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추정하기 (트랜스젠더와 물질성의 수사학)

몸을 추정하기 (트랜스젠더와 물질성의 수사학)

$26.00
Description
몸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육체 덩어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지는’ 경험의 장으로 몸을 다시 보기
퀴어 장애학 연구자 전혜은의 번역으로 만나는 퀴어 현상학자 게일 샐러먼의 비판 현상학. 몸이란 무엇인가? 그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육체 덩어리인가? 게일 샐러먼은 끊임없이 ‘살아지는’ 경험의 장으로 몸을 다시 보자고 청한다. 그리하여 몸의 물질성을 ‘확실한 것’으로 인식하는 사유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내가 ‘느끼는’ 몸과 사회적으로 ‘읽히는’ 몸 사이의 간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트랜스 체현은 젠더와 몸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재구성하는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게일 샐러먼의 이 저작은 현상학, 정신분석학, 퀴어 이론을 통해 체현의 문제를 파헤치며 트랜스 혐오 담론의 핵심이 되는 ‘몸의 물질성’을 논파할 언어를 제공한다. 방대한 역주와 세심한 해제는 퀴어 현상학을, 게일 샐러먼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귀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게일샐러먼

프린스턴대학교영문학과교수.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캠퍼스에서수사학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연구분야는현상학,페미니즘철학,퀴어및트랜스젠더이론,현대유럽철학,장애학이다.저서로2008년동급생에게살해당한트랜스젠더청소년라티샤킹의사례를탐구한《라티샤킹의삶과죽음:트랜스혐오에대한비판현상학(TheLifeandDeathofLatishaKing:ACriticalPhenomenologyofTransphobia)》(2018)이있으며,공동편집한책으로《비판현상학의50가지개념(FiftyConceptsforaCriticalPhenomenology)》(2019),논문으로〈류머티스학의현상학:장애,메를로-퐁티,최대한의움켜쥠의오류(ThePhenomenologyofRheumatology:Disability,Merleau-Ponty,andtheFallacyofMaximalGrip)〉(2012),〈젠더본질주의와직관적탐구(GenderEssentialismandEideticInquiry)〉(2017)등이있다.

목차

서론
1부무엇이몸인가?
1장신체적에고그리고물질적인것이라는논쟁적영역
2장성적도식:《지각의현상학》에서의전위와트랜스젠더
2부호모에라틱스
3장렉스클럽의소년들:트랜스젠더와사회적구성
4장트랜스페미니즘과젠더의미래
3부성차를초월하기
5장트랜스성차의윤리:뤼스이리가레와성적결정불가능성의자리
6장성적무관심/성차의부재와한계의문제
4부법너머
7장문자를보류하다:국유재산으로서의섹스
감사의말
옮긴이해제
수록지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는어떻게몸을‘내몸’으로받아들이는가?어떻게자신의몸을여성또는남성의몸이라고인식하는가?또한어떻게타인의몸을남성또는여성으로추정하는가?그중심에정말로확고한‘물질성’이자리하는가?《몸을추정하기》는이러한질문들에서출발한다.그리고다음의물음에치밀하게답하고자한다.‘물질성이란얼마나모순적으로생산되는사회적구성물인가?’‘물질이란것에의지하지않고서어떻게트랜스체현을설명할것인가?’
게일샐러먼은현상학,정신분석학,퀴어이론이라는세학문을가로지르며트랜스젠더체현의문제를이론화한다.몸의물질성은아무런매개없이접근가능하다는통념,그리고그러한물질성이우리가‘남성’또는‘여성’이라는젠더이분법의확고한근거가된다는믿음을정면으로반박한다.‘느껴지는’몸과‘읽히는’몸사이의간극을인간주체보편의문제로,다르게말하자면“규범적인젠더의생산자체가몸의‘느껴지는감각’과몸의육체적윤곽간의괴리에의존”(10쪽)하는문제로논증해내며,트랜스체현을젠더와몸에대한이해를재구성하는주요경로로삼는다.
현상학과정신분석학에관한배경지식이있다면더욱깊이읽을수있는책이지만,필수요건은아니다.두학문의전통을퀴어이론과연결하면무엇이달라지는지,샐러먼은비교적친절하고도명료하게보여주기때문이다.거기에더해이책의옮긴이이며퀴어장애학연구자인전혜은이방대한역주를덧붙였다.촘촘한해설도빼놓지않았다.트랜스혐오를논파하는데,젠더와몸을이해하는데귀중한이론적자원이될책이다.

몸을취한다는것,몸을추정한다는것

이책의원제는AssumingaBody다.assume은‘취하다’와‘추정하다’의이중적의미를가진다.몸을‘취하는’것은이몸을내몸으로‘받아들이는’행위이고,몸을‘추정하는’것은지나가는타인의몸을여성또는남성으로‘읽어내는’행위다.전자가개인의실존적행위라면,후자는사회적행위인셈이다.그리고이둘사이에는간극이존재한다.내가‘느끼는’몸과사회적으로‘읽히는’몸은일치하지않는다.인식의불확실성이다.팔다리등신체부위가절단된사람이그부위를여전히자신의몸으로느끼는일처럼말이다.샐러먼의문장을인용하자면,“스스로갖고있다고느끼는몸이외부윤곽에의해범위가정해지는몸과반드시같지는않으며,이는규범적으로젠더화된주체에도해당되는사실”(13쪽)이다.그리고이논의는버틀러의입장과연결된다.몸의물질성따위는없다는게아니라,그물질성이모호하고불명확하다는점이다.‘취하고’‘추정하는’몸을둘러싼이러한이중성은비단트랜스체현만의문제가아니다.트랜스몸은‘느끼는’몸과‘읽히는’몸사이의간극을,몸에대한인식론적불확실성을가장선명하게드러내는자리다.

느껴지는몸,읽히는몸

게일샐러먼은1부에서정신분석학과현상학에초점을맞춰트랜스체현을지지할이론적기반을마련한다.정신분석학과현상학은정신적인것과물질적인것이어떻게서로연결되는지,그래서주체가자신의몸을어떻게인식하게되는지정교한설명을제공하며,주체가자기몸을느끼는감각과외부에서인식되는몸사이의거리를이론화했다.저자는이러한정신분석과현상학의강점을,트랜스들이몸,자아,정체성을인식하고형성하는방식을병리화하지않는이론을만드는데쓴다.2부는트랜스젠더이론이‘사회적구성’이라는문제와맺는복잡한관계를탐구한다.트랜스섹슈얼당사자담론일부에서몸의물질성혹은주체의행위성에쉽게의지하고자하는점,그리고‘사회적구성’과엮이고싶어하지않는경향에비판적으로개입한다.또한대중매체든페미니즘과게이레즈비언학계든공동체든트랜스의존재가어떻게여성/여성성에대한폭력으로규정되며혐오의대상으로정당화되었는지그방식을파헤친다.

성차와법너머

3부는페미니즘몸이론의토대로자리해온뤼스이리가레의성차이론을두장에걸쳐상세히검토하며그이론이트랜스를배제하는양상을분석한다.남/여이분법을전제하는이리가레의성차이론을단순히비판하는것을넘어,치밀한재독해를통해더다양하고급진적인성적차이들로열어놓을가능성을타진한다.“성차를경이로움의윤리로채우려했던이리가레의이상을살려”(옮긴이해제,399쪽)더욱다양한차이들을위한이론으로고쳐쓰자고제안하는것이다.이어지는4부는법과제도가트랜스몸에특정젠더를어떻게강제하며관리하는가를분석하는부분이다.샐러먼은트랜스저술가잰모리스의자서전속사례들을끌어오며,‘행정절차’로체감되는법과제도가어떻게개인에게‘섹스’를부여하거나박탈하는권력으로작동하는지를살핀다.규범적으로젠더화된사람들은겪지않는방식으로트랜스의성별/섹스가어떻게국유재산화되는지,잰모리스가경험한장면들(공항검색대에서어느쪽성별로읽힐지긴장하며기다리는순간,그때그때‘읽히는’성별에따라자신을맞추는상황,성별정정이끝난뒤관련문서전체가기밀문서로분류되어모리스자신도열람할수없게되는일등)로여실히보여준다.

혐오담론이당연하게여기는물질성의개념을해체하며
트랜스를실존의한형태로이론화하는언어의필요성

옮긴이전혜은은2010년대중후반부터급부상한한국의트랜스혐오담론에서대표적혐오표현중하나로쓰인‘젠신병자’(‘젠더’와‘정신병자’의합성어)를언급하며해제를연다.이용어는섹스와젠더를각각물질적인것,정신적인것으로이해하는이분법적틀을전제로한다.나아가섹스와몸이일치한다고전제한다.더나아가면몸의물질성을반박불가능한토대로전제한다.전혜은은해제에서이렇게서술한다.
“트랜스젠더를‘몸의물질성’이라는‘진짜’‘현실’을감히무시할수있다고믿는(정신병리적)망상에빠진존재,나아가그물질적토대를파괴하는위법한존재로재현하는담론이이토록오랫동안강력했던이유는한편으로는시스젠더이성애중심적인사회체계때문이지만,다른한편으론전통적으로사회적소수자정치들이운동의토대로서몸의물질성에의존해온경향이강했기때문이기도할것이다.이런맥락에서몸의물질성을옹호하는주장들은진보와보수를가릴것없이너무잘먹히기때문에거기얽혀있는혐오와배제를논박하기가더욱어려워지곤한다.”(옮긴이해제,383~384쪽)
이지점에서게일샐러먼의《몸을추정하기》가중요한이유는,이책이오늘의한국에서도강력하게작동하는트랜스혐오의근원적인작동방식을파헤치는동시에,그러한혐오담론을반박할수있는이론적자원을발굴해내기때문이다.단순히무엇이옳고그르다의문제가아니라,‘무엇이몸인가’에대한근본적질문을다시생각하게함으로써트랜스체현을그저또다른존재양식으로바라보게하기때문이다.병리적문제가아닌,차이의문제로말이다.그렇게되면우리는저자의의도처럼,또옮긴이의강조처럼“경직된규범체계에모든것을끼워맞추지않을다른길을모색”(385쪽)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