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라는바람에오줌갈기기,
마르크스와의조우
저자는책의서론으로마르크스와의조우를말하기에앞서,아버지와의한일화를끌어온다.트럭운전사로평생을일하며퇴근하면텔레비전을보다가잠들곤했던아버지는언젠가부터‘마르크스’니‘헤게모니’니하는저자의말을못마땅하게여겼다.여느날처럼한바탕논쟁을벌인날,저자의아버지는이렇게말한다.“앤드루,자본주의하고싸우는건바람에오줌을갈기는거라는걸모르겠냐?”저자는물론아버지가옳았다고인정하면서도,그가한가지는알지못했다고적는다.자본주의라는바람에오줌갈기기라는이시도가희한하게도종국에는우리에게행복을안겨줄것이라는사실을말이다.
오늘날‘마르크스’라는말에서많은이가받는인상도저자의아버지와그리멀리떨어져있지않다.저자가아버지와의일화로서론을시작한것도이제는오래된문서철속에보관된듯한마르크스와‘조우’한다는게도대체가능하기나한일인지의문을품는독자들에게다시금말을걸기위해서일것이다.많은이에게“마르크스는폐교된소비에트학교,즉1973년어느추운겨울날아침에마지막으로달력을넘긴곳이다.반세기동안보거나듣지못한것과어떻게‘조우’한다고말할수있겠는가?”
저자는박제된이론으로서의마르크스주의가아닌“견제받지않는이윤추구가가한손상에대한삶의응답”으로서마르크스와의조우를다시안내하겠다고나서며,마르크스주의를교리문답이나단순한‘이론’으로규정하는오해를벗겨내고‘경험’의언어를들이민다.이때의경험이란세계일주나색다른음식을먹어보는그런일이아니라,“삶의모든생생한결정성속에서지금여기와의체계적인조우를통해갈가리찢어졌다가다시얼기설기끼워맞춰지는것을의미”한다.그경험은부나명예,소유와소비가안겨주는쾌락과는비교할수없는다른감각으로우리를‘좋은삶’으로이끈다.
자본주의는어떻게우리를슬프게하는가?
현실을갈망하는사람들을위한마르크스주의
이책의강점은지극히일상적이고세속적인사례들로자본주의하에사는우리가느끼는설명하기어려운답답함,불안,소외,우울등을언어화하며마르크스주의가이를어떻게다르게경험하게하는지들려준다는것이다.예컨대자본주의하에사는우리에게흔히즐겁고재밌는일로학습되는‘쇼핑’이라는행위를마르크스주의자가어떻게경험하는지서술하는대목은설명하기어려웠던쇼핑의피로감과허탈함을인지하는데도움이된다.
“많은마르크스주의자에게쇼핑은일에서벗어나기분전환을하는치료요법도,느긋한자기표현의수단도아니며,일종의부드러운강제징집으로경험된다.우리에게쇼핑은대개여가로가장한노동이다.정말로불쾌하고,대부분무의미하며,결국소외되는(자기를포기하는)실천으로,최대한피하고싶은일이다.상품생산과교환에기반한사회,우리자신이만들거나키우지않은제품이나농산물만소비하는사회에서쇼핑은한정된에너지와주의력과시간을의무적으로지출하는행위다-그저생존하기위해농경이전채집생활을자본주의식으로해야하는것이다.”(88쪽)
쇼핑과함께출퇴근과임금노동이라는일상은자본주의하에사는우리가슬픔을느끼는대표적인시간이다.우리는일에서구원을찾지만,일은결코우리를구원하지못한다.마르크스주의자는노동에대해아무것도기대하지않는다.저자는아주간단히이렇게말한다.“임금노동은사태를악화시키는노동이다.그것은-모든외부효과를고려할때-손실로귀결되는노력이다.”그리고바로이런인식이노동에대해흔히가지는태도인애착과실패,희망과실망의순환으로부터벗어나게한다.“마르크스주의자는이미손댈수없이소외된노동의불가피한불만족과실패로부터기묘할정도로자유로운상태로일터에도착한다.”(114쪽)이는분명비관적진단이고태도이지만,그렇다면‘무엇을할것인가?’라는삶의본질적차원의‘노동’을고민하게한다는점에서확실한기쁨이기도하다.
분노는어떻게삶을바꾸는가
마르크스주의자의삶에서분노를떼놓을수있을까?좌파생활이란어쩌면무수히많은것들에줄곧분노하는생활인지도모른다.마르크스주의를조우하고나면,세상과다른방식으로관계맺고나면,정치든경제든사회든온통분노할일투성이니말이다.그런면에서분노란지식의이면이지만,한편에서우리삶은‘긴장을풀라’는명령에지배받는다.그이유가‘건강’이든‘정신적평화’든‘화합’이든간에자본주의사회는마음을가라앉히고진정할것을끊임없이권한다.
하지만중요한것은분노를가라앉히거나피하는문제가아니라,어디로겨냥할것인가다.마르크스주의자의과제는분별력있는분노를지적으로유통하고조직하고확산시키는데있다.분별력의문제는특히중요하다.분노란때로무지에서도(페미니즘에대한분노,전장연의출근길시위에대한분노,퀴어에대한분노,‘부정선거’등각종음모론적분노)기인하기때문이다.저자는분노의이유가구조적불평등과차별에대한것인지,무지나혐오또는특권의좌절에관한것인지분별할것을강조하는한편,분노를단순히‘나쁜감정’이아닌합리적으로사유할수있는(그리하여변화를상상할수있는)우리역량의결과로재인식할것을권한다.
조직화,그리고복잡성을사유하기
마르크스주의와조우했다는것만으로삶이달라지긴어렵다.지식은지식일뿐이니말이다.삶이란결국행위인데,그렇다면마르크스와조우한우리는세상을다르게바라보는데서나아가무엇을할것인가.저자의제안은‘조직활동’이다.기꺼이정치적삶에뛰어드는것만이자본주의의유순한주체가되지않는확실한방법이라는것이다.
한편저자는자본주의에대한문제의식을공유하는것과별개로,마르크스주의자들사이에무엇이효과적인정치전략인지합의가이루어진것은아니라며,이는정치적입장에서도마찬가지라고말한다.모든마르크스주의자가혁명을말하지는않는다.모든마르크스주의자가자본주의를완전히폐지해야한다고생각하는것도아니다.모든마르크스주의자가같은종류의정치를지지하지도않는다.어떤이는변화의주체로정당을강조하는반면,누군가는노동조합과사회운동의연합을우선한다.자본주의를대체하는사회에관한구상에서마르크스주의자들사이에는끝없는논쟁이펼쳐진다.마르크스주의안에서제기되는여러주장의복잡성을자세히살펴보는일은좌파생활을이루는또하나의확실한즐거움일것이다.
추천사
저자는“마르크스주의자기계발서”라는모순된표현으로이책을스스로정의한다.자기계발의정의자체를뒤집는것이다.마르크스주의이론을삶으로실천할때겪을수있는곤란함과어려움을드러내며이론과일상사이를오간다.노동과여가,사랑과우정,시간과장소등우리삶의모든것을아우른다.‘금융치료’라는말이아무렇지도않게유통되는시대다.부패한냄새가진동하는세상에서개인들은소비와자극적쾌락으로분노를잠재우고고통을치료하려고한다.그런이들에게이책은“그릇된삶을올바르게살수는없다”는아도르노의말을환기시킨다.분노는결코금융으로치료되지않는다.분노할일에분노할줄모르도록쾌락적소비와투기에집중하게만드는자본주의의감언이설일뿐이다.이책을읽다보면점점더확실해진다.마르크스주의자는페미니스트가되고생태주의자가되어야한다는것을.우리의창조적이고사랑하는삶을위하여,우리사회의물질적,정신적“기반구조자체를퀴어화”하자!
-이라영(예술사회학자,《쇳돌》저자)
불안과소외가우리의일상과마음을지배하고있다.자기계발서들은하나같이무한경쟁에뛰어들어타인을물리치고승자가되어야한다고말한다.그래야만부자가되고,간신히행복을쟁취할수있다고말이다.《좌파생활》은경쟁주의적승자독식의세상을살아가는방법으로기꺼이‘마르크스주의자’가될것을제안한다.마르크스주의를진지하게받아들였을때한사람의몸과시간,정신과습관에벌어지는일들에대해이야기한다.얄팍한처세술을알려주거나동시대문제를외면하는방식이아니라,세계와일상에대한날카로운비판의식을통해한번뿐인삶의주체로거듭나는방식으로다시‘좋은삶’을이야기한다.
이책이말하는마르크스주의는젊은날의치기나박제된이론이아니다.그것은자본에영혼을빼앗기지않고,지식과연대의쾌락을누리며,우리내면의주권을지켜내는해방적삶을위한실천이다.“이제껏본적이없는규모의집요함과창의성,유연성과상상력,실험정신과문화적변화,초민족적협력”을만들어내는일이다.물론우리는마르크스주의에대한수많은편견과오해의장벽을넘어서야하고,《좌파생활》은그장벽을넘어설수있도록안내한다.넓은사막에외로이선채도대체어떻게싸워야할지몰라답답하고막막하다면,이책이우리안에잠들어있는‘아직시작되지않은봉기’의순간을깨워낼나침반이되어줄것이다.
-홍명교(플랫폼C활동가,《사라진나의중국친구에게》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