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 불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학과 상상력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 불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학과 상상력

$29.30
Description
“이 책은 불행하거나 없어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들, 살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배려해줘야 한다고 여겨지는 불량한 존재들의 미래를 가능케 하는 작업이다.”_김은정(시러큐스 대학교 여성 젠더학과 및 장애학 프로그램 부교수,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저자)

“불구와 퀴어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트랜스젠더, 환경주의자, 환경정의 활동가, 재생산정의 활동가, ‘화장실 혁명가’, 화학물질과민증이 있는 사람들처럼 보통 별개로 상상되는, 다양하게 정치화된 집단들의 향후 미래와 연합에 관한 대담하고 도전적 관점을 제시한다.”_스테이시 앨러이모(페미니즘, 생태문화학 이론가, 《말, 살, 흙》 저자)

“퀴어, 페미니즘, 장애, 환경, 비판적 인종 연구 및 정의 운동의 교차점 위에서 도발적 태도를 보이는 이 책은 장애의 의미와 시간성에 관한 필수적 사유를 제공한다.”_킴 Q. 홀(페미니즘 장애학자, 《퀴어링 필로소피Queering Philosophy》 저자)

“사회적·학술적 담론에 만연한 비장애중심주의적 가정을 심문하고, 그 가정이 어떻게 장애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한다.”_리시아 칼슨(철학자, 사회학자, 장애 연구자, 《지적 장애의 얼굴들Faces of Intellectual Disability》 저자)

장애가 사라진 미래는 ‘좋은’ 미래인가?
그것은 당연한 가정인가?

비장애중심주의와 정상화에 도전하는 장애학의 질문!
불구의 미래와 불량한 존재들이 연합하는 불구의 정치로의 초대!

“더 접근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나는 장애를 정치적이고 가치 있으며 완전한 것으로 이해하는 ‘어딘가’, ‘언젠가’를 갈망한다.”_들어가는 글 가운데

1. 미래에서 사라진 장애의 자리를 찾아서
# 농인 레즈비언 커플이 농인 남성의 정자를 선택해 임신한 것, 즉 장애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기적이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일인가?
# 세심하게 설계된 페미니즘적 유토피아가 장애가 근절된 공간으로 그려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가?
# 임신중지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장애가 있는 태아를 근거로 삼는 것, 기형을 공포로 재현하며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환경운동에 문제의식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 마비 장애인을 움직이게 하는 등 기술의 발전이 장애를 ‘정상화’하는 데 쓰이는 것은 ‘좋은’ 미래의 모습인가?

우리가 상상하는 좋은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제도와 기술이 진보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무엇을 남겨두고 무엇을 삭제하고 무엇을 변화시키고자 할까? 아마도 사람들은 계급, 젠더, 인종으로 인한 차별과 억압이 없는 세계를 그리는 데는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그 세계에서 장애와 질병은 어떤 자리로 존재할까? 아니, 그 자리가 있기는 할까? 확실히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좋은’ 미래의 모습은 아마도 의료 기술과 재생산 기술의 발달을 통해 장애와 질병이 예방되고 치유되어 근절된 모습일 것이다. 많은 이가 장애의 미래, 치유될 가망이 없는 미래는 오직 불행하며, 비통한 것일 뿐이라고 여긴다. 장애의 미래는 오직 그렇게 결정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더 나은 삶과 미래에서는 손상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의심 없이 수용된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은 장애를 논쟁이나 경합, 이견이 없는 탈정치화된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장애는 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 유동적인 것이 아니라 고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장애의 미래를 장애 없는 미래로 상상하는 것, 좋은 미래가 장애가 근절되는 것으로 가정하는 관점이 비장애중심주의적이고 장애 억압적 역사에 의해 오염된 것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비장애중심주의는 마치 자본주의가 그러하듯 대기처럼, 공기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광범하게 퍼져 있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를 개인의 불행이자 극복해야 할 역경으로 보면서 장애를 개별 장애인의 문제이자 탈정치적인 문제로 대놓고 말하는 보수 진영뿐 아니라 비판이론 혹은 진보적 사회운동 안에서조차 장애는 경합하거나 논쟁적인 개념이 아니라 자명한 사실, 자연적인 것으로 취급되면서 탈정치화되고, 당연히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에 저자는 장애에 관한 다른 미래를 상상할 것을 제안하며, 미래와 시간에 관한 기존의 관념들이 강제적 비장애신체성/강제적 비장애정신성에 복무하도록 배치되는 방식들에 도전한다. 다양한 장애의 미래는 장애에 대한 현재의 관점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며, 고로 장애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케이퍼는 이 불구의 정치를 향한 상상력을 위해 널리 알려진 저작, 이론, 광고, 소설, 사회운동 등을 치밀하게 읽어내면서, 질병과 장애의 문제가 어떻게 인종, 계급, 젠더, 지역, 국가, 생태환경과 불가분으로 결속되어 있는지를 질문하고, 그간 개별적으로 논의되어온 환경정의, 재생산 정의, 사이보그 이론, 트랜스젠더 정치, 장애학 등의 여러 이론, 운동, 정체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수행해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억압 역시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다중적이고 동시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한다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고 불화하더라도 정상성에서 미끄러진 존재들의 연대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저자

앨리슨케이퍼

텍사스대학교오스틴캠퍼스의여성학및젠더학,영어학부교수이며,LGBTQ연구및장애학과정을함께강의하고있다.그녀는장애의의료적모델과사회적모델의한계를비판하고,장애를정치적.관계적으로분석하는새로운모델을제시하면서,교차장애,교차운동,연합정치를통해장애의미래를이론화하고상상하는활동및저술을이어가고있다.공동편저로는《불구의계보들CripGenealogies》,《농인학과장애학:학제간접근DeafandDisabilityStudies:InterdisciplinaryApproaches》이있다.그녀의저술은학제간연구를통해장애가세상에서어떻게작동하는지일상생활의정치를중심으로심도있게분석함으로써,페미니즘,환경학,퀴어학,트랜스젠더학,장애학,생명윤리등다양한분야에이론적으로기여했다고평가받는다.

목차

추천의글불량한존재들의미래를짓고잇는작업|김은정
감사의글
표지설명

들어가는글상상되는미래

1.장애학의시간과불구의미래
2.일치한시간과어긋난시간:애슐리X
3.페미니즘적미래에대한논쟁:미끄러운경사로,문화적불안,농인레즈비언의사례
4.누구를위한미래인가?:〈전하라〉광고판해방하기
5.사이보그와불구:비판적만남
6.자연의몸:장애의환경정치
7.접근가능한미래,미래연합

부록

옮긴이의글
주(註)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미래에서사라진장애의자리를찾아서

#농인레즈비언커플이농인남성의정자를선택해임신한것,즉장애를선택한다는것은이기적이거나자연스럽지않은일인가?

#세심하게설계된페미니즘적유토피아가장애가근절된공간으로그려지는것은자연스럽고당연한가?

#임신중지의권리를주장하기위해장애가있는태아를근거로삼는것,기형을공포로재현하며독성물질의위험성을경고하는환경운동에문제의식을가져본적이있는가?

#마비장애인을움직이게하는등기술의발전이장애를‘정상화’하는데쓰이는것은‘좋은’미래의모습인가?

우리가상상하는좋은미래의모습은어떻게구성되어있을까?제도와기술이진보한다고가정한다면,우리는우리의미래에무엇을남겨두고무엇을삭제하고무엇을변화시키고자할까?아마도사람들은계급,젠더,인종으로인한차별과억압이없는세계를그리는데는익숙할것이다.그런데그세계에서장애와질병은어떤자리로존재할까?아니,그자리가있기는할까?확실히우리에게좀더익숙한‘좋은’미래의모습은아마도의료기술과재생산기술의발달을통해장애와질병이예방되고치유되어근절된모습일것이다.많은이가장애의미래,치유될가망이없는미래는오직불행하며,비통한것일뿐이라고여긴다.장애의미래는오직그렇게결정되어있는것처럼여겨진다.더나은삶과미래에서는손상이사라져야한다는생각은의심없이수용된다.그리고이러한가정은장애를논쟁이나경합,이견이없는탈정치화된영역으로밀어넣는다.장애는문화적인것이아니라자연적인것,유동적인것이아니라고정적인것으로여겨진다.

이책은장애의미래를장애없는미래로상상하는것,좋은미래가장애가근절되는것으로가정하는관점이비장애중심주의적이고장애억압적역사에의해오염된것이라고인식해야한다고역설한다.비장애중심주의는마치자본주의가그러하듯대기처럼,공기처럼우리가살아가는세상에광범하게퍼져있는강력한이데올로기다.그렇기때문에장애를개인의불행이자극복해야할역경으로보면서장애를개별장애인의문제이자탈정치적인문제로대놓고말하는보수진영뿐아니라비판이론혹은진보적사회운동안에서조차장애는경합하거나논쟁적인개념이아니라자명한사실,자연적인것으로취급되면서탈정치화되고,당연히부정적인것으로여겨지곤한다.이에저자는장애에관한다른미래를상상할것을제안하며,미래와시간에관한기존의관념들이강제적비장애신체성/강제적비장애정신성에복무하도록배치되는방식들에도전한다.다양한장애의미래는장애에대한현재의관점과경험을어떻게변화시키느냐에따라변화하는것이며,고로장애의미래는정해져있지않다는것이다.

케이퍼는이불구의정치를향한상상력을위해널리알려진저작,이론,광고,소설,사회운동등을치밀하게읽어내면서,질병과장애의문제가어떻게인종,계급,젠더,지역,국가,생태환경과불가분으로결속되어있는지를질문하고,그간개별적으로논의되어온환경정의,재생산정의,사이보그이론,트랜스젠더정치,장애학등의여러이론,운동,정체성의경계를무너뜨리는작업을수행해낸다.이를통해우리는억압역시개별적으로존재하지않으며,다중적이고동시적으로연결되어작동한다는이해를할수있게되고불화하더라도정상성에서미끄러진존재들의연대를상상할수있게된다.


2.장애를이해하는대안적관점:장애의정치적/관계적모델

이처럼장애의미래가바로장애에대한현재의이해와가정에단단히연결되어있다는점을상기하며,저자는장애를이해하기위한대안적모델과관점을제시한다.장애에대한주류적이해는개별인간이겪는사적인문제,의지로해결될수있는‘장애의개별적모델’혹은장애를의학적사실로다루며비정상적신체와정신을치료하는것을장애에대한적절한접근으로여기는‘장애의의료적모델’에기반한다.장애의개별적/의료적모델에서장애는특정한몸과마음에내재한개별인간의문제적특성이자,오로지의료적문제이자객관적사실로여겨진다.반면장애와손상을구분하는장애의사회적모델이존재하는데,이에따르면손상은신체적,정신적한계를지칭하며,장애는손상에기초한사회적배제를나타낸다.말하자면장애를만드는것은손상이아니라,사회적혹은건축학적장벽이라는것이다.하지만저자는손상과장애는모두사회적인것이며(손상을엄밀하게어떻게정의할것인가.‘일반적인몸’이란매우특정한몸이아니던가),손상과장애의구분이오히려손상이있는사람들의현실을지울수있음을지적한다(가령만성통증에시달리는사람들에게사회적,구조적변화가그들의통증을멈추는데어떤도움이되겠는가).

저자는장애에대한이해를양분해온기존의두가지관점을모두비판하며,장애는상호작용과사회적관계속에서경험되는것임을강조하면서,장애의(손상을포함한)모든영역을논의의대상으로보는장애의정치적/관계적모델을제안한다.이모델은장애의개별적/의료적모델의관점과는달리장애가“개별적인몸과마음에존재하는것이아니라,특정한종류의몸,마음,존재방식을배제하고낙인찍도록구축된환경과사회적패턴에존재한다”라고본다.가령휠체어이용자의문제는개별적/의료적모델을통해보자면,의학적개입을통해잘해결될것이며,그렇게해결되지않을때는친구나가족에게의존해이동성에도움을받아야한다.반면정치적/관계적모델에서이문제는접근성이떨어지는건물,차별적태도등에있으므로장애의문제는사회적이고정치적문제가된다.하지만정치적/관계적모델은의학적개입을거부하는것은아닌데,다만그의학적개입에여러편향된사고가물들어있음을인정하고의료적모델의정치성과관계성을더욱인식하기를요청한다(가령의료적개입은경제적관계와현실과매우유관하며,문화적이데올로기와분리되지않는다).이를통해정치적/관계적모델은사회적모델이주변화시키는(의학적개입을원하는)장애인을포함하는한편,장애의사회적모델로는설명하기어려운비장애중심주의의전반적영향력을설명해낸다.가령키가작은아이에게성장호르몬‘치료’를가하거나,장애인당사자가아닌그친구나가족이겪는비장애중심주의적장벽은사회적모델로는설명하기어렵다.
케이퍼는이대안적관점을통해우리가장애의문제를생물학적인것/사회적인것,의학적인것/문화적인것등의근대적이분법에서벗어나접근할것을요청한다.장애는애초에불안정한개념이며(그렇지않다면그수많은제도와기관에서장애의정의를그렇게꼼꼼하게정의할필요가있을까?),장애의범주는특정한마음과몸에내재한것이아니라장애와질병이있다고분류되어결과적으로차별을경험했기에발생한다.우리는이제장애라는개념이고정되어있지않다는데서출발해,장애의모든면을관계적이고정치적인자리로끌어와경합과논쟁의자리로만들고장애를둘러싼당연하다고여겨져온가정을심문하고뒤집고해체하는여정을시작하게된다.

3.장애의렌즈로정상화에도전하기

케이퍼는이장애의정치적/관계적모델안에서,페미니즘과퀴어이론의자원을불구화하면서사회모든영역에비장애중심주의와그가정이어떤모습과방식으로우리의시공간에광범하게존재하는지들춰나간다.1장에서는장애의시간성을탐구하는데,장애있는몸/마음은치유를향해서나아갈때만적절하다고인정되는규범적시간성이‘치유적시간’의틀을넘어선불구의시간을논한다.이때이성애각본에맞춘규범적시간성을폭로해온‘퀴어시간성’,그리고재생산미래주의(이상적인아이의모습을미래의지표로상상하는것)를장애학의렌즈로비판적으로읽어내면서불구의시간과퀴어의시간을모두확장해낼수있는가능성을탐색한다.2장과3장에서는미래가치유의시간으로묘사되는방식에문제를제기하며구체적으로의료적개입을통해장애를제거하거나혹은제거하는것을거부하거나,나아가장애를선택하는것을둘러싼논쟁을살피며좋은미래에대한비장애중심주의적가정에강력하게도전한다.2장에서는미국에서큰논란을불러일으킨‘베개천사’(누워만있을수있는이장애아동에대한애칭),여성장애아동인‘애슐리X’의사례를분석한다.몸은발달하지만마음은발달하지않는어긋난그녀의시간을일치시키기위해,애슐리의부모와의사들은성장억제요법을가해그녀의몸을아동의몸에서더이상성장하지않도록만들었고,유방과자궁을절제한다.케이퍼는이사례를젠더,불구의시간성과미래성안에서비판적으로독해해낸다.3장에서는기술의발달로장애가사라진페미니즘유토피아소설의가정을질문하고,반면장애선별검사를거부하거나장애를선택하는데재생산기술을사용하고자하는이들이나라의미래를파국으로몰아가는자들로비난받게되는현상을비판적으로분석하며장애의미래를질문한다.

4장에서는보수자선단체인‘더나은삶을위한재단(FBL)’가만드는비상업적광고캠페인인<전하라(PassItOn)>광고판을분석한다.이캠페인은공동체의가치를탈정치화하고개인화시키며,더나은삶은정치와구조가아닌개인의인성과노력에좌우된다는보수적가치관을전파하는데,이때역경을극복하는개인의모습으로장애와장애인을활용하고배치하는전략을비판적으로바라본다.
이어지는5장과6장에서는사이보그이론과환경주의를장애라는렌즈를통해독해하고확장한다.5장은페미니즘의주요텍스트중하나인해러웨이의<사이보그선언>과사이보그담론이장애있는몸과장애경험을단순화하고탈정치화하는레토릭과맥락을비판적으로추적해내면서도,<사이보그선언>혹은사이보그를불구화할가능성을탐색해장애있는미래를상상하는데전유할수있는가능성을제시한다.6장에서는환경주의와환경정치에깔려있는(특히비장애신체성을가정하는)비장애중심주의를추적한다.특히이장은최근‘모두를위한관광’과같은장애접근성을높이는여행,아웃도어등의논의에서도주요하게참고할수있는부분이다.케이퍼는자연환경역시도시의건물이나도로와마찬가지로사회적,정치적으로구축된환경이라는점을밝히면서동시에환경주의나에코페미니즘조차자연에접근할수있는신체와그렇지않은신체를자연스럽게가정하는비장애중심주의를짚어낸다.‘일반적’인산길역시인공적인것이지만장애접근성을높이고자하는등산로에는유난히자연을보호해야한다는논리를엄격히들이대거나,자연을온전히경험할수있는신체(두발로걸을수있는신체)가있다는가정은아주익숙한사고방식이지않은가.


4.페미니스트,퀴어,불구:불화하는교차와연합의장

이책은장애를부정적인것으로당연시하고자연화하는태도가문화,사회운동,학술연구전반에서장애를주변화해왔는지를드러내고,특히더나은미래상을그리는기획들안에정상화의충동이얼마나짙게묻어있는지치밀하게폭로하면서도저자는정상화의충동에의존하지않는더정의로운세계를위한정치의가능성을역설한다.다시말해퀴어및페미니즘이론과글을불구화하는동시에장애이론및실천이퀴어,페미니즘과의연대를통해확장될수있는방법을탐색한다.정상성이라는이데올로기는다양한억압의체계가서로얽히며작동하기때문이다.그리하여여러소수자정체성이서걱거리며불화하는모습을드러내면서도,억압은공존하며동시에작동하고있다는점을드러내며페미니스트/퀴어/불구의연합과그열린미래를함께상상하는정치로독자들을초청한다.《치유라는이름의폭력》의저자이자페미니즘장애학자인김은정은이책이“장애와의연대를통해퀴어정치학이어떻게변화해야하는지,퀴어와의연대를통해장애이론과여성이론이어떻게변화해야하는지지적하면서”“퀴어에대해침묵하는장애학역시비판한다”라면서“페미니스트,퀴어,불구의미래를함께실현하기위해선자기성찰과도전이모두필요하다는입장을통해그어떤하나의입장이해방을만들어낼수없음을드러낸다”라고짚는다(11쪽).

케이퍼는그연합의현장몇가지를구체적으로독자에게소개한다.화장실에대한장애접근성과젠더퀴어접근성을함께평가하는화장실체크리스트를만들어배포해,정체성과상관없이접근성문제로사람들을한데불러모은‘안전하고접근가능한화장실을찾는사람들(PISSAR)’의활동은그중하나다.화장실은트랜스젠더와장애문제가연합할수있는장소가된다(물론이활동내에서도화장실에대한트랜스젠더접근성이강조되면장애접근성이희석될것을우려하며연합에반대하는목소리가있었다).

환경정의의영역도또하나의현장이다.환경운동,특히반독성활동가들이환경부정의의증거로장애를활용하는모습(가령독성물질이장애를일으키고,그때장애는공포의대상으로재현된다)은우리에게도익숙한장면이다.하지만독성물질이장애인혹은이상진단을받은사람을넘어서우리모두에게영향을준다는측면을강조하기위해서라도비장애중심주의를벗어난더나아간분석이필요하며,오히려환경정의가장애학과교차할때더넓은연합의가능성이생성될수있다고제안한다.미국의장애법이지역사회를보호하는도구가될가능성을보는장애권리교육및옹호기금(DREDF)의활동,화학물질과민증이있는사람들이환경정의의기획을수행하기위해안전한무향공간을접근성의개념으로가져온것이바로그예다.

저자는재생산정의의영역역시불화하는연합의가능성을보여주는현장으로독자들에게소개하는데,임신을지속할권리를임신을중지시킬권리만큼중요하게요구하는재생산정의의영역은재생산권리와장애권리운동의연대를상상할수있게한다는것이다.미국의산전및산후진단상태인식법(케네디브라운법)을제정할때장애와재생산권리영역의여러단체가이를함께지지할수있었던사례를들며저자는힘든길이지만,고통스러운장애의현재와미래에고착되지않고,장애인을위한재생산정의를포함한모든이들을위한재생산정의로나아갈수있다고역설한다.

2013년에미국에서출간된이래장애학,특히장애를교차적으로사유하고이론화하는데기여해온이책은,비장애중심주의가반드시장애,장애운동,장애학의주제만이아니라더정의로운세상을꿈꾸기위해반드시도전해야하는이데올로기라는점을강력히드러낸다.장애와장애인의권리에대한주장을넘어서불구의미래에대한욕망을말하는대담성,더접근가능한미래를향한상상,정상성에서미끄러진불량한존재들의불화하면서도의존하는정치의가능성,비틀거리면서도정의로운사회로나아가고자하는열망에함께하고자하는이들에게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