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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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0년,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들의 급증하는 자살률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의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증가라는 심각한 수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여성 자살률은 한국사회의 어떤 문제를 함의하는가? 이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청년층의 자살률 증가, 그중에서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2030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회학 연구자 이소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증발하고 싶다’고 말하는, 1년 이상 지속적인 자살생각에 시달리는 청년여성 19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이들을 삶의 종료에 대한 생각으로 내몰아가는지 밝힌다.
저자

이소진

블루칼라노동자가정에서태어나자랐다.동국대철학과에진학했으나간신히졸업했다.졸업직전학과내성폭력사건을마주한것을계기로여성의삶,우리의삶을이해하는언어로서여성학을공부하며이화여대여성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지금은연세대사회학과박사과정을밟으며페미니스트노동연구를지속하고있다.저서로《시간을빼앗긴여자들》《경험이언어가될때》가있으며,현재청년세대의노동과자산형성(금융)의성별화에관한연구를진행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자살생각을연구한다는것에대하여

1부가족은어떻게청년여성을옭아매는가
1장가족위험:계급재생산의열망과강압적통제
2장돌봄위험:가부장적가족이착취하는‘딸’의시간

2부홀로서기를가로막는노동위험
3장노동불안정:미래없는노동
4장노동시장의성차별:평등한일터는어디에

3부청년여성이라는존재론적불안
5장불공정:그러나‘노력부족’을말하는여성들
6장자기혐오:자책의악순환이이르는곳
7장불안,우울,자살생각:생애전반으로확장되는위험

에필로그|아주조금만이당신의몫이다

부록1|연구방법에대하여
부록2|인터뷰질문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청년여성의삶전반에대한풍부한면접을토대로
이들이가족과노동시장에서직면하는차별과폭력,빈곤,경쟁풍토등을분석하면서
‘사회적질식’의문제를여성주의적으로그려낸다.
젠더는단순한변수가아니라관점의정치학임을탁월하게보여주는책이아닐수없다.”
―김주희,여성학연구자ㆍ덕성여대교수(추천의말에서)

증발하고싶은2030여성들
무엇이이들을자살생각으로몰아가는가?
계급과젠더의교차로에서청년여성을말하다

OECD회원국중1위,전세계4위,한국의비극적인자살률순위다(2020년기준).그중에서도20대여성자살률의증가세가두드러진다.통계청의‘2022국민삶의질’보고서에따르면,연령이높아질수록자살률도동반상승하는남성과달리,여성은20~30대여성들의자살사망자비중이두드러진다는특징이있다.2017년이후,증가하더라도그폭이크지않고,전체적으로감소추세를보이는남성자살률에비해여성자살률은2020년급등을보이는등계속해서증가추세를보이고있다.자살사망자를기준으로보면남성이여성의2.2배라는점때문에여성자살률문제의심각성이가려지기쉽지만,남성대비1.8배높은여성의자살시도율(2021년응급실기반자살시도자사후관리사업보고서)과소폭이나마지속적으로증가하는2030여성들의자살률은분명한국사회의어떤문제를드러내고있다.
사회학연구자이소진은바로이러한상황,즉청년여성들의자살률이증가하는데문제의식을두고1년이상자살생각을하고있는청년여성들의이야기를듣고자했다.저자의관점은다음과같은말에서분명하게드러난다.“나는한국에서1990년대생여성의자살률이급격하게증가한까닭이우리세대가처한현실에기인한다고본다.따라서이책은자살생각의원인을우울증으로한정지어해석하지않을것이다.”(15쪽)그의말마따나이책은자살시도나우울증등‘개인’의문제에초점을맞추지않는다.그보다는청년여성들이가정에서,노동현장에서,사회에서마주하는억압과차별에주목한다.자신역시청년여성이자과거에자살생각을했던이로서가감없이그러한경험과입장을드러내는저자는책전반에서‘우리’를호명한다.비중산층-여성이라는,계급과젠더의교차로에선청년여성들이맞닥뜨리는‘생애위험’을가족위험,돌봄위험,노동위험으로분석해내며이러한위험들이청년여성의존재론적불안으로전환되는과정을드러내는이책은자살과자살생각의주요원인을개개인의사정이아닌사회적문제로전면화한다.

가족위험과돌봄위험,
가족은어떻게청년여성을옭아매는가

오늘날여성은자유로운개인으로인식되는듯보인다.그러나정말그럴까?가족관계에서,가정에서여성의역할과위치를보자면여전히많은이가과도한의무를부여받으며억압과차별에시달리고있다.특히나‘딸’에게강요되는성별규범과,부모및형제자매에대한책임과의무를다하도록요청되는상황은결코낯선일이아닐것이다.
청년여성들의자살서사에서도부모에대한이야기는빠지지않았다.그중에서도자신의성과에만족하지못하는부모로부터의비난,특히아버지와의갈등이주를이뤘다.성과중심주의에사로잡힌부모로인해괴로운성장기를보낸것은물론이고,그러한관심과통제가성인이된청년여성들의노동성과에대한압박으로까지이어지는상황을저자는계급재생산/계급상승에대한부모의열망으로분석한다.

“제가갈때마다아빠가저한테너그렇게계속싸가지없게굴면너한테말안하고우리어디뭐이사가가지고한적한데서살거라고계속그런얘기하시고.그냥그렇게말씀하세요.[싸가지없이군다는게뭐에요?]자기말안듣고계속그렇게니멋대로살고부모가뭐라고하든지어디서개가짖네싶게그런표정하고앉아있는다고저한테맨날그렇게말씀하세요.(……)예전에는저한테계속공무원하라고하셨고.요즘에는공인중개사따라고그러시거든요?그러니까그런것들.그러니까진로얘기를하는거를자기뜻대로안따라준다고자기말을안듣는다고하세요.[후략](명신)”(32~33쪽)

성공과실패를가르는기준을오로지학력자본을획득해안정적인일자리를얻는것으로제시하는가정에서이를성취하지못한자녀를향해부모의비난이쏟아진다.저자는이러한부모의불안을구성하는사회적배경에한국의발전주의역사가자리한다고말하며,부모세대의외환위기트라우마및복지제도가부재하다시피한한국사회의제도적영향으로설명한다.

가정에서이뤄지는강압적통제

한편,가정안에서폭력을경험한청년여성들도적지않았다.“부모에의해행해지는폭력은물리적폭행을동반하지않더라도그영향이성인이된이후에도종료되지않고이어지며참여자들의현재에지속적인영향을미치고있다는점에서현재진행형”(44쪽)이라는저자의말처럼,많은청년여성이가정에서겪은폭력및억압으로부터벗어나지못하고있다.
저자는흔히‘아동학대’나‘가정폭력’으로범주화되는이러한경험을‘강압적통제’의측면에서접근하며,친밀한관계에서발생하는폭력의육체적상흔들을가부장적권력에의한통제의기술로정의한다.다시말해,남성생계부양자로서의역할을성공적으로수행하지못한아버지가사회적으로손상된지위를가정내에서재구축하는수단으로강압적통제를행한다고본것이다.식사를할때물을마시지못하게한열음의아버지,먼저전화를끊었다는이유로자신을‘무시한다’며화를내는지원의아버지,이따금씩알수없는이유로폭력을휘두른정서의아버지,장난을치다넘어지자뺨을내려친재림의아버지,유행하는신발을샀다는이유로때린세라의아버지등여러사례에서드러나는아버지의폭력은가정내에서‘훈육’으로정당화되고있었다.
통제는차별과편애로나타나기도한다.일부청년여성들에게강압적통제는다른형제자매,특히아들에대한편애로경험되었다.경제적지원은물론이고아들의욕구를최우선으로두는것,자신에게만가해지는체중및귀가시간통제등미세하게이뤄지는차별속에서청년여성들은존재자체가부정당하는경험을차곡차곡쌓아갔다.

가부장적가족이착취하는‘딸’의시간

이처럼가정에서통제에시달리는것과동시에,청년여성들은한편으로돌봄노동의의무를강요당한다.가장큰부분을차지하는가사노동을‘딸’에게만요구하는것이대표적이다.게다가가족중누군가아프기라도하면,취업을준비하는여성의시간은‘당연하게’가족돌봄의시간으로배치된다고저자는말한다.조부모의간병이필요한상황에서똑같이취업을준비중인남자형제들에게는별다른역할이요구되지않았다는사실은취업준비생이기때문이아니라여성이기때문에돌봄을전담하게된다는것을드러낸다.홀로할머니의간병을도맡아야했던재림의사례는가부장적가족안에서‘딸’의시간이어떻게착취되는지를그대로보여준다.

“본가에들어와서도똑같았어요.제가계속거의스물네시간계속붙어있었는데,근데이제본가에들어오면서더힘들었던게,당연히집에있으면서간병을하는데도집에있으니까집안일까지하게되는거에요.(……)간병을할때도,뭐배달을시켜먹거나할때도식탁세팅부터배달음식을까고한모든것들이저의몫이되는거에요.당연히저한테시키고……뭔가……그런사소한것들이당연히간병을하면힘들거를이해를해주고그런것들은좀했으면좋겠는데아예아무것도안하니까.(재림)”(65쪽)

이러한상황은조부모간병이종료된다고해서끝나는것도아니라고저자는말한다.돌봄노동이단순히성차별적으로분배되는것자체도문제지만,청년여성들에게이러한돌봄부담이미래에도래할부모돌봄에대한두려움으로까지각인된다는것이다.그럼에도이들에게은연중에강요되는‘정서적지지’역할에대한책임감은같은여성인‘어머니’라는존재에대한원망과연민으로양가적인감정을불러일으키며가족으로부터탈출할수도없게만든다.“인연을끊으면엄마가더힘들어질것같아서”,“엄마는불쌍한사람”이라는청년여성들의이야기속에서어머니는청년여성들의자살시도를막는최후의보루이면서도,동시에자살생각을유발한가부장적가족구조의‘방관자’로위치되며자살생각을증폭한다.

홀로서기를가로막는노동위험,
노동에미래가없다

이러한가족위험및돌봄위험으로부터탈출할수있는주요한방법은‘독립’이다.그러나저자는남성중심적노동시장의현실이“청년여성의탈출을유예시키고홀로살기의전망을어둡게만든다”고지적한다.여성노동에대한가치절하와그에따른저임금이경제적독립의가능성을축소,나아가차단하기까지한다는것이다.여기에여전히노골적으로,또는은밀하게이뤄지는노동시장의성차별또한청년여성노동자들의홀로서기를방해한다.이에따라노동은‘미래’를그리는수단이되지못하고오히려가족위험및돌봄위험과중첩되면서청년여성들이처한위험을생애전반으로확장해존재론적위험으로전환시킨다는것이저자의분석이다.
저자는중심부(내부노동시장)와주변부(외부노동시장)로분절된한국노동시장에서여성노동자들이주변부노동시장에집중된다는사실을지적하며,인터뷰이19명의노동과관련한논의에한부를할애한다.특히4년제대학졸업장여부가일정부분노동안정성에영향을미친다는점을고려해졸업장여부에따라인터뷰이를두집단으로나누고,이들의노동불안정성을탐색한다.불안정한노동은애초에가족바깥에서의삶을실현할수없도록하거나,독립하더라도그것이일시적으로그친채다시가족으로회귀할가능성을높인다.
그러나4년제대학졸업장여부에상관없이청년여성들이처한노동현실은대체로암담했다.대졸이든고졸이든,정규직이든비정규직이든청년여성들은여러차별을마주하며열악한노동현실에처해있었던것이다.청년여성들은이러한문제를개인의‘노력’으로타파하고자반복적인이직또는다른분야로의전직을감행하지만노동현실은좀처럼나아지지않는다.저자는열악한노동지위에서비롯되는청년여성들의이러한‘선택’을신자유주의통치성의압박과연결하며분석해내고있다.

‘노력부족’이란자책의악순환이이르는곳,
불안,우울,그리고자살생각

오늘날한국사회에서차별은개인의‘노력’에따라확보한‘능력’으로극복될수있다고여겨진다.청년여성들역시이러한능력주의로부터자유롭지않으며,노동시장에서의임금차별,성차별문제를노력문제로치환하고있다.이에따라내정자가정해진취업공고에대해서도불공정이아닌자신의‘압도적능력’여부를문제삼고,쉬는행위조차‘할일을외면하는것’으로의미화하며,연봉협상과정에서의성차별문제를적극적이지못한자신의성격탓으로돌린다.
그러나저자는이들의삶을지배하는능력주의의언어를“허구적기획”이라단언하며,그것을신자유주의통치성의일환으로정의한다.“사회적불평등으로인해야기된실패를개인의무능력으로포장하여도덕적멍에를씌우는역할을”(143쪽)하는것이바로능력주의라는것이다.흔히능력주의는성별고정관념을배제해성차별을완화할것이라기대되지만,저자는애초에평가기준자체에고정관념이개입될가능성을지적한다.표면적으로는객관적인평가기준을가진것처럼보인다해도그것이이미남성중심적사회에서전통적으로남성이수행해온역할과속도를반영하고있다면여성에게는차별적인결과를불러오게된다는것이다.
한편,저자는최근범람하는심리분석과개인의문제상황에대한정신의료적접근에대해과연그러한치료담론이오늘날청년여성들이처한문제의근본적인해결책이될수있는지의문을표한다.과거의난관을극복해보다나은자신이된다는방식의치료학적자아실현내러티브는현재고통의원인을과거로부터비롯된것으로인식하게만드는데,여기에부모양육에의해자아정체성이형성된다는양육담론이더해지면서현재고통의원인을‘바꿀수없는’과거에있는것으로여기게된다는것이다.이에따라저자는인터뷰참여자들이“현재에집중하지못하는상황”에놓여있다고설명한다.구조적문제가계속해서개인의문제로환원되는상황에서불안이나우울등에대한치료담론,그리고양육담론이만나결코바꿀수없는‘과거의결함’에대해고뇌하게하고,청년여성들은어떻게든이를극복하고자‘노력’을기울이지만불평등한경쟁사회에서이들의노력은쉽사리수포로돌아가며또다시충분히노력하지못한자신을탓하는자책의악순환을만들어낸다고저자는설명한다.

생애전반으로확장되는위험,
청년여성들의현재는어떻게달라질수있을까

청년여성들이처한위험들은실상과거와크게다르지않은것이다.10년전에도,20년전에도여성들은비슷한위험에처했다.그렇다면도대체과거와달라진현재‘청년여성’의특수한상황이란무엇일까.왜점점더많은청년여성이스스로목숨을끊는것일까.저자는그특수한상황의중심에달라진생애기획이자리한다고본다.바로결혼에대한인식변화다.저자의설명에따르면,과거보편적으로여겨졌던결혼이더이상필수가아니게된현실에서성별화된위험이생애전반으로확장되고있다.“청년여성들의불안정한사회경제적지위에서비롯되는불확실성이결혼제도를통해,즉남성생계부양자모델을중심으로하는새로운가족구성으로의이행을통해관리되어”(169쪽)왔던과거의문법이더이상유효하지않은상황에서,여성들이자신의존재에의미를부여하는정박지는노동영역으로한정되게되는데,바로이지점을저자는한국청년여성들의특수성이나타나는원인으로분석하고있다.
아울러저자는최근의페미니즘담론이신자유주의통치성에균열을내기보다능력주의에대한강한동의를기반으로결합하는‘신자유주의페미니즘’경향을보인다는데날카로운비판을제기한다.능력주의와결부된신자유주의페미니즘흐름에서계급이지워지는문제를지적하고,성평등한관계와무관하게개개인의경제적‘성공’에열을올리는현상에대한문제제기다.가족위험및돌봄위험으로부터의탈출은노동을통한경제적자립및주거독립으로비로소그기반을마련할수있지만,오늘날많은여성이처한노동현실은오히려위험으로부터의회피를가로막고있는실정이다.
“결혼은필수가아니다”라고응답하는20대여성이80%를넘어선다는설문조사결과는더이상놀랍지않은것이다.출산은커녕결혼조차거부하고있는청년여성들의현재를한국사회는과연얼마나제대로인식하고있을까.취업-연애-결혼-출산의생애주기가진작에무너진상황과페미니즘리부트,그러나여전히가정도노동시장도성차별적인이곳에서청년여성들의삶이어떠한위험을마주하고있는지이책은분명하게드러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