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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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설기

저자:이설기
교육학을공부하고교육시민단체에서일했다.2018년임신29주만에아이를낳으며엄마라는이상한세계에발을디뎠다.시대적징후에대해떠들어대는걸좋아하지만아이가흘린과자부스러기와블록을줍느라더바쁘다.교육계간지《민들레》편집위원,교육관련비영리재단프리랜서연구원으로활동한다.육아문화와모성,교육열등의주제에관심이많으며내가느끼는까끌거림이정확한언어로표현되는순간을사랑한다.《부모되기,사람되기》,《아이를학대하는사회,존중하는사회》를함께썼다.

목차


들어가며

1부발달을자극하라
지금태어나면아이는살수있나요?
“앞으로발달이잘이루어지는지지켜봐야해요.”
발달자극을위해뭔가더해야하는데……
놀이인듯놀이아닌‘꾸안꾸’놀이법
‘흔들린아이증후군’방지를위해비싼유아차가필요하다고?
전지전능해지는건부모가아니라전문가

인터뷰―서리의이야기:“애들이제노력을배반함으로써제가해방되었죠.”

2부공감하는엄마가되어라
안녕하십니까,(나의아이)고객님!
절대화내지마라
“그랬구나”라는마법의언어
자연주의육아라는환상
치료에매진해도,치료를게을리해도죄책감이드는이유

인터뷰―울림의이야기:“염색에이상을어떻게고쳐요?”

3부자신의어린시절을돌아보라
치료가필요한‘주요우울군’입니다
상담사의질문
죄책감의뿌리를찾아서
자아의근원에는원가족과내면아이가있다?
육아문화가치유문화와결합할때

인터뷰―달리기의이야기:“엄마양육습관을돌아보라는거야.그럼아빠는요?사회는요?”

4부다엄마탓이다
내가나를못난엄마로만들고있다고?
나는알고있다,비난받는느낌을
이래도비난,저래도비난
엄마에게죄책감권하는사회
자녀의자존감이라는또다른종교

인터뷰―기빙트리의이야기:“상담이론,코칭이론,이거개빡세고불가능하네?”

5부그러다몬스터가될것이다
언제는마음읽어주라더니이제와서왜이래?
‘진상부모체크리스트’가드러내는것들
오은영가고조선미,하정훈오나?
나쁜부모의계보학
나도괴물이되어가는건아닐까

나가며

출판사 서평

엄마가되는순간들려오는이상한세계의목소리
육아는어쩌다이렇게어렵고복잡해졌을까?

‘아이하나를키우는데온마을이필요하다’는말이있을만큼육아는본래어려운것이겠지만,특히나요즘한국에서육아는더더욱고난도의과정이되고있다.자본주의와신자유주의는영유아기의아이들까지기어이경쟁구도로내몰며‘성공’과‘선두’를닦달하게만들고,심리학을기본으로하는치유문화의대유행은어린시절에그어떤상처나흠결하나도남겨서는안된다는부담감을가중한다.새로운국민육아멘토로떠오른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이자소아ㆍ청소년정신과전문의오은영은어린아이부터성인까지미디어를통해각종심리상담을진행하며‘아이는만들어질수있다’는믿음과어른의마음에자리하는내면아이및자존감의중요성을설파하고,그러한치유문화적해결책은자녀를둔부모들뿐만아니라자녀가없는성인들사이에서도널리받아들여지며개인이겪는모든심리적문제를어린시절양육을돌아봄으로써이해하고‘치유’할수있는것으로바라보게하고있다.이와동시에육아는여전히‘여성’의영역으로남아있고,이렇게하든저렇게하든아이의‘문제행동’에대한비난은한결같이엄마를향해서만쏟아진다.

이러한신자유주의의명령과치유문화의유행,그리고여전한모성이데올로기는엄마가되는순간다음과같은명령의목소리들로맞닥뜨리게된다.‘아이의발달을자극하라’‘공감하는엄마가되어라’‘자신의어린시절을돌아보라’‘다엄마탓이다’‘그러다몬스터가될것이다’.이책은임신29주만에이른둥이아이를출산한저자이설기가엄마를향한명령들에지독하게얽혀든이야기다.엄마라는이상한세계의한복판에서속절없이흔들리면서도끊임없이질문하고밀쳐내고협상해온꿋꿋한한여성의이야기다.

‘발달을자극하라’
:‘정상발달’이라는기준이촉발하는안도감과조바심

저자는임신26주차에“배가너무뭉쳐서”병원을찾는다.종합병원산부인과에입원한그는자궁수축억제제를맞지만증상은잡히지않고,입원3주차에인큐베이터가있는대학병원으로전원한다.대학병원분만실에도착한그는순식간에‘예비엄마1’이되고,이건물저건물로옮겨다니며검사를받지만의료진은별다른설명없이“수축이심해지면내일이라도출산할겁니다”라는말만을차갑게던진다.“지금태어나면아이는살수있나요?”저자는묻지만,의사는“나는산부인가교수지,소아과교수가아니잖아요?”라는말로날카롭게맞받아친다.산모로서자신과아이의상황을이해하기위해애써보지만도통질문할기회는주어지지않고,용기를내던진질문마저차단당하는경험으로저자는무력감을느낀다.

아이는임신29주6일째에태어난다.태어나자마자신생아중환자실로옮겨진아이가퇴원하기까지는꼬박65일이걸렸다.임신기간37주미만,또는최종월경일로부터37주미만에태어난아기를칭하는‘미숙아’‘조숙아’‘이른둥이’는열명중아홉명이생존하지만건강을장담하기는어렵다는사실을,저자는인터넷검색으로알게된다.병원에서는여러분야의추적관찰을권하고,그중에서도쉽게‘졸업’할수없는과는재활의학과와신생아과다.대근육발달(재활의학과)과전반적인발달(신생아과)이잘이루어지는지정기적으로발달검사와외래진료를통해확인해야하는것이다.

그과정에서저자는엄마를향해쏟아지는‘발달을자극하라’는명령을끊임없이마주한다.“엄마는왜조산을했을까?”라고혼잣말인듯아닌듯넌지시입을떼는재활의학과교수의말을듣고곰곰곱씹어보는일,“조산이라뇌손상가능성이있어서,앞으로발달이잘이루어지는지지켜봐야”한다는말에아이의발달에촉각을곤두세우는일,아이에게해당되는개월수의발달검사지문항을확인해아이가하지못하는것을연습시키는일은모두엄마인저자의몫이었다.병원과각종인터넷검색,서적을통해습득한발달과제를연습해보려는시도는대부분실패로돌아가고,저자는과연‘발달자극’을위해아이와의모든시간을목적지향적으로만드는일이현실적으로가능한것인지를질문한다.‘아이의발달을자극하기위해무언가더해야하는데’라는찜찜함속의시간들은아이가따라주지않으면화를내게만들고,‘정상발달’이라는기준에비추어아이를평가하고그결과에따라안도감이나조바심을느꼈다고저자는고백하면서,과연그것이‘괜찮은’일인지를질문한다.

저자는자신의이야기에서그치지않고1~4부말미에다른여성들(서리,울림,달리기,기빙트리)의경험을인터뷰한내용을덧붙여시야를확장한다.1부에덧붙은서리의이야기는저자와비슷한주수에조산으로쌍둥이를출산한경험을바탕으로한다.그의이야기속에서저자의경험이중첩되기도하며그의고민이비단한개인의사적인이야기가아님을알려준다.

‘공감하는엄마가되어라’
:언제나밝고활기찬엄마되기는가능할까?

‘안녕하십니까,(나의아이)고객님!’이라는제목으로시작되는2부는육아전문가들이공통적으로강조하는‘공감육아’에관한삐딱한시선이다.늘상하이톤의목소리로,오버스럽다싶을정도의활기찬표정과제스처로아이를대하는엄마의태도는‘좋은엄마’의표본처럼여겨진다.그러나저자는그것이양육자의고유한감정과기질,성향을배제하고높은텐션을기본값으로만든다는점에서불가능한과업이라고지적한다.‘좋은엄마’의이상향처럼정해진‘밝고활기찬엄마’를모두가따라가려다가에너지를소진해버리는상황에대해경계하는것이다.

‘절대화내지않는엄마’도비슷한선상에있다.엄마를향한육아전문가들의‘절대화내지말라’는조언은‘욱하는’엄마들에게브레이크를거는한편육퇴(육아퇴근)후시간을자책의밤으로이끈다.독박육아에시달리면서도절대화를내서는안된다는전문가들의조언은엄마들의감정을옥죈다.하루치의에너지를모두소진하고도‘공감하는엄마’가되지못한순간을떠올리며자신을자책하는엄마들.저자는여전히,오로지엄마를향해서만쏟아지는세상의목소리에두려움을곱씹는다.

‘자신의어린시절을돌아보라’
:엄마가느끼는죄책감이엄마개인의문제일까?

조산에대한자책,아이의발달에신경을곤두세우는나날,‘해야했는데’와‘하지말아야했는데’사이를부유하는생각들……저자는산후우울증자가진단을해보게되고,이내상담사를찾아간다.그러나자신의상태를‘산후우울증’이라는다섯글자에붙박지않으려한다.조산한자신을탓하는듯했던대학병원진료실에서의순간들,“아이가일찍태어나서요”라고말할때작아지던목소리,아이의발달을촉진하기위해밤마다인터넷을뒤지던손,무언가큰잘못을저질렀다는느낌이들러붙은명치끝,저자는자신의우울뒤에가려진것들을똑바로바라보고자한다.

그렇게저자는상담을병행하면서어린시절의경험을통해자신이느끼는죄책감의원인을일부깨닫지만,결코그것이자신이느끼는죄책감을모두설명할수있는원인은아니라고생각한다.개인의문제원인을원가족과내면아이의문제에서찾는것은가족의의미에대한재구성이자아의내러티브를만드는데더없이중요해졌다는뜻이기도하다.이는오늘날매우대중적인상담방식이기도하며,저자역시그러한자아설명방식에깊이빠져든적이있다고고백한다.그러나이러한자아내러티브의문제점은개인을둘러싼사회구조적영향을무시한채오로지원가족과내면아이를이해하고인식함으로써개인의심리적문제를‘치료’할수있다고여기게하는것이다.저자는자신의경험과사유를통해엄마가된이후겪는심리적고통이과연죄책감에취약한자신만의특수한문제인지를다시금질문한다.

‘다엄마탓이다’
:이래도비난,저래도비난

엄마로서느끼는죄책감은저자만의것이아니었다.맘카페에‘죄책감’을검색해본저자는아이가자주아파서,나때문에말이느린가싶어서,둘째때문에첫째에게신경을많이못써서등거의모든상황에서죄책감을언급하는엄마들의글을발견한다.“죄책감갖지마세요.당신은이미좋은엄마입니다.”꼬박꼬박그런댓글이달려도매일같이엄마들의죄책감은업데이트된다.

도대체왜일까?저자는아무도자신에게못난엄마라고말한적이없는데,아무도자신의조산을탓한적이없는데어째서온몸으로비난받는감각을알고있는지숙고에빠진다.그러다자신이직접적으로비난의말을들은적은없을지라도엄마들을탓하는시선에끊임없이노출되어왔다는사실을알게된다.포털뉴스댓글창에난무하는비난들,아이의대학병원진료실과지역사회에서겪은감시의눈초리,마치선의의충고나조언처럼‘이게좋다더라’,‘저렇게해봐라’쏟아지는말들……육아라는과업의주체는늘엄마였고,엄마는할수있는최대한보다더아이를위해노력해야하는존재였다.

‘그러다몬스터가될것이다’
:아이에게최선을다하되과몰입에주의하라고?

아이를키우는데정해진답이있을까?오늘날많은전문가가특정육아법을마치정답처럼주장하지만사실그것또한시대에따라달라져왔다고저자는말한다.2020년대초반의대세는‘공감육아’였고이는아직까지도이어지고있는흐름이다.하지만학부모들의악성민원으로고통받는교사들의문제가나타나고그배후로‘진상부모’및아이의감정과마음에만‘극진히’공감하는육아방식의문제가지목되면서훈육이나부모중심의전통육아를강조하는전문가들이새롭게떠오르기시작했다.저자는이런상황을비판적으로바라보며“자기밖에모르고통제가안되는아이를만들어내는원흉”으로부모들이,특히엄마들이지목되는상황에의문을표한다.

저자는이혼돈의육아법시대에과연어떤양육자가되어야할지를끊임없이고민하고있다.자신또한아이의자존이라는측면에서육아에‘과몰입’하는몬스터가되어가고있는건아닌지를의심하면서.“대세와무관하게‘중심’을잡고실천하는양육자가되기를원하지만,그‘중심’이라는것역시사회적상상력에서벗어나기어렵다”는사실도잘알고있다.자신의선택에반영되는사회구조적영향력을인식하면서‘공감육아냐훈육이냐’하는질문의반복을피하기,저자의고민은그지점에있다.그는오늘도그저육아가더편하고즐거운일이되기를바란다.그렇다고아이는저절로큰다는식의이야기를하려는건아니다.그의‘평범한’육아이야기는누군가를기르고돌보는과정에서의노동이폄하되지않으면서도육아를어렵고복잡하게만드는사회적요인들을거둬내는일에함께머리를맞대보자고청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