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참는존재,똥같은존재:근대적이분법과식민화/콜론화의욕망
“우리는우리스스로를근대적이고문명화된존재로믿기위해그와완전히상반되는물질인배설물에대한사유를반드시,그리고끊임없이필요로한다.그점에서배설은우리를‘근대적’인간으로만든다.”
‘배설식민주의excrementalcolonialism’라는저자의용어가시사하듯,‘똥의배제’를통한근대화는특정집단과인종을배설물과결부시켜타자화하는‘배제의정치학’을동반했다.위생-오염,순결-위험,문명-자연,근대-원시,백색-갈색따위의이분법속에서부정적이거나열등한극단에해당되는것들은타인종에게폭력적으로투사되었고,그들은똥과결부된더럽고위험한존재로규정되었다.저자는‘식민화’를뜻하는‘colonize’의어근인‘colon’이‘결장’(대장)이라는뜻을지닌다는데착안하여,‘colonize’자체를‘식민화/콜론화’로중의적으로해석한다.여기서콜론화란쉽게말해어떤존재를‘결장’으로,즉‘똥’과결부된대상으로환원하고낙인찍는실천을가리킨다.또한저자는식민화/식민주의를“공식적인제국주의체제뿐만아니라,합리적인외양을갖춘다른모든형태의권력적불균형과정치적비대칭성을포괄적으로지칭”하는프로젝트로해석하고자한다.
독일철학자페터슬로터다이크를비롯해인류학자메리더글러스,정신분석학자쥘리아크리스테바등의글을읽다보면,20세기사회이론을쌓아올린요소들거의전부가똥으로점철되어있음을알수있다.특히슬로터다이크는근대성의등장을자신의배설물에서도망치려는도시인의필사적욕구와연결지었다.“그들에게도시라는공간의본질과변소의규칙은떼려야뗄수없는것이된다.”다시말해문명은똥에대한억압,그로부터의거리두기와탈취,비천함의승화를요구했다.여기서저자는변소,즉화장실로상징되는위생혹은면역적관계가기술적·법적·정치적인구조로실현될때근대성의요건이충족된다고보는슬로터다이크의논의를비틀고,브뤼노라투르의통찰을도입해그실천들의근본적인불가능성에주목한다.바로이지점에서“우리는결코근대인이었던적이없다”는라투르의유명한통찰은새로운의미를획득하게된다.“인간-비인간집합체와네트워크개념에주된관심을기울였지만,그(라투르)역시대부분똥에관해말하고있었던것일지도모른다.우리를이루는오물,우리안의감염,우리가원하든원하지않든근대성을가로막는것들말이다.우리는결코근대인이었던적이없다.왜냐하면똥으로부터자유로웠던적이단한번도없기때문이다.”
‘똥의배제’를통한근대화는특정집단과인종을배설물과결부시켜타자화하는‘배제의정치학’을동반하기도했다.일례로,20세기필리핀에서식민통치를확립한미국의식민지보건관료들은자신들이“불결하거나유해하다”고여긴배설관습을근거로필리핀인들의신체를배설물과동일시하며낙인찍고규율했다.이는“깨끗함에대한집착과그위태로움사이의복잡하고불균형한긴장관계”가피식민자들에게어떻게전이되었는지그과정을보여준다.세계의다른지역에서도별반다르지않았다.‘미국의석유왕’이라불리는J.D.록펠러가설립한록펠러재단은이른바‘저개발국가들’곳곳에변소를설치함으로써전세계적으로‘변소열풍’을주도하고‘변소세Latrinocene’를열었다.20세기초에이르러서는수천개,수백만개의변소가식민지곳곳에생겨나적도를둘러쌀정도였으며,이런사업은“사회의학”혹은“농촌위생”으로불리기도했다.
위생소외계층의“위생환경을개선하는작업에도움의손길을내밀어야”한다는명목으로이루어진이대대적인변소건설은실상“고귀한존재인백인들”을열등한존재인흑인,유색인의더러운배설물과그로부터비롯되는세균및기생충으로부터안전하게보호해야한다는강박에서비롯된것이었다.따라서록펠러재단,국제연맹보건기구를비롯한“20세기의국제기구들은변소와하수도가(...)백인성의경계를확장하여유색인들을거의‘백인’에가깝게만들되,결코완벽한백인이되지는못하도록작용하는핵심기술이되도록했다”.
진짜똥은어디에있는가:‘똥구출작전’의역설
그러나배척과억압에도불구하고똥과의거리두기는언제나실패하기마련이다.저자가라투르의유명한구절을빌려말하듯,우리는“똥으로부터자유로웠던적이단한번도없”다는점에서“결코근대인이었던적이없다”.똥을보이지않게만들기위해온갖기술과인프라,주문呪文을고안해내지만,똥은끝끝내되돌아와오염에대한불안과걱정을자아낸다.어찌되었든우리가우리의결장속에똥을지니고있다는것,매순간배속에서똥을생산해내고있다는것은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
심지어우리는‘과학’과‘예술’의이름으로똥을다시우리곁으로불러들이기도한다.코로나19팬데믹을계기로핵심적인감염병감시수단으로자리잡은하수역학(분변표본에서바이러스의흔적을검출할수있고,따라서하수모니터링이각종감염병에대한신뢰할수있는‘조기경보신호’를제공한다는분석에기반한다)이나,장내미생물군연구혹은저자가‘원기회복의인류학’으로지칭하는분변이식술,대변캡슐,대변을사용한관장액등은똥이지닌새로운생의학적가능성을적극적으로발굴했고,이로써똥은오랜낙인과오명을벗고사람들을매료시키기시작했다.현대인류학역시아프리카,남아시아(인도)등의여러지역에서원시사회를중심으로똥에대한민족지연구를수행함으로써‘똥구출작전’에적극적으로동참했고,‘배설적전회excrementalturn’라고할만한것을보여주었다.
이뿐만아니라‘똥을장르로한예술shitart’,즉배설물을소재로한현대미술은똥과오물을소환하여‘문명의가냘프고피상적인속성’,그리고그문명에언제나어두운배설의그림자가드리워져있다는메시지를전하고자했다.배설물에관한언급은정통유럽미술내부에서도이따금존재해왔지만,그관심이본격적으로확산된것은20세기에이르러서였다.기존의유럽예술에반발심이가득했던예술가들은똥을통해‘원시적인장면’을호출해내고자했고,똥을경유하여짓궂은위반과신성모독의양식으로표현했다.
마르셀뒤샹의〈초콜릿분쇄기2번〉에서부터(이책의한국어판표지에실리기도한)피에로만초니의〈예술가의똥〉(1961,배설물이담긴캔90통에작가자신의서명을한작품),빔델보예의〈클로아카프로페셔널〉(2010,음식을배설물로변환시키는배설기계를설치해배설물을수집하고,그것을레진용기에담은작업)에이르기까지,“지난60년간똥을장르로하는예술이보여준폭발적번성은단순하게요약될수있는현상이아니다”.많은비평가들이지적하듯,예술계에서똥을주제로한사례는무척이나흔하며그런작품들은질서/규범위반에대한상상력과‘순수한미적즐거움’을전달하고자한다.
그러나저자가보기에비교적최근의흐름인이매혹과탐구역시멸균과위생에대한집착에서결코자유롭지못하며,그점에서위생-오염,순결-위험,문명-자연,근대-원시,백색-갈색과같은근대적이분법을재생산하는데기여한다.말하자면예술과과학은질서와정체성에대한기존감각을흐트러뜨리는배설물의가치를새롭게평가지만,그것을일종의“대항-생명정치”로서동원하지만,근대세계의공고한이상인‘위생정치체’모델자체를근본적으로해체하지는못한다.“공교롭게도‘동원된다’는말은실제로사회적으로수용가능한것들의집합안에흡수된다는것을의미한다.”
따라서우리가예술적·과학적재현물들에서보게되는것은근대적이고백인적인정체성을위협하는그비천한물질자체가아니다.그것은“캔이나병속에봉인되어있거나이미지속에소외되어있고박물관과미술품시장에서일정정도거리를두고바라볼수있는물신화된똥의대체물”이며,“깔끔하고정돈되어있으며,순서대로정렬되어있고,심지어는유익하기까지하며,물론냄새도나지않는”(똥의)상징적등가물일따름이다.똥과항문을복권시키고,지배적인담론속으로편입시키는시도는역설적으로그것의절대적인타자성을제거하는방식으로이뤄진다.그어디에도진짜똥은없다.
되돌아오고되돌아오는똥:세계는어떻게근대가되는데실패하는가
이렇게볼때똥은“근대인인우리가우리자신의신체기능과함께살아가는데얼마나어렴움을겪고있는지”보여주는강력한대상인지도모른다.우리는각종과학적의례와장치를동원해똥을추상화하며통제가능한대상으로만들고자하지만,그런시도들역시결국에는임시방편에그칠뿐이다.이처럼배설물을소외시키거나제거하는작업은근본적으로불안정하며,똥은잊을만하면다시돌아와오염에대한새로운불안과걱정을자아낸다.“추방하거나기록함으로써안전한물체로둔갑시키려는우리의노력에도불구하고,똥은여전히‘비천한’모습으로남아있다.우리가있는힘껏밀어내고소외시키지만우리와영영완벽하게분리될수는없는어떤것으로서말이다.”
따라서이책은세계가똥을정화함으로써어떻게근대를이루었는가에관한이야기가아니라,정반대로“세계가근대가되는데어떻게거듭실패하는가에관한이야기”다.옮긴이들은이런이야기를한국의맥락에적용하여논의를이어간다.한국은똥을거름으로활용함으로써농작물을키우던‘순환’의시기를지나1970년대급격한도시화과정에서‘화장실혁명’을이뤘다.그이후로“재래식화장실은수세식화장실로대체되었고,그곳에서배출되는하수를운반하기위해지하하수도망이설치되었으며,곳곳에하수처리장이건설되었다”.이제한국의하수인프라는상당한수준에이르렀고,코로나19팬데믹시기에도“지역별하수처리장에서정기적으로하수시료를채취해데이터화하고방역정책결정에참조하는등세계적흐름을주도했다”.
이와같은‘화장실혁명’혹은‘하수혁명’에도불구하고똥과의단절은결코완벽히달성되지않았다.다시말해똥을정제하고안보화하려는우리의노력은지속적으로실패하고있다.2022년여름,서울관악구신림동의한일가족이하수관로가역류하며밀려든빗물과오수때문에목숨을잃었던사건은향기로운공중화장실을자랑하는한국마저“반복해서되돌아오는똥의공격”에서자유로울수없음을선명히보여주었다.그러한위협은“소외되고취약한사람들에게가장먼저,가장가혹한방식으로”닥치지만,정작인분과관련한대부분의역학연구는“중산층이상의지역사회와그들의하수도,다시말해잘정비된하수시설을향유하는30퍼센트의인구를중심으로”이루어지고있는것이지금의현실이다.
똥과함께사유하기:익숙한것을낯설게바라보기위한감각
“똥에대한반응은우리가누구이고,어떤인간이되기를갈망하며,우리가무엇이아닌지를생각하는데중요한재료가된다.그러므로똥이란그것을가지고,그것에맞서며,그것의곁에서사유하기좋은대상이다.”
저자가제안하는‘똥과함께사유하기’란우리가똥에서자유로울수없으며,따라서결코근대인이될수없다는불편한사실을인정하는차원에그치지않는다.그것은곧위생-오염,순결-위험,문명-자연,근대-원시,백색-갈색과같은여러이분법에문제를제기하고,질서와경계를거슬러사고해보자는제안이다.
똥은“식민주의가애써구축했던우월한몸과열등한몸사이의경계”를뒤흔들고,“몸안과밖의경계”도흐려놓으며(어째서몸안에있을때는불결하게여겨지지않던똥이항문을통과해배출되는순간더럽고냄새나는물질로간주되는가),“가치있는것과가치없는것의경계”역시뒤흔든다(똥은과학자들이건강정보와새로운에너지원을얻기위해심혈을기울이는자원이기도하다).“이처럼똥은계속해서혐오의대상이자희망의원천으로작동하고있으며,우리가근대성의문법이라여겨왔던이분화된사고방식을끊임없이거스른다.”
더불어똥을배제하고정화하려는근대적실천에대한저자의예리한비판을새기는것만큼중요한것은인류가“그러한실천을손쉽게부정하거나포기할수없음을인정”하는것이다.즉이책의통찰은우리가재래식화장실로되돌아가야한다거나,높은수준으로이룩된하수도,하수기술을부정해야한다는데있지않다.그런과학기술이실제로인간을여러건강위협으로부터보호해주고,평균수명을연장해주며,수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