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수업 리포트 : 젠더교육 활동가의 눈에 비친 우리 성교육의 안팎

젠더 수업 리포트 : 젠더교육 활동가의 눈에 비친 우리 성교육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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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유진(달리)

전북남원에서농촌페미니즘캠페인과청소년상담을한것을계기로2017년젠더교육활동을시작했으며,칼럼과SNS를통해페미니스트젠더교육강사로서의고뇌와분투가담긴교육현장이야기를틈틈이기록해왔다.비수도권지역여성을위한문화기획과청소년교육에관심이많다.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남원에있는책방이자페미니즘문화지구인‘살롱드마고’공동운영자다.《몸이말하고나는쓴다》를썼고,《대한민국페미니스트의고백》을함께썼다.

목차


들어가는글:우리가살고싶은세상을만들기위해

1부젠더교육을한다는것
실은,성교육못받아본성교육강사입니다:제대로된성교육?
“성교육수업에서왜페미니즘교육을하세요?”:‘정상성’에도전하는질문이필요하다
성교육의효과를묻는당신에게:변화는어디에나있다
어디에나있는‘한사람’을위해:의무교육현장이야기
네가,아니,내가정말괜찮아지기위해나는이일을하고있다:세상을바꾸는우리의목소리
신념과존엄사이:젠더교육강사의노동권과건강권
성교육,왜해도해도어려울까?:듣고배우는교육자가되고싶다

2부젠더교육의현장
샘,메갈이에요?:10대남성들과의대화
“남자선생님들기분상하지않게강의해주세요”:학교가평등한곳이었다면
남학생은‘자위’를,여학생은‘월경’을묻는다:생물학적성차를넘어서
교실에두고온너희들이생각난다:‘n번방’사건을접하고,파노라마처럼떠오른기억들
성차별이뭐냐고아직묻지못했다:‘남성가족부’를주장하는학생을만나고
성교육현장의‘기울어진젠더’:교실의‘젠더권력’에서소외되는여학생

3부젠더교육의질문들
“조심하라고만배웠어요”:‘예방’의주체는누구일까
아이성교육에‘응급매뉴얼’기대하지마세요:양육자를위한젠더교육
그건놀림이아니라혐오야:교실에서가장흔한폭력,‘외모품평’에반대하는교육
‘안전이별’말고‘평등연애’:10대여성과나눈연애,사랑과폭력의경계에대한질문
“섹스는좋은거예요,나쁜거예요?”:금기와혐오사이에갇힌‘성’
당신의‘첫경험’:여성이성에대해‘말하기’
교실밖젠더수업:새로운실험과시도

나가는글:젠더교육의현장을기록한다는것

출판사 서평

치밀하고생생하게기록한젠더교육의현장

이책은올해로7년째젠더교육(성교육)활동을해온저자가페미니스트젠더교육활동가로서그간에마주해온젠더교육의현장을치밀하게기록한것으로,저자의생생한경험속에서쌓여온젠더교육대한고민과질문을담았다.7년간무수히젠더교육을해왔지만저자는단한번도성교육의현장이쉬운적이없었고,매번수업이끝난후희망보다는좌절을느낄때가많았고,하면할수록해답보다는의문과고민이더많아진다고말한다.그가겪어온현장은어떤모습일까?

저자를포함해많은젠더교육강사들이여성혐오와반페미니즘정서,백래시가흐르는교실,여성가족부재정으로집행되는(젠더기반)폭력예방교육시간에여성가족부로고만발표자료에나와도야유가흐르는교실에서성교육을진행한다.특정기관이나기업체에의무교육을나가면방문판매사원으로오인을받기도하고(의무교육강사자격이있는사람이파견되어금융상품등을판매하는경험을많은직장인들이겪어봤을것이다),수업을듣다가바쁘다고나가버리거나강의내용에시비를거는사람들도자주마주한다.무관심하거나공격적인공기는많은성교육현장의기본값이다.

성교육강사들은노동자로서도,교육자로서도보호받지못하기일쑤다.학생대상교육현장에서강사에게‘메갈’‘쿵쾅쿵쾅’이라고발언한학생들에게그표현이왜혐오와차별에기반한표현인지를설명해주었더니성교육시간에왜페미니즘수업을하느냐는교사의항의가이어지고,남은수업시간이있는데도일방적으로계약을종료시킨다.페미니즘성교육을하는지‘감시’하겠다는목적으로학교교사가몰래수업을촬영했다가걸리는일도있다.수업시간에공개하지않은개인연락처로공격적인연락을받기도한다.최소한의안전장치도없이이모든화살을맨몸으로받아내야한다.이런과정을겪다보면,젠더교육활동을통해더나은세상을만들겠다는개인강사들이그신념을유지할수있을까?젠더교육의중요성을말하지만그에대한진지한사회적공감대도충분치않고,제도적장치도충분치않다(몇백명을모아둔일회성집합교육이다수인의무교육현장만생각해도이는충분히알수있다).그런데도‘성평등’‘섹슈얼리티’‘성소수자’라는말을삭제한교육과정이발표되고,여성폭력방지관련예산은30퍼센트가까이줄었고,여가부의초·중·고교청소년대상성인권교육사업은아예폐지될예정이다.

책에담긴이야기들은젠더교육의현장인동시에우리사회의민낯이기도하다.저자가기록한젠더교육현장에서드러나는‘날것’의역동과목소리를좇다보면,성,인권,민주주의와관련해우리가어떤사회에서살아가고있는지뼈저릴정도로생생하게목격하게되기때문이다.특히10대대상의성교육현장을마주할때는그것이기성세대가만들어온사회의거울이라는면에서,그들이우리의다음세대라는면에서이사회의젠더의식과시민의식의위급함을깊숙이깨닫게되며그와동시에반성과성찰을불러일으키게된다.

사람을바꿀수는없어도공기는바꿀수있다는믿음,
어디선가있을한사람을위한마음으로

저자는농촌지역에서청소년상담프로그램을진행하다만난10대여성들에게성폭력피해나임신에대한고민을여러차례접하게된다.그러나실질적도움을줄수없었고,나아가지금10대의경험이그이전세대의경험과판박이같다는점에참담함을느끼다“뭐라도해야한다는생각”에,“그들뿐아니라우리모두를위해지금을바꿀수있는일”(24)이있다면손을보태고싶다는마음으로젠더교육강사의길에접어든다.

그럼에도,냉대와적대가떠다니는공기속에서1년에한두차례,1시간남짓의교육을한다고세상이바뀔수있을지여전히고개를갸웃거린다.노동권과건강권역시보장받기어렵고최소한의안전장치도마련하기쉽지않다.성교육자체도녹록하지않고,해도해도쉬워지거나명징해지는것이아니라여전히어렵고새로운고민이늘어난다.하지만저자는그괴로운현장과함께호흡하며,‘내가,우리가살고싶은세상을만드는실천’으로서의젠더교육을이어왔다.

그시간속에서단박에누군가를극적으로교화시키는것을기대하는데서수강생이기존의고정관념에서벗어난사유를자극하는데로자신이변화했다.하여백래시라는저항역시그자체를문제로보는것이아니라그혼란과불편함을어떻게함께견디고나아갈것인지를목표로삼자고제안한다.성교육이사람은바꾸지못해도공기(분위기)는바꿀수있다는경험을토대로성교육을냉소하고성차별의존속을믿는이들의기대를부순다.지난하고비틀거리는걸음일지라도더나은길을고민하며실천하고자하는이들에게자신의경험과교훈을나눈다.또한“세상이변할때까지목소리를내달라”는어느10대수강생의쪽지를기억하고,구색맞추기식의무교육현장에서이교육이열리기를간절히기다렸을지모를한사람을기억하고,같은반의여성인급우들의외모품평을하던10대남성들의변화를기억하며그다음한발짝을내디딘다.

우리성교육,어디를향해야할까?

이책을통해마주하는성교육의현장을우리는역설적으로‘제대로된성교육’의필요와그시급성을깨닫게되며,또한젠더교육이필요한사람이따로있는것이아니라는것역시깨닫게된다.성,젠더를다루는교육에대해무심하거나적대적인현장의공기에대한기록을통해실은역설적으로젠더교육이아무리역량있는강사가많더라도,이것이개별강사들만의몫이아니고그들만의몫이아니라는현실을직시하게된다.강사들은일선에서분투중이지만,우리의일상에서,한사회의정치,제도,문화등미시적차원부터거시적차원의변화와노력없이는바뀔수없다는것이다.

그러니까이는젠더교육강사혹은학교교실일선에있는교사들만의문제가아니라우리사회가좀더나아지기를원하는사회구성원이라면누구나관심을갖고함께실천해야한다.성교육은교실이나강의실에서만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당연히모든장소와시간속에서이루어지는것이기에그렇다.따라서10대청소년뿐아니라그들과함께살아가는성인들또한평생에걸쳐배우고갱신하는것으로성을접하고대하고고민하고배워야한다.

책은제대로된성교육이무엇인지,이길로가면된다고자신있게단순하게소리치기보다는비틀거리고혼란스러워하고고민하면서도그길로한걸음한걸음을내디뎌온시간들을기록한다.젠더기반폭력의유의미한예방은피해자에게조심하라는주문을외게하는것이아니라가해자를만들지않는것임을강조하면서도,예방을넘어선성교육을말한다.그러기에“성폭력을트라우마로강조하기전에성폭력이후에도우리의삶은회복되며이어질수있음을먼저말”(136)하는성교육,청소년을피해자,보호의대상으로만위치짓는것을넘어성폭력에함께분노하는시민이될수있도록돕는성교육,나와타인모두가성적자기결정권이있는주체임을가르치는성교육,정상성에도전하는성교육을말한다.교실밖에서청소년과교사를대상으로새로운젠더교육을실험해보기도한다.

한계가가득한조건속에서맨몸으로분투해온젠더교육이라는페미니즘적실천을솔직하고단단하게써넣은이책속에서우리는우리의성교육,젠더교육,인권교육,민주주의에대한교육을함께고민할수있을것이다.젠더교육일선에있는강사,양육자혹은교사는물론페미니즘실천을고민하는시민,우리가사는이곳을좀더나은곳으로만드는데책임을느끼는이들에게이기록이더나은길을향해머리를맞대는하나의물꼬가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