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들 :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지구사

페미니즘들 :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지구사

$28.00
저자

루시딜랩

영국의역사학자로,특히젠더와페미니즘,노동,종교,장애,인쇄문화와관련한역사를연구한다.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고킹스칼리지런던을거쳐현재케임브리지대학교역사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2018년아동성학대에대한역사연구로왕립역사학회상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의말
들어가며
1장꿈
2장생각
3장공간
4장사물
5장모습
6장감정
7장행동
8장노래
나가며
감사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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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간우리가페미니즘역사를이해한방식은‘물결’서사다.19세기~20세기중반여성참정권운동을중심으로한제1물결,‘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다’라는슬로건과함께본격적인여성해방운동이등장한1960년대~1990년대제2물결,여성내부의불평등문제를더욱활발히제기하기시작한21세기제3물결이라는페미니즘역사서술방식은페미니즘의과거를이해하는기초로서받아들여졌다.그러나이러한물결서사는페미니즘의기원을유럽과미국이라는서구사회에둔다.실제역사에따르면페미니즘의‘기원’이라할만한순간들,인물들은범세계적으로존재했으며그흐름역시매우다양했음에도말이다.가령,물결서사는여성참정권과같은문제를진작에해결된것처럼이해하게했지만,쿠웨이트와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2000년대초반까지도현재진행형인의제였다.

이러한문제의식에기반해영국케임브리지대학교역사학부교수이자이책의저자인루시딜랩은지구적관점으로페미니즘의과거를새롭게안내한다.이책이‘세계사(worldhistory)’가아닌‘지구사(globalhistory)’란용어를쓴이유도이처럼명확한저자의관점때문이다.기존세계사연구의유럽-미국중심성에대한비판적태도를견지하며국경이아닌지구전체로시야를확대하는지구사는사상,인물,텍스트가국경을넘나들며이뤄낸상호작용을기민하게포착해내는동시에,배제되었던다양한목소리에고르게주목하도록한다.그간“페미니즘역사는대부분백인이자교육받은여성선구자들이라는제한된출연진을중심으로구성되었다”고말하는저자는이러한기존의역사서술이“초기페미니즘사상과행동을오독할위험으로작용할뿐아니라‘누가최초인가’를보여주고자하는욕망을중심으로페미니즘계보가구조화되는데도영향을미쳤다”며,오늘날우리가‘페미니즘’으로읽을수있는최초의텍스트들이프랑스,영국,미국등제국주의국가의백인시민을기준으로국가적우선권을설정하는데이용되었다고지적한다.

지구적관점에따르면페미니즘의시작점과주요한사상가들은달라질수있다.예컨대1798년프랑스의알렉산드리아침공에과격하게항의하던이집트여성들이여성의고용조건과가족내지위를논의하기위해1799년결성한라시드여성회의를페미니즘의시작으로잡을수도있다.아니면1792년시에라리온에서토착민여성가구주에게투표권이주어진순간을그시작점으로볼수도있다.뉴질랜드의원주민과정착민여성들은1893년에투표권을얻었고,이는유럽이나미국의여성들보다한참이나앞선것이었다.이런식으로우리는페미니즘의역사를대안적방식으로살펴볼수있다는것이다.

저자는지구적관점을택함과동시에유럽페미니즘의‘설정된’우선순위에대항하고실제존재하는풍요로운역사를충분히이야기하기위한방법으로‘모자이크페미니즘’이라는한층더확산적인개념에의지한다.역사적으로계속해서이어붙여진여러조각으로구성되어독특한무늬와그림을만들어내는모자이크처럼지구적으로존재한페미니즘의사상,인물,텍스트가한데모여구성한형상으로서역사를보고,그것을멀리서또가까이서들여다보는것이다.페미니즘,또는페미니스트라는하나의거대한‘연합’은여러운동,헌신적인개인,행동과아이디어들이한데합쳐이뤄진것이다.그것들사이에는때로희미한영향력의선이보이기도하지만그만큼이나절연과혁신도존재한다.

꿈,생각,공간,사물,모습,감정,행동,노래
8가지키워드로꿰어나가는독창적인스토리텔링

지난3세기에걸친페미니즘지구사를연속적인흐름에서이야기한다는건불가능에가까울것이다.너무나거대한이야기가될것이기때문이다.이에따라저자는몇가지입구이자도약점을마련하고그것을키워드로페미니즘의과거를꿰어나가는독창적인방식을취한다.이러한키워드는총8가지로,꿈,생각,공간,사물,모습,감정,행동,노래가그것이다.각키워드에한장씩을할애하여총8장으로구성된이책은그러한세부주제안에서그간배제되고소거되어왔던목소리들을고르게증폭함으로써우리가잘알지못했던지구곳곳의풍요로운페미니즘‘들’로우리를안내한다.

각장의내용을좀더상세히들여다보면다음과같다.1장‘꿈’은페미니스트들이꾸었던꿈을살펴본다.꿈이“변화와타자성에대한생각을불러일으키는강력한수단”이라말하는저자는어떤상상과순간들이역사속인물들을페미니즘으로이끌었는지,그들이꿈꾼세계는어떤모습이었는지좇는다.또한동시에우리가자면서꾸는꿈에대해서도이야기하며,그것을새로운삶을향한비전에빈번히수반되는불안과갈등을나타내는지표로서살핀다.2장‘생각’은페미니즘이이룩한주요한지적혁신을톺아본다.가부장제를비롯한여러개념이사회구조적문제를어떻게포착했는지논의하는것과함께페미니즘이기독교,사회주의,자유주의,입헌주의,공화주의같은다양한전통과주고받은영향을이야기한다.3장‘공간’은일터,예배,쉼터,시장등페미니스트들이요구한다양한공간을살핀다.여성이어떠한공간을점유할수있고,공간에서어떻게존재하느냐는페미니스트들의오랜관심사였다.4장은사물을도약점으로삼는다.여성이의류나생필품,식료품에돈을쓰는소비자로서갖는특수한지위는역사적으로오랫동안유지된것이다.페미니스트들은소비와여성성의결합에좌절하기도했으나언제나물질문화와거리를두고자한건아니었다.어떤사물들은정치적주장에,페미니즘적사고의전달에,다른페미니스트를알아보는데,페미니즘의꿈을널리알리는데유용하게쓰이며국경을넘어유통되기도했다.페미니즘문화가스며들고응결된유산으로서의사물들을살펴보며그것이어떻게지구곳곳에서페미니즘적사건이되었는지알아본다.5장은물질문화를페미니즘의복장과패션이라는‘모습’으로확장하고,6장은새로이등장한감정연구들에기반해페미니즘들이불러일으킨감정들을살펴본다.분노,사랑,모성과같은감정이페미니즘운동에서어떠한현장을만들어내며운동의중심을이루기도했는지그기제를탐구한다.7장은페미니즘들의역사를꿰뚫는행동주의적측면에집중하며각종시위의창의적인전술들을다룬다.돌던지기에서술집바레일에자신을묶어두는행위까지,몸과공간을아우르며실천된저항의방식들을이야기한다.마지막으로8장은페미니즘‘듣기’를시도하며노래,구호,키닝(keening)등페미니즘을둘러싼풍부한사운드트랙의자취를더듬어본다.페미니즘운동,노동운동,반파시즘운동이운동사이의경계와국경을넘어공유하고개작한노래들이얼마나풍부한음악적유산으로남아있는지를알려주는장이다.

이처럼8가지키워드를입구이자도약점삼아페미니즘의과거를꿰어나가는저자의이야기속에는무엇보다국경에제약되지않고지구적으로활발하게이루어진페미니스트들간의상호작용과대화가당대의활력을가지고고스란히담겨있다.선형적이고유럽-미국중심적인기존의역사서술에서는쉽게포착되지않았던지점이다.그동안의역사에서누락되었던페미니스트들간의상호작용들을목도하다보면페미니즘을단지해외에서전래된수입품이아니라일종의대화로서이해해야한다는저자의말을더욱절감하게된다.그러한대화에는당연하게도경합,갈등,권력다툼이자리했다.또한세계적으로페미니즘과엇비슷한시기에등장한제국주의,식민주의,계약노동,국가주의등은폭력과종속에기반한기획이었으며페미니스트들도그러한시대적배경과결코무관할수없었다.페미니즘지구사는단순히페미니즘,페미니즘,그리고또다른페미니즘을나열하는식으로페미니즘들을이야기하는것이아니다.루시딜랩이또다른역사학자므리날리니신하(MrinaliniSinha)의말을빌려“각기다른여성운동들이지닌불일치하는역사”를인정해야한다고말했듯,서로불일치하는페미니즘의여러꿈을헤아릴때우리는비로소지구적페미니즘‘들’을이해할수있게된다.

지구상페미니즘은한번도단일한적이없었다
‘최종상태’가아닌여정으로서페미니즘-하기
젠더정의에대한넓고깊고다양한열망을인식하기

21세기를사는우리가페미니즘의과거와맺는관계는어떠해야할까?우리는무엇보다도오늘날의페미니즘운동과사상이결코과거와무관하지않다는사실을인식할필요가있다.또한그러한과거가국경을경계로폐쇄적으로전개되어온것이아니라지구적으로매우다양한영향을주고받으면서발전해왔다는사실을인식하는것또한중요할것이다.지역적으로특수한관점들을지닌채발전해왔다고할지라도말이다.

저자는우리가과거를중요한자원으로삼을수있고,삼아야한다고말한다.비록다른시대의페미니스트들이때로인종차별,계급적편견,반유대주의,제국주의등에공모했거나,오늘날매우주요하게여겨지는의제들을경시했다하더라도그러한과거에그저절연을고하거나환멸만을품어서는안된다는것이다.인정하기어렵고불편한과거라할지라도비교,재구성,비판의대상으로삼는다면그것은오늘날의운동과행동에유용한자원이될수있다.따라서중요한건지구페미니즘들의지형을실제그대로충분히확장하고또있는그대로복잡하게인식하는것,타협하기어려운이데올로기적차이들을섣불리뭉개거나무시하지않으려는시도일것이다.저자의말처럼여성들이서로다른걸원한다는사실은전혀놀랄일이아니며,페미니즘의성패는바로이러한다양성을어떻게활용하느냐에달려있기때문이다.

다양한지역과시대속에서여성의자유와해방을외친페미니즘운동과활동가들의얽히고설킨역사를살펴보는일은어째서페미니즘에대한보편적정의를내리는게불가능한지를확실하게확인시켜준다.우리는그불가능한일을하고자애쓰는대신,250여년이라는시간속거대한지구적캔버스위에페미니즘들을펼쳐놓고이목소리들에고루귀기울여볼필요가있다.《페미니즘들》은바로그러한귀기울임을가능하게해주는책이다.그렇게귀기울여보면지구상여성의자유와해방을말한이들의요구는결국모두가번영할수있는환경에관한요구임을알아차리게된다.시대와지역에따라그러한요구는공정한임금일때도있었고,동일한교육의보장일때도있었고,투표권일때도있었고,식민지배의종식일때도있었다.

페미니즘에대한지구적관점은젠더정의를향한열망과결의가얼마나넓고깊고다양했는지를인식할수있도록한다.페미니즘은그다양성과함께발전해왔으며,페미니스트들은다양성속에서경합하고연대하며무수한성취를이루어왔다.계속되는백래시속에서마치모든걸처음부터다시시작해야한다고느끼거나,진전되지않는듯한논쟁에피로감을느끼는사람이라면더더욱지구전체로시야를확장하는이책을꼭한번읽어보길권한다.이토록풍요로운페미니즘의역사로부터반드시영감과용기를얻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