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계급론 : 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
저자

엘리자베스커리드핼킷

저자:엘리자베스커리드핼킷(ElizabethCurrid-halkett)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도시·지역계획학제임스어바인석좌교수이자공공정책학교수.구겐하임펠로십을수상한그의연구는《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이코노미스트》,《뉴요커》등수많은언론에서소개되었다.저서로《간과된미국인:미국농촌의회복력은무엇을말하는가(TheOverlookedAmericans:TheResilienceofRuralAmericaandWhatItMeansForOurCountry)》(2023),《스타스트럭:셀러브리티산업(Starstruck:TheBusinessofCelebrity)》(2011),《워홀경제:패션과미술,음악은뉴욕을어떻게움직이는가(TheWarholEconomy:HowFashion,Art,andMusicDriveNewYorkCity)》(2007)가있다.현재남편,두아들과함께로스앤젤레스에살고있다.

웹사이트:elizabethcurridhalkett.com/



역자:유강은

국제문제전문번역가.더나은세계를만들기위해피와땀과눈물을쏟는사람들의이야기에관심이많다.옮긴책으로《미국의반지성주의》,《우리시대의병적징후들》,《팔레스타인100년전쟁》,《능력주의》,《가짜민주주의가온다》,《미국대도시의죽음과삶》등이있다.

목차


1장유한계급의침식,야망계급의등장
2장21세기의과시적소비
3장비과시적소비와새로운엘리트들
4장모성은어떻게과시적유한이되었나
5장투명함의가치,과시적생산
6장도시와야망계급
7장달라진소비문화와심화되는불평등

감사의말
부록:소비자지출조사데이터분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유한계급이사라진자리에야망계급이등장했다

“베블런이유한계급에관한시론을쓸때만해도과시적소비는극히특수한일부사회계층에국한된것이었다.물론모든사회계층이어느정도는과시적소비를했지만,물질적재화를사용해서지위를드러낼수있는집단은유한계급이유일했다.오늘날물질적재화는풍부해졌지만,이재화가사회적이동성을드러내거나가능케하는능력은점점줄어들고있다.더이상지배적인유한계급은존재하지않는다.그자리를차지한야망계급은소비양식을새롭게쓰는동시에전통적인과시적소비에서손을떼고있다.”(1장유한계급의침식,야망계급의등장,46쪽)

1899년,소스타인베블런은『유한계급론』을통해자본주의사회에서소비의사회적의미를날카롭게포착했다.그중에서도경제적으로비생산적인일을하며과시적소비,즉쓸모없고별다른기능도없는물질적재화로사회적·경제적지위를끊임없이과시하는부유하고게으른집단으로서유한계급을맹렬히비판했다.베블런이『유한계급론』을쓸때만해도과시적소비는극히특수한일부계층에국한된것으로,유한계급은물질적재화를통해사회적지위를드러낼수있는거의유일한집단이었다.

그러나“부유하고게으른귀족집단이사라지고교육받은자수성가형엘리트가부상함에따라이제‘유한’은상층계급과동의어가아니다”.(34쪽)다시말해베블런의시대와달리오늘날상층사회경제집단은누구보다오랜시간일하고삶전반에서생산성에몰두하며,시간이더많은게아니라부족하다.엘리자베스커리드핼킷은『유한계급론』의주요개념을이어받아현대의소비문화와계급을새롭게살핀다.

베블런의시대이래사회와경제는극적으로변화했다.산업혁명과제조업의발전으로중간계급이생겨나고물질적재화가저렴해지면서과시적소비는이제흔하게볼수있게되었다.웬만한사람들도명품하나쯤갖고있는시대가된것이다.과시적소비의차별성은흐릿해졌고,이에따라부유층과엘리트들은사회적지위를드러낼수있는새로운수단을찾아냈다.이들은물질주의와점점더거리를두고있으며,사회적·환경적의식과지식습득에중점을둔다.즉,오늘날구별짓기실천으로서의소비는쓸데없이화려하고과시적인물건을사는과시적소비가아니라지식수준,문화자본,사회적·환경적의식등을드러내는비과시적소비에초점이맞춰진다.저자는오늘날더이상지배적유한계급은존재하지않는다고단언하며,과거유한계급의자리에야망계급(AspirationalClass)이등장했다고선언한다.

야망계급은누구인가?

그렇다면야망계급은구체적으로어떤이들인가?이들은무엇을기준으로스스로를구별하는가?저자는오늘날디자이너제품에수십만달러를쓰는많은이들은스스로돈을벌고있다고말한다.대다수가정당한노동을통해서말이다.과거와달리오늘날부유층은풍요로운여가시간을가지고있지않으며이는이미여러연구로입증된바있다.과거의유한계급과달리야망계급은고학력,전문기술,문화자본을바탕으로경제적사다리를오르지만저자는이들을하나로묶는것은소득수준이아니라고말한다.다시말해야망계급의성원들대다수가교육을받고지식을쌓기는해도반드시경제피라미드의꼭대기를차지하는것은아니며,노동시장의부유한엘리트가아닌사람도많다는것이다.이새로운계급을하나로묶는것은소득수준이아니라문화수준이다.

이새로운계급에게중요한것은지식이며,이는경제적효용과무관하게소중하게여겨진다.그이유는더이상물질적재화가사회적지위를보여주는뚜렷한표지가되지않기때문이다.야망계급이스스로를남들과구별하는지점은지식을습득하고정보를활용해사회와환경을의식하는가치관을형성하는데있다.여기서소비는그성원들의삶의철학과가치관을보여주는표지로기능한다.그러므로야망계급에는(대다수가소득상위10퍼센트이내에분포하긴하지만)반드시소득이많지않더라도충분한교양과문화자본을가진사람들이포함된다.다시말해,야망계급에는은행가나법률가,엔지니어처럼교육과전문화된지식으로경제적상향이동성을확보한이들도있지만예일대학교문예창작학위가있는이들,영화계종사자,아직시나리오를팔지못한시나리오작가,출판계에서일하는젊은도시인등도포함되는것이다.

이새로운엘리트문화집단을관통하는특징은지식습득과그에기반한가치관에있다.이들은더높은사회적,환경적,문화적의식을얻고자지식을활용한다.사회적지위는지식을습득하고가치관을형성하는과정자체에서드러난다.저자는따라서이새로운집단은비슷한지식을습득하고동일한가치를공유하며그것을통해집단적의식을구현한다고말한다.가령,문화평론읽기,최신뉴스따라잡기,유기농식품섭취등은이들이경제적수준과무관하게서로연결되는방법들이다.“지식과문화자본은무엇을먹을지,환경을어떻게대할지,어떻게더좋은부모,더생산적인노동자,더식견있는소비자가될수있을지등에관해합리적인결정을내리는데활용된다.”(40쪽)

과시적소비에서비과시적소비로

야망계급의등장을이해하려면과시적소비가어떻게달라졌는지를살펴볼필요가있다.저자는미국노동통계국의소비자지출조사데이터를분석해미국소비의초상을그려낸다.21세기의과시적소비를살펴보는2장과비과시적소비의부상을이야기하는3장은미국의소비문화라는폭넓은맥락의일부로야망계급의소비습관과실천을이해하는데중요한분석을제공한다.과시적소비가어째서더이상부유층의전유물이아닌지를밝혀내며엘리트집단이수행하는가장일관된구별짓기소비실천으로서비과시적소비를파헤치는내용이다.일반적으로비가시적이지만동류집단에게는지위를드러내는비과시적소비가어떻게엘리트와나머지집단을가르는가장유해한실천인지를이해할수있도록해준다.엄청난비용이들면서도비가시적일수있는비과시적소비실천은과시적소비로는살수없는사회적기회와경제적이동성을가져온다는게저자의분석이다.

저자가정리한미국소비의중요한거시적추세는다음과같다.첫째,부유층과상층중간계급(소득상위1퍼센트,5퍼센트,10퍼센트계층)은과시적소비에서미국인평균지출액대비덜지출하는반면,중간계급(소득상위40~60퍼센트)은더많이지출한다.둘째,지출비중으로볼때중간계급은소득대비과시적소비비중이큰반면부유층은적다.셋째,부유층의과시적소비는비과시적소비로대체되고있다.다시말해부유층의소비는더많은여가와삶의기회를창출하는,비과시적이면서도고가인서비스로대체되는중이다.대표적으로교육,의료,육아,보육,가사도우미등노동집약적서비스가여기에속한다.

부유층의과시적소비가사라졌다는이야기는결코아니다.과거와달리그비중이상당부분줄어들고교육과같은비과시적소비영역의지출이극적으로늘어났다는이야기다.예를들어,미국사람들의교육지출은1996년이래60퍼센트증가했지만상위1~10퍼센트소득분위로만좁혀보면300퍼센트가까이가늘어났다.다른소득집단의비중은거의변화가없었다는사실을감안하면상위집단의지출이총지출증가를추동했음을시사한다.저자는상위소득집단에서이런지출의비중이늘어났다는사실로말미암아미래의궤적이정말로달라질것이라고예상한다.이러한지출증가의혜택을입은아이들은단순히교육을더받는데그치지않고더나은일자리와높은소득,간단히말해자신과자신의가족을위한더나은미래를확보한다는것이다.이런유형의지출은그것을감당할수있는이들에게유의미하게다른결과를안겨준다.

비과시적소비와새로운엘리트들

비과시적소비에대해서는3장에서상세히서술된다.저자가말하는비과시적소비란“알만한이들에게만자신의지위를드러내는더미묘하고덜물질주의적인형식”(92쪽)으로서의구별짓기소비실천이다.때로이런소비선택은아예지위를드러내려고하지않는경우도있으며,고가의제품이든자녀의삶의기회에대한투자든삶을더편하게만드는재화와서비스를구매하는것으로이뤄진다.언뜻평범하면서도생산적으로보이는비과시적소비는사회경제적위치를공고히하는방향을향하고있다.

야망계급의비과시적소비에대해저자는다음과같이분석한다.

첫째,수많은물질적소비재의접근성이낮아지고그러한소비가공공연해진탓에부유층과엘리트들은자신들의사회적위치를드러내기위해덜알려지고암호화된상징을찾아냈다.

둘째,세계경제의재구조화와함께지적능력을보유한능력주의엘리트층이높이평가되었고,이노동시장의엘리트들(다수가야망계급)은자신의경험에기인해상향이동성을신봉하며자녀들도자신과똑같이누리기를바란다.이들은고소득을달성하고유지하기위해매우열심히일하며이에따라여가시간은매우희소한자원이된다.그마저도대부분이소비활동으로채워지고,더많은여가시간을갖기위해서는역설적으로더열심히일해야하는상황이도래했다.오늘날의노동시장엘리트들,특히야망계급에속하는이들은육아,가사,휴가등에상당한돈을지불하는식으로여가시간을확보하며또한이를최대한활용하고자다시돈을쓴다.

마지막으로,물질적소비는더이상교육이나은퇴,의료처럼중요한지출에투자하는것보다우선시되지않는다.이러한소비는모두높은가격으로평범한사람들을배제하는동시에야망계급지위를재생산하고나머지전체와야망계급을한층더분리하는결정적통로가된다.

저자는이러한비과시적소비가계급구분의새로운원천이되고있다고본다.비과시적소비는두가지형태로구분되는데,‘정보비용이드는비과시적소비’와‘대단히값비싼비과시적소비’가그것이다.정보비용이드는비과시적소비는매니큐어색깔에서부터어느칼럼니스트를대화에인용하고어느식당에가는지까지꽤나사소해보이고그리비싸지도않지만문화자본없이는접근하기어려운소비다.대단히값비싼비과시적소비는육아,의료,대학등록금등그비용을감당할수있는이들의삶을크게개선하는동시에계급구분을강화하는소비다.저자는거의모든비과시적소비의핵심은아는사람만알아차릴수있을만큼비가시적이며,따라서암묵적정보나상당한돈이없이는모방하기어렵다고설명한다.

생산성으로점철된야망계급의여가,그리고과시적생산

4장과5장은야망계급의여가와소비가어떻게특권을은폐하며그것을일종의도덕문제로만드는지를살펴보는부분이다.과거베블런은과시적유한을‘비생산적인’시간이라고정의했지만저자는오늘날야망계급의과시적유한이생산성으로점철돼있다고말한다.그러한지점에서4장‘모성은어떻게과시적유한이되었나’는양육의여러측면을과시적유한의새로운통로로서이야기한다.야망계급의부모는양육을일종의발달프로젝트로접근하며똑같은시간을비생산적인여가에쓰는대신자녀의미래성공을극대화하기위한실천에투자한다는것이다.

저자의분석에따르면오늘날일정한방식의출산과양육,예를들어가정분만이나모유수유라는선택은언뜻가치관에따른선택처럼보여도실제로는그것을선택할수있는시간(돈)및문화자본과밀접하게연결돼있으며이는계급재생산으로도이어진다.저자는두아이의엄마로서자신의경험을아우르며자신을포함한야망계급의양육이‘옳은’방식을위해애쓰는것처럼보일지라도계급적실천과결코무관하지않다는사실을드러내보인다.

저자는과시적유한의대표적예시로양육을서술하지만,일과삶에서생산성을높여야한다는압박이끊임없이존재하는사회에서‘생산성’은양육을넘어서까지도확장된다고말한다.베블런의시대에과시적여가의기관으로여겨졌던대학은오늘날대부분의사람들에게필수적인요소가되었고,배움은품행이나박식의문제가아니라지식을생산성으로전환하는문제가되었다.이에따라21세기의엘리트들은사회적위치를암시하는새로운과시적여가를찾아냈고,양육과함께대표적인사례로저자는운동을이야기한다.디자이너운동복이과시적여가의물질적상징이되고,여가시간이자기계발의기회로흡수되는상황은야망계급의문화적규범이전사회적으로영향을미치고있음을보여준다.

21세기의과시적여가를둘러싼신화가시간과지식을바탕으로지배적사회계급이누리는사치라는사실을분명히하는저자는풍요와정보의특권이대량생산에대한반발과만나며불러일으킨변화로과시적생산을서술한다.과시적생산으로만들어진재화는야망계급소비의핵심영역이다.지식과사회적·환경적의식을중요시여기는야망계급에게우리는우리가먹고마시고소비하는것그자체이며,이에따라많은재화의불투명한생산과정이매단계에서투명성으로대체되고있다고저자는말한다.대표적인예시가스페셜티커피의부상으로,커피수확에서부터추출에이르기까지매단계의과정을꼼꼼하게관리하며투명하게공개하는것으로희소성을만들어내는이산업은미국의‘3대스페셜티커피’로손꼽히는곳이자최근한국서촌에글로벌1호점을열기도한인텔리젠시아,유기농식품만을취급하는홀푸드마켓의성공사례등으로매우생생하게서술된다.

‘소비의풍경’이된도시와야망계급

6장‘도시와야망계급’은도시를통해야망계급및이들의소비양상의지형도를그려보는장이다.‘소비의풍경’이된21세기도시는야망계급의다양한구별짓기소비실천이펼쳐지는곳이기도하다.특히나부유한야망계급성원들의중심점이되는뉴욕,워싱턴D.C.,로스앤젤레스등대도시의소비양상을세세히살펴봄으로써저자는21세기야망계급과이계급의독특한생활방식을규정하는지역으로서도시를이해할수있게한다.

소비양상을살펴보면대도시는평범한소도시와다른것만큼이나각도시들끼리도매우다른차이점을보인다.과거많은연구가‘도시’를하나의통합된전체로서이해하고자시도했지만,소비양상을통해살펴보면마치서로다른행성에서온사람들처럼느껴질정도로각도시는매우다르다.저자는사람들이먹는것,마시는것,사는공간에대한소비양상을통해도시간차이를상당히구체적으로드러내고,도시에서만이뤄지는사치,도시에만존재하는편의시설등을서술하며오늘날불평등과계급구분을강화하고있는도시의현실을드러낸다.

달라진소비문화는어떻게불평등을은폐하고강화하는가?

저자의문제의식은분명하다.단순한과시적소비대신과시적생산,과시적여가,비과시적소비에참여하는야망계급의소비문화가과거유한계급의물질적재화소비보다훨씬더은밀하고심각하게계급격차를확대한다는것이다.다시말해,은수저를사거나긴휴가를가는대신교육과건강,은퇴,양육에쏟는투자는어떤물질적재화도할수없는방식으로계급을구분짓고나아가계급재생산을보장한다.저자는오늘날의불평등은단순한경제적격차가아니라전례가없는심대한문화적격차라고지적하며,양육,지식,환경의식등모호한규범을둘러싼문화적차이에도그이면에경제적위치가자리한다는사실과,상징적경계에막대한비용이든다는점을가리킨다.

결론에이르러저자는야망계급의반대편에자리하는미국중간계급의현상태를서술하는데,야망계급이그토록열망하는비과시적소비를이들은감당할여력이없다.오늘날중간계급의현실이란대규모실업,주택가격하락,임금정체를맞닥뜨리고있으며비과시적소비는커녕물질적버전의만족스러운삶을구입하는것도훨씬더어려워졌다.삶의질에실질적인영향을미치는것들,예컨대교육,의료,육아,대학교학비등은텔레비전이나미니밴처럼과시적소비의대상이되는것들보다훨씬많은비용이든다.오늘날야망계급의가장부유한성원들은여기에지출함으로써다른모든이들과의격차를한층더확대한다.

충분히가치있어보이는야망계급의소비실천조차실제로는사회적·경제적계급을가로지르며파괴적인내집단/외집단구분을만들어낸다고저자는말한다.소비는사람들이자신을구별짓고정체성을표현하는간단하고효과적인방법이다.다양한형태의소비는계급구분선을보여주는명확한수단이기도한것이다.

저자는오늘날의지위표지로서의소비가특히유해한것은그것이사실은경제적제약이나자유에관한것임에도도덕적선택처럼여겨진다는데있다고강조한다.그로인해불평등은은폐된다.양육과문화지식,음식선택등은개인의취향이나도덕으로포장되곤하지만사실대부분사회경제적위치에따른선택이다.모유수유를하고,스페셜티커피를마시고,주3회이상개인강습을받으며운동을하고,유기농식품으로장바구니를채우는건단순히가치관의문제가아니다.『야망계급론』은이런소비실천이사회의절대다수에게선택지조차될수없다는사실을상기시키며야망계급의성원여부를떠나자본주의사회를살아가는우리모두에게소비의의미를다시금생각해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