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무엇을위해싸웁니까?”
“다들무엇을위해싸웁니까?”
존리드가혁명군병사들을만날때마다묻는말이다.멕시코병사들은진지하게말하기도하고농담조로받아치기도한다.“이혁명은말입니다.잊지마세요.이혁명은부자들에맞선빈자들의싸움입니다.”“우리는자유를위해서싸워.”“왜냐.싸우는게좋아서지.광산에서일하지않아도되니까!”“나는싸우는게일하는것만큼힘들지않아서싸웁니다.”“저이가싸우니까요.”역으로질문을받기도한다.“자네는우리랑같이싸울건가?”존리드는“아니.나는기자야.기자는싸우지못하게돼있어”라고대답한다.
그리고실존적인질문이이어진다.혁명의현장에와있는나는누구인가?나는그들과함께싸울것인가?후반으로갈수록이런질문은더이상나오지않는다.그들이왜싸우는지알기때문이고,자신이무엇을기록해야할지알기때문이다.배우지못한멕시코민중보다우월한지식인이자기자,미국인이라는정체성이드러날법도하지만,이책에서는이런걸전혀찾아볼수없다.그는싸우는사람들의입장에서서그들의목소리하나하나를소중히기록한다.그가주목하는것은혁명지도자도아니고,혁명그자체도아닌가난한농민과노동자들의목소리였기때문이다.그리고그들과죽을고비를넘기면서우정을쌓아나간다.“나는이순수한이들을향한벅차오르는감정을느꼈다.사랑할수밖에없는사람들이아닌가.”(306쪽)
존리드는멕시코혁명을통해자신을재발견했다고썼다.그리고이『반란의멕시코』를통해급진적인언론인으로서명성을얻었다.이후그는1914년러들로학살현장인미국콜로라도주로향한다.러들로학살은존데이비슨록펠러소유의광산에서일하던광부들과그가족들이파업을벌이자콜로라도주방위군과회사에고용된민병대가수십명의광부와그가족들을학살한사건을말한다.존리드는이사건을취재해〈콜로라도전쟁〉이란글을남겼다.그리고제1차세계대전을취재하기위해유럽으로향했고,이전쟁은“상인들의전쟁”일뿐이지“우리들의전쟁은아니다”라고썼다.1917년볼셰비키가권력을잡았을때는러시아페트로그라드에있었고,그현장을목격하고『세계를뒤흔든열흘』이란유명한작품을남겼다.이렇게세계사적사건이터질때마다그는늘현장에있었고,민중의시선으로평화의시선으로이사건들을바라보고글을썼다.
“존리드.짧은생애를뜨겁게살았다.특정매체와좁은출입처에묶이지않고세계사적현장을옮겨다니며보고,쓰고,참여했다.총알날아다니는사막과세계대전의전쟁터,노동자들의전쟁같은파업과이념의지형도를바꾼혁명등그의출입처는전세계였고그의소속매체는그자신이었다.그의기록하는자세와추구했던저널리즘과꿈꿨던세상은가난하고,권력과거리가멀고,차별받는사람들을향해있었다.”(이문영,〈추천의글〉중에서)
존리드는1920년모스크바에서티푸스에걸려사망했다.33세의젊은나이였다.1981년워렌비티는존리드의일생을담은영화〈레즈〉를만들었다.
멕시코혁명의중요성
『반란의멕시코』가담고있는멕시코혁명은당시에는그세계사적인의미가제대로파악되지못한사건이었다.1917년의러시아혁명이갖는세계적영향력이강력한나머지그보다앞선1910년의멕시코혁명의중요성이가려졌다.하지만멕시코혁명은‘제3세계농업국가에서발생한최초의사회혁명’이었다.이혁명은20세기내내식민지는물론이고,독립국이지만제국주의열강이압도적인영향력을행사하고있던‘신식민지’곳곳에서발생하게될사회적격동을미리보여주는것이었다.
1910년부터무려10여년동안진행된멕시코혁명의파란만장은크게4막으로나뉜다.1막에서독재체제에맞선민중봉기로민주정부가수립되지만,2막에선민주정부에맞선쿠데타가발생해대통령이살해된다.3막에선쿠데타세력과민중지도자들이결전을치르고마침내혁명은승리로귀결된다.하지만4막에서는혁명세력내부의권력투쟁으로민중지도자들이비운의최후를맞는다.짜임새가탁월한한편의고전희비극과도같은멕시코혁명의드라마는20세기세계곳곳에서발생한혁명의예고편처럼보인다.
멕시코혁명이발발한직접적인계기는33년간전횡을일삼던포르피리오디아스의약속파기였다.독재자디아스는“이제멕시코민중은민주주의를받아들일준비가돼있다”고발언해놓고도,프란시스코마데로가강력한경쟁자로부상하자그를구속해버렸다.이에마데로는탈옥을감행했고,민중봉기로독재를타도하자고호소했다.마데로의호소에화답한이들중에는북부산악의산적판초비야,남부평원의농민에밀리아노사파타가있었다.제1막은무장투쟁이승리해늙은독재자포르피리오디아스가파리로도주하면서마감된다.그는도주직전“마데로가호랑이한마리를풀어놓았군”이라고시니컬한조롱을남겼다고한다.
혁명의제2막은1911년11월마데로가멕시코민중의압도적인지지로대통령에취임하면서시작된다.‘민주주의의사도’라고칭송받는마데로였지만막상집권이후에는이렇다할정치력을보여주지못했다.그는언론과결사의자유를보장하고,의회에행정부를견제할권한을부여하는등의정치개혁을추진했다.하지만토지분배를기다리던농민들을실망시켰고,노동조건개선을요구하던노동자들이경찰과시가전을벌이는데도속수무책이었다.군대와경찰등독재체제의유산을개혁하지도못했다.
결국1913년2월마데로대통령은자신이군총사령관으로임명한독재체제의잔당빅토리아노우에르타의손에부통령피노수아레스와함께살해됐다.디아스가언급한‘호랑이’가그실체를드러낸것이다.마데로의비극은자신의봉기호소에응답한민중의뜻을제대로감지하지못했기때문에발생했다.그는혁명의근본적원인에둔감했다.독재자디아스집권기는멕시코의상류층과두들과외국인투자자들이동맹을맺어멕시코를근대국가·산업국가로변모시키려던시절이었다.그시절은대지주에겐‘황금시대’였지만,농민과노동자들에게는‘지옥에서보낸한철’이었다.디아스정부의토지소유권확립정책은농민들에게큰원성을샀다.이정책은경자유전의관례로보유해온농민혹은농민공동체의토지를대지주들이모조리강탈하도록부추겼다.이책에도등장하는치와와주의테라사스가문은벨기에와네덜란드를더한면적보다도더큰사유지를보유했고,그땅을횡단하는데기차로꼬박하루가걸릴정도였다고한다.반면자기토지를잃고농업노동자가된농민들은대지주가농장구역내에설치한직영상점의고리대금업으로다시착취당했다.농노와다를바없던이들은‘페온’으로불렸는데멕시코혁명의주역들이자이책의주인공들이기도하다.
디아스정부의노동운동탄압도악명이높았다.1906년6월국경도시에서구리광산노동자들이파업을벌였을때,멕시코정부는“미국인의생명과재산보호”를위해미국군대를파견하라고요청했고,멕시코경찰과공조하여파업노동자들을유혈진압했다.그해12월한방직공장에서파업이발생했을때는약600명의노동자를학살하고이들의주검을바다에유기하는만행을저질렀다.농민과노동자들이혁명군의주역이된이유가여기에있다.대통령마데로는이런현실을제대로파악하지못했다.하지만마데로의비극적인죽음이그를멕시코혁명의순교자로만들어주었다.그래서2차혁명군이마데로파라불리기도한다.
이제혁명은가장극적인사건들이펼쳐지는제3막으로넘어갔다.마데로가살해되자마자코아윌라주지사베누스티아노카란사는쿠데타정부를‘찬탈자’라고비난하고,헌법에입각한정부수립을요구하는‘헌정주의혁명’을주창했다.여기서‘헌정군’이라는용어가탄생했다.이시기에혁명은시작부터내부에품고있던이중적모습을드러냈다.하나는독재체제를해체하는정치개혁의비전이었고,다른하나는사회경제혁명으로도약하고자하는열망이었다.이는멕시코의미래를두고각축을벌이는두가지비전이었다.카란사가대표하는정치개혁세력은대체로강력한중앙정부가주도하는민주적이고진보적인민족국가를건설하고자했고,판초비야와에밀리아노사파타등사회혁명의지도자들은사회정의와민주주의가작동하는지역자치공동체를추구했다.그런데카란사와같은보수주의자들에겐사회혁명의의지가없었고,비야와사파타에겐국가권력에대한의지와비전이없었다.
에밀리아노사파타는‘토지와자유’를내걸고대농장을불태운뒤농민들에게토지를분배했다.그는1914~1915년까지모렐로스주에서농촌자치공동체를조직했다.1912년에당시군총사령관우에르타에의해체포되어사형선고를받았던판초비야는대통령마데로의도움으로탈옥에성공한뒤1913년4월까지미국텍사스주엘패소에은신했다.마데로의사망소식을들은비야는8명의부대원을데리고리오그란데강을건너멕시코로잠입했다.그는곧치와와산악지역에서목장과농장의농업노동자들인페온,노동자들을규합해군대를조직하고‘북부사단’이라명명했다.비야는그해11월마침내치와와주의수도치와와시에서연방군을몰아냈다.멕시코에귀환한지8개월만의쾌거였다.곧비야는30만명의치와와주민들을대상으로‘비범한정치실험’에몰두했다.비야는대지주를타도한뒤토지를분배했고,고리대금업자들을몰아냈으며,치와와곳곳에학교를세웠다.
한편,패주한연방군은텍사스프레시디오와마주한멕시코국경도시오히나가로도피했다.바로그즈음,1913년12월말에미국인기자존리드가멕시코혁명을취재하기위해급파되었다.존리드는오히나가에고립된연방군대장과인터뷰하기위해리오그란데강을건넜다.이책은이때부터2차혁명의성사여부를결정지은토레온전투까지를다루고있다.토레온은멕시코북부에서가장중요한전략적요충지로서멕시코시티로가는길목에있었다.그곳에서‘북부사단’의화력과연방군의최정예부대가결전을벌였고비야의가난한민중군대가2주간의혈투끝에승리를거뒀다.즉『반란의멕시코』는멕시코혁명의제3막,즉제2차혁명중에서가장드라마틱한시기를다루고있다.치와와주에서연방군을몰아낸판초비야의‘북부사단’이토레온전투에서승리를거둬멕시코혁명을최종승리로이끄는과정을다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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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임무를받고투입되는사람이기록할사건을선택할순없을지모르지만사건을기록하는위치는선택할수있다.같은사건을기록하더라도어느위치에서기록하느냐에따라현장은무수히쪼개진다.사건은주어지는것이지만현장은스스로만들어가는것이다.멕시코혁명이란사건의한가운데서존리드가선택한현장은가난한농민과노동자들이었다.평생빼앗겨온사람들이었다.『반란의멕시코』는혁명군의기세가최고조였던시기를포착하고있으나책의주인공은혁명지도자도혁명그자체도아니다.존리드가세밀하게그려내는주인공은땅을잃고,한끼먹을음식이없으며,살집과공부할학교를얻기위해혁명에동참한사람들이다.제대로된무기도없이싸우는그들의삶과죽음,가난과불평등,웃음과눈물,환대와나눔,춤과노래,혁명안에서조차달라지지않는여성들의현실이다.총소리,신음소리,들판을뒤덮은시체냄새속에서그들과걷고먹고자는시간들이존리드가열어간현장이었다.
읽다보면알게된다.이렇게쓰려면어떻게기록해야했을지.르포의기본은대단한통찰력과문장력이아니다.성실하고꼼꼼한기록이다.취재하는동안어느한순간도,어느한마디도,사소한대화나행동도,상대의표정과목소리의변화도,상황이펼쳐지는장소와풍경도,보고듣고감각하는모든것들에대한기록을멈추지않는것.탁월한르포는그사소하고지난한기록들이쌓인뒤에야촘촘한그물로엮일수있다.수첩과펜을손에서떼지않는일.그단순한기본이르포문학의고전을쓸수있었던그의진짜실력이라고나는믿는다.
-이문영(기자,『노랑의미로』저자)
그때부터존리드는3개월넘는기간동안멕시코북부의사막,산악,평원지대를누비며,가난한사람들로구성된군대와부대꼈다.그들과함께먹고자고술과담배를나누며춤을추고포옹했다.빈민의군대가전투에서패배하면벗들을한꺼번에잃기도하고,사막의도망자신세가되어추격당하기도했다.판초비야의병사들중에서도가장가난한병사들과교류한존리드는마침내“이상한땅의이상한사람들”을사랑하게되었다고고백한다.리드는멕시코혁명을통해“자신을재발견”했다고썼다.피비린내속에서탄생하는혁명의전장을뛰어다니면서26세의풋내기기자는세계적인저널리스트로성장해갔다.리드는착취와억압에서벗어나기위해혁명전쟁에뛰어든가난한농민과노동자들과부대끼면서공산주의자로발전해갔다.그래서존리드에게《반란의멕시코》는자신을새롭게발견할기회를준‘멕시코와멕시코민중에게바치는헌사’였다.
-박정훈(『역설과반전의대륙』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