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김용균들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김용균, 김용균들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17.76
Description
김용균재단이 기획해 내보이는 첫 번째 책
산재, 그리고 산재 이후의 남겨진 이야기
김용균재단이 기획해 선보이는 첫 단행본인 《김용균, 김용균들》은 다시 이 김용균이라는 이름에서 시작한다. ‘기업의 살인’과도 같은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3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용균이라는 한 사람의 죽음과 죽음 이후를 기억하고 살아내고 있는 김용균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용균을 호명했다. 김용균 씨의 주검을 발견한 후 산재 트라우마와 함께 삶을 살아내는 또 다른 생존자이자 피해자인 하청업체 동료 이인구 씨, 김용균 씨의 어머니이자 산재 피해자 가족이자 유족으로, 또 노동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김미숙 씨, 발전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로 김용균투쟁이 자신의 싸움이 된 이태성 씨가 그들이다.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 죽음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함께 싸웠는지, 그 싸움의 구체적 면면들은 어땠는지가 그들 각각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기록되었다.

특히 이 책은 김용균 씨의 산재 사고의 진상과 함께,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목해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산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다각화하고 산재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겪은 삶의 크나큰 변화와 살아내기 위해 이어가고 있는 그들 각자의 싸움에 무게를 둔 것은 산재의 당사자는 산재를 직접 겪은 피해자만이 아니며, 산재 사건은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단절된 한 건의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 당사자와 유족만을 중심에 두고 산재 사건에 접근하는 기존의 관점을 넓히려는 시도임과 동시에 산재가 사회에서 고립된 별도의 사건, 즉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또한 산재 사고가 어떤 시점에 깔끔하게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긴 그림자와 상흔을 남기며 장기간의 싸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점 역시 함께 드러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저자

권미정

경쟁과착취로유지되는세상을바꾸고싶어서노력하고있다.불안정노동자로존재하면서비정규직노동자문제에관심을가지게됐다.지역노동운동과사회변혁활동을해왔으며,차별·착취·불평등구조를없애기위해여기저기힘보태기를하려한다.김용균재단을만들때부터상근활동을해왔다.지은책으로뉴코아노동자들의정규직-비정규직공동파업투쟁을담은《곰들의434일》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한사람의죽음이후,삶이달라진사람들의이야기

1부
고통에만머물수없기에:산재생존자이인구씨_림보
[함께읽기]석탄화력발전소문제의시작:더알고싶은이들을위한설명_권미정

2부
최소한의것을지키기위해:유가족김미숙씨_희음
[함께읽기]김용균투쟁62일,김미숙의발언들

3부
일상이된싸움들:발전비정규직동료이태성씨_권미정
[함께읽기]짧은인터뷰:문화활동가신유아,이사라의김용균투쟁_림보·희음

부록
김용균의죽음,투쟁,기억의1년(2018년12월~2019년12월)

참고문헌
주(註)

출판사 서평

김용균을다시부르는방법

한국사회의일터에서는한해에2,000명이넘는사람이사망한다.2018년12월10일에태안화력발전소에서일하던24살의하청업체비정규직노동자김용균씨도그비현실적숫자의하나가되었다.그가화력발전소에서일한지3개월만의일이다.비용과안전을저울질하는이사회의단면이드러났고,산재가개인의문제가아닌구조의문제임을분명히드러낸사건이기도했다.비용을절감하고경쟁력을높인다며,위험을외주화해불안정노동자들에게그것을전가한결과였기때문이다.따라서그의이름은고유명사이나,비정규직청년노동자,위험의외주화,산재사고피해자를지시하는대명사가되었다.
김용균재단이기획해선보이는첫단행본인《김용균,김용균들》은다시이김용균이라는이름에서시작한다.‘기업의살인’과도같은산재사망사고가끊이지않고있기때문이다.다만3년이넘는시간이흐르는동안김용균이라는한사람의죽음과죽음이후를기억하고살아내고있는김용균사건의또다른당사자인세사람의이야기를중심으로김용균을호명했다.김용균씨의주검을발견한후산재트라우마와함께삶을살아내는또다른생존자이자피해자인하청업체동료이인구씨,김용균씨의어머니이자산재피해자가족이자유족으로,또노동활동가로살아가고있는김미숙씨,발전비정규직노조활동가로김용균투쟁이자신의싸움이된이태성씨가그들이다.김용균씨가목숨을잃은이유가무엇인지,그죽음을그저흘려보내지않기위해얼마나많은이들이함께싸웠는지,그싸움의구체적면면들은어땠는지가그들각각의기억과이야기속에서자연스럽게다시기록되었다.
특히이책은김용균씨의산재사고의진상과함께,김용균씨의죽음이후에남겨진사람들에게주목해그들의목소리를기록함으로써우리사회에서산재를바라보는시각을조금더다각화하고산재의외연을확장하고자한다.다시말해,그들이겪은삶의크나큰변화와살아내기위해이어가고있는그들각자의싸움에무게를둔것은산재의당사자는산재를직접겪은피해자만이아니며,산재사건은공간적으로도시간적으로도단절된한건의사고가아니기때문이다.이는피해당사자와유족만을중심에두고산재사건에접근하는기존의관점을넓히려는시도임과동시에산재가사회에서고립된별도의사건,즉나와는무관한남의일이아니라는점을드러내려는시도다.또한산재사고가어떤시점에깔끔하게끝나는사건이아니라긴그림자와상흔을남기며장기간의싸움을필요로하는일이라는점역시함께드러내려는시도이기도하다.

산재이후에남겨진이야기:살아서그죽음을겪어내는사람들

이인구씨는김용균씨와같은하청업체소속의비정규직이었지만,발전소정규직으로30년을일하다발전소하청업체에계약직으로다시입사한경력직‘오비(OB)’직원이다.노조에는호의적이었지만적극적으로활동하지는않았고,분위기좋은곳이있으면아내와함께데이트도곧잘하던,웬만한중소기업사장보다안정적이라는발전소정규직으로살아온'평범한'삶이었다.하지만함께일하던동료의죽음을직접목격한이후삶이크게변했다.이렇게큰참극을겪고도아무렇지않게살수가없는사람이되었다.정규직시절에정규직들의처지에만관심을쏟았던과거를반성하고,발전소민영화를막아내지못해김용균씨가죽음에이르렀다는데책임을느끼는사람이되었다.
무엇보다그는중대재해를목격한사람으로서,산재트라우마와함께살아가는산재피해자이자생존자다.산재사건에서상대적으로덜주목되었던대표적인피해가바로이산재사고의목격자들이겪게되는심각한정신적외상문제다.이인구씨는동료의주검을발견하며큰충격적경험을했지만그에대해보호를받기는커녕,마지막에김용균씨와통화를했다는이유로마치피의자처럼취급되어경찰조사를받기까지했다.잘못은기업과구조에있는데동료노동자들은죄책감까지느껴야한다.심한경우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경찰조사를받기도한다(2020년현대중공업끼임사고).이인구씨역시심한이명과불면에시달렸다.다만이인구씨를비롯해당시김용균씨와함께일했던화력발전소노동자들여럿이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대한산재처리가되어해당되는치료를일부받을수있었다.김용균씨사건에앞서있었던삼성중공업크레인충돌사고이후사고를겪은이들에대한정신적어려움을지원해야한다는요구가높아지면서직업트라우마에대한공적지원체계가조금은자리를잡은덕이다.

김미숙씨는김용균씨의어머니다.산재피해유가족이다.자식이스스로잘못해사고를당한것이라고몰아가려는회사의모습을보고시작된싸움이또다른김용균들이다시는나오지않기를바라는싸움으로이어졌다.자식의죽음으로몰랐던세상을알게되었고,자신과가족에게집중했던삶에서타인의삶에연대하는삶으로옮아갔다.부당한노동현실에맞서싸우는사람이됐다.
다만저자들이기록한김미숙씨는정형화된유족혹은'노동자의어머니'의모습은아니다.당연히유가족이라고해서언제나슬플수는없고,온종일길위에서싸우고있을수만도없다.그는다른이들의시선이신경쓰이지않는것은아니지만,그래도유족은이래야한다라는편견에맞서야한다고분명히생각한다.김미숙씨는흔들리기도하고,기쁜일이있을때는웃고,이따금은다시공허한마음이되기도한다는것을인정한다.'평범'했던과거의삶과싸우며살아가는지금의삶을저울질하지않고모두를긍정한다.자식잃은어머니가되기도,길위에서싸우는몸이되기도,누군가의손을맞잡는연대자이자활동가가되기도하며자신의싸움을해나간다.

이태성씨는발전비정규직노조동료다.또다른발전소하청업체의비정규직이고노조활동가였고,김용균씨와서로알던사이는아니었다.그런데비정규직문제를알리기위한기자회견에발전비정규직대표로참석하기로되어있던날새벽에김용균씨의죽음을알게됐고,그기자회견에서그는결국울음을터뜨리며김용균의죽음을세상에처음알리게됐다.그역시가까운후배를산재로잃었고,산재신청조차하지못했던수많은동료들의얼굴을너무나잘알고있기에터진울음이었다.김용균의죽음을그대로흘릴수없었던이유기도하다.그리고김용균을그대로보낼수없었던건다른발전비정규직들도마찬가지였다.
큰싸움의경험도없었고,팔뚝질조차어색했던발전비정규직노조원들은그의말을빌리자면“미친듯이싸웠다”.노조를포함한수많은주체들이두달여를싸웠다.당정협의도이루어졌고,장례도치렀다.국무총리산하의석탄발전소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꾸려져조사도마무리됐다.그런데도발전소는변한듯변하지않았다.특조위조사를조직적으로방해했다.정규직전환은합의이후3년이지나도록이루어지지않았고발전소내작업환경및처우개선도미진한상황이다.김용균산재사망에대한책임자처벌을위한형사재판에서사측은또다시말을바꿨다.원청은자신의책임이없다고했고,왜그렇게노동자들이위험하게일을하는지모른다고했다.하지만산재로인한후배의죽음이후배의과실로기록된것을알고도아무것도할수없어아팠던이태성씨는,이제투쟁을그만하고싶어도피할수없다는걸아는사람이되었다.누군가의죽음을또볼수없기때문이다.힘들지만함께싸울때길도생기고힘도생긴다는걸김용균투쟁으로확실히알았기때문이다.

다시,김용균

이책은이세사람의이야기뿐아니라석탄화력발전소를둘러싼문제의시작과범국민추모제등에서의김미숙씨의발언,그리고여러주체들이함께했던김용균투쟁에서특히집회를기획하고진행하거나시각작업을맡았던문화활동가들의목소리도같이엮어김용균사건자체도좀더구체적으로소개하려노력했다.김용균이라는이름이하나의대명사가되는과정에서수없이많은또다른김용균들이함께싸웠다는것을기록하고산재가구조적문제라는것을,그리고일어나서는안되는비극이라는점을전하고자했다.
산재로사망하는사람이너무많아,사회적사건이되는산재가많지않은비극적현실에서도김용균씨의죽음은이사회를울렸다.국무총리산하의특조위도구성되어,김용균씨의산재사망사고는일어나지않을수있었던인재였고노동자개인의문제가아니라원하청이분리되어연속된공정의업무를보게만든노동구조와위험한노동환경등구조적문제에서비롯된것임을분명히밝힌바있다.한계가명백할지라도산업안전보건법이전면개정되었고중대재해처벌법도제정됐다.
하지만김용균씨사건과똑같은구조적이유로벌어지는산재사망사고는지금도벌어지고있다.현대중공업에서도,동국제강에서도,건설현장에서도,대우조선에서도불안정노동자인하청업체비정규직노동자들이산재로목숨을잃었다.보도되지않은죽음은더많을것이다.심지어김용균씨사망에대한책임자처벌도전혀이루어지지않았다(2022년2월에서야선고된1심결과에서원청인한국서부발전전대표는무죄판정을받았고,원·하청사에게선고된벌금과기타피고인들에대한처분역시솜방망이처벌에그쳤다).그뿐만아니라중대재해처벌법이시행된지반년도되지않은시점에서,중대재해발생시사업주와경영책임자처벌을완화하는법개정안이발의됐고정부는시행령을개정하겠다고나섰다.
지금김용균을다시호명하고그죽음과이후의투쟁을기록하는것은김용균이라는한사람뿐아니라같은구조속에서목숨을잃고다친수많은이들을기억하는방편이기도하다.그길에함께하고자하는이들의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