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문화정치 :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감정의 문화정치 :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29.94
Description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두 가지 질문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정치적 삶과 문화연구에 관한 최고의 책”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서”
“정동 이론과 감정 연구의 필독서”
“살아낼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이들에게 건네는 책”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

페미니스트 독립연구자 사라 아메드의 주저 중 한 권인 《감정의 문화정치》가 출간됐다. 이 책은 그간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사라 아메드는 이 책에서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분석하며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한마디로 감정은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감정이 어떻게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등과 연결되어 차별과 배제를 유발하거나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아메드는 이렇게 감정을 문화정치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세계를 분석한다. 이를테면 백인과 흑인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고착되어 있다. 백인은 흑인을 증오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역겨워하기도 한다. 흑인에게 원래부터 그런 부정적 느낌이 있었던 것처럼 흑인을 탓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일삼는 이들은 자신이 누려야 하는 기쁨을 타자가 훔쳐갔다고 믿는다.”(349쪽) 비단 백인과 흑인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보수적 기독교인과 동성애자, 국가와 난민 사이에 흐르는 감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더 많은 특권을 지닌 주체가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타자 탓으로 돌리며 이 사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권력구조와 사회 규범은 유지된다. 사라 아메드가 ‘감정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듯이, 감정의 문화정치는 바로 이러한 역사와 권력구조를 은폐하고, 폭력의 역사를 재생산하는 일을 한다.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주의 등 폭력에 기초한 세계가 당연한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우리가 특정 대상, 인종, 문화 등을 대하면 혐오하고, 증오하고, 역겨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은 사회, 정치, 역사와 결부되어 표출되기 때문이다.
저자

사라아메드

저자:사라아메드
페미니스트독립연구자.영국랭커스터대학교여성학연구소장과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인종?문화연구학과교수를역임했다.2016년에는학내에서발생한성적괴롭힘문제에미온적으로대처한학교에항의하며교수직을사임했다.페미니즘,퀴어연구,현상학,후기식민주의,다문화주의,감정연구등다양한분야를넘나드는작업을이어오고있으며,최근에는흥을깨뜨리는페미니스트프로젝트를제안하며일상과구조를가로지르는비판적실천에집중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항의한다!》(2021),《사용이란무엇인가?》(2019),《페미니스트로살아가기》(2017),《고집스런주체》(2014),《포함된다는것》(2012),《행복의약속》(2010),《퀴어현상학》(2006)등이있다.

역자:시우
젠더문화연구소연구원.《퀴어아포칼립스》(현실문화2018)를썼고,《바이러스에걸린교회》(삼인2021)를함께썼다.《퀴어,젠더,트랜스》(오월의봄2021)를옮겼고,《퀴어성서주석1,2》(무지개신학연구소2021,2022),《섹슈얼리티지리학》(이매진2018)을함께옮겼다.

목차

해제:신자유주의적현재에대한독보적연구―박미선
들어가는글:감정은무엇을하는가
감정과대상|안에서밖으로,밖에서안으로|텍스트의감정적속성

1장고통의우연성
고통의표면|고통의사회성|고통의정치

2장증오의조직화
정동경제|증오받는몸|증오범죄

3장공포의정동정치
공포와불안|두려워하는몸|공포의세계경제

4장역겨움의수행성
역겨움과비체화|끈적임에대해서|역겨움을말하기

5장다른이들앞에서느끼는수치심
생생한수치심의경험|국가적수치심|수치심과발화행위

6장사랑의이름으로
동일시와이상화|국가이상|다문화주의적사랑

7장퀴어느낌
(불)편함과규범|퀴어슬픔|퀴어즐거움

8장페미니스트애착
페미니즘과분노|페미니즘과경이|페미니즘과희망

결론:정의로운감정

후기:감정과그대상
정동적전환|위험한이방인|행복한대상

결론:감정과수사

감사의말|개정판감사의말|옮긴이의말
미주|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페미니스트독립연구자가분석한우리시대의문화정치

이책은현대사회에서중요한문제들에대해깊이있는통찰력을제공한다.아메드는자신의개인적인경험과학술적인연구를결합하여독창적이고도전적인주장을제시한다.과거사를둘러싼화해문제,9·11테러에대한반응,난민,이주민,이방인의형상은책의핵심주제인동시에아메드본인이세계와접촉하는데커다란영향을미친사건이다(50쪽).영국백인어머니와파키스탄아시아인아버지를둔아메드는영국과호주,파키스탄을오가며지냈다.이는아메드가인종,이주,차이,언어,역사,국가에대해비판적관점을형성하는데주요한배경이됐다.여기에더해아메드는비백인레즈비언페미니스트라는정체성도가지고있다.이런아메드의개인적인정체성이학술적인연구와아울러이책에반영되어있다.
이책에서아메드는오드리로드와프란츠파농이인종차별을경험한사례,호주의원주민이겪은폭력을조사한연구자료,9·11테러와같은사건을배경으로타자를역겨운존재로묘사하는내용이담긴게시물을분석한다.이밖에정부보고서,정치연설문,신문기사등다양한텍스트들이등장한다.마르크스주의,정신분석학,정동이론,현상학,페미니즘과퀴어이론을참고하며‘감정은정의와부정의문제’라는성찰을보여준다.특히마르크스주의를참고해감정을실체가아니라순환을통한가치축적체계,즉‘정동경제’로분석하는부분은이책의주요특징이라할만하다.즉아메드는감정은자본처럼이동하며,유통효과로생산되고,이런움직임을통해감정이집단적몸들의표면에물질화된다고말한다.이를테면증오의정동경제는증오라는감정이여러사람의몸을순환하면서특정대상과집단을위협적인존재로몰아가기도한다.
이책은정동연구의걸작으로도꼽힌다.정동(affect)은지난수년간인문학계의핵심키워드였고,논쟁의주제이기도했다.그러나사라아메드는일반적인정동이론가들과다르게정동과감정을구분하지않는다.감정과정동의구분은분석차원에서만가능할뿐실제로는명확히구분하기어렵다는것이다.아메드는정동이론가들이감정을개인적인것이라고말하는것에비판적이며,감정은개인적인것이아니라역사,사회,정치와매개되어표출되는것이라고말한다.‘감정은무엇을하는가?’를통해‘감정은어떻게움직이고개인과집단에달라붙는가?’‘감정은어떻게세계를재생산하는가?’에대한답을제시하고있다.

감정은어떻게권력구조를은폐하는가
어떻게사회규범과폭력의역사를재생산하는가

이책은모두8장으로구성돼있다.1장부터6장까지는고통,증오,공포,역겨움,수치심,사랑의감정을다루며,7장과8장은퀴어(편함과불편함,슬픔,즐거움)와페미니즘(분노,경이,희망)을다룬다.즉이책은다양한감정들을논의의출발점으로삼고,각장의감정이무엇을하는가로마무리된다.크게보면감정은여러몸들사이를순환하며사람들을정서적으로묶어주며정치적,사회적으로결집시키는일을한다.그리고타자를위협,공포,불안,증오를유발하는주체로생산함으로써‘우리’를방어해야할주체로모아주는접착제역할을한다.
1장에서는‘고통’을다루며,모든사람의고통이다똑같이주목받는게아니라불평등하다는점을말한다.호주의‘빼앗긴세대’에대한보고서《이제는이들을집으로》를구체적인사례로분석하는데,여기에서국가는호주원주민들의고통을‘우리’의고통이라고말한다.국가가호주원주민의고통을‘우리’의고통으로전유할때국가는고통받는몸으로,상처가난국가로둔갑된다.그리하여국가는오히려피해를받은존재로새로이만들어지며그고통을야기한역사는망각되고만다.즉피해자들이자신들이겪은고통을스스로말할권리조차빼앗아버리는것이다.고통을듣고말하는관계의윤리에대해서성찰적인지점도제시한다.
‘증오’를다루는2장에서는상처를입었다는느낌이어떻게타자를향한증오로바뀌는지추적한다.증오가기호를통해순환되는과정을설명하는개념으로‘정동경제’가제시된다.또한난민이나이주에관한예시를들며증오가작동하는방식을설명한다.더불어증오범죄가어떻게법체계안에서만머무는지,증오의언어가증오의대상으로지목된이들에게어떠한영향을미치는지탐색한다.
3장에서는‘공포’의원인을타자의몸에서찾는방식에주목하면서공포의대상은어떻게만들어지는지탐구한다.테러에대한반응은일종의‘공포경제’로작동한다.공포경제에서테러리스트형상은특정한몸과연결되고,누구나테러리스트일수있다는주장과도연결된다.즉공포라는위협의서사가사회적규범을강화하고권력을유지하게만든다는점을강조한다.
4장에서는‘역겨움’(혐오감)이공동체가내쫓아야하는몸을생산하는방식을살펴본다.9·11테러에대해‘역겨워!’라고말하는발화행위를분석하면서역겨움과혐오감을불러일으키는대상이어떻게만들어지는지분석한다.역겨운타자를몰아내야한다는주장이특정한타자를이미역겨운존재로인식하도록하고타자를끝없이추방하는일을정당화하는과정을보여준다.
‘수치심’을다룬5장에서는‘사과’를전하는발화행위를통해수치심을드러내는일이일종의국가만들기로작동하는과정,권력자들이자신들의권력을공고히만드는과정을살핀다.‘수치스럽다’고말하는것은그자체로과거의수치스러운일을덮어버린다.또한화해문제에관한호주의사례와노예제및식민주의역사에대한정부의사과를요구한사례를통해수치심이매우양가적이라는점을논의한다.즉부당한잘못을과거의잘못으로치부하며현재의역사를뒤덮는데수치심이이용된다는점을밝힌다.
6장에서는증오가‘사랑’으로포장되어자신들이증오하는대상에투사되는과정을살핀다.다문화주의가차이를사랑해야한다는정언명령으로작동하는과정에주목하면서국가와동일시하는주체가어떻게탄생되는지살핀다.이과정에서국가적이상을훼손하는이들은배제된다는사실도밝힌다.
마지막두장은퀴어정치와페미니즘정치에서감정이작동하는방식을논의한다.그리고감정을통해우리가사회적이상과어떻게관계를맺어야하는지를말한다.이두장에는불편함,슬픔,즐거움,분노,경이,희망과같은여러감정이등장하는데,이감정들을대안적인정치와연결하기도한다.고통에응답하고분노하는일이페미니즘이며,페미니스트가느끼는분노는세계를해석하는일이라고말한다.규범을다르게살아냄으로써규범을따르지않는삶의가능성을만들어내는일(7장),아직일어나지않은일을우리의미래로만들기위해정치적행동에나서는일(8장)에희망을건다.

사회는왜이다지도변하지않는가?
변화의가능성은있는가?

감정의문화정치가하는구조적모순을인지하고있어도사회가변하지않는이유는무엇일까?왜권력관계는집단적인저항에도완고하게지속되는것일까?사라아메드는그이유를‘투자’라는단어로설명한다.즉우리가사회적규범에계속‘투자’하기때문에이세계가바뀌지않는다는것이다.우리는사회적이상과일치된삶(‘우리가아는모습의삶’)을추구하고,이에대한애착을가지고있다.여전히자본주의,이성애주의,국가주의등을이상적인사회규범으로여긴다.이것을추구하는것이다음세대의행복을위해필수적이라고간주한다.이규범이유지되도록우리에게달라붙어있는감정들을쉽게떼어놓지못하는것이다.
그렇다면이런감정의문화정치에서벗어날수있는길은있을까?변화의가능성은있을까?사라아메드가말하는대안은더이상같은방식으로반복하지않는삶을사는것이다.다른방법으로타자와함께살아가는것,내가느낀여러감정이다양한세계를정의할수있다는것,분노하고,고통을느끼고,일상에서마주하는평범한것에서경이를느끼는것.이런감정적여정을밟으면주체와집단의관계가새롭게재정립될수있다고말하고있다.아직일어나지않은일을우리의미래로만들기위해정치적행동에나서는일에희망을걸고있다.“희망은우리보다언제나앞서있는미래를그저기다리는것이아니라지금행동해야한다고우리에게이야기한다.”(394)무엇보다우리가뿜어내는감정들이어떻게형성되었는지살펴보는일이중요할것이다.왜우리는트랜스젠더를혐오하는가?왜‘페미니즘’이란단어만들어도혐오와증오의감정을내뿜는가?왜중국과북한을증오하는가?왜외국인노동자를혐오하는가?이런감정들이어떻게우리안에들어오게되었는지그역사와사회구조를되돌아보는일이필요하다.

혐오의감정이만연한한국사회
한국어판출간의의

《감정의문화정치》는한국에도중요한메시지를던진다.이책은세월호참사나이태원참사,5.18광주항쟁등사회적참사가발생할때마다‘국가적슬픔’을강조하면서도가해자나참사를일으킨사회구조가드러나지않는상황을잘설명해준다.또2018년예멘사람들이대거난민신청을했을때한국사회에만연했던혐오와공포가어떻게생성되었는지그과정도성찰할수있다.퀴어퍼레이드를할때마다보수기독교인들이말하는‘사랑’의서사에는무엇이내포되어있는지,각종여성혐오가어떻게생성되는지도살펴볼수있다.한국인들이외국인노동자를어떤감정으로대하는지,그들을어떻게차별하고배제하는지도돌아볼수있다.힘에의존한외교정책을펼치며증오와공포를조장하는국가의전략에대해서,비난과욕설을감내하며모두를위한평등을위해오늘도지하철에오르는장애인들의저항에대해서도살펴볼수있다.“이책이규범적인각본과불화하는이들에게,살아낼수없는것을살아내는이들에게,변화를향한설렘을간직하는이들에게다가갈수있기를바란다.”(4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