공감불능성에서찾지만,저자가보기에일베의공감능력자체에는문제가없다.문제는이들의공감이언제나‘승자’를향한다는것이다.
공적영역에서표출되지못하고안으로만응어리진분노는사회의뒷공간이된사이버공간에서격렬하게표출되었다.사실상아무것도할수없다는사실을인지한채평범내러티브를내면화하여현실적인순응을강조하는것이야말로일베의멘털리티를이루는핵심이다.따라서일베의혐오는순응의‘의무’를거부하는모든주체와그들의저항을향한다.여성,호남,좌파에대한일베의혐오는사실상‘순응하지않음’에대한격렬한분노다.
논문으로부터8년이후,혐오선동으로지지자결집을도모하기에이른오늘날의정치는일베적혐오가‘정당하다’는확신을주며그에기반한‘승리’의경험을축적하는데까지이르렀다.보통일베들의시대란바로그런정치의시대다.이강고해보이는혐오선동을파훼할불쏘시개중하나로기능하는것이야말로이책의가치일것이다.10여년전일베로드러난한국사회의민낯을다시,똑바로마주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