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한 청년들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

골골한 청년들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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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가는 골골한 청년들의 이야기
청년이 골골하다고? ‘청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마치 “박카스 광고”에 나올 것 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건강하고 활기찬 (비장애인 남성) 청년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한편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N포세대” 같은 말로 상정되는 불안정하고 고된 여정 위의 청년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정이 넘치는 청년, 혹은 불안한 미래 앞에 좌절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 어디에도, ‘건강한 몸’에서 벗어난 청년은 상정되지 않는다.

언제든 아픈 상태가 될 수 있는 청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만성질환과 함께하는 청년, 자잘한 만성질환을 여럿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어 대체로 ‘몸이 안 좋은’ 청년. 그야말로 ‘골골한’ 상태의 청년들은 이중적인 잣대 속에 놓인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함의 기준에서 탈락한 몸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몸으로 취급되고, 회복할 시간과 기회에도 인색한 이 사회에서, 와병할 정도의 중증 환자도 아닌 젊은 사람이 골골거리고 있으니 게으른 베짱이의 꾀병으로 취급받거나 열정 없는 청년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상적인 청년의 모습에서도 벗어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청년 정책의 대상에 그들의 경험과 상황이 고려되지도 않는다.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가 말한 ‘회복사회(remission society, 만성질환자, 장애인, 그들의 가족 등 계속 회복 중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에는 분명 청년이라는 존재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골골한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 이유다. 이 책은 질병이나 장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개중에서도 중한 병이 아닌 (자잘한)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은 상황,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노동환경, 회복하고 쉴 권리에 인색한 일터와 문화, 자기계발의 영역이 된 건강, 개인에게 전가된 돌봄과 보건의료 체계에 더해 청년의 고난을 당연시하면서 생애과정의 표준적 이행을 기대하는 문화, 다양한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정책, 불안정한 청년 고용 등이 교차하며 그간 호명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다양한 몸을 지닌 다양한 청년 개개인의 삶을 들여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인 셈이다.
저자

김미영,김향수

국제여성가족교류재단수석연구위원.숙명여대가족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대학에서강사로청년기발달,한국가정생활문화등을가르치고있으며,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보건,직업훈련등의주제에젠더관점을넣어사업을기획·운영하고있다.사람,그리고그사람이살아가는다양한환경에관심을두고연구와교육을해왔다.주요논문으로〈자산형성프로그램을이용한저소득가정의탄력성형성과정에서의가정자원관련경험〉,〈저소득층독거노인과독거노인생활관리사의돌봄관계경험〉등이있다.

목차

추천의말:이슈로,공적이슈를개인적의미로_김명희(노동건강연대운영위원장,예방의학전문의)
기획의말:여기,골골한청년들이있다_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고문,근로복지공단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위원장)

들어가며:건강한몸의세계에서골골한청년으로살아가기

1장.영스톤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1_골골한몸으로살아간다는것:만성질환과자아
2장.성실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2_아픈사람은회복되어야만일할수있나?:환자친화적일터
3장.나래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3_보건의료정책만으로충분한가?:사회정책
4장.여정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4_아픈몸보다더힘겨운시선:사회적낙인과편견,사회적관계
5장.석원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5_누구나돌봄이필요해:청년과돌봄
6장.조이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6_다양한시간의경험이곧삶이다:청년의생활시간
7장.명태씨이야기
골골함깊이읽기7_아픈이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기:대항서사로서의질병서사

나가며:하지만이들은말하기를멈추지않았다

주(註)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책에는건조한설명문으로는도저히전달할수없는,다양한질병과함께살아가며분투해온청년들의생생한삶이담겨있다.또한개인들의질병서사를우리사회의보건의료체계,사회복지제도맥락안에서설명하고,사회학적이론들과연결지음으로써이것이불운한개인들의특별한사연이아니라‘사회적문제’임을잘보여준다.사회학자라이트밀즈는《사회학적상상력》에서개인적문제를공적이슈로,공적이슈를다양한개인에대한인간적의미의용어로번역하는것이사회과학자의정치적책무라고이야기한바있다.두연구자가이책을쓰며했던작업이바로이것이었다고생각한다.그래서독자들은그저안타까움이나공감을넘어서우리사회에서무엇이바뀌어야하는지를더구체적으로생각해볼수있게되었다.
_김명희(노동건강연대운영위원장,예방의학전문의)

골골한사람들의이야기는왜수면위로떠오르지않을까?병원에입원하고치료를하고있어야만관심의대상이될수있는걸까?만약골골한사람이청년이라면,그청년들은어떻게살아가고있을까?여러질문이다가온다.(중략)이책에수록된골골한청년들의이야기가비슷한상황에처한다른청년들에게동병상련의위로를주길바란다.또한우리사회가골골한청년들을사회구성원으로적극적으로품고,그들이더나은삶을누릴수있도록만드는계기가되기를희망한다.
_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고문,근로복지공단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위원장)

아팠던경험은차트에만남는것이아니다

이책에는골골한청년일곱명의생애가생생히담겨있다.이들은취업준비생,공기업정규직,프리랜서,계약직등다양한고용지위에놓여있고,비염,허리디스크,건선,크론병,망막분리,식도염,소뇌염,중추기원의현기증,고혈압,과민대장증후군,선천성심장질환등겪고있는질환의내용과중증도역시다양하다.그들은스스로를“부도난수표”라고부르기도하고“걸어다니는종합병원”으로부르기도하며,남들로부터“하자있는사람”“젊은데그거일했다고아프냐”라는이야기를듣고,가까운가족으로부터“차라리같이죽자”“나는안아픈데너는왜그러니”라는말을듣기도한다.때로는주변의호들갑스러운관심과지나친혹은미묘한배려에마음이상하기도한다.친구들이나를빼고약속을만든달지,몸이좋지않고,아프다는이유로다른여러측면에서의능력을의심받아야한다.내가왜몸이좋지않은지,어디가아픈것인지를남들에게설명해야하는상황에놓인다.
수술과같이집중적인돌봄이필요한때는사회적지지체계가없기때문에대부분가족에게돌봄을받아야하고,가족으로부터의지원이어려운경우는혈연중심,가족중심의돌봄문화와병원체계로인해수술과입원,이후의간병까지곤란함을겪곤한다.집안의형편이나소득수준,보건의료제도의혜택,거주하는지역에따라치료자체가분투가되기도한다.비싼검진비용의처리가잘못되는바람에병원서버실직원과도싸워야하거나,산정특례를받지못하면원하는치료를포기하게되기도한다.대도시가아닌지방소도시에거주할경우,원하는의료서비스를받을병원이없는경우도있다.‘나인투식스’의정규직일자리를구하면건강관리에도더유리할것을알지만취업이라는전장에서아픈몸은가려야할‘약점’이다.
취업을위해국비지원교육을받으려해도몸이좋지않을때는수업을따라가지못해교육을포기하게되거나,직장에서의연차는대부분쉬는데쓰는게아니라거의다병원검진에써야하고,속도와생산성이강요되는일터에서몸의회복을위한시간을쓰기에도눈치가보여몸이더나빠지거나인사고과에서불리해진다.여느한국사회의청년들처럼고용지위가불안정해휴가사용이나휴게시간을사용하는것자체가불가능한경우도많다.정규직이고유급병가나휴직이가능해도대체인력이없어충분히병가를쓰기가어렵다.
하지만이책에등장하는이들은건강한몸,정상성에대한욕망과그기준에서미끄러진자신을인정하는것사이에서갈등할지언정,사회적낙인과배제를그대로받아들이거나,아픈몸을관리의실패나의지나노력의부족으로만여기지는않았다.질환의종류나사회적조건의차이에도불구하고이들은모두나답게살기위해분투하고있었다.즉,이들은한계를지난몸을수용하며자신의병을인정하고살아가려고노력한다.내몸의속도와회복의시간을확보하기위해,일터에서협상을하고일감을조정하고,일터의조건도가늠한다.사회적관계를조정하기도한다.나아가자신의질병을단지개인의문제가아니라사회의문제로인식한다.가령대학원의수직적조직문화때문에지도교수의장례식장에가서일을할수밖에없었고그로인해허리디스크가생긴데대해,성추행으로인한우울증에대해사회적처방의필요성을강조한다.자기계발없이생존할수없는성과중심사회가자신의몸을아프게한것이고,질병이흠집이되는사회가문제라는점을제기한다.가족의지지와지원없이수술과치료를받아야했던한청년은혈연중심가족의의미를의문시하며새로운형태의공동체를고민한다.또다른한청년은코로나팬데믹을경험하며아프면당연히쉬는사회가온것을긍정적변화로인식하기도한다.

왜질병서사인가

이렇듯이책은단순히질병경험에만국한하는것이아니라질병과함께해온이들의입체적인삶의경험에주목해그들의이야기를담았다.질병은삶의조건과동떨어진것이아니기때문이다.특히완치의개념이없는만성질환은오랜기간을함께하는병이기에,단편적일화로아픈이의경험을파악하기어렵다.아팠던경험은단순히차트와처방전에만머무는것이아니다.아픈개인이그고통을어떻게이해하는지,어떤사회적낙인을경험하는지,어떤희망과두려움을갖고분투하는지,어떻게협상하며세계를살아내는지는이들의이야기에귀기울일때만알수있다.그리고그것을알때우리는이세계를구성하는건강함이라는정상성에질문을던지고,구체적으로우리가무엇을해나가야할지알게된다.
이에저자들은이서사라는도구,즉질병서사라는방법론을통해골골한청년들이그들의삶에서겪은장기간의고통과경험을마주했고,그들각각의생애를기록하는글쓰기를택했다.아파야보이는것들,아파야알게되는것들이이들의서사를통해우리에게전달된다.질병과함께하는청년들의이야기를통해우리는아주명확히깨닫게된다.우리가발딛고살아가는이세계와구조가개개인의몸,질병과무관한것이아니며오히려매우밀접한관계를맺으며상호작용하고있다는것을말이다.


질병,다양한신체에대한우리사회의상상력이필요하다

결국이책은‘정상적’신체,‘이상적’청년이라는우리사회의정상성기준에서벗어나있기에사회정책부터사회적인식에이르기까지비가시화된이들을호명하는작업이며,그와동시에정상과건강함의기준을되묻는작업이다(선천성심장장애와살아가는한청년은이렇게말한다.“난숨쉬는게헐떡헐떡거리는게정상이고.근데얘네들은이게정상이아니래.그게좀이상한거예요.애초에난출발점이다른데정상적인심장은어떤거지?”).또한그만큼우리사회가다양한몸과차이에대한상상력이얼마나희박한지를드러내는작업이기도하다.크론병과살아가는한청년은동생에게“누나임신도할수있어?”라는이야기를들었다.“되게심각한병인데밝으시네요?”라는이야기를듣는이도있다.
누구나아플수있다는명제를우리가어떻게이해하는지도생각해보자.우리는질병은완치될것이라고생각할뿐,증상의완화가악화가반복되며골골한채살아가야하는몸들이살아갈사회적조건에대한고민은부재하다.코로나19로인한팬데믹이후,쉴권리에인색했던한국사회에서도아프면쉬라는이야기가나온다.그런데여기서나아가쉬어도완전히회복되지않는몸,골골한채삶을지속해야하는사람들이일터에서어떻게일해야하는지를질문해야하지않을까?
아픈몸때문에비난받는문화역시당연히바뀌어야하지만(“아픈애인줄알았으면우리부서에안데려왔을거다”),조금이라도힘들어보이는일은못할것이라거나무조건쉬라는배려역시골골한몸에대한부족한이해를드러내는태도일수있다.비난이든지나친배려든한개인의특성을그의질환이나몸상태만으로평가하는것이기때문이다.삶의질을이야기할때많이언급되곤하는워라밸에대한이해도생각해보자.워라밸은‘MZ세대’의특성,가족돌봄의문제,긴노동시간의문제라고주로여겨지나,골골한청년들에게워라밸은생존의문제이기도하다.다양한몸과생활환경에따라필요와욕구가달라질수있다는상상력의부재가드러나는순간들은이책에담긴일곱명의생애곳곳에깔려있다.
이책은골골한청년들의목소리를통해다양한몸과함께살아갈수있는상상력을우리에게촉구한다.그것이우리모두의책무임을환기한다.결국건강한이들의변화와상상력을촉구한다.그리고이문제를더깊이톺아볼수있도록이들의생애사를기반으로자아,질병서사,돌봄,사회적관계,노동,생활시간,사회정책문제를함께살펴볼수있도록배치했다.골골한청년개개인의생애를우리사회의보건의료체계,사회복지제도의맥락안에서설명하고,사회학적이론들과연결지어이것이개개인의불운한문제가아니라우리사회의문제임을드러내려노력했다.나아가고립된기분으로있을지모를골골한청년들이이책을통해혼자가아니라는것을알게되길,이책이제기하는과제들이현실적변화로이어지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