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정치’라는 낙인 : 문재인 지지자, 그들은 누구인가

’팬덤 정치’라는 낙인 : 문재인 지지자,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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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팬덤 정치’라는 프레임은 무엇을 은폐하는가?

자기성찰을 회피해온 한국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짚는 문제작

여야 구분 없는 ‘팬덤 정치 책임론’,
그 무분별한 낙인에 맞서 시민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팬덤 정치’만큼 매번 정치권을 달구는 화젯거리도 없을 것이다. ‘팬덤 정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연일 터져 나오고, 다수의 언론 역시 이를 문제적 현상으로 보도한다. ‘팬덤 정치’ 프레임이 겨냥하는 대상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다. 이들의 분별 없는 ‘팬덤 정치’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해치고 갖가지 사회·정치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든 것을 ‘팬덤 정치’ 탓으로 돌리는 기존의 지배적 담론을 단호히 거부한다. ‘팬덤 정치’ 담론은 지지자, 즉 ‘시민’을 아무런 근거 없이 ‘팬’과 등치시키는 심각한 개념적 오류를 범하며, 이는 시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무분별한 낙인을 초래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 성찰과 자기비판을 수행하지 않는 정당들이 이를 정당정치의 근본 문제를 은폐하는 프레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다.
이런 흐름에 맞서 저자는 ‘팬덤 정치’로 낙인찍힌 시민 정치 참여의 역사와 현재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그 방식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심층 면접을 택했고, 이를 토대로 특정 인물(정치인)을 지지하는 시민 정치 형태가 어떤 사회적 구조/토대 위에서 등장했는지 면밀히 추적해나간다. 결국 핵심은 ‘팬덤 정치’ 프레임이 교묘히 감추고자 하는 정치·사회 권력 불신 현상에 있다. 그 정치 불신이 대의 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채 사회 균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거대 양당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할 때, 우리는 시민 정치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조은혜

사회학연구자.발을딛고살아가는한국사회에관심이많다.사회를주제로생각하는것을좋아해사회학을선택했다.특히쥐고있는관심사는정치담론과권력,사회불평등이다.현재작은민간연구소에서노동하고있으며,한시민단체에서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중앙대학교사회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

목차

여는글·4

1장논의를위한지도

1.정치불신과시민참여:1960년대부터이어진주요정치사회적흐름·15
2.인물중심정치와인물지지정치:노사모,시민정치전환의시작·21
3.‘팬덤정치’와포퓰리즘:성역화된개념의문제들·29

2장대통령을만든지지자들

1.대통령문재인의등장:문재인신드롬현상의배경·39
2.문재인지지자의기원:지지자로등장한시민들·47
3.호명된권력자:변화하는지지요인과지도자의자질·54

3장절대지지의배후

1.정당의반역:그들만모르는불신의아이콘·65
2.유착된권력:제재되지않는사회권력의위험·73
3.시민의참여의지강화:절대지지의의미·79

4장지지의계보와구도

1.통합과분산:주요‘팬카페’의계보·89
2.비정형적네트워크:네트워크사회의개인화된시민참여·103
3.개별단위의각개전투:연대의재구성·111

5장모래알의이합집산

1.제도적정치참여:정치적참여행동·123
2.비제도적사회참여:사회적참여행동·135
3.응원봉든지지자:‘팬덤정치’낙인이은폐하는현실·145

6장정치불신시대의인물지지정치

1.요약:민주주의와시민정치·155
2.제언:시민편·166
3.첨언:정당편·172

주·178
도표및그림출처·188
부록:지지자들의말·189

출판사 서평

인물지지현상의기원을찾아서:‘노사모’라는분기점

‘팬덤정치’라는용어대신저자가개념화한‘인물지지정치’란사회변화를추진하기위한시민들의새로운참여행동을가리키며,신뢰하는행위자(정치인)를제도정치영역에등장시키고힘을실어주려는행위를일컫는다.정당이나정책보다인물이우선시되는경향은과거에도존재했지만(‘인물중심정치’),현재한국사회에서는과거의그것과차별화되는‘인물지지정치’가발현되고있다.주권자의식이강한시민들이주체가되어사명감과책임감을바탕으로정치인을적극적으로지지하고,다양한방법을활용해사회에참여하는형태가바로그것이다.시민들의사회권력불신과개인미디어확산,개인의원자화와네트워크일상화에따른개별단위의정치행동이이런식의인물지지정치를추동한다.

‘시민’이중심이되는지금과같은인물지지정치가등장하게된데는역사적맥락이존재한다.우선한국사회는민주화가선언됐던1987년이전까지관권과동원을기반으로한선거권위주의가지배적이었던시기를경험한바있다.시민들은긴세월억압당했던사회변화에대한갈망을민주화운동외에도선거를통한최초의정권교체요구로드러냈고,그과정에서김영삼·김대중같이자신들의뜻을대변할수있다고판단되는정치인을지지하는경향이나타났다.하지만이른바‘3김시대’로불린1980~1990년대까지만해도시민들의주된정치활동은선거투표나청원서서명,정당등에소속되어집회나토론회에참석하는것정도였다.정치인혹은정당중심으로결성된수직적형태의정치적사조직이중심이되는문화에서시민들은동원대상에가까웠다.

그랬던정치문화가질적으로크게달라지기시작한것은2000년에‘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가등장하면서부터다.노사모는시민동원형태의정당혹은정치인주도조직화라는이전의지배적형태의정치문화와결을달리한최초의시민결사체였다.이들은정치인과지지자간수평적관계를지향하는한편,자유로운개인들의느슨한연대를추구했다.이런기조를바탕으로주체적이고적극적으로정치참여를시도하며정치인을매개로다른지지자들과교류하고연대했다.실제로노사모는정치인노무현이제16대대선후보로확정되어대통령까지당선되는이변을일으키는데크게기여했다.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전신)에서소수파로당에서의장악력이약하고호남에지역적연고가없었던노무현이제16대대통령에당선된것은예측불가능했던결과였다.

‘팬덤정치’라는공백지대:시민참여에대한폄하와혐오

한편문재인전대통령을지지하는시민들은노사모와는또다른형태의인물지지정치를수행함으로써제도정치에영향력을행사했다.그러나그지지자들을다루는다수의연구와언론은‘비이성적지지자’(부정)혹은‘새로운주권자’(긍정)라는양분된구도로이들을평가한다.부정이든긍정이든이와같은단선적인평가는‘팬덤정치’프레임을강하게차용한다.하지만‘팬덤정치’담론은문재인에대한지지형태와시민들의참여문화를왜‘팬덤정치’라는프레임으로분석해야하는지단한번도제대로설명하지못했다.당연하게수용되는것에비해엄밀히정의된적이없도,분석지표로서비판적으로검토된적도없는용어다.

‘팬덤정치’용어의문제점과오남용사례를열거하자면끝도없지만,가장심각한문제는이것이‘팬(덤)’과‘지지자’를동일한존재로간주하는데서발생한다.한국정치담론에서‘팬덤정치’는일종의극단주의로분류되며,민주주의를위협하는병리적·일탈적현상으로다뤄진다.이는초기의대중문화팬덤,즉‘소녀팬’에게쏟아진여성혐오적비하의시선과도긴밀한연관이있다.그들이‘빠순이’라는낙인에둘러싸였던것처럼,정치인을지지하는시민들에게도언제나‘○빠’라는꼬리표가따라다닌다.이처럼‘팬덤정치’담론은(시민에대한)멸시와혐오의시선을고수하며시민들의지지방식을비이성적집단의행위로폄하한다.

저자는문재인지지자13명과의심층면접을통해이런관점이근본적으로놓치고있는것이무엇인지고찰한다.무엇보다중요한것은이들에대한낙인화와신비화모두를지양하는태도다.2000년대이후노사모를기점으로나타나기시작한달라진시민정치가무엇을말하며어떤구조적문제를드러내는지에대한성찰은여전히공백지대로남아있으며,이러한상황은시민정치가한국사회에서어떻게이해되고있는지를방증한다.현재한국사회에는‘팬덤정치’이외에2000년대이후시민의정치참여를설명할수있는개념자체가없다.

문재인지지자,그들은누구인가:모래알의이합집산

이책이문재인지지자들을중심으로시민정치에대한사유를전개해나가는데는그럴만한이유가있다.우선문재인은매우특수한상황에서대통령에당선된인물이다.한국역사상최초로대통령탄핵이이뤄지고난직후에취임했고,그런만큼시민들역시새로운사회로의이행가능성을긍정적으로타진했다.취임초직무긍정률80%라는수치는단지문재인개인에대한평가가아니라,당시시민들이품었던한국사회의변화가능성에대한기대를보여주는지표이다.

그러나문재인대통령을지지하는시민들은사회적으로많은관심을받은것에비해충분히조망되지못했다.특히언론은문재인정부초기부터그의지지자들에게지대한관심을가지고보도했지만,그러면서도정작이들에대해‘실체가없다’거나‘실체를알수없다’고언급했다.이책은바로그질문에서시작된결과물이다.대통령이되기전부터신드롬현상의주인공으로회자됐고,대통령이되어서는취임초와임기말에가장높은국정지지도를받았던문재인대통령을과연누가,왜그토록지지했는가?또한이들이제도정치에영향을미치는데도실체가없다고일컬어진이유는무엇인가?

이지점을파고들기위해저자는문재인대통령‘팬카페’혹은다른형태의지지네트워크에서활동한지지자들을연구참여자로선정하는한편,주요팬카페(문사모,젠틀재인,문풍지대,노란우체통,문팬)및네트워크의계보와활동방식을면밀하게조사·분석했다.이연구는우리에게몇가지뜻밖의사실을말해준다.그중하나는각각다른시기에자생적으로형성된문재인대통령지지모임은연대의중요성을느끼며통합을시도했지만의견차이로현재분산되어운영되고있다는점이다.

이는그지지자들이외부의다른정치인들이그들입맛에맞게‘문재인지지자모임’을세력화하려는움직임을경계할뿐아니라,지지자들의권력화자체를지양하기때문이다.이들은문재인대통령지지행위를통해특정한이익을얻겠다는욕심을버리고지지하는사람을욕먹이지말자는내부감시및비판의식을가지고있다.이런이유로이들은단일한조직또는지도부를지향하지않으며,대체로사회적·경제적이익추구와거리를두는방향으로연대한다.그만큼자신들을하나로규정하려는외부의시도에민감하게반응한다는것을알수있다.

그들만모르는불신의아이콘:한국정당정치의현주소

무엇보다의미심장한것은더불어민주당을향한문재인지지자들의복잡미묘한태도다.저자가선정한13명의연구참여자들은문재인지지자인동시에더불어민주당당원이었다.한마디로이들은민주주의의가치와정당이라는제도의중요성을충분히인식하며당원으로서적극적으로목소리를낸다.하지만그러면서도더불어민주당에대한날카로운비판을서슴지않는다.이들은모두더불어민주당당원으로참여했는데,그이유는거대양당중심의환경을고려할때더불어민주당이그나마낫거나대안이될수있다고보기때문이었다.더불어문재인대통령이소속된정당이기에당원의입장에서대통령의국정운영에추진력을실어주고자선택했다고언급했다.더욱흥미로운사실은이들이한국의그어떤정당도민의를대변하지않는다고평가한다는것이다.이들은거대양당제중심의정당정치에심각한문제를느끼며,뿌리깊은정치불신을드러냈다.

실제로더불어민주당은지금까지사회변화를향한의지를내세우며시민들에게선택을받았으나,약속한정치의제를입법과정에서실현하기보다여러이유로추진하지않는모습을오랫동안보여왔다.제21대총선을앞두고(자유한국당을따라)총선승리를명분으로위성정당을창당한것은물론이고,조국법무부장관임명,재보궐선거후보공천등을진행하는과정에서,또한당소속정치인들의성폭력사건에서전반적으로기존에만연했던구조적차별과사회문제를엄중하게인식하고이를해결하기위해책임을다하는모습을보여주지못했다.오히려같은편을잃지않기위해움직이는정당처럼수세적인모습을보이며많은시민에게신뢰를잃어갔다.

그럼에도더불어민주당은이러한평가에대해성찰하고변화하는모습을보여주기보다문제의원인을다른정당이나당원들의탓으로돌리는식의책임회피적태도를보여왔다.문재인대통령지지자들이더불어민주당에대해견지하는비판적태도는‘팬덤정치’라는안일한프레임이설명하지않는많은것들을말해준다.이들은더불어민주당이자신들의정치권력을잃지않고자사회변화에소극적인모습을보이고있음을기민하게파악하고있었고,당이지지율을스스로이룬성과이자결과로착각하며‘반문’‘친문’등계파간권력투쟁에중점을둔다고비판했다.다시말해이들은‘정당쇄신’과‘정치쇄신’을요구했다.

이를통해우리는거대양당인더불어민주당과국민의힘모두집권여당이되기위해여론을이용할뿐국민의뜻을제대로대표하지못하고있음을알수있다.다수의정당은여전히엄밀한내부비판과자기성찰없이사회갈등을동반하는많은정치문제를시민참여와정치행동탓으로돌리고있다.지지자/시민들의정치참여방식을이상행태로낙인찍는정당은과연무결한가?정당의근본적인위기는정당정치의핵심인대의정치가외면될때발생하며,정당정치가변질된근본적인책임은정당에있다.그책임을전가하는방식으로위기를모면하려한다면결과적으로정당의입지는더줄어들것이다.

새로운시작점에서:‘시민정치’다시쓰기

그렇다고해서문재인지지자와같이특정정치인,특히대통령을지지하는이들을무조건적으로옹호하자는것이아니다.인물지지라는시민정치의형태에도적잖은문제점이있다.특히비판적견제가생략된무분별하고절대적인방식의지지는여러폐단을초래할수있다.가장먼저,절대적지지는지지자들이지향하는삼권분립원칙에근본적으로위배된다.행정권력인대통령또한지속적인감시와견제를받아야하는존재이기때문이다.대통령과일정한거리를두지않는다면,지지자는결국수동적인시민으로전락할수밖에없다.따라서대통령에대한지지의사를고수하는것과대통령을향해비판의목소리를내는것은별개의행위임을주지할필요가있다.

게다가무조건적인지지는궁극적으로분출돼야할사회문제를상쇄시키거나더나은대안을마련하기위한토론을제한한다는점에서위험하다.다수의지지자가알고있는것처럼대통령을지지하는것만으로는현실을바꾸기어려우며,과잉된집단의지로혹은또다른인물에게기대는방식으로해결할수있는문제는매우드물다.구조와체제자체의중요성을인식하고그것의개선방안에도관심을기울이며다른시민들과연대해야한다.

‘팬덤정치’담론은문재인대통령을지지한시민들이마치처음부터문재인지지자로세상에존재하고등장했던것처럼간주한다.이프레임은문재인을지지한시민들이그이전부터존재했고,공통적으로문재인을지지하기전부터사회와정치에관심을가진이들이라는점을간과한다.다시말해,문재인지지자들을비합리적이거나비이성적인존재로간주하는것자체가하나의‘팬덤정치’프레임이라고할수있다.이들의행위를지속적으로합리와비합리,도덕과비도덕,상식과비상식이라는양분된틀속에가두는한,정치불신의본질을관통하기란어려울것이다.
무엇보다,우리에겐해소되지않은질문들이남아있다.사회변화를기대하며문재인대통령에게이례적으로높은지지를보낸사람들을‘비이성적집단’으로만드는‘팬덤정치’라는낙인에대한책임을누가질것인가?정당은그저뼈아픈자기성찰을회피하고싶은게아닌가?이거대한성찰의영역을계속외면할것인가?

한가지분명한사실은인물지지정치를비롯한시민들의참여행동이공통의사회적·정치적지반위에서전개된다는것이다.이말인즉슨,사회구조와정치환경이개선될때인물지지정치보다더성숙하고긍정적인형태의시민정치가등장하게될가능성이높다는이야기다.구조적문제가해결되지않는상황에서인물지지정치가사라질리는없다.결국인물지지정치형태의시민정치가갖는문제를제대로직시하고건강한참여문화를구축하기위해서라도,지금의정당정치를성찰할필요가있다.시민들이정치참여를할수있는조건에서살고있는가?시민들의사회참여와직접행동이어떤구조/토대위에서이뤄지고있는가?시민정치의역사는이두가지질문으로부터다시쓰여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