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한 지붕 퀴어 대가족)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한 지붕 퀴어 대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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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나중에 꼭 모여 살자,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바람을 대지 삼아 지어 올린 무지개집. 이곳에서 퀴어 대가족을 이룬 무지개집 사람들은 혐오와 주거불안이라는 복합적인 난관을 ‘문란한’ 돌봄과 협동조합 주택으로 마주해낸다.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온, 집과 가족의 의미를 확장하는 목소리들로 이 책은 시끌시끌하다. 무지개집 탄생을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구성권연구소가 왁자지껄한 그들의 발자취를 기록했다. 가족은 법적 규정이 아니라 실천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나의 존재와 관계가 오롯이 존중받는 장소로서의 집이 실현 가능하다는 걸 이보다 생생하게 증명할 수 있을까?
저자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구성권연구소는가족상황에따른차별해소및누구나자신이원하는가족·공동체를구성하고차별없는지위를보장받을수있도록하는가족구성권이확보되는사회를위해소수자,페미니즘,인권의관점에서다각적으로연구하며실천적인대안을모색한다.2006년‘다양한가족형태에따른차별해소와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연구모임’으로시작해2018년8월개소했으며,가족실태와가족변동에대한조사,가족법·가족제도변화를위한정책제안,차별금지법제정을위한연대활동등을해왔다.2022년현재는소수자장례와애도에관해연구하고,포스트호주제시대를위한가족구성권운동에대한글을집필하고있다.
홈페이지http://familyequalityrights.org

*공동편저자
김현경∘가족구성권연구소활동가.4마리고양이,파트너와서로돌보며같이나이들어가고있다.
나영정∘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14년째가족을정치화하는방법을배우는중이다.
정현희∘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활동하는7년차무지개집거주자.책을쓰면서무지개집을더자랑하고싶어졌다.

*공동저자
김순남∘가족구성권연구소대표.퀴어/페미니즘연구자이며《가족을구성할권리》(2022,오월의봄)를썼다.난잡하고오염된공동체를꿈꾼다.
박서연∘1인가구노인이시설아닌자신의집과지역사회에서지속적으로거주할수있도록돌봄안전망을만드는지원주택에서근무한다.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활동했다.
성정숙∘‘함께함’에서배우고성장하는사회복지연구자.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활동하며,사회복지연구소‘물결’공동대표이기도하다.
유화정∘가족구성권연구소활동가.주요관심분야는젠더/폭력,가족/관계,친밀성실천이다.
이종걸∘솔로게이몇년차인지도모른다.돌봄은나로족했다.그런데가족구성권연구소활동좀하다보니그게아니더라.

목차

들어가며|나로서살수있는집을찾아서
1무지개집의탄생
2흥다방에서옥상까지,공간은살아있다
3서로의집이되는사람들
4무지개집이라서다행이야
5담장을넘어볼까?
6소속과자유,그리고주거안정
나가며|누구와함께살고싶습니까?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사실이런아이디어는누구나가지고있잖아요”
나의집과나의가족을찾아서
열다섯퀴어와다섯고양이,5층집짓고대가족을이루다!

서울시마포구망원동의한골목,열다섯퀴어와다섯고양이대가족을품은성소수자들의공동주택무지개집이5층집위엄을뽐내며서있다.무지개집에모인퀴어대가족은성소수자의삶을가로지르는혐오와주거불안이라는복합적인난관을‘문란한’돌봄과협동조합주택으로마주해보자고나섰다.
‘집’과‘가족’은많은이에게더없이평온하고안전한장소이자관계로여겨질지모르지만,성소수자들에게는원가족그리고그원가족과함께사는집이억압과폭력에물든장소이자관계인경우도적지않다.이는또한억압적이고차별적인사회의영향이기도할것이다.이에따라나의집과나의가족을찾아모여살고함께살고싶다는꿈은적지않은퀴어들에게는언제나있었던,꽤나오래된바람이었고,그러한바람에서촉발된다양한움직임이성소수자커뮤니티내에서꾸준히나타나기도했다.2010년에는지역공동체성격의모임인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가결성되었고,2011년과2013년에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를주축으로한총2회의퀴어타운프로젝트가진행되기도한것이다.
무지개집의시작또한그오래된바람의연장선위에있었다.자타공인무지개집의기획자로여겨지는재우는무지개집프로젝트에착수한2014년이전까지서울시북아현동,연남동,서교동등에서다른퀴어들과함께모여살았다.‘가까이사니까좋다’는경험들이쌓인덕분에무지개집에대해서도‘지금해보자’는결심을품게되었다.
“재우형이‘그냥지금해보자’라는이야기를꺼냈던것같아요.기다릴것없이지금해보자,살아보다가아닌것같으면다나오게되더라도,한번해보면다음에더잘할수있으니까.늙어서모이는것보다한살이라도젊었을때모여사는게더재미있지않을까?그런얘기를꺼냈던것같아요.”(동하)(37쪽)

집주인도세입자도없는집
사는(buying)집이아니라사는(living)집

무지개집은처음부터그정체를가감없이드러낸집이다.지을때도,짓고나서도무지개집사람들은적극적으로외부에이집의존재와의미를알렸다.이런점에서도무지개집은충분히‘별종’같지만,거기서끝이아니다.집이너무나당연한자산증식의수단으로여겨지는사회에서무지개집은협동조합방식을택했다.다시말해자본주의사회의문법으로보기에도무지개집은‘별종’이다.무지개집사람들중에는집주인도세입자도없다.이들은성소수자라는정체성과마찬가지로모두가조합원이라는또다른정체성을공통적으로가진다.주택의사회적소유를실현하기위해공동주택을짓는함께주택협동조합의조합원.이에따라‘함께주택2호’는무지개집의또다른이름이다.무지개집의‘소유자’를따지자면함께주택협동조합이고,무지개집사람들은조합원으로서일정금액을출자해집을짓고이를공유하는‘공유자’들인셈이다.
이들은처음부터성소수자공동주택을꿈꾸고모였기에설계부터적극적으로함께했다.무지개집프로젝트를위한초동모임이있었던2014년11월부터무지개집이완공된2016년4월까지,약1년반동안40회이상의회의와각종워크숍이진행됐다.저마다의욕구가얼마나다양했을것이며그다양한욕구를풀어내고조율해가는과정은또얼마나소란했을까.이대가족을구성하는이들이저마다꿈꾼‘집’에대한이야기와실제로무지개집을구성하는공간곳곳을들여보다보면새삼‘집’의의미를다시생각하게된다.

서로의집이되는사람들
무지개집이라서다행이야

무지개집사람들이‘내집’이라말할수있는공간은3평에서10평남짓,개인공간으로만치자면무지개집사람들은모두작은공간을차지하고산다.대신무지개집에는공용공간이많다.1층에는식당,극장,운동,회의까지다방면으로활용가능한‘흥다방’이있고,1,3,4층에는공용세탁실이있다.옥상은물론이고1층대문옆에자리한작은마당도누구나오갈수있는공용공간이다.갈곳없는성소수자를환대하는게스트룸까지있다.협소한공간임에도집을사는(living)곳으로만들겠다는결심이모인결과다.공용공간을어떻게인식하느냐에따라이집은넓어지기도하고좁아지기도한다.
각주거공간의보증금과사용료를계산하는방법도별나다.공간의크기를따지는부분이없지야않지만구성원의현실적인상황을더욱고려하며유동적으로주거비용을조정한다.각층의보증금과월사용료는당초회의를거쳐책정해두었지만반드시고정된건아니다.평당얼마라는계산법보다중요한건성소수자주거불안을해소하는것,그리고어떻게함께잘살수있는가하는문제다.
그럼에도,성소수자라는것빼고는사소한습관부터성격까지모든게다른15명이함께산다는건보통일이아니다.단순히한집에모여산다고해서저절로친밀성이쌓이고돌봄이이뤄질리도없다.서로가서로에게느끼는친밀감도제각각이다.특히나비교적각가구가구분된생활공간으로이뤄진다른층과달리6명이5개의방에나눠살며부엌,거실,화장실,냉장고등을공유하는2층셰어하우스의공동생활난이도는최상이다.2층회의에서는화장실에서쓰는휴지양,제대로닦이지않은냉장고속얼룩도안건이된다.
수시로서로의감정을살피며대화하고조율하는과정속에서관계는또하나의노동이라는말을실감하는나날.그럼에도더이상나를감추거나억압하지않아도되는,나로서온전히존중받는관계와함께사는고양이들까지고려해설계한집이주는물리적만족속에서사람들은비로소안전과자유그리고행복을느낀다.다같이모여김장을하고,창틀로새들어온빗물을퍼내고,한여름날수영장에가고,서로의고양이를돌보는일상의실천속에서‘가족’이라는말이꿈틀거리기시작한다.

무지개집에서무지개마을로,
담장을넘어볼까?

비로소집에서숨쉴수있게된무지개집사람들은숨쉴수있는공간의확장을도모하기도한다.무지개집을넘어무지개마을을만들수있지않을까?기꺼이‘불온한’이웃으로서자신을드러내기로결심한것이다.

“서교동에살때는그냥여기나혼자사는곳이고마을주민으로서정체성이전혀없었어요.난그냥동사무소갈때만서교동주민이었지.무지개집에서15명이함께살고있기때문에,우리가살고있다는것을여기서좀보여주고싶다,이마을에어울려서살고싶다는생각이좀있어요.사실비밀로살아도되는데우리끼리.”(재우)(134쪽)

무지개집사람들이이웃을만들기로결심한데는망원동이라는동네의특수한성격이미친영향도적지않았다.애초에무지개집이망원동에자리잡은것도우연은아니었다.꽤오래전부터망원동은문화적으로성소수자친화적인동네였다.지역운동이활성화되어있으며인권단체사무실도적지않다.동네를거니는이들에게서“자기만의세계가있는듯한냄새가”나고,“머리를빡빡민아기엄마가”살며,“그런모습을뭐라하지않는동네”라는인상은무지개집사람들이자신을이질적인존재로느끼지않는데도영향을주었다.
이처럼이미어느정도‘퀴어한’동네의가능성을믿고이웃을만들자고나선무지개집사람들은LGBT번개와바자회를열며적극적으로사람들을집안으로초대하고관계맺는다.서울시주관공동체주택아이디어대회에참여해무지개집살이이야기로입상도하고,지역주민노래자랑에나가성소수자주민으로서합창한다.과거단절되고폐쇄된공간이었던집은그렇게이웃과연결되는기초가되어간다.

누구와함께살고싶습니까?
제도가가장먼저물어야할질문

이처럼무지개집은그자체로서로에게스며들어더이상서로의삶에서분리되기힘든관계의탄생이다.하지만제도는이러한관계를포착하지도보호하지도못한다.만약통계상으로무지개집을본다면이들은어떻게드러날까?1인가구들의집합으로만드러날것이다.그안에는실질적으로파트너관계를맺고있는이들,일상적돌봄을주고받고서로의위기를방지하며‘함께’살아가는사람들이있지만제도는이러한관계를철저히외면한다.
정상가족과이성애중심적인가족제도는주거정책과밀접하게연관된다.한국의주거정책은취업-연애-결혼-출산이라는특정생애주기와삶의형태를‘정상’으로상정하고추진된다.이에따라주거불안문제의해결책또한1인가구,신혼부부가구,노부모부양가구를중심으로마련된다.그마저도충분하지않은실정이지만,빈약한주거정책속에서혈연이나결혼아닌방식으로유대하고자하는이들은제도로부터완벽히배제되고있다.
무지개집이말하는주거안정은단지머물곳을마련하거나집을소유하는데한정되는문제가아니다.사회적차별에부딪혀고립적인생활을하는성소수자에게주거안정이란때로시급한생존의문제다.서로가“사라지지않도록하기위한가장강력한방식인같이살기”(179쪽)가무지개집에서이뤄지고있다.가족은법적규정이아니라실천으로만들어진다는걸,나의존재와관계가오롯이존중받는장소로서의집이실현가능하다는걸무지개집은생생하게증명한다.그렇다면우리는이러한상상과실천을가로막는제도적ㆍ사회적장벽을질문해야하지않을까?함께살고자하는관계,함께살아가는방식은얼마든지더다양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