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급 전범재판

BC급 전범재판

$16.00
Description
BC급 전범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서 시행된 심판이었다. 죄를 다스리고 마땅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라는 이유로, 그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오류들은 쉽게 지적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의도가 정의롭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그 정의마저 와해되기 마련이다.

이를 직시한 『BC급 전범재판』의 저자 하야시 히로후미는 “일본계 일본인 남성”, 즉 ‘전쟁범죄 가해국’의 시민으로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불리한 입장에 있으면서도 조심스럽고 냉철하게 사실을 짚어 이 책을 집필했다.

그가 펴낸 『BC급 전범재판』은 전쟁 후 ‘누가’ ‘무슨’ 죄로 기소되어 ‘어디에서’ ‘어떻게’ 재판받았는가에 대한 사실적 정보에서부터 해당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은연중에 작동해온 각 세계의 비겁한 진실에 이르기까지를 통렬하게 해부하며 ‘심판’의 역사에 숨겨져 있던 문제들을 심판하는 책이다. 그날, 심판의 저울은 과연 정의롭게 기울었을까?
저자

하야시히로후미

저자:하야시히로후미
1955년일본고베에서태어나도쿄대학을졸업하고히토쓰바시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간토가쿠인대학의교수이다.주요저서로『제국주의군대와성:매춘규제와군용성적시설』(2021),『일본군‘위안부’문제의핵심(日本軍「慰安婦」問題の核心)』(2015),『전범재판의연구전범재판정책의형성부터도쿄재판과BC급재판까지』(2010),『오키나와전강요받은자살』(2009),『화교학살일본군지배하의말레이반도』(1992)등이있다.

역자:이재우
1989년전라북도익산시에서태어나일본어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중국전선종군기』(마르코폴로,2023),『한국의행동원리』(마르코폴로,2022),『미일안보체제사』(어문학사,2022),『일본‘우익’의현대사』(오월의봄,2019),『청일전쟁국민의탄생』(오월의봄,2018)등이있다.

목차

서문…3

서장
왜지금전범재판을다루는가?…11
1.다양한재판
2.전범재판을보는시점

제1장
왜전쟁범죄를심판하게되었을까?…31
1.연합국내의논의
2.미국이주도한주요전범재판구상
3.BC급전범재판의방식

제2장
전범재판은어떻게진행되었을까?…59
1.재판수속
2.전범재판의경과
3.재판의전체적특징
4.전범재판의종료

제3장
8개국의법정…87
1.영국-위신회복을노리는가운데
2.미국-육군과해군의재판
3.호주-강경한대일자세
4.네덜란드-일본과인도네시아사이
5.필리핀-주민학살을재판하다
6.중국-두개의정부가실시한재판
7.프랑스-재판하지않은민중피해
8.소련-어둠속의재판

제4장
재판받은전쟁범죄…129
1.아시아민중을대상으로한범죄
2.포로범죄
3.소녀를대상으로한범죄

제5장
재판한자와재판받은자…161
1.일본군이이용하고버린전범들
2.범죄은폐공작
3.재판받지않은자
4.재판한자들의문제

제6장
재판이끝나고-전범석방…195
1.형집행과평화조약
2.전범석방을향한움직임

마지막장
BC급전범재판이란무엇이었을까?…209

후기…225
BC급전범재판관계연표…228
참고문헌…232

출판사 서평

제2차세계대전이끝난후세계는‘다시는이와같은참극을반복하지않겠다.’라는의지를담아‘전쟁범죄’의개념을정의하고‘전쟁범죄가해자’를색출했다.이시기에새로정립된전쟁범죄는그유형에따라A조(반평화범죄),B조(통상적전쟁범죄),C조(반인도적범죄)로분류되었고,각조에해당하는범죄를저지른‘전범’들은아시아및미국과유럽,호주와네덜란드등각국에서전범재판의심판대에올랐다.여기까지만보면BC급전범재판은그저평범한‘죄와벌’의이야기다.하지만한가지,우리가반드시짚고넘어가야할것이있다.그때심판대에오른5,700여명의전범들은모두천인공노할범죄자였을까?그리고그날,심판의저울은과연정의롭게기울었을까?

“BC급전범재판을비판하는것은결국전쟁지도자들의책임,
나아가일본이라는국가의책임을밝히는일이다.”

BC급전범재판을지적하는것은결코간단한일이아니다.설령그것이정말문제투성이의재판이었다고하더라도BC급전범재판은전범가해자를심판하기위한‘정의’로써시행되었기때문이다.정의의수단을재단하는일은필연적으로정의를호도하고불의를옹호하는논리와연결되기쉽다.그러나『BC급전범재판』의저자하야시히로후미는“일본계일본인남성”,즉‘전쟁범죄가해국’의시민으로서비판의목소리를내기불리한입장에있으면서도조심스럽고냉철하게사실을짚어나간다.‘철저한반성’과‘참극의재발방지’를염원하는그는의도가정의롭다는이유만으로잘못을바로잡지않으면,결국그정의마저와해되기마련이라는것을직시하고있는것이다.

“‘대일본제국’은식민통치당시
‘식민지주민역시일본인’이라며전쟁에동원했으면서
일본이전쟁에서패배하자
그들은‘일본인’이아니라며외면했다.”

BC급전범재판에서발생한오류에서주목해야할것은크게‘누가’,‘무엇을’,그리고‘어떻게’다.

누가:전범으로지목되어기소된것으로확인된것은약5,700여명,이들중에는최종유죄판결을받은148명의한국인이있다.대개포로수용소의감시원으로서C조(반인도적범죄)에의거해재판받았으며,이들중단세명만이‘군인’이었고대부분은당시일본의식민지배를받고있던조선의국민으로서강제징병된‘지원병’이거나‘군속’이었다.그들은전쟁당시‘일본인’으로서일본군에소속되어있었으므로전범재판에서가해자의위치에섰지만,정작일본측은‘식민통치가끝난시점에서이미그들은일본인이아니다.’라는논리를앞세우며그들과선을그었다.그리하여조선인을비롯해“대만인,사이판인,로타(Rota)인,윌타,니브흐등”일본의지배아래있었던각지의시민들모두가선밖으로추방되어어디에도소속되지못하고,누구에게도보호받지못하는신세가되었다.정작그들을지휘했을책임자들은‘현장에있지않았으며부당한명령을내렸다는증거가없다’는이유로처벌받지않은경우가부지기수다.

무엇을:전범재판은기본적으로앞서말한A,B,C조항에따라진행되었지만,같은C조,즉반인도적행위를저지른경우라도식민당국이었던일본측이피식민지국민이었던한국인여성을일본군‘위안부’로이용한것은국제법상전쟁범죄로보지않았다.일부“서구여성이강제로‘위안부’가된사례는재판했어도아시아태평양지역의주민이유린당한경우를재판하는일은없었”던것이다.또한일본측의중경폭격과같은무차별폭격이나일본군이중국전선에서독가스를사용한사례역시대부분전범재판에서다뤄지지않았다.독가스전의경우,미군소속인아이젠하워육군참모총장이도쿄재판에서의독가스사용기소를중지하도록요청한사실이있는데,이는전례를남길경우차후전쟁에서독가스를사용할수없게될것을우려했기때문인것으로보인다.‘전쟁의참화를방지하겠다’며재판을시행했지만모든피해자를동등한시선으로바라보지도않았고,혹여발생할미래의전쟁시편의를대비해선택적으로단죄했다.

어떻게:재판당시“피고를자의적으로선정한경우나사람을착각해서엉뚱한사람을처벌한경우가적지않았다”.이는전쟁직후의혼란과열악한여건속에서발생한실수일뿐일지도모른다.하지만“반대신문없이선서진술서를증거로채용해피고에게매우불리한상황을만들었다는점”이나“피고인이변호기회를충분히받지못했으며”,“검찰측의증언을일방적으로채용했다는점”,그리고통역문제로“소통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았던점”등을고려한다면문제는증폭된다.다만저자인하야시히로후미는일본의우익들이이러한오류를토대로‘BC급전범재판은잘못된보복성재판’이라고주장한다는사실에우려를표하며,이지적들을“사례별로검토하는작업없이모든경우에단순적용”해서는안된다고명시한다.

“법은강자의횡포를정당화하기위해서가아니라
일반인들의자유와권리를지키기위해작동해야한다.”

‘소잃고외양간고친다’라는말이있다.지나간일을후회하는어리석음을지탄하는말이다.그러나완벽하지않은인간이모여이룬사회에결함이없을리만무하니,결국인류의역사는항상소잃고외양간고치는일의연속이었다.후회는과오를인식하는데서시작되며,반성은기회를자각하는데서출발한다.철저한자기비판과성찰을밑거름으로과오를딛고나아가야미래가있는것이다.『BC급전범재판』은바로그러한전진에의열망으로가득한책이다.하야시히로후미는“일본군이자행한학살에서가까스로살아남은”피해자의입장과“일본군이이용하고버린‘전범’들”의입장이외면받지않기를바라는의지로,그러므로우리가국제사회속“무법자의동맹”이될지,혹은“평화를위한주권자”가될지바르게판단하기를소망하는마음으로이책을집필했다.그가말했듯이,법은강자의횡포를정당화하기위해서가아니라일반인들의자유와권리를지키기위해작동해야한다.그리고그정의가결코스스로수행되지않는다는것을우리는항상기억해야할것이다.바름은끊임없는검열과노력으로이루어진다.더나은세상을위한진일보를기약할때,『BC급전범재판』은우리가미처짚어내지못했던과거의오점에어떻게접근해야할지가르쳐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