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취약성,상호의존에관한이야기는
우리의과거이자현재이자미래이자영원하다
견고한비장애중심주의를뚫고비로소당도한
통렬하고도유쾌하며,진중하고도난삽한삶의진실,그리고지혜
‘나’를위해지어지지않은적대적인세계에서
‘우리’는어떻게살아가야할까?
※2023노던캘리포니아도서상크리에이티브논픽션부문수상작
※영국바벨리온문학상최종후보작
※NPR(미국공영라디오)및《커커스리뷰》선정2022년최고의책
장애인권활동가이자장애가시화프로젝트의창립자로여러매체를넘나들며왕성한활동을이어가고있는앨리스웡의첫단독저작.그는소셜미디어를통한소통과협업,팟캐스트,동료활동가들과함께작업한에세이집등을통해장애인당사자들의다양한삶을아카이빙하고,장애관련문화콘텐츠를창조해왔다.요컨대이런식의스토리텔링은그가지향하는운동그자체이자그것의중요한도구다.첫저서인《미래에서날아온회고록》역시바로그스토리텔링중하나로,일기와에세이,매체기고글,대화및팟캐스트,사진,그래픽,그리고여러예술가들에게의뢰해받은다채로운작품들을획기적이고독창적인방식으로엮어냈다.
이책에서앨리스웡은정상성과비장애중심주의에대한저항의식을일관되게견지하면서,활동가의삶을꿈꾸지않았던자신을그길로들어서게한무수한계기들을이야기한다.그러나그모든이야기는‘모범적소수자서사’를한참벗어나있고,음식과대중문화,소셜미디어에대한못말리는애정과덕후력,팬데믹,돌봄,취약성,상호의존,미래,권력,창조성,접근성,필멸성,미래등예상을뛰어넘는여러화두들이거침없이펼쳐진다.이촘촘한이야기망은장애인의온전한삶을가로막는이세계의모든미세장벽들을포획하는거미줄과도같다.
이탁월하면서도난삽하고,진중하면서도호쾌한회고록에서독자들은무엇을상상하든그이상을보게될것이다.또한일상을조직하는힘이어떻게운동이되며,그운동이어떻게다시삶을바꿔내는지도.무엇보다,앨리스웡의이야기는우리를방구석에서,침대에서,주방에서,화장실에서,카페에서,TV프로그램과영화에서,팟캐스트에서,소셜미디어에서,심지어글쓰기에서펼쳐지는장애운동의현장으로데려다줄것이다.
‘어쩌다’활동가가된뮤턴트의기원설화:
내가원했든원하지않았든
“1974년,크립턴Cripton행성에서온한아기가인디애나주인디애나폴리스교외에당도했다.여자아기였고중국계이민자인엄마웡씨와아빠웡씨부부의소생처럼보였다.……지구중력의힘때문에아기는고개를잘들지못했다.그래서네발로길수없었던아기는앉아있는단계에서[기는단계없이]걷는단계로직행했다.어리둥절해진엄마웡씨와아빠웡씨는아기를데리고병원에갔고,아기가크립턴행성에서온뮤턴트mutant라는놀라운사실을알게되었다.”(29쪽)
근육장애의일종인선천성근위축증을가지고태어난앨리스웡은자신의출생에대해이렇게이야기한다.이는SF덕후인그가직접쓴‘기원설화’로,이설화에서그는돌연변이를뜻하는‘뮤턴트’나불구를뜻하는영어단어‘crip’에착안한‘크립턴’이라는언어를통해스스로를발견하고설명한다.여느아기들과달리기는단계없이앉아있다가곧바로걷는단계로넘어갔던것은,그자신이말하듯네발로있을때목이머리를받치지못했기때문이다.그렇게그는예후가잘알려져있지않은유형의근위축증을진단받게된다.
선천적인장애때문에앨리스웡은약함,결함,병리,비정상같은단어들과늘결부되어살았다.그것이자신의인간성을어떻게해치고공격하는지미처깨닫지못했던어린시절에도,그런단어들이차차힘과저항의원천으로바뀌어가던시절에도.시간이지날수록장애는점차진전되었고,여러기계들을주렁주렁매달게된그의신체는점점더“사이보그로서”진화해간다.
그는걷기시작한지얼마되지않았을때고관절이형성증이생겨수술을받았고,그때문에수술이후에는뒤뚱뒤뚱불완전하게걸을수밖에없었다.열네살때는심각한척추측만증으로폐가압박되어척추유합술을받았고,수술내내,그리고수술이끝난뒤에도계속해서기계식호흡기에연결되어있어야했다.결국그는횡격막이크게약해져영구적으로호흡기를쓰게된다.“코끼리처럼긴코를가진앨리스웡의모습”,그러니까지금우리가보는[이중형양압기인]바이팹BiPap을착용하고있는그의모습에는이처럼오랜시간에걸쳐지속되어온‘호흡투쟁’의역사가깃들어있다.그는평생기계식호흡기(바이팹)를착용해야한다는‘판정’을받았던그순간을자신의삶에닥쳤던또한번의변곡점으로기억한다.난생처음으로휠체어이용자가되었던때처럼.
활동가나사회운동가가되는것은결코꿈이나장래희망일수없었다.장애로인해여러가지의존재론적위협을중층적으로안고살아가야했던그에게운동이란자신이선택하기도전부터삶에이미존재했던,필연적인‘모드’였다.장애에적대적인비장애중심주의적세계가그를사회운동의세계로‘징집’한셈이다.“원했든원하지않았든저는늘활동가였다고생각해요.비장애인의세계에서그저살아가고존재하기위해서말이에요.”그의이말은장애인차별과장애인혐오가만연한이사회에대해많은것을시사한다.이런세계에서누군가의삶은삶그자체로운동이며,살아가는매순간들이투쟁이다.활동가가되기도전부터장착되어있던활동가모드는그가삶에서유의미한변화를일굴수있도록해주고,“자신의존재를부정하지않고그존재에충실하게살아”갈수있도록해주는원동력이다.앨리스웡이이회고록에서나누고자하는것은아주어릴적부터자신의삶에서길어올려온그런지혜들이다.
접근성,공동체와사랑의실천:
미국장애인법ADA을넘어서
“제가비장애인들에게나눌수있는메시지가있다면,접근성은단지미국장애인법을준수하느냐의문제를훨씬넘어선다는걸말하고싶어요.접근성은우리모두가책임을가져야만하는무언가예요.그리고접근성은우리모두가이런저런방식으로서로에게제공할역량이있는것이기도해요.……공식적인기관만책임이있는게아니에요.우리가정말진지하게우리의공동체를소중히생각한다면서로에게접근성을제공할수있어요.”(82쪽)
장애인은매순간“나를위해지어지지않은적대적인세상”에산다.굳이대중교통접근성까지논할필요도없이,무언가를먹고마시는아주사소하고평범한행위를할때조차그렇다.이런작은접근성하나조차귀하고힘들게싸워서획득해야만한다.앨리스웡은자신이대학에다니기위해서만도얼마나많은부침을겪어야했는지이야기한다.요컨대첫사회생활과다름없었던캠퍼스라이프는그가접근성의문제를몸으로직접부딪히며겪어나간최초의계기였다.
그가대학에입학했던1992년은고용,공공서비스,편의시설,통신및교통수단이용등사회의모든영역에서장애인에대한차별을금지하고장애인의사회참여권리를보장하는미국장애인법ADA(1990)이통과된지2년이지난시점이었다.그러나장애인당사자의세세한필요를충족하기에법은듬성듬성했다.심지어사립학교들은법을느슨하게적용할수있는유연성을허용받았다.“기본적으로캠퍼스전체에내가사용할수있는화장실이딱하나뿐이었던거야.건물들도휠체어접근성이없는곳들이있어서,내가수업을들어야할건물들이어디여야할지에대해학교측은의식적으로신경을써야했어.내가장애인기니피그역할을하는셈이었지.어디를갔는데내가그곳의서비스를테스트하는첫번째사람이되는게나한테는드문일이아니야.”부푼꿈으로시작되었던그의대학생활은결국자퇴로끝을맺게된다.메디케이드가보장하는활동지원서비스시간이삭감된것이결정적인계기였다.
한편,대학원과정으로입학한캘리포니아주립대학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는한동안깊은무력감에빠졌던그에게함께방법을찾아보자는‘가능성’의메시지를심어준곳이었다.당시UCSF는접근성과편의제공면에서매우뒤떨어진곳이었지만,각분야의담당자들이그의요구에귀를기울였다.주차,교통,시설설계,건축,디자인등의담당자들과의교류와협업은의미있는변화를만들어냈다.주택개조,접근가능한화장실확보,엘리베이터의수평버튼설치등앨리스웡의개인적인필요에서시작된조정들은‘유니버설디자인’을실현하며장애인뿐아니라모든사람들의편의에크게기여했다.
사람들과연결되고변화를일구는데능한앨리스웡에게접근성이란다름아닌사랑의행위이자,상호의존에기반한공동체적인역량이다.접근성에대한이러한관점은‘크립컬처’의심장부로여겨지는샌프란시스코베이에어리어에서활동하는다양한장애운동가들이선사해준것이기도하다.접근성이짐이나부담이아닌“일상에서의실천과생활”이되려면,그개념자체를“법준수”와“장애인권리프레임”너머로확장해야한다는것이앨리스웡의확고한신념이다.이를가능케하는것이(장애인커뮤니티)내부와외부를가로지르는운동이며,그가보기에이것은그자체로사랑의실천이다.
“우리가누구를사랑하고어떻게사랑하는지는본질상정치적이다.우리는행동과활동을통해명시적으로,또은밀하게우리가동류이고동지임을선언한다.쉬운일도,간단한일도아니지만모두가날마다자신의공동체를위해자신의사람을찾고사랑을표현할수있는방법을알아낼수있기를바란다.”
운동으로서의스토리텔링,스토리텔링으로서의운동:
더난삽하고더크립하게
“당신은장애에대해당신이원하는대로이야기할수있어요.특히,불편하고어렵고부끄럽고엉망진창인이야기들을얼마든지할수있습니다.”(351쪽)
“장애가시화프로젝트는제가장애인의대표성과관련해너무좌절해서만들어진것같아요.역사에서도그렇고,미디어와대중문화에서도요.우리[장애인]의역사는어디있죠?왜우리의이야기는주류가아니죠?”(305쪽)
“목표는소박했어요.친구들,제가멋지다고생각하는사람들,널리알려지지않은사람들을만나인터뷰할생각이었죠.정말이런이야기들을다포착하고싶었어요.왜냐하면명사나대가의이야기가아니라평범한사람들이야기니까요.제게는이게운동의한형태예요.우리삶의경험을정말로증폭시켜주니까요.”(306쪽)
장애운동과장애인커뮤니티는취약한이들이닻을내릴수있는장소이며,세대간지혜의보고이다.또한공동체는법의손길이닿지않는구석구석을세심히살피며케어하고,삶의작지만중요한부분들을캐치해실질적인변화를함께일궈내는창조의공간이기도하다.그리고앨리스웡은운동의이활력을포착해내고확산시키는탁월한‘스토리텔링’의역량을지니고있다.그는장애가시화프로젝트DisabilityVisibilityProject라는온라인기반의활동을통해오랜기간장애인당사자의구술사를아카이빙해왔다.
이는비장애인과중심의지배적서사(형식)가누락하는‘다른삶’들을그야말로‘가시화’하기위해시작한프로젝트다.앨리스웡은정상성의규범에서벗어난소수자들의목소리가이사회에더많이출몰해야한다고믿는다.이런풍부한스토리텔링자체가운동의중요한한부분이자과정인셈이다.그에게스토리텔링이란곧운동이며,운동은곧스토리텔링이다.일기와에세이,매체기고글,대화및팟캐스트,사진,그래픽,장애인예술가와아시아계이민자예술가들에게의뢰해받은일러스트등을모은매시업mash-up내지는스크랩북스타일의이회고록역시그런스토리텔링의일종이다.
그는운동의도구와자원을통해더많은,더다채로운,더역동적인장애의서사가풀려나오는세계를꿈꾼다.“감동과영감을주고,예외적이고,영웅적이고,천사같고,역경을딛고용기를주는”유의‘모범적소수자’서사로수렴되지않는,장애인의실제삶경험과그안에존재하는무수한차이들이생생히드러나는난삽하고불규칙한이야기다발들말이다.유사한맥락에서정체성,다양성,교차성등과같은개념은중요하지만,때로그런언어들은장애인의삶을생생히담아내지못할수도있다.앨리스웡은“그런협소한용어로만”장애인을보려는시도,그런구호들을동원해그저“구색맞추기”식으로장애인의이야기를끼워넣으려는시도들을그무엇보다경계하고비판한다.샌프란시스코공공도서관의스토리코프녹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