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

$14.61
저자

아이우통크레나키

저자:아이우통크레나키

아이우통크레나키는1953년브라질남동부의미나스제라이스주도시강RioDoce유역에있는크레나키인의땅에서태어났다.이곳의환경은광산채굴의영향으로커다란변화를겪어왔다.그는1980년대부터원주민운동에뛰어들었으며,브라질군사독재시대(1964~1985)가막을내린이후이뤄진1988년브라질헌법의‘원주민절’작성과정에서결정적역할을했다.이는헌법이땅과문화에대한원주민의권리를형식적으로나마보장하게된역사적사건이었다.당시크레나키가원주민관습에따라얼굴을검은색으로칠한채의회연설을하는모습은브라질현대사의가장중요한장면중하나로기록되어있다.그는비슷한시기에원주민을대표할국가차원의정치세력을구성하기위해‘원주민연합UniaodosPovosIndigenas’창설에참여했다.1989년에는생태주의활동가로서원주민들과고무나무채취자등밀림을터전으로살아가는집단들의연합체인‘밀림거주자동맹AliancadosPovosdaFloresta’을조직했고,이곳을기반으로유네스코와함께생물다양성보호지역을지정하기위해활동했다.그이후로도지금까지정치,문화,학술등다양한영역에서쉼없이활동하고있다.2016년에는주이즈지포라연방대학교에서명예박사학위를받았고,2023년에는브라질문학아카데미AcademiaBrasileiradeLetras회원으로선출되었다.최근저서로는《삶은무용하다Avidanaoeutil》(CompanhiadasLetras,2020),《선조들의미래Futuroancestral》(CompanhiadasLetras,2022)등이있다.



역자:박이대승

정치철학자.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선임연구원,프랑스툴루즈-장조레스대학교방문연구원.툴루즈-장조레스대학교에서질들뢰즈와펠릭스과타리의소수화전략에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개념’없는사회를위한강의》,《임신중단에대한권리》을썼고,《식인의형이상학》을공역했다.



역자:박수경

고려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서어서문학과석사학위를받았다.2014년멕시코시티소재메트로폴리탄자치대학교에서〈국민주권과원주민자치권의교차:멕시코원주민공동체역사의주요3시기:1549년,1812년그리고1857년〉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옮긴책으로는《식인의형이상학》(공역),《깊은멕시코》(기예르모본필바타야지음)등이있다.원주민사회에대한관심을출발점으로삼아탈식민주의관점에서라틴아메리카의역사,문화,사회,정치등에대해연구,저술,강의를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생태학적위기에맞선가장급진적인비판의목소리7

1부.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

1.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19
2.꿈과땅에관하여45
3.우리가우리자신이라고생각하는인류59
―아이우통크레나키

2부.종말과위기를생각하는방법

《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에대한후기79
―에두아르두비베이루스지카스트루
세계의종말,그것은백인들이다89
―장-크리스토프고다르
기후재앙에직면한인류의무능함을어떻게이해할것인가?101
―박이대승

3부.원주민의역-인류학

인간의가장자리에서던지는브라질원주민의질문141
―박수경
이미지껍질’개념의비판적역량157
―장-크리스토프고다르
우리의언어는아름답고,분명히살아있다”:179
파우마리어경연대회(1)
―오야라보니야
참여저자소개206

출판사 서평

1980년대부터원주민운동에뛰어들어브라질현대사에중요한흔적을남긴원주민리더크레나키는2019년자신의강연문세편을모아《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이라는제목의책을출간했다.책은출간직후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로번역되어큰반향을불러일으켰고,에두아르두비베이루스지카스트루같은세계적인류학자들에게지대한영향을끼쳤다.
이한국어판은철학과인류학을비롯한여러분야의연구자가참여하는정기국제세미나‘탈식민적인류학’을통해기획되었다.한국어판은크레나키가2019년출간한《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을충실히완역하면서도,크레나키의강연과텍스트들에대한여러학자들의응답을함께담아냄으로써원서의의미를한층더확장하고심화했다.크레나키의책을번역한1부이외에,2부와3부를추가로구성해관련텍스트여러편을번역게재하거나이책만을위해새롭게쓰인텍스트를실었다.
특히2부에는크레나키의활동은물론지금세계가직면한각종생태학적위기및위기담론들의근본적인문제를짚어내는여러글들을엮었다.한국에도잘알려진브라질인류학자에두아르두비베이루스지카스트루가크레나키의위책에대해쓴후기,‘백인들이곧세계의종말’이라고선언하며크레나키의비판적역량을극대화하는프랑스철학자장-크리스토프고다르의글,크레나키의생각들을출발점으로삼아온실가스감축이라는기존논의와담론을비판하고기후협상이라는국제정치적문제에접근하는박이대승의글이그것이다.무엇보다박이대승의글은이한국어판전체를관통하는상세한해제로,한국의독자들이크레나키의텍스트와원주민운동의맥락을반드시접해야할이유를설득력있게풀어낸다.
3부는원주민의역-인류학적관점을풍성하게보여주는세편의글들로구성되어있다.탈식민주의관점에서라틴아메리카를연구하는박수경이아메리카원주민의존재론적지위를둘러싼맥락을검토하고,장-크리스토프고다르는야노마미원주민들의사유를기반으로‘인쇄된책’이라는형태로물질화되는서구지식을비판한다.마지막으로브라질인류학자오야라보니야의글에서는백인들과의접촉이후자신들의언어를되찾기위한투쟁을꾸준히벌여온아마존파우마리원주민들의생생한이야기를접할수있다.한국어판책제목에사용된‘아마존의목소리’는아마존이라는특정지역뿐아니라,브라질과전세계곳곳에서살아가고있는수많은원주민집단을지칭하는상징적표현이라고할수있다.

‘종말은이미시작됐다,그러나……’:원주민의관점에서본종말,그리고세계

“역-인류학적관점에서생태학적위기를바라본다는것은인간과비인간,문화와자연이구별된세계에서벗어나자연이라는개념자체가존재하지않는세계,모든존재자가인격으로서서로관계맺는세계로뛰어들어문명인이파괴한대지를마주하는일이다.”

이책의토대가된화제의연설<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의주인공아이우통크레나키는1953년브라질미나스제라이스주도시강RioDoce유역에있는크레나키원주민의땅에서태어났다.1980년대부터원주민운동에뛰어든그는1988년브라질헌법에원주민에관한절이도입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브라질의군사독재시대(1964~1985)가막을내린이후이뤄진이변화는헌법이땅과문화에대한원주민의권리를형식적으로나마보장하게된역사적인사건이었다.1987년당시크레나키가원주민관습에따라얼굴을검은색으로칠한채의회연설을하는모습은브라질현대사의가장중요한장면중하나로기록되어있다.
이책1부에는크레나키가<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을비롯한자신의강연문세편을모아책으로출간한《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2019)을실었다.책은출간직후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로번역되어전세계적반향을불러일으켰다.그러나크레나키가제안하는것은결코‘기후위기시대에한번쯤고려해볼만한원주민의지혜와격언’따위가아니다.그는원주민리더로서수백년에걸친식민화와지배,생태파괴로이미오래전에종말을맞이한원주민의세계에관해이야기하며‘여전히진행중’인그종말의과정을원주민들이어떻게겪어내고있는지들려준다.
따라서크레나키가제안하는것은종말을피하는방법이아니라,(자신의세계에서)이미시작된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이다.이런아이디어는인류가직면한위기를다르게생각하는단초들을제시해주는동시에세계자본주의를지탱하는서구백인문명을비판적으로톺아보도록한다.동시에이는단순히비판의차원을넘어,다른세계(원주민의세계)가되어,그다른세계속에서인간이직면한생태학적위기를새롭게맥락화하도록이끈다.이는이책이제안하는핵심관점이자방법론인‘역-인류학’,즉원주민이구축해온서구인에대한인류학과긴밀히맞닿아있다.
요컨대크레나키가전하는브라질원주민의목소리는개발과소비없이더이상삶을상상하지못하게된문명인들,기후위기와각종생태학적재앙앞에서종말을막아야한다고목소리를높이지만정작기존의질서를해체할생각은전혀없는그문명세계에대한가장강력한비판이될것이다.

‘인류’라는이상한클럽:기업신화와소비자-고객들

“우리는인류라는관념을어떻게구축하게되었는가?우리가하고있는나쁜선택들,역사에등장한그토록많은폭력의사용을정당화했던나쁜선택의기원에그인류라는관념이있지않은가?”

역설적이게도,그의가장유명한연설<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은브라질의한대학‘지속가능한발전에관한토론회’에서이뤄졌다.크레나키는‘지속가능한발전’이기업들에의해발명된하나의신화임을꼬집는다.이신화를떠받치는것은‘인류’라는매우배타적인범주로,인간은인류를자임하며스스로를대지와자연과구분되는존재로자리매김한다.“우리자신이인류라는이야기는아주오랫동안우리를조건지어왔다.우리는우리가일부를이루는그유기체,즉대지(지구)로부터멀어졌고,대지는대지이고우리는우리라고,대지와인류는다르다고생각하게되었다.”
반면원주민들에게는산과강,바위와같은자연역시이세계와‘우리’를이룬다는감각이있다.크레나키는이런자연과대화하며살아가는여러원주민들의이야기를소개하며이런이야기들이사람들의관심을끌지않는다는데주목한다.사람들의열광을불러일으키는이야기는따로있다.“숲,산,강을먹어치우는”기업들이생산하는개발과소비의신화가바로그것이다.그기업들은“이행성의주인”을자처하며“자신들의쇼핑센터를전세계로확장해나가”고,진보에관한배타적인관점과모델을전세계에퍼뜨린다.이런과정속에서“인류는대지(지구)라는유기체로부터갈수록더선명한방식으로분리”된다.
이런생각은보편의추상적문명을전제하며다양한삶의형태와존재양식을부정한다.모든사람은똑같은역사에속해야하며,또한모든사람에게같은음식과같은의복,심지어같은언어가권고된다.이는기업의세계가모든것을관리할수있도록편의를제공하기위함이다.이세계가권장하는‘소비’와‘고객정체성’은“인류가하나의종”이라는생각이모든관계를지배하도록만든다.우리가느끼고경험할수있는모든것을상품에투영하는지경에이르렀기때문이다.야노마미의샤먼다비코페나와가말한것처럼,“모든경험이상품에투영되면서,우리는우리외부에있는모든사물이무조건상품일것이라고믿게되었다”.
자연을대상화해‘자원’으로이용하고,그자연과관계맺고살아가는수많은원주민과토착민을뿌리뽑아버리는이런행위를문명인들은‘지속가능한발전’이라고부른다.원주민들에게이는끔찍한우주살해cosmocide사건이다.크레나키인들의삶의터전인도시강역시그비극을간직하고있다.도시강에는광산에서흘러나오는오염물질을막고있는푼다옹댐이위치해있는데,그댐이붕괴한것이다(2015년11월).그로인해브라질,영국,호주의다국적기업이공동투자한사마르쿠광산회사가운영하던광산에서6000만톤의유독성물질이흘러나왔고,그것이그대로도시강으로흘러들어갔다.

원주민의역-인류학:문명인이곧세계의종말이다

“우리는정말로하나의인류인가?”

우리가우리자신을인류라고생각할때,크레나키의말대로‘하나의인류’라고생각할때“이인류의문제는관계에관한질문을제기”한다.크레나키의연설에대한후기를쓴브라질의인류학자에두아르두비베이루스지카스트루는크레나키의위질문이‘하나의인류’라는편협한사고방식은물론이고더근본적으로‘인류’라는범주그자체를뒤흔들어놓는다고지적한다.그에게중요한것은‘인류’라는추상적범주가아닌“인간과비인간이뒤얽혀있는상호의존적네트워크”이기때문이다.자신을인류라고생각하는‘우리’문명인은오직우리자신,즉인간만을인격으로고려한다.인간을제외한나머지는전부자원,즉사물일뿐이다.
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해크레나키가제기한저질문은“인류에관한특정한생각하나가파탄에이르렀음”을드러낸다.동시에그는대지(지구),그리고그위에서살아가는다른모든종,존재자들과분리되지않은채살아가는원주민의관점에서발견한브라질,유럽,그리고세계자본주의국가들의역사를제시한다.원주민의역-역사학과역-인류학이바탕이된이작업은인류가직면한위기를다르게생각해보자는하나의제안이기도하다.역-인류학적사유란“야생인의관점에서문명인을탐구하는인류학”으로,“서구인류학이탐구대상으로삼았던존재들의관점에서인류학자체를재구축하고,이를통해기존의서구인류학을거꾸로바라보는작업”이다.
문명인의시선속에서언제나대상으로만존재했던원주민의시선으로바라보는문명세계는생태살해와종족살해를일삼으며종말을앞당기는데몰두하는끔찍한모습을하고있다.그러나크레나키가자신의연설곳곳에서분명히상기하듯,원주민과토착민집단들은자신들을짓밟고살해했던그세계에한구석에서,그세계맞서여전히살아있다.살아서죽음을거부하는선택을하고있다.크레나키가발견한것처럼,그들은우리에게‘인류’에관한다른진실들을들려준다.
“아직도수백개의토착민집단이분명히살아있다.그들은역사를들려주고,노래하고,여행하고,우리에게말하고,우리가이인류로부터배워야할것이상을우리에게가르쳐준다.그인류는따로떨어져있는어떤것,세계에서가장흥미로운것이아니라,전체의일부를구성하고있는것이다.아마도이런생각이이인류의자만심,즉우리가우리라고생각하는그인류의자만심을조금이나마벗겨낼것이다.또한이생각은우리와함께이우주적여행을하는다른모든이를존중하는데도움이될것이다.”

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아마존의목소리:삶의원천을지켜온원주민의방법과실천

“인디오들은500년동안저항해왔습니다.제가지금더걱정하는것은백인들입니다.그들은이난관에서벗어나기위해어떻게할까요?”

크레나키가전달해주는‘세계의종말을늦추기위한생각들’은우리에게‘종말’에대한다른방식의읽기를촉구한다.크레나키가말하는것은세계의종말을피하는방법도,미루는방법도아니다.더나아가그가가리키는‘세계의종말’은지금문명인들이가리키고있는그것과같지않다.“‘백인들’은자신들이잠재적종말을앞두고있다고생각하며,꽤먼훗날에일어날파국에대해전망한다.그리고어떤‘인디오’의도움을받아회개한다면,자신들이예상하고있는종말을쫓아버릴수도있으리라믿는다.”
문명인들이말하는잠재적종말,즉지금당장은자신과무관하다고믿는그종말과달리,크레나키가말하는세계의종말은‘백인들’자체다.원주민들에게세계의종말은1492년콜럼버스가카리브해에도착해그곳을인도라고착각했을때이미회복할수없는방식으로닥쳤고,그이후로도계속된300여년의식민화역사를거쳐지금까지이어지고있다.따라서원주민들의관점에서는지금의세계,즉“자본주의에의해사회화되고,네이션-국가에자리를잡고,물질적재화와생각을소비하며,이런삶의방식이즐거움을주든말든그럭저럭살아”가게되는그지배적삶의방식자체가세계의종말이다.
크레나키는삶을절단시키는이런식민화와지배에맞서,그악몽을가로질러지금에도달한원주민들의끈질긴저항의역사를들려주고자한다.원주민들은모두가동일하다는생각을거부하면서,그들만의주체성영역을확장하며저항해왔다.이를테면,브라질에는여전히180개이상의개별언어와방언을사용하는약220개의집단이존재한다.특히이책3부에실린브라질인류학자오야라보니야의글<“우리의언어는분명히살아있고,아름답다”>는아마존유역에서살아가는파우마리인들이어떤방식으로자신의토착어(파우마리어)를지켜내고있는지상세히소개한다.이들세계는백인과의첫접촉이후끊임없이변해왔다.그때문에파우마리인들은토착어와토착민정체성모두를회피하게되었지만,백인들의편견과토착어에대한차별에맞서싸우며토착어를다시살리고자하는여러프로젝트들이꾸준히마련되고있다.이책에소개된‘파우마리어언어경연대회’는그하나의예다.
3세기에걸친유럽인의식민화역사를고려할때,과연그누가예상할수있었을까?“자신의땅을점령당한원주민집단들이살아남아21세기를맞이할것”이라고말이다.그러나실제로그들은살아남았고,삶과존재양식의다양성을꿈꾸며계속해서저항하고있다.“이들은살아있는것들의세계를생산하지않고서는자기자신을살아있는것으로생산하지못하는사람들”이며,“무엇보다전지구적국가자본주의가가진죽음의힘이세계를황폐하게만들고있는상황에서도죽음대신살아있음을가질수있는이들”이다.‘밀림의시민성’이라는발상을토대로크레나키가조직한‘밀림거주자동맹’,토착어가세대를거쳐다시이어질수있도록하기위해분투하는파우마리인들,그외의다양한원주민운동들이이를생생히증명해준다.
‘세계의종말을늦춘다’는것의의미는바로여기에있다.문명인들이써온단일한역사,문명과야만이라는이분법에기초하는‘인류’의역사에저항하며추가적인역사,또다른이야기를들려줄수있는힘을발전시키는것.이런힘을갖출때비로소우리는세계의종말을늦출수있다.크레나키가들려주는‘아마존의목소리’는바로그힘을상기시켜준다.
“아마존의세계에서인간은존재에대한관점을가진유일하고예외적인존재자가아니라는것이다.인간은그러한관점을수많은비인간존재자와공유하고,그결과모든존재자는끊임없이자신들사이의관계를신경쓰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