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순간 (읽기와 쓰기 사이, 그 무용한 지대에 머무르는 즐거움)

메모의 순간 (읽기와 쓰기 사이, 그 무용한 지대에 머무르는 즐거움)

$18.00
Description
무엇이든 읽고 쓰는 당신을 위한 메모의 재발견. 책을 기반으로 한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로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은 김지원 기자가 메모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메모’는 거의 언제나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되어왔다. 김지원 기자는 그러한 관점에 반하여, 지극히 ‘즐거움’을 중심으로 메모를 이야기한다. 무엇을 기억하지 ‘않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메모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책이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언젠가 어디엔가 써먹기 위해 정리하고 분류하는 실용적 메모와 그저 머무르는 즐거움을 위한 메모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째서 모든 게 중요하고 기억해야 할 것처럼 느껴질까? 무엇을 기억에서 ‘사라지게’ 놔둘 것인가? 저자에게 메모는 마음이 붙들린 무언가에 머무르고 흐릿한 생각을 잡아채는 시간인 만큼이나 ‘무엇을 보지 않을지’에 대한 판단이다. 읽기와 쓰기 사이, ‘메모’라는 지대에서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진다.
저자

김지원

저자:김지원
대학에서문학을전공하고2013년경향신문에입사해정책사회부·사회부·문화부·뉴콘텐츠팀등을거쳤다.2021년부터2025년중반까지약4년간책을기반으로하는인문교양뉴스레터〈인스피아〉를기획,발행했다.
《지금도책에서만얻을수있는것》(2024),《책에대한책에대한책》(2023,공저)등을썼다.앞으로도어떤형태로든즐겁게읽고쓰고해찰하는삶을사는것이목표다.

목차


프롤로그:욕망으로서의메모

1.메모적쓰기와즐거움
2.서간문이라는메모
3.더많은걸기억해야한다는강박
4.쓸모없는메모의지대
5.딴짓하는읽기/메모
6.메모의운명과잠재력
7.달아올랐을때쳐라
8.자유롭게붙들린다는것
9.책이라는메모뭉치
10.인용이라는머무름에대한단상
11.읽기의능동적수동성
12.여백에낙서하기:무한확장하는마지네일리아의세계
13.메모를하는어중간한포즈
14.SNS는메모가될수있는가?
15.어찌됐든,무엇이든계속써간다는것:책이되지않는메모들에대하여

에필로그:머무르고잡아채기

출판사 서평

AI시대의우리는어떤기쁨을놓치고있을까?
일기,편지,논문,소설,에세이,논픽션,뉴스레터,블로그,독서노트……
무엇이든읽고쓰는당신을위한메모의재발견

13년차기자이자2021년부터2025년중반까지책에기반한인문교양뉴스레터〈인스피아〉를기획,발행한김지원기자의메모이야기가출간되었다.‘해찰’이라는콘셉트로,매주서너권의인문/사회책들을오늘날의사회적문제와깊이있게가로지르며읽어내고소개한이뉴스레터는‘알만한사람들은아는’뉴스레터로독특하고탄탄한입지를다지며많은구독자의호응을얻었다.
이뉴스레터의바탕에는다름아닌메모가있었다.그러나김지원기자에게메모는실용성이나생산성보다는즐거움에단단히붙박여있다.그는“메모를하기위해책을읽는다.다르게말하면,메모를할수없다면책을읽지않는다”고말할만큼메모를애정하는사람이다.그에게읽기와메모-쓰기는동전의양면처럼딱붙어있다.
우리는보통어딘가에써먹을요량으로,또는잘기억하고저장해두기위한생각으로메모를하지만저자는‘무용한’메모를예찬한다.따라서잊어버리는것에대해서도그다지걱정하지않는다.그에게메모는‘기억하기’보다는‘머무르기’의행위이기때문이다.그리고역설적이게도그렇게머물렀을때기억하게된다고말한다.

읽기와쓰기사이,그무용한지대에머무르는즐거움

그렇다면머무르는행위로서의메모란무엇일까?저자가생각하는메모는읽기와쓰기‘사이’의지대다.이사이에머무르는시간의물화가바로메모인것이다.메모에대한이러한관점은오랫동안다음과같은질문들로저자를이끌었다.“독자는과연수동적인가?우리는읽기와쓰기를어디까지따로나뉜것으로생각해야하는가?”흔히읽기와쓰기는별개의행위처럼여겨지지만저자에게이두가지는동전의양면처럼하나로붙어있다.읽으면서쓰고,쓰면서읽는다.“메모는읽는동시에쓰는사람,텍스트에주해를다는방식으로치밀하게해찰하며읽는사람의독서/글쓰기방식”이라는저자의정의가재밌다.이때의쓰기는매우성급해띄어쓰기같은건신경쓸겨를도없고비문도한가득이며오탈자들이뻔뻔하게고개를들면딱좋단다.이러한메모의핵심은단한가지,뜨끈뜨끈한사유의순간을그대로담아내는것이다.외부의텍스트를만나내안에서무언가가‘촉발’되었다면나중의생각으로미루지않고즉각적으로달려들어머무르고잡아챈다.바로이머무르고잡아채기,저자가말하는메모의전부다.그것이어디에쓰일지유용할지오랫동안머릿속에기억될지어떨지야말로전부나중일이다.
메모에대한관점이이렇다보니유용한메모‘법’에대해서는거의아무것도말해주지않는다.메모-쓰기또는정리/분류에좋은애플리케이션나프로그램이라든지메모에꼭적어야하는핵심내용이라든지어떻게분류하고정리하면좋다든지에대해서는정말이지한줄도쓰여있지않다.저자는일간지에실린대기업의전면광고속널찍한여백,청구서봉투,읽던책의백면을찢어메모하는사람이고,그저더많은‘여백’이필요해서컴퓨터를켜는사람이다.
물론그도특정프로젝트등을할때는실용적인메모를쓰지만,이책은그런메모보다는잡동사니‘일기’나‘앨범’에가까운메모에대해이야기하기위해쓰였다.이런메모는쓰는이가무엇이될것인가,내손에서무엇이태어날것인가보다도“무언가를쓰고있다는사실자체에순전한즐거움,쾌감을느끼는사람들의메모”라고저자는말한다.메모의재발견은바로이지점에서이뤄진다.

분류나쓸모를고민하지않기,잊어버려도상관없다고여기기,
읽는동시에쓰기,적극적으로딴짓하며안읽기,여백에낙서하기……
그모든걸그저즐거움으로하기

이책전반에흐르는에너지는‘즐거움’이다.저자는거의처음부터끝까지메모-쓰기의즐거움을말한다.저자가말하는메모는무언가흥미로운것에붙들린순간에머무르는행위이기에결코재미와무관할수없고,그것을잡아채는쾌감또한즐거움을안겨주는일이다.“바로이순간에쓰고싶어서못견딜것같았기때문에,쓰는게즐거워서”쓴게메모이기때문이다.
그리고이즐거움에는어떤측면에서확실한주관이,즉‘무엇을볼것인가’만큼이나‘무엇을보지않을것인가’를판단하는능력이필요하다고저자는말한다.이판단에는“특정한좌표에놓인개인의존재,몸,삶,편견,쓸모”가개입한다.모두에게적용될수있는,누구에게나유용하고효율적인‘메모법’같은게존재할수없는이유다.따라서방법론은독자의몫이다.“나는어떤메모를,왜하고싶은가”궁리하다보면자연스럽게도출될것이기때문이다.
바로이러한관점에서저자는읽기와메모-쓰기에대한독특한이야기를이어나간다.메모가자신이붙들린무언가에머무르며흐릿한생각을잡아채는행위로서의‘즐거움’이라고할때,이야기는읽기와쓰기에대한보다폭넓은영역으로확장된다.예컨대메모적쓰기의즐거움에집착한작가들,메모적(즐거움의)에너지가느껴지는책들,‘쓰기의즐거움’이란측면에서정점에있는서간문(편지)과일기,머무르기로서의인용,메모뭉치로서의책,딴짓하면서읽기,여백에낙서하기등에대한이야기다.
이이야기들은궁극적으로“생성자체의즐거움과가치”를재평가한다.그원초적즐거움의첫단계로서메모가존재한다고볼수도있을것이다.저자는챗지피티등과같은생성형인공지능이긴글은요약해주고짧은글은길게늘려주는AI시대에우리가놓치고있는즐거움이무엇인지환기한다.

‘메모’라는지대에서
우리는더욱자유로워진다

머무르며잡아채는메모의순간은무엇보다자유로움의순간이다.읽기와쓰기사이에서,쓸모를고민하지않고기억해야한다는강박에서도벗어나그저순수하게머무르는행위로서의메모.그지극히‘무용한’메모의지대에서우리는마음껏붙들리며딴생각에빠져들수있다.그리고놀랍게도바로그몰입의순간이뜻밖에‘유용한’무언가로이어진다.저자가“오로지메모의힘”으로뉴스레터를썼던것처럼말이다.
사방에서‘중요하다’고외치는정보가쏟아지는시대에우리는“무언가지적인것을그러모아쌓아두어야한다는강박”에시달리며거의질식할지경이다.메모에대한오래된관심도대체로그러한생산/저장강박의연장이었을지모른다.저자역시개인적으로도,기자라는직업적으로도그러한강박에시달렸던사람이기에이책이재발견하는메모가더욱깊이와닿고반갑다.이책으로머무르고잡아채는그원초적인메모의즐거움을되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