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끄는 존재들 (장애상태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상처를 끄는 존재들 (장애상태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29.00
Description
“환경파괴는 장애화의 이야기다”

상처와 저항의 흔적을 안고 나아가는
혼물, 땅, 공기, 식물, 동물, 그리고 그 모든 몸과 삶

더 인간적이고 덜 인간중심적인 세계를 향한
경이롭고도 뭉클한 장애생태의 여정
“환경파괴”는 장애화의 이야기다.“ 《짐을 끄는 짐승들》로 한국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수나우라 테일러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9년 만에 펴낸 이 책에서 테일러는 오랜 고향인 미국 남서부의 도시 투손으로 돌아가, 자신은 물론 다른 여러 생명체들에게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유독성 폐기물(특히 TCE)의 역사를 좇는다. 미군과 방위산업체로 대표되는 거대한 식민주의적·자본주의적·인종주의적 폭력으로 점철된 그 역사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애의 시대Age of Disability’ 혹은 ‘장애세Disablocene’라는 그의 개념은 이처럼 무수한 생명체들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채 환경오염과 생태파괴의 느린 폭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적확하게 짚어내는 시도다. 또한 이는 생태적 위기가 표준이자 일상이 된 뉴노멀의 시대에 환경문제를 비판적 장애이론과 장애운동의 관점에서 굴절시키는 시도로, 위기와 재난의 상황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장애인과 소수자(빈민, 흑인/유색인, 여성, 아동)의 삶을 강력하게 염두에 둔다. 환경파괴를 장애의 문제로 바라볼 때, 우리는 그 피해와 상처를 일회적 사건이 아닌 삶 전반을 관통하는 끈질기고 지속적인 효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장애의 원인을 발견하고 비판하는 작업만큼 중요한 것은 장애와 함께인 삶의 구체적인 방안과 비전을 모색하는 일이다. 어떻게 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번성할 수 있을까? 어떻게 취약한 존재들을 버리거나 유기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상처와 저항의 흔적 속에서 삶을 일구어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테일러는 비장애중심주의에 맞서는 이런 물음들을 ‘장애생태’와 ‘상처 입은 자들의 환경주의’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는 인간과 인간 너머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장애의 네트워크’를 시사하며, 대멸종과 장애화의 시대에 과연 어떤 돌봄과 연대, 저항과 운동, 관계와 이야기를 지어가야 할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이 긴밀한 얽힘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죽음 혹은 건강한 삶이라는 이분법에 맞서 미래를 일궈낼 수 있다.
저자

수나우라테일러

장애,동물,환경을교차적으로사유하는예술가,작가,활동가,학자이며동시에한아이의어머니이기도하다.동물을둘러싼억압과장애를둘러싼억압이서로얽혀있음을이야기함으로써전례없는교차성의사유를펼쳐낸첫책《짐을끄는짐승들》로2018년아메리칸북어워드를수상했다.CUE예술재단과스미소니언협회,버클리미술관등에작품을전시했고,현재는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버클리캠퍼스의환경과학·정책·경영학과에서조교수(사회및환경분과)로재직하고있다.
두번째책인《상처를끄는존재들DisabledEcologies》은유년시절몸담았던미국남서부의도시투선으로돌아가자신의장애에대한기원서사를추적하는시도이자,장애입은생태와여러몸들로부터어떻게유대와연대,저항의대안적방식인‘상처입은자들의환경주의’가출현하는지탐구하며장애운동과환경운동모두를뒤흔드는강렬한현장연구다.

목차

*키워드_기원들25

프롤로그장애의시대31
장애생태의흔적들|노출의경로가된연결의길|우리몸이땅이다|비장애중심주의적생태학에저항하며|미래는장애를입었다

*키워드_생태75

1장사막에서의연대77
기원의장소들|이야기를공유한다는것|내바퀴아래의땅

*키워드_대수층135

2장손상된경관들143
투과성의몸들|하늘의물이지상의물과만나는곳|손상된물들|은유이상의것|대규모장애화|진단과의료화를넘어서|투손의예민한대수층|생명에대한예민함을위하여

*막간_추측에근거한대수층205
*키워드_장애217

3장무슨일이있었던건가요?(그리고그걸입증할수있나요?)219
무슨일이있었느냐고요?별건아닙니다(또는,기원을이야기하지않으려면대체얼마만큼의권력이필요할까?)|회피와은폐의기원서사|바로이것이우리에게일어난일이다|당시에는잘알지못했다(또는,실은그들은그사실을입증할수없다)|그들의탓이아니다|뿌리깊은기원들|당신에게무슨일이있었던건가요?|내게무슨일이있었던건가요?

*키워드_치료319

4장장애생태를치료한다는것325
무엇이복원인가?누가,무엇이치료받는가?|환경위기는언제나건강위기였다|건강문제에서분리된환경보호|그문제에관한한도움을드릴수없습니다|슈퍼펀드가정의실현을가로막다장애생태를위한건강정의|우리는어떻게치료받기를바라는가?

*키워드_환경주의397

5장상처입은자들의환경주의403
비장애중심주의적생태계|상처환경주의|투손의상처환경주의|환경정의를찾아서|돌파구혹은장벽|보건연구의지속적인실패|피와땀으로지어진TCE보건소|환경주의를일궈낸주민들|장애의시대

에필로그상처를안고살아가기459

감사의말475
연표487

출판사 서평

**안희연(시인),홍명교(활동가),홍은전(기록활동가)강력추천**


기원의장소로돌아가다:투손의사막그리고오염

이책은미국남서부애리조나주에위치한사막의도시투손을배경으로삼아장애입은생태와동식물,인간존재의이야기를끌어내는시도다.그리고그이야기에는저자자신의삶역시포함되어있다.자신이가진장애(관절굽음증)를유발한그오염을연구하기위해오랜고향인투손에도착했던것이다.거기서그는오염이자신과같은인간은물론인간너머morethanhuman의존재들과생태계에얼마나심대한영향을끼쳤는지몸소실감한다.수나우라테일러를다시사막까지불러들인그오염의기원은국가(미국공군)와계약을맺은방위산업체들이전후호황기투손의사막지대(특히사우스사이드지역)의지표면에유독성화학물질을그대로내다버리기시작한1950년대초반으로거슬러올라간다.
그중에서도휴즈에어크래프트컴퍼니[약칭‘휴즈’]는투손의전후시기를지배한주요산업체이자주요오염유발자였다.1951년투손소노란사막지대의땅을점유한창업자하워드휴즈는북서쪽으로흐르는산타크루즈강유역에항공기제조업체를세웠다.소노란사막은1년에두번몬순시즌에풍부한비가내려사막이라고상상하기어려울만큼푸르고수목이울창한생태계를자랑했으며,소노란사막의상징과도같은키큰사와로선인장을비롯해다양한동식물들의터전이었다.동시에그곳은애리조나남부의사막선주민인오오담집단의본거지(산하비에르인디언보호구역)이기도했다.휴즈는미국공군제44군수공장으로도알려진자신들의무기제조시설에서전투요격기,군사용미사일등을생산하기시작했고,곧미국의주요미사일생산업체로부상했다.생산을시작한지1년만인1952년,해당공장은제조공정에서사용된막대한양의중금속과TCE(트리클로로에틸렌),1,4-다이옥신,6가크롬같은유독성오염물질인염소계용제를사막지표면에그대로투기하기시작했다.그로부터10년뒤인1961년에는무단폐기관행을중단하고폐기물을저장할구덩이들을여럿팠다.그러나폐기물이누출되지않도록하는울타리,차수막등을설치하지않은탓에저장된폐수는휴즈공장불과30미터아래에위치한투손지역대수층(지하수층)으로흘러들었고,지하수에섞인화학물질이북서쪽으로이동해산타크루즈강에혼합되었다.
그러나강은오염을면할수있었는데,투손시와주민들이설치한우물덕분이었다.그우물들이오염물질이지표수에도달하기전에빨아들여가정,학교등의수도시설로내보냈던것이다.투손시당국과휴즈사가애써덮으려했던사건의실체가세상에드러난것은1978년환경보호청의슈퍼펀드프로그램이휴즈부근의우물에서고농도의크롬을발견하면서였지만,사우스사이드지역주민들은이국가적프로그램이오염사실이공식화하고복원방안을마련하기전부터암과같은극심한질병에시달리거나선천성장애를가진아이를낳은주민들을탐문하고시민운동을조직했다.저자자신의장애기원서사는곧이러한오염의기원서사와시공간적축을공유한다.저자는선천성장애를가지고태어난그아이들중하나였으며,휴즈가유발한오염물질탓에자신이장애를갖게되었다는사실을어릴적부터알고있었다.
꼭자신과마찬가지로이역사와결부된사람들을만나기위해저자는그기원의장소(투손)로수십년만에돌아갔다.그들의이야기는성공담에가려진불편한현실,나아가상처와장애의흔적들을생생히보여주었다.“환경정의서사들은대개공동체가소송에이겨조사에착수하고복원약속을얻어내는지점에서종결된다.하지만그다음에는무슨일이일어날까?이전투를치르고한참이지난뒤,사람들과경관은어떻게질병과장애를가지고계속해서살아갈까?”

우리몸이땅이다:장애의시대를건너는존재들

사우스사이드대수층의이야기는손상되었고위태로우며어딘가에의존해야하는상태,즉상실과투쟁으로가득차끊임없는지원과편의제공,창의적형태의돌봄이필요한상태를가리킨다.테일러는장애인으로서이를장애로인식하면서,장애가비단인간의몸이라는경계에서그치지않고환경그리고다른동료종들이입은피해와뿌리깊이얽혀있음을강조한다.실제로사우스사이드의주민들,그리고지역내에서조직된환경단체‘깨끗한환경을위한투손시민들’은환경주의자들과사회정의운동가들은인간의안녕이냐비인간자연에대한보호냐를놓고격렬한토론을벌일때“인간이나식물,대수층이마치따로고립되어있다는듯그것들을두고싸우는것자체가심각한한계임을”보여주었다.
‘장애의시대’혹은‘장애세’라는테일러의용어가적확하게짚어내듯,오늘날이러한피해는전례없는규모로발생하고있다.기후위기는깨끗한물에서부터충분한식량과안전한주거지에이르기까지,건강을결정하는사회적·환경적요인들에심각한영향을미치며,이런영향들은인종,젠더,국적의경계를따라불균등하게나타난다.기후붕괴는단지최근의현상일뿐,상처입은환경은그보다한참앞서존재했다.전지구적자원추출extractivism,증가하는쓰레기는막대한양의오염물질은그것과접촉한모든생명체에게피해를입힌다.게다가여전히지속되고있는제국주의와식민주의의역사는전세계의빈민공동체와유색인공동체에불균형적인생태적·사회적위험을초래하고있다.다시말해빈민,장애인,흑인/유색인,토착민/선주민등의주변화된존재들이지구행성의황폐화에더욱취약한현상은인종차별적자본주의그리고아메리카대륙의식민화라는기원과함께시작되었다.제국주의와환경파괴는그기원부터‘장애화’의이야기였던셈이다.

자연으로돌아가쓴다는것:내바퀴아래의땅

“어떻게극복의이야기나인간이자연을망친사례에대한증언과다른방식으로,내가느꼈던연결의감각과연대의식을중심에두고손상의이야기를풀어낼수있을까?”

이렇듯장애와상처를공유하는관계이지만,저자와자연/환경사이에는쉽게넘을수없는장벽이존재한다.테일러는이처럼자신에게지울수없는흔적을남긴대지와대수층에말로설명할수없는깊은연대감을느끼면서도,그것들을어떻게알아가야할지를두고깊은고민에빠진다.이러한난관은자연과접촉하고연결될수있는주체를‘장애없는몸’,즉비장애신체로강력하게상정하고재현해온우리사회의뿌리깊은문화로부터발생한다.“다양한연구자들과연구가보여주었듯전통적으로야생의공간에서안전과소속감을느낄수있었던이들이주로백인남성이거나,이성애규범에부합하는그의가족들이이따끔포함될뿐이었다는사실을별로놀랍지않다.장애없는몸은그런소속감의전제조건이며,이는정치적차원과관계없는당연하고명백한사실로받아들여진다.”
테일러는다른몸과마음을지니고있어자연과비규범적인방식으로상호작용하는사람들의서사에주목하는앨리슨케이퍼의논의를마음에품고서“몸의한계를외면하거나그한계를극복해내는데의존하지않는자연과의불구적상호작용”을구체화한다.신체장애를가지고살아가는사람으로서,진부하고,관습적이고,여성혐오적이고,식민주의적인자연서사의기저에깔린인간의오만을경계하면서,대수층이라는물의존재를느낄대안적인방법들을찾아나선다.이는사막과대수층에대한친밀성을무조건적사랑으로절대화하는것을경계하고백인정착자들이자행한(오염이라는)폭력과의관계속에서한번더굴절시키려는시도이기도하다.
연구자들이제작한각종지도와수문학적도표들에근거해대수층의형태/이미지를상상하고,그상상을자신만의스케치로표현한〈추측에근거한대수층〉연작시리즈(책209~215쪽)가바로그결과물이다.“분명상상일뿐이었지만,나는물의존재를느꼈다.손상된지하는내가이역사속을누비고다니며사람들과인터뷰를하고아카이브를뒤질때도,그저일상생활을소화하는동안에도일종의동반자-인간너머의세계에거주하는불구친구-가되었다.”

당신에게무슨일이있었던건가요?:기원이야기가할수있는것

“‘당신에게무슨일이있었던건가요?’라는질문은기원에대해이야기해달라는요청이다.그것은초대일수도있고요구일수도있다.”

TCE오염의피해를입은사우스사이드주민들에게이질문은간절히바라던것,누군가가자신들에게물어봐주었으면하는것이었다.테일러는장애인에게는무례한낙인(사람들은“피냄새를찾아코를킁킁거리면서”장애를입게된것이사고때문이었느냐고묻곤한다)이되는이질문이주민들에게는“어떤일이일어났다는사실에대한긍정,다시말해부정의의이야기를공유하고그에대해무언가손을써보자는초대”로인식된다는것을포착해낸다.
테일러가보기에기원의서사,즉어떤일의시작,토대,발생에관한이야기는환경정의운동과장애운동사이에존재하는뿌리깊은긴장의지대를가시화한다.환경정의운동및그연구는환경문제에대한대중의관심을자극하기위해장애,질병,환경부정의를한데뒤섞으면서너무나자주장애의공포(신체적결함,손상에대한선정적인설명)를활용해온역사를보유하고있다.그결과자신들이돕고자한다는바로그사람들을영원히낙인찍곤했다.반면장애운동은장애를단지개인적비극으로,즉근절되어야할끔찍한운명으로여기는사고방식을극도로경계하고비판하면서,개인의상실과고통,트라우마에대해논하는것을주저해왔다.이러한경향은인종차별적자본주의와국가폭력이오랫동안장애를유발해온현실을조명하는일을어렵게만들수도있다.
그러나테일러는기원서사의또다른가능성을TCE오염사태에맞서자기자신과공동체,더나아가비인간생명체들의치유를고민한사우스사이드주민들에게서기원서사의또다른가능성을발견한다.그이야기는두운동의긴장과불화를드러내는데그치지않으며,연대와정치적전략의거점이된다.따라서중요한것은기원을다음과같은새로운탐구및논의의입구로삼는것이다.사람들은어떤투쟁에참여하게되며,그투쟁은장애와질병이재현되는방식을어떻게알려줄까?기원이야기를공유하는것이언제힘의원천이될수있을까?언제집단차원의정치적전략이될수있을까?이와반대로,질문하는사람의압력에떠밀려어쩔수없이이야기를해야하는경우는언제일까?이런질문들은거대한상실,트라우마와결부된기원의서사를낙인으로기능하게만드는힘과결별한다.
1981년오염을이유로지역의몇몇우물을폐쇄한다는소식이사우스사이드전역에퍼지기전부터주민들은동네에심상치않은문제가생겼음을직감하고있었다.남녀노소를가리지않고너무나많은사람들이심각한질병(루푸스,백혈병,방광암,유방암,골암,림프종,심장질환등등)에시달리고있었고,저자와같이선천성장애를가지고태어나거나사산되는아기들도적지않았다.이때주민들은“이웃들에게무슨일이있었던거냐고물어보는단순한행위,즉진단에대해묻거나언제어디에서처음증상을알아차렸는지묻고,어디에서나고자라학교를다니거나일을했는지확인함으로써더깊은문제의거대한패턴을찾아냈다”.
특히멜린다버낼,마티모레노,캐럴루스세여성은주민들의이름과집주소,의료적진단내용을일일이머릿속에새기면서,지역사회에서막강한권력을행사하는산업체와정부기관에맞서피해입은개인들의이야기를수집하기시작했다.1980년대초TCE오염에대응하는시민단체‘깨끗한환경을위한투손시민들’을조직하여집단적인투쟁을이어나간또다른여성로즈어거스틴,투손시당국과휴즈를비롯한업계관계자들에의해묻혀버렸을거대한부정의에관심을가지고취재를이어나간끝에지속적인폭로기사를발행한기자제인케이의활약도빼놓을수없다.언론매체와관료들이오염된우물의폐쇄에관심을보이지않는다는데불만을느끼고직접조사에나섰고,지역사회가입은피해를취재했다.케이는앞서언급한세명의여성들로부터적극적인지원을받아500명이넘는주민들과이야기를나눴고,그지역에서발생한특정질병의비율과빈도를보여주는대단히정교한건강설문조사를개발해냈다.놀랍게도그어떤정부기관도나서서하지않은일이었다.
이처럼사우스사이드주민들의조직화와활동은애초개인차원의질병과장애경험에서시작되었다.주민들그리고‘깨끗한환경을위한투손시민들’의활동가들은이웃과친구들끼리얼굴을마주하고나누는대화에서,혹은기자제인케이와의인터뷰를통해테일러가질병과손상의‘기원이야기’(병이언제어디서어떻게출현했는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