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한 지식인의 생생한 사회 현장 체험기)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한 지식인의 생생한 사회 현장 체험기)

$17.00
Description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의 르포 에세이

자본주의는 평범한 행복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약자와 연대하고 싶다”
내 안에 갇히지 않고 다시 배우기 위해
우리는 현장으로 가야 한다!

저자는 “아직 없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있는 것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서로 연루되어 있고, 대안은 여기 있으며, 미래는 이미 도래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도래한 미래 중 하나다. -조형근(동네 사회학자)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의 르포 에세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의 르포 에세이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가 출간되었다. 한국에도 많은 독자가 있는 사이토 고헤이는 전작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통해 일본에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을 일으켰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어지는 도이처 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기도 했다.
사이토 고헤이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성장 코뮤니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성장을 향해서만 달리는 자본주의는 세상을 종말로 치닫게 할 뿐이다. 즉 지금 지구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자본주의의 성장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주의가 제거한 ‘커먼(공통의 부)’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모두가 이를 공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커먼’에 기초한 사회가 바로 ‘코뮤니즘’인 것이다. “민주적으로 공정한 부의 관리를 실행하는 것, 그것이 ‘커먼’형 사회로서 ‘코뮤니즘’이 지향하는 바이다.” “그래서 ‘커먼’에는 더욱 포괄적인 평등에 대한 관점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러한 공정한 사회는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214쪽)
이 책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에는 사이토 고헤이의 ‘탈성장 코뮤니즘’ 사상이 응축되어 있다. 이론 중심인 이전 책과 다른 점은 본인이 직접 현장에 가서 넘어지고, 싸우고, 운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사이토 고헤이가 2년 동안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본 사회의 구조와 모순점을 파헤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기록한 르포이자 에세이다. 저자의 기록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일본의 노동환경, 자연과 인간의 관계, 기후변화 현장과 환경 문제, 그리고 지역 사회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명료하고 읽기 쉬우며 간결한 문장 덕분에 저자의 ‘탈성장 코뮤니즘’에 대한 사고방식이나 세계관 등을 아주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찾은 현장은 ‘성장 중심 자본주의’가 악영향을 끼치는 곳이기도 하고, ‘탈성장 코뮤니즘’의 정신이 반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며 넘어지고, 함께 싸우고, 울기도 한다. 우버이츠 배달,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직접 해보거나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지역, 한신대지진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 미나마타병의 발원지인 미나마타 지역을 방문하기도 한다. ‘유해동물’로 지정된 동물 사냥 현장, 아이누인에 대한 차별 현장에도 가고 외국인노동자, 노숙인, 부락민, 기후 부정의에 맞서는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지역의 자원 공유를 하는 대안 운동 현장을 방문하는 등 그가 찾아가는 곳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저자는 일본 곳곳에서 직접 체험하며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깊이 고찰한다.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의 패악, 배달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자연과의 공존 문제, 산업화가 남긴 환경 재앙까지, 저자는 자신의 몸으로 부딪치며 얻은 경험을 통해 현대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그 메시지들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다. 일본 사회의 문제를 기록한 책이지만, 이 문제들은 한국사회도 맞닥뜨리고 있는 것들이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저자

사이토고헤이

저자:사이토고헤이
1987년생.도쿄대학교대학원총합문화연구과준교수.베를린훔볼트대학철학과박사과정수료.박사(철학).전문분야는경제사상,사회사상이다.《마르크스의생태사회주의:자본,자연,미완의정치경제학비판》(2017)으로일본인최초,역대최연소로권위있는‘도이처기념상’을수상했으며,이책은세계9개국에번역출간되었다.일본국내에서는후기마르크스를주제로한선구적인연구로일본학술진흥회상을수상했고,《지속불가능자본주의》로신서대상을수상했다.그밖의저서로《제로에서시작하는자본론》등이있다.

역자:조승미
도쿄대학교대학원인문사회계연구과사회정보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옮긴책으로《돌봄의사회학》《생명의여자들에게》《페미니즘,한계에서시작하다》《여자들의사상》《증오하는입》《비혼입니다만,그게어쨌다구요?!》등이있으며,공동연구로〈혐오표현실태조사및규제방안연구〉(국가인권위원회,2016)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제1장오로지성장을향해서만달리는사회

우버이츠배달을해봤다:자유와자기책임
재택근무어떤가요:검토하라,중요한‘쓸데없음’
‘규칙’이니까다받아들여야하나?:표현의자유에대한원체험
자본주의에대한불만,전체주의에대한쾌락:평등하고공정한사회에대한환상
미래의노동,협동의미래:‘좋은일’을스스로제안해서하는사람들
올림픽의그늘:오로지성장을향해달리는폭력성
남자들의화장에대해생각하다:‘자기다움’의도구
무엇을어떻게전할까,어린이성교육:상대방을존중하는마음이소중하다

제2장자본주의와기후변화

전기,소비할뿐인‘고객’에서생산하는‘시민’으로:한사람의작은힘이큰물결로
곤충식은세계를구할까:가치관의벽을넘어선다면
배양육은미래의히든카드?:어떻게먹거리를바꿀까
동물과관계맺는방식:일본의식생활을직시하다
‘재활용’‘윤리적생활’이란거짓말:옷을‘버리지않을’수있을까
플라스틱을쓰지않는생활에도전하다:불편함을마주한체험
학생들,‘기후부정의’에파업하다:잘못된일에는목소리를낸다

제3장우리는모두당사자

차별에허덕이는노동자들:내문제로생각하자
미얀마를위해할수있는일:아는게첫걸음
모두아무렇지도않게혐오발언을한다:내안의노숙인차별
지금도진행형,미나마타병문제:누구나당사자다
수평사창립100주년:젊은세대는지금
즐거우니까참여하는지속가능한부흥:소비와는다른가치관
후쿠시마에서나를돌아보다:다른역사를발굴할수있을까

특별기고
아이누는지금:타인과연대하기위한한걸음

후기를대신하여
그래서우리는현장으로가야한다

원출처날짜일람

출판사 서평

우리는모두가해자이자피해자

저자가일본사회곳곳을돌며성찰한가장중요한메시지는‘우리는모두사정을공유하는’‘공사자(共事者)’라는점이다.이말은원전사고가난후쿠시마에서지역활동을하는고마쓰리켄이지어낸말이다.이를테면,‘진짜’당사자만이야기할수있게제한한다면,대다수사람은생각하지않게된다.그런데“누구나가해자이면서피해자이기도하다”면,즉우리가모두당사자라고여긴다면상황은달라진다.가해자이자피해자로서우리는서로연결되어있기에그문제를더깊이생각하고행동에나설수있는것이다.우리가모두공사자가되면,“우리자신의고통도함께끌어올릴수있고”,구경꾼이아닌당사자로서사건에개입할수있으며,보이지않게된사람들의목소리에도귀를기울일수있고,“상처받은이들을버리는사회”도개선할수있다.저자는이공사자성개념으로기후문제,외국인노동자문제,노숙자문제,아이누인부락민의차별문제등에접근한다.
“따라서한가지문제나정의에집착해다른문제나자신의가해성에눈을감는다면,그것은공사자라는관점에서는불충분하다.오히려공사자성은다양한문제와교차성을발견하고,다양한차이와모순을넘어사회변혁의큰힘으로결집하기위한실천적태도다.‘너한테는눈앞에벌어지는문제가보이지않는다’라며서로비난하지않고,더큰시스템이라는관점에서생활,생명,지구를위해모두연대하는것.”(231쪽)

자본주의는평범한행복조차허락하지않는다

저자는책전체에걸쳐자본주의시스템을신랄하게비판한다.우버이츠배달을직접체험하면서“아무것도공유하지않는”공유경제를비판하고,한신대지진피해자들이사는아파트단지바로앞에거대한석탄화력발전소를짓는광경을보고는“사회적약자에게부담을전가하는”자본주의의폭력성에분노한다.이분노는도쿄올림픽경기장을짓기위해주민을강제로퇴거시킨사건에서도이어진다.“스포츠의폭력성이축하자본주의의폭력성과연결되면폭주하게되고,약자는배제되고,착취되며철저하게짓밟힌다.”(65쪽)
또한자본주의자체에대한고민과대안적상상력이없는윤리적소비는거짓일뿐이라며비판하고,재택근무를체험하면서효율성을최우선시해야할자본주의경제에쓸데없는것들이너무나많다며불만을토로한다.‘유해동물’로지정된사슴과배양육재배현장을방문해서는“동물에게평생에걸친고통을계속주는잔혹한시스템”인공장식축산의문제점을지적하기도한다.
이렇듯오로지성장만을추구하는자본주의는약자를배제하고,착취하며,갖은문제를일으킨다.심지어일상의평범한행복조차허락하지않는다.게다가자본주의는모든문제점을사회적약자에게책임을넘겨씌운다고비판한다.저자는단호히말한다.자본주의시스템에저항해야하고,이를넘어서야한다고.그리고변해야하는것은개인이아니라바로우리사회라고.“여러문제가발생하더라도,더첨단화된기술발전으로이를해결하고경제를성장시키는방식으로자본주의사회는발전해왔다.하지만그것이정말효율이좋았을까?또앞으로도기존방식으로지구규모의문제에대처하고,해결할수있을까?자본주의는해결책이아니라문제의일부가아닐까싶은의구심이생긴다.”(219쪽)“우리가아무것도하지않는다면,팬데믹후의세계도증오가넘치는‘상처받은이들을버리는사회’가될것이다.”(222쪽)

자본주의‘저편’의현장,
그래서우리는현장으로가야한다

그렇다면‘자본주의저편’으로가는길은없을까?저자사이토고헤이는마르크스의사상을연구하면서포스트자본주의의가능성(코뮤니즘)을꾸준히제기해온사상가다.그가능성을그는부락민의새로운마을만들기에서(<수평사창립100주년>),시민들이스스로전기를생산해판매하는현장에서(<전기,소비할뿐인‘고객’에서생산하는‘시민’으로>),오래된민가를공유하며지역과함께사는청년들에게서(<즐거우니까참여하는지속가능한부흥>),후쿠시마에서지역의다른역사를발굴하려애쓰는사람들에게서(<후쿠시마에서나를돌아보다>),공해병인미나마타병의근원지인미나마타에서무농약재배방식으로농사를짓는사람들에게서(<지금도진행형,미나마타병문제>),‘좋은일’을스스로제안해서하는노동자협동조합에서(<미래의노동,협동의미래>),기후부정의에파업하는학생들에게서(학생들,‘기후부정의’에파업하다>)찾는다.그들이야말로저자자신이주장해온‘커먼’과‘탈성장코뮤니즘’을실천하고있는사람들이었다.이들은모두시장논리가사회전체를뒤덮은신자유주의사회에맞서새로운시도를하는사람들이었다.그는현장에서이사람들을보면서새로배우고,“약자와연대하는”지식인으로서해야할일을더단단히다졌다고밝히고있다.

현장에서깨닫고,배우다
지식인의자아성찰

“현재의경쟁사회에서성공한,나를포함해대다수의특권층은상처받은타인의입장을상상하는공감과배려의정신이근본적으로결여되어있다는사실이다.”(223쪽)
책에는현장에서다시깨닫고배운저자가자기자신을성찰하고지식인으로서반성하는내용이많이나온다.남성,도쿄출신,고학력의도쿄대준교수라는자신의특권적위치에서타인의입장에대해공감하고상상한다는것이어떤의미일지세심하게따지고되묻는것이다.당사자,피해자가아닌지식인은어떻게현장의말을들어야하는가?하루이틀현장에방문한것으로아는척하지않고어떻게더깊게이문제들을사유해야하는가?어떻게약자와연대해야하는가?어떻게대안을찾고,어떻게현장에참여해야하는가?이와같은성찰이책곳곳에깊이담겨있다.게다가이론적으로는가볍고쉬워보이던문제들이현장에가면복잡한현실과엮이면서어려워지는것도목격한다.즉이책에서우리는앎과삶사이의관계를외면하지않으며책임을다하는한지식인의현장을목격할수있다.
그러면서자신과같은좌파지식인의역할도제시한다.그것은곧사회의위기앞에서‘커먼’의실천영역을개척하는것이다.지식인은흔히유럽이나미국을바라보며사유하는경향이많은데,자신이딛고있는이사회에서가능성을찾는게무엇보다중요하다고말한다.이는저자가현장에서만난사람들이한말(“남을바꿀수없으니내가바뀌면된다”“아직없는것을바라기보다는있는것을찾으라”)에담겨있다.“내안에갇히지않고타자를만나는것이‘상상력결핍증’을고치는방법이다.그래서우리는현장으로가야한다.현장에서타인을만나고,자신의문제를마주하여‘언런’으로새로운사람들과관계를형성하고새로운가치관을만들어낼수있다.이러한작은변화가모여모두가좀더살기좋은사회를만드는데연결된다.이는멋진일이며,실제로해보면즐거운순간도많다.그렇다면하지않을이유가없다.”(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