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수사학』,『공자의수사학』,『군자프로젝트』등을통해『도덕경』과『논어』속의정치윤리에대한해설을펼쳤던안성재교수가신간『도덕,성인,군자』로돌아왔다.『도덕,성인,군자』는수사학적접근을기반으로『도덕경』과『논어』를톺아가며어렴풋하게만느껴졌던‘도덕,성인,군자’의개념을보다명징하고선명하게해설해주는훌륭한길라잡이다.안성재교수는『도덕경』과『논어』의번역문및원문을우선적으로제시한후,노자와공자의현학적인표현들을보편적인예시와알기쉬운현대어로풀이함으로써자칫난해하게느껴지기쉬운추상적개념들을구체적으로형상화해분석한다.또한『도덕,성인,군자』는“갑골문을보면‘설립(立)’은‘큰대(大)’와땅(一)이합쳐진모양입니다.즉땅위에우뚝서있는커다란물체의모습을그려낸것으로,‘설립(立)’은단순히서있다는뜻이아니라,‘쉬이움직이지않고확고하다’,‘머뭇거리지않고확실하게하다’라는뜻을지니고있음을알수있습니다.”와같이상형문자인한자의기원을추적하고해설하는방식으로한자원어와번역어사이의괴리감을줄이고,원문이전달하고자하는참의를보다분명하게짚어나간다.베테랑교수답게실제강의를진행하는듯한친숙한구어체를채택해지루함은줄이고몰입감을더한것역시『도덕,성인,군자』가가진장점이다.누구나이해하기쉽게쓰여진‘눈으로읽는한편의강연’『도덕,성인,군자』는동양고전철학에서빼놓을수없는개념인‘도’,‘덕’,‘인’,‘의’에대한심도있는해석을원하는독자에게는지식의깊이를더해줄심화학습서가,배경지식없이첫발을떼려는독자에게는친절한기초입문서가되어줄것이다.
“도를닦고덕을쌓아성군이되어야한다”?
쉽게쓰는도道,정말로아십니까?
누군가“도를아느냐”라고물었을때선뜻“도를안다”라고대답할수있는이는별로없을것이다.우리는“도를닦는다”,“덕을쌓는다”라는표현을마치관용어처럼쉽게사용하지만실제로‘도’나‘덕’이무엇인가에대해서는좀처럼알지못한채살아간다.더군다나‘옛성현聖賢들의말씀’이란대개복잡하고모호한은유로이루어져있기마련이니,현대를살아가는우리가배경지식없이독해하기란쉬운일이아니다.동양철학,특히나동양의정치철학에입문하고자한다면반드시짚고넘어갈개념인‘도덕’,‘성인’,‘군자’.안성재교수의저서『도덕,성인,군자』의풀이를통해‘도’의세계를헤아려보자.
[수사입기성(修辭立其誠),소이거업야(所以居業也.)]
이제위에서정리한내용을토대로“수사입기성(修辭立其誠),소이거업야(所以居業也.)”구절을풀이해보면다음과같습니다.“복잡하고난해한말을쉽게잘풀어서상대방이이해하도록하고(수사)그개념을아는데서그치는게아니라머뭇거리지않고확고하게몸소실천하게하면(입기성),비로소공로를세울수있게된다(소이거업야).”(15쪽)
도(道)라는것은‘가려는곳으로머리를향하고,쉬엄쉬엄가는길’이라는표면적인의미를지닙니다.그렇다면우리는어떤길을갈때쉬엄쉬엄가려할까요?목적지가바로눈앞에보이는데도그럴까요?아니면가야할길의끝이보이지않을때비로소걸음을재촉하는걸그만두고,마음을차분하게하여꾸준히걸어가려할까요?(52쪽)
성인이라는존재는자기자신이늘부족하다고여겨서신중하고도끊임없이노력해만들어낸결과이지,어느날갑자기하늘이덜컥만들어서이세상에내려보낸인물이아닙니다.결국에는성인도우리와같은사람입니다.다만그들은이처럼시종일관신중한자세를지켰을따름이죠.(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