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작동하지않는장소를향한,
우리시대가장급진적인성서읽기.
교리가가두어버린바울을역사의무대로다시불러내다!
혐오와배제의논리로무장한‘유대아원리주의자들’에맞서,가장낮은자들에게평등할권리를부여했던바울의전복적실천.이과감한바울재해석을통해우리는오늘날세계곳곳에서발흥하는극우주의적혐오정치를타파할가장강력한사상적무기를쥐게될것이다.
바울,떠돌이민중‘오클로스’의한복판으로걸어들어가다
오늘날전세계는극우주의적혐오정치와1억3600만명에달하는‘강제실향민’(난민)현상으로격동하고있다.민중신학의최전선에서연구를이어온김진호저자의신간《난민의사도바울》은이21세기의비극적풍경을1세기지중해사회의시공간과교차시키는전복적인시도를선보인다.
저자는그동안초역사적인‘교리’의장막뒤에갇혀있던바울의행적을전혀새로운시각으로재구성한다.바울이쓴친서7권(〈로마서〉,〈고린도전서〉,〈고린도후서〉,〈갈라디아서〉,〈빌립보서〉,〈데살로니가전서〉,〈빌레몬서〉)과바울사후에기록된〈사도행전〉을바탕으로,그가발디뎠던고대도시들의사회적·정치적맥락을입체적으로복원해낸다.유대아극단주의자로서활동하다그리스도파로‘전향’한뒤,1세기선창가변두리,주류사회가‘로마의오물’이라부르며혐오했던떠돌이민중‘오클로스’의한복판으로걸어들어간바울은단순히관념적인구원론자만은아니었다.이책에서그는체제밖으로밀려난이들을위해‘차별이작동하지않는환대의플랫폼(에클레시아)’을일군‘난민의사도’이자‘전복적인혁명가’로되살아난다.
“바울은그리스도의복음이이스라엘과이방인을나누지않으며,심지어남자와여자,자유인과노예의이분법도부정했다.혈통도,성별도,신분도아무런장애가되지않는다고말이다.하여충격적이게도그는유대아사람이든,경외자든,전향자/개종자든,심지어그이들이이방인이든,여자든,노예든모두아브라함의후손이라고,약속을받은상속자들이라고주장한다.”(89쪽)
이책은단순한성서주석이나바울신학입문서가아니다.역사학·지역학·고고학의성과를바탕으로바울이실제발디디고활동했던‘장소들’—다마스쿠스,안티오키아,필리피,코린트,에페수스,예루살렘—의사회적맥락과이동경로를꼼꼼히추적하며,그안에서살아움직이는바울의실천을리얼리즘의언어로생생하게묘사한다.저자가‘거부된자들의정치적리얼리즘’이라부르는것은,수많은실패를반복하면서도‘차별없는공동체(에클레시아)’를향한실험을포기하지않았던바울만의독창적인저항이자운동방식이다.현재의패배속에서생존을위해끊임없이새로운것을상상하는저항의리얼리즘이기도하다.
혐오와배제의논리로무장한‘유대아원리주의자들’에맞서,가장낮은자들에게평등할권리를부여했던바울의전복적실천.이과감한바울재해석을통해독자는오늘날세계곳곳에서발흥하는극우주의적혐오정치를타파할가장강력한사상적무기를쥐게될것이다.
바울,‘난민사도’로부활하다
“바울은자신에게모여든이런사회적소외자들을만나면서,그들과밥을먹고이야기를나누고서로얽히는삶을살았다.그리고점점그리스도사역자로서자신만의색깔을갖추어갔다.”(114쪽)
전통적인신학이바울을시간과장소를초월한보편교리의수립자로박제해왔다면,이책은그를1세기지중해사회의민중들과함께한‘난민의사도’로호출한다.저자가복원해낸당대대도시들은제국의수탈과전쟁으로인해고향에서내쫓긴전쟁노예,파산자,이주노동자등난민들이생계를위해흘러들던곳이었다.위기에직면한제국과토착엘리트,그리고율법의증표를내세운종교권력이이들을향해집단적혐오를생산해낼때,바울은그소용돌이의한가운데서뿌리뽑힌이들의동반자가되었다.바울은극단적혐오와폭력이난무하던시대에이방인,노예,여성을모두평등하게대하는민중사역자가되어갔고,이때문에유대아원리주의자,권력자,심지어는그리스도파내부에서도배척당하기도했다.그럼에도바울은거부당한자들을위한사역을중단하지않았고,이책은바울을‘난민의사도’로서생생하게복원해낸다.
관념적신학이아닌,
배제된자들을위한‘저항의언어’
이책은기독교역사에서가장중요하게여겨지는바울의‘의인론’(믿음으로의롭게된다는사상)이저높은곳의추상적인형이상학이아니라고주장한다.저자는한국민중신학의기념비적성과들을이어받아,의인론이당대‘유대아원리주의자들’의배제기제에맞서싸운강력한‘논쟁언어’였음을밝혀낸다.거기에서더나아가할례나율법의증표를요구하며벼랑끝의이들을‘이등백성’으로만들려던유대아원리주의자들에대항해,바울이‘그리스도안에서는계층적·성적·종족적그어떤차별도작동하지않아야한다’고선언한배경을“바울의텍스트안에서시간과장소,그리고행위자의디테일을직접해독해”(16쪽)내며추적한다.그러면서바울이가장낮은자들에게새로운공동체의구성원으로서완전한자격을부여해야한다고주장했던‘난민의사도’라는사실을밝혀낸다.
“차별없는복음의장소로서의에클레시아를바울은‘그리스도안’이라고표현했다.……밖에서는통하지않는은혜의질서가구현되는곳이바로에클레시아인것이다.이런논리를바울학계는‘의인론’이라고불렀다.의인론은그리스도라는보호막(은혜)으로인해모두가차별없이존재하는곳인에클레시아를설명하는신학적논법이다.주지해야하는것은의인론이일반윤리혹은보편적신학개념이아니라,차별이일상화된신앙을논박하는바울의논쟁신학적서사라는점이다.”(171쪽)
아우구스티누스에서루터로이어지는전통이의인론을‘어떻게인간이구원받는가’에대한초시간적답으로읽어왔다면,이책은‘누가왜배제되었고바울은어떻게기존권력에맞서며활동했는가’를묻는다.구원론에서사회적실천론으로의전환,이것이이책이이뤄낸성과중하나이기도하다.
다마스쿠스에서예루살렘까지,
장소성의해석으로생생히되살아나는바울
“그는놀라울정도로광폭의이동을거듭하면서그리스도운동을펼쳤다.한데그의이동은단순히장소의전환이아니었다.그는끊임없이그장소성을성찰의계기로삼았다.해서바울을살펴보는하나의실마리는장소와바울을연결해서보는것이다.그러니까교리로서굳어버린,변화해서는안될것같은,정체된바울이‘그리스도교의바울’이라면,장소들과연결된바울은끊임없이성찰하고변화,발전하는바울이다.”(24쪽)
이책의가장큰미덕중하나는바울의실제행적을성서를참고해꼼꼼히추적했다는점에있다.저자는기존의정형화된바울신학연구서들을의도적으로덮어두고,바울의텍스트안에서시간,장소,행위자의디테일을해독해내고,당대지중해세계의역사·지역학적자료를참고하며입체적인바울의형상을그려냈다.
다마스쿠스(전향의무대),안티오키아(선교논쟁),갈라티아(바울의선교색채가드러난곳),필리피·테살로니키·베뢰아(성과와실패의교차),코린트(에클레시아의위기),에페수스(플랫폼선교),예루살렘(미완의꿈)으로이어지는여정에서각도시의선창가,서민거주지역,‘튀란노스스콜레’의실험적공동체등이저자의검증을통해생생히펼쳐진다.“바울과그의동지들,공동체와적대자,그리고그장소에뿌리내렸던사람들사이의역동이해석의중심에놓이게되었다.여기에시간의흐름에따른전개가더해지며입체적인바울해석이구성되었다.”(19쪽)
신학적엄밀함을유지하면서도난민문제와극우정치를정면으로겨냥하는이책은각도시의사회사를복원해텍스트와대면시킴으로써,‘정체된교리의성자’가아닌‘장소들과연결되어끊임없이성찰하고변화했던혁명가바울’을마주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