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쁜놈’은없다
오직외면된‘진실’만있을뿐
“양심이란손끝의가십니다.빼어버리면아무렇지도않은데공연히그냥두고건드릴때마다깜짝깜짝놀라는거야요.”
이범선,『오발탄』
지난세기,E.H.카는『역사란무엇인가』를물었고마이클샌델은『정의란무엇인가』를논했다.물음과논의는본질적으로탐색의과정이며,탐색은곧‘보이지않는것’을찾는행위이다.요컨대‘역사란무엇인가’는역사의불명을지적하는말이고‘정의란무엇인가’는정의의실재를의심하는말이다.그렇다면지금우리에게“진실이란무엇인가”를묻는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가.이는결국설의적물음으로서진실부재의경종이다.
‘팩트체크’라는말이마치유행처럼떠도는금세기,어느새진실은‘게임’으로전락했다.부분의사실은쉽게진실을호도하고왜곡된진실의전말은그러나아무도돌아보지않는다.그렇다면훼손되지않은오롯한진실은이제종적없이사라졌는가.아니다.진실은여전히제자리에있다.다만우리가핵심을피해곁눈질하는데익숙해졌을뿐이다.양심은빼버리면그만이고,진실은외면하면그만이다.그렇게굴절된시선속에서자신의허물은축소되고타자의책임은확대된다.그러므로진실은점차더‘불편한’것이될수밖에없다.“불편한진실”을직시하고자하는저자의자세는결국이러한악순환의고리를단절하겠다는결연한선언이다.
韓의정치적무감각,日의역사적멍에
北의군사적과신,美의도의적무책임
표리부동表裏不同의‘동북아공동체’,평화의길은어디에있는가?
지난2023년7월19일새벽,북한이두발의탄도미사일을기습적으로발사했다.한미확장억제협의체출범과미국의전략핵잠수함부산기항에반발하는것으로추측되고있는북측의이러한‘도발’은,언젠가부터한국사회에서는예삿일정도로취급된다.이른바‘MZ세대’로포괄되는밀레니엄세대가이미기성세대에편입되기시작했다.현세대의주역들에게실제적인‘전쟁의공포’는존재하지않으며,따라서이들에게미사일과핵으로대변되는북측의‘위협’은다만요구와‘응석’의몸짓에지나지않는다.그럼에도여전히‘군사적도발’은계속된다.한때‘남-북-일-미’사이에팽팽하게흐르던긴장은사라졌지만,서로의이해관계와역학관계가충돌을반복하는이상누구도이‘힘겨루기’의장을벗어날수없는것이다.
『불편한진실』의저자박홍영은이지난한줄다리기속에서각국이외면하고은폐하려는‘진실’을짚어나간다.남-북관계에서일어나는갈등의핵심에는‘한반도평화에대한한국(남)의정치외교적무감각’이있고,‘외교카드일지언정목표는아닌’것이자명함에도자국편의에따라군사력을남용하는북한의횡포가있다.그뿐인가.한반도와인접한나라로서북한의군사도발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는입장을주지하면서도‘역사적멍에’를면피하기위해본질을에두르려는일본이있고,한국의‘외교적무감각’과일본의‘과거사선긋기’를초래한실권세력으로서‘동아시아의평화와번영문제’에‘도의적으로무책임하게대응’하는미국이있다.여기서다시한번,왜진실이‘불편’한것이되었는가가명료해진다.상대방의진실회피를면책面責하려면스스로의면책免責을위해외면했던진실과대면해야한다.하여모든문제는,단지내입장에서‘나쁜놈’에불과한상대방의허물에기인하는것도아니요,차마‘나쁜놈’은되기싫어자신의실책은등한시하는나로부터비롯되는것도아니다.각자의이해관계에만몰두해본질은곁눈질하면서,서로‘눈가리고아웅’하는모든진실유기자들에게죄를물을때다.
역사의비극을기억한다면,정의롭게깨어나투쟁하라
‘불편한’진실과의대담大膽한대담對談
그간의‘한(남-북)-미-일’간의정쟁사政爭史에서제대로매듭지어진것은대체무엇이있나.가까스로결말에도달했다고생각하면,그저실이엉켜나아갈수없는상태가된것을아퀴로착각했을뿐인경우가부지기수다.저자박홍영은조각난채가려진『불편한진실』을조명하기위해꼬일대로꼬인타래의기원을찾아‘일본민주주의의정체성’으로거슬러올라간다.그는‘패전민주주의’로서‘미국식민주주의’체제를받아들인이후미국의전략뒤에숨어‘과거사의법적종결’이라는면피적논리로일관하는일본을꼬집고,냉전시기‘소련’으로대표되는공산주의이념과경쟁하기위해이해당사자간의입장을무시한채‘아군’의유책회피를‘묵인’해온미국을직시하며,실리추구를위해무력을전략삼으며‘벼랑끝’에서윽박지르는북한을통찰하고,미국의개입을용인함으로써주도권을잃은채‘정치적삼팔선’밖으로내몰린한국에게문책한다.그가“진실이편하거나이익이된다면진실을강조할이유가적어진다.”라고상기하듯,진실은드러날수록만인을불편하게만드는성질이있다.“그럼에도진실을밝혀야하는이유는”“부분의진실이전체를진실로덮어도안되고,부분의거짓이전체를거짓으로덮어도안”되기때문이다.“공동체의문제라면예외없이진실”이그대로드러나야정의가작동할수있고,근본정의가바로잡힌사회여야우리가철학적실존재로서‘인간답게’살수있기때문이다.이는단지정치외교적시안에한정된이야기만은아니다.역사적‘사실’을포획하여‘정의’가무엇인지답하고자한다면,우리는불편하더라도끝내대담大膽하게‘진실’과대담對談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