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을 만드는 사람 : 차별에 맞서 삶을 일궈내는 이주활동가들 이야기

곁을 만드는 사람 : 차별에 맞서 삶을 일궈내는 이주활동가들 이야기

$17.11
Description
뿌리 없는 노동자에서
연대를 향한 활동가로
쫓겨난 자리에서 세계를 잇다

뿌리 없는 노동자에서 연대를 향한 활동가로:
이주활동가가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

한국 이주노동의 역사가 시작된 지도 어언 30년이 넘었고, 올 2023년만 해도 11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한국사회의 시선은 좀처럼 ‘연민’과 ‘불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차별과 배제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현실과 한국사회의 이주민 정책에 존재하는 명백한 한계를 방증하는 한편,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극히 평면적이고 단편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자신만의 고유하고 구체적인 삶을 향유하는 주체로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은 고용허가제와 명동성당 투쟁이 20년을 넘어서는 지금,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장과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10년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투쟁해온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스리랑카,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들을 만나 본국에서 어떤 삶을 살았으며, 한국에 어떻게 들어와 어떤 시간을 보냈고, 현재 어떻게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지 오랜 시간을 두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라는 보통명사를 뒤로하고 김나현, 섹 알 마문, 샤말 타파, 또뚜야, 차민다, 놀리(가명)라는 ‘고유명’을 통해 마주한 이주노동 이야기에는 폭력과 차별, 고통과 슬픔을 넘어서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감각이 넘실댔다. 그들은 우리에게 ‘투쟁’ ‘활동’ ‘연대’ ‘공존’ ‘정의’ ‘곁’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로 살며 저마다 품었던 꿈과 고민을 확장하며 예술가, 활동가 등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가 아닌) ‘이주활동가’라는 명칭을 제안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들을 ‘이주활동가’로 소개할 때 이주노동을 둘러싼 논의와 과제가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

이은주,박희정,홍세미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상임활동가.활동하며수없이많은노동자들의고통을마주해왔다.그순간이장면·소리·냄새로맺히며쌓여간다.그심상을담아내고,여운을더하여쌓아올린힘으로살아가고있다.『나,조선소노동자』를함께쓴뒤새로운곁을만나는일의소중함을깨닫는중이다.

목차

책을내며|이주활동가들이들려주는‘진짜’이야기5

언어와언어를연결하는힘_김나현13
카메라의빨간빛이켜질때_섹알마문57
추방된곳에서세계를연결하다_샤말타파111
경계없는정의를꿈꾸다_또뚜야153
노조조끼를입으면_차민다211
투쟁이연삶,삶을잇는공동체_놀리(가명)251

해제|이주노동자운동,과제를풀어갈활동가들을남기다281
이한숙(이주와인권연구소소장)

이주노동자운동관련단체294

출판사 서평

‘노동력’이아닌‘사람’:
저당잡힌몸에맞서는언어의힘

한국에도착한이주노동자들이가장먼저부딪히는장벽은대개소통이어렵다는데서비롯된다.본국에서건너올때부터송출업체나브로커를통하는데다,일터도한국에들어온후에야알음알음결정되는경우가대다수다.친구나사촌등먼저도착한이들이전해주는정보에의존한채벼락치기로일을익히고일상생활은반쯤눈감은채적응해나가야한다.무엇보다현장에서부당한일을보거나당해도그것을이해하고설명할만한언어가없다는점이가장심각하다.출근하자마자퇴근시켜놓고“너는무단결근을했다”(98쪽)라고회사에서보낸문자를정작당사자는무슨의미인지모른다거나,“맹장염진단을받았는데의사소통이안되니까당장수술을”(36쪽)하지못했던일등그사례는무궁무진하다.

이주여성한글교실1기생이자이주민과함께의부설기관인‘이주민통번역센터링크’센터장으로활동하는김나현은이주노동자가‘언어’를갖는다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누구보다잘알고있다.그자신이한국에서28년간머물며이주노동자로일하다결혼해두아이를낳고키우는동안,그리고이주여성을대상으로상담하는동안한국말로직접소통하기만해도현실이달리보일수있음을깨달았던것이다.이주여성여섯명이찾아가“우리한글을좀배우자”(31쪽)고의기투합한것을시작으로국가별한글교실을추가개설하는것을넘어이제는후배들에게직접한국어를가르치고노동상담까지하는것도그때문이다.

미얀마에서온또뚜야의행보도주목할만하다.그는한국에들어온지8년이다되어서야한글교실에찾아갔는데,그자리에서처음으로‘또뚜야씨’라고불렸고,존중받는그느낌이좋아계속찾다가,회사의여러문제로고통받는이들을도와주는쪽으로흘러갔다고한다.무엇보다한국어다리를놓아주며상담,통역하는일은상대뿐아니라자신에게도의미가컸다.“문제를같이해결하고나면안에서에너지가생”기며“눈이반짝반짝”해지고,행복하다고느”(183쪽)낀다는또뚜야는언어와언어를연결하는소통창구역할을지금도쉼없이이어가고있다.

카메라를들고노조신청서를내밀며:
이주노동에빛을만드는사람들

책제목인‘곁을만드는사람’은이책에실린구술자들을포함해이주노동활동가들을은유적으로표현한말이다.개인적인목표와꿈을안고한국에건너온이들이타국에서이주민의곁에머무는활동가가된과정과그활동방식에는저마다의사연이자리한다.

마문은캠코더를들고이주노동현장과노동자들의목소리를직접담으며,<비닐하우스는집이아니다>,<굿바이>,<기다림>등12편의작품을세상에발표한독립영화감독이다.방글라데시에서한국에대한환상을안고왔지만마석가구단지에서미등록노동자로살기도했고,불법체류자신분으로퇴직금도못받고쫓겨날뻔하기도했으며,명동성당농성투쟁단에서곡기를끊으며투쟁했을정도로강성활동을벌이기도했다.이주노동의한복판에있던그는AMC팩토리에서올린연극에우연히참여한것을계기로이제는영화라는매체를통해열악한주거실태,폭력단속으로부상당한노동자의모습,폭력적인고용관계등을알리는데앞장선다.그의예술활동은시간이지날수록단순한폭로를넘어선주민과이주민을연결시키며더나은이주노동을향한길을만드는중이다.

보다직접적으로성서공단노조에소속되어노동자를직접만나문제를해결하는데집중하는차민다활동가도있다.스리랑카에살때는정작노조나투쟁활동을거의본적없다는그는“노조조끼를입으면마음가짐이달라”지고,“보호받는다는느낌”(235쪽)이든다고한다.자신이경험한좋은것을함께나누고싶지만노조가입을강요하기보다는본연의의지로가입할수있도록돕는방식을택한다.그럼에도책장가장앞에는나라별로정리한“노조신청서만묶어놓은서류철”(248쪽)을가장맨앞에꽂았다고숨길수없는자부심을드러낸다.“돌아보면정말행복했어요.”(234쪽)라고자신있게말하는그는노조의역할을알리면서천천히스미듯이주노동자들에게참여의장으로자리잡기를바란다고밝혔다.

젊은이주노동자를위하여:
국가와국가를연결하는공동체

이책에소개된여섯인터뷰이는모두한국보다가난한국가에서자신의“노동력을팔아”돈을벌기위해한국에왔다.제아무리열악한환경속에서몸을해치면서도쉽게일을그만두지않는이유도,야간조에들어가추가근무를해보려는이유도,‘불법체류자’라는신분을감수하면서도본국으로돌아가지않았던이유도하루라도빨리목표치를모아돌아가기위함이다.문제는한국사회가이주노동자들이품은꿈과계획을악용한다는데있다.현재“고용허가제로한국에들어오는나라는16개국”(232쪽)으로,이들국가에서오는노동자는E-9(비전문취업),E7-4(특정활동)?등과같은비자종류에따라분류된다.어떤비자를갖고어떤신분으로한국에머무는지가이주노동에있어핵심인데,기본적으로이들을향한법과정책이‘고무줄’같고불합리함투성이라이주노동활동이무색하고허무하게느껴질만큼성과가빈약하다.그러는중에도한국을찾는이주노동자수는좀처럼줄어들지않는실정이어서다음세대를위해목소리를높이는일을멈출수도없다.

평등노조이주노동자지부2기지부장이자명동성당농성투쟁단의대표를맡기도했던샤말타파는출입국에붙잡혀여수외국인보호소에갇혔다가본국인네팔로강제출국당한경우다.그는한국에서했던활동을바탕으로네팔노총에들어가“10년가까이(네팔)노동부를압박하고인력송출회사와싸”(143쪽)워왔다.궁극적으로는네팔에서더이상이주노동을떠나는이들이없기를바라지만그게어렵다면네팔정부가이주노동을떠나는이들을보호하는데힘써야한다고믿기때문이다.더나아가이주노동을떠나는국가와서로협력관계를맺는일이필요한데,“2010년9월민주노총과네팔노총이네팔이주노동자교육과조직화를위한교류협정서를체결”(142쪽)한일은그러한결실중하나라고할수있다.

다른한편필리핀에서온놀리는‘뉴에라’를통해한국내필리핀노동자를조직하는것을시작으로동료들과함께한국에있는크고작은필리핀공동체들을모아카사마코(필리핀이주노동자단체연합)를만들어활동중이다.카사마코는현재한국을넘어전세계필리핀이주노동자단체와네트워크를형성하고,더나아가필리핀정부의인권탄압을폭로하는일이나다른나라의공동체가성장할수있는기반을세우는일까지관심을기울인다.이주노동자를넘어결혼이주민과이주민자녀등뿐아니라다른국가에서일하는노동자에까지눈을돌리면서지금을직시하고앞날을모색하는것이다.국가와국가를연결하며확장되는이같은연대가젊은이주노동자를위한버팀목이될수있을까?그들의노력이더이상허물어지지않기를바라고응원한다.

추천사

이주인권운동의최일선에서치열하게활동해오신여섯분의이야기를읽고가슴이먹먹해졌다.이처럼살아오면서실천해주셔서고맙다는이야기를전한다.이책에서이주활동가들은지금껏자신이겪어온사건을담담히회고하고성찰한다.지난30년간한국으로이주해살아왔거나추방된수백만이주민이견디고맞서야했던부조리와절망,극복의의지와실천의흔적,기쁨과좌절의순간들이아직완성되지않은모자이크화처럼그려져있다.(이책을읽고우리에게희망과용기를주고떠난미누씨와아웅틴툰씨가그리워졌다.)언젠가모든이주민이자신의삶,즉‘다양한경험과정의로운대우,평화로운삶’에대해편하게말할수있는날이오기를희망한다.
―김이찬|이주민노동인권단체‘지구인의정류장’활동가

나현,마문,샤말,또뚜야,차민다,놀리.여섯명의삶의기록은각기다른배경의이주자들이한국사회에서‘사람으로존재하지못해’겪은극단의고통·좌절과동시에이에맞서‘사람이되기위해’싸웠던찬란한저항의순간들을보여준다.이들의삶의궤적은1990년대부터지금까지이어지는한국이주정책및제도의문제를날카롭게폭로하고,오랜시간침묵을강요당하며역사에서배제되어온수많은이주민들의꿈과좌절,저항의이야기를전달한다.저항하기에아름다운이들의생생한목소리를함께들어보자!
―서선영|충북대학교사회학과교수,이주·실천·연구모임마르코MARCO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