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20.00
Description
경성일보 현상 소설 수상작 『春を待つもの』 최초 번역
1930년대, 가깝고도 낯선 조선의 일본인 이야기
『봄을 기다리며』의 작가 야마시타 하루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무렵 부산으로 건너”와 “스물한 살까지 조선에 체재한 재조일본인 여성이다.” 즉, 『봄을 기다리며』는 ‘식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식민지’ 조선에서 생활하며 보고 겪은 바를 그대로 녹여낸,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시각에서 쓰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 곳곳에 투영된 작가의 재조일본인적 시각이 ‘한국인 독자’의 시선과 마주하는 곳에서, 『봄을 기다리며』는 비로소 새로운 양상의 소설로 접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인 독자에게 『봄을 기다리며』의 주요한 가치는 “일본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활하며 일본식 절기나 관행, 문학적인 취향을 그대로 이어”가는 ‘식민자 일본인’들의 시각 속에서 철저히 배제된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봄을 기다리며』를 통해 1930년대의 경성을 함께 거닐며, 당대를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 풍경 속에서 ‘그들’은 포착하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저자

야마시타하루코

山下ハル子

1907년일본도쿠시마현에서태어났다.부산제2심상소학교,경성제일고등여학교를졸업했다.『경성일보』1만호기념현상소설모집에서「봄을기다리며(春を待つもの)」로2등에당선되었다.

목차

재앙…6
두마리의공작…16
봉오리…28
지요코의남편…37
하나의희망…53
구멍…69
별거…97
귀국…114
사자…130
장미…155
미로…167
남자들과여자들…187
미끼…206
재회…218
여행…238
아이코의결혼…257
나쓰에…273
원산으로…281
해바라기…302
가을…325
메이크굿…342
우정…350
봄을기다리며…364

해설…381
연재회차일람…387

출판사 서평

장르적으로간단하게축약할수있다면,『봄을기다리며』는평범한통속소설에속한다.남녀간의사랑과배신,흔들리는우정과믿음,정략혼아래엇갈리는마음,가문의흥성과몰락,이루지못함에애태우는불온한연정…….다각도로얽히고설킨인물들사이에서벌어지는크고작은사건들이그야말로‘일희일비’를교차시키며숨돌릴틈없이이야기를끌어간다.다소비판적인시각에서는“형식적으로나정서적으로나신파조의멜로드라마를연상시”키는작품이라고도볼수있을테지만,당시현상소설모집공고를냈던신문사에서“그냥낙선시키기가아까워서2등을신설”까지해가며당선작으로뽑아약5개월동안연재지면을할애해준작품이니,『봄을기다리며』의“사건이끊임없이이어지고감정의기복이크게흔들리는전개”정도는일간연재작으로서의전략적요소라고도읽을수있을것이다.

그렇다면연재시점으로부터100여년이나지난오늘날에와서야『봄을기다리며』를소개하는것에는어떤의미가있을까?사실이작품에는우리가주목해야할아주특별한지점이있다.『봄을기다리며』는1936년,즉일제강점기시기에‘조선총독부기관지’였던『경성일보』에연재된장편소설로서,재일조선인작가가당대의‘식민지조선’을배경으로집필한작품이기때문이다.

1930년,‘우리나라’조선에는우리가아닌‘그들’이살았다
가깝고도낯선‘재조일본인’의이야기

『봄을기다리며』의작가야마시타하루코는일본에서태어나“일곱살무렵부산으로건너”와“스물한살까지조선에체재한재조일본인여성이다.”즉,『봄을기다리며』는‘식민국’국민으로서의정체성을가진사람이‘식민지’조선에서생활하며보고겪은바를그대로녹여낸,결코일반적이지않은시각에서쓰인소설이라고할수있다.수상소감을통해“여러상황에놓인여성들이자신의처지에어떻게대처해갔는지쓰고싶었다”라고밝힌하루코는실제로‘몰락하기시작한자본가집안의상냥하고배려심많은딸간코’와‘금융계거물집안의거만하고이기적인딸아이코’를서로긴밀한가문에각각배치해대조하거나,‘폭력적이고무능한남편대신생계를책임지며자신의삶을위해애쓰는지요코’와‘남편몰래유부남과바람을피우면서도대갓집사모님으로서거들먹거리는히와코’,그리고‘내연녀입장임에도불구하고자신의사랑과복수를위해본처를이용할정도로저돌적인세쓰코’를한남자주변에대치시킴으로써각인물들의충돌과갈등속에서서로다른입장과성격이자연스럽게드러나도록만들었다.
또한『봄을기다리며』에등장하는각계각층의인물들을도식화해보면당대사회속에서여성이특히“가장취약한위치로밀려”나있다는것을확인할수있으며,한편으로는그여성들사이에조차“다층적위계가존재”한다는것또한알수있다.이렇게각자의개성을뽐내는인물들은“촘촘하게등장”하는“조선의도시와지역”이부여하는핍진성속에서보다사실적으로생동하며이야기를끌어나간다.그러나『봄을기다리며』속에는한가지부족한것이있다.『봄을기다리며』는조선을살아가던일본인들의이야기이기에,조선을배경으로삼고있으면서도결정적으로‘우리’의조선은등장하지않는다.

조선이없다는말이곧조선에대한묘사나현실성의부족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소설속에는한가족이“여름을보내기위해”,또철도성기사인슈이치로가“북선(北鮮)의철도개통을위해함경북도웅기군에파견되어”‘원산(동해에접한항구도시로서당대에는함경남도소속.현재는북한의강원도에소속되어있다.)’에방문하는장면이등장하는데,당대원산은“일본인들에게휴양지이자동시에북선개발사업의관문이었다.”또한“전차를타고삼판통에서출발해조선은행,미쓰코시앞,본정통에내렸다가다시총독부병원으로이어”지는세밀한동선묘사역시“독자로하여금1930년대경성거리를직접걷는듯한감각을불러일으”킬정도이다.나아가“대선은행이사인야마모토간타일가는삼판통의대저택에살고,광산업자인무나가타는경상북도고령을기반으로생활하며,그의가족은왜성대에살다가몰락한이후남미창정으로이주”한다는설정만보아도당대재조일본인들이각삶의형편과형태에따라조선의어느곳에어우러져살았는지를구체적으로살펴볼수있다.하지만이모든세부사항은결국‘재조일본인’의시선에서바라본조선,즉삶의터전으로서의한나라가아닌배경화된지역으로서의조선일뿐이다.

“전차처럼밝고경쾌한〈내지〉의기차와달리
조선의기차는폭이넓고여유있는느낌이었지만”

“석단이라고해도〈내지〉의신사에서볼수있는것처럼높고가파른것이아니라,
자연석을가져다적당히늘어놓은뒤흙을덮어만든원시적인것이었다.”

1930년대,식민통치에열중하던‘일본제국’의시민들은일본본토를‘내지’라고불렀다.이는‘외지’인식민지나점령지와일본을구별하기위한표현으로서,당대일본인들의내지지향과같은제국중심적시선을드러내는말이기도하다.그들은조선땅에서공부하고,조선땅에서놀고,조선땅에서돈을벌며살아가지만,그들의정체성이‘식민자일본인’인한조선은평면적인‘외지’배경에불과하다.그리하여『봄을기다리며』의이야기는대부분경성(서울),용산,고양,대구,고령,원산등우리에게익숙한한국의지역을무대로펼쳐지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속에서‘한국적인것’들은소거된것처럼제색을드러내지못한다.

“다행히근처에서얼음을나르던조선인에게
곧바로구출되어목숨은건졌다고.”

“무엇보다고스케가안심하는것은
이소년이생각했던것보다훨씬청결하다는점이었다.”

‘조선인’또한마찬가지다.『봄을기다리며』는“작품의중심인물이누구인지다소모호한인상”을남길정도로많은인물이등장하는데,이들모두가조선에서살아가고있으면서도정작그들의삶의범주에는조선인이등장하지않는다.역자또한해설에서“이처럼생생한공간묘사에도불구하고,정작조선인은뚜렷한성격을부여받지못한채풍경으로처리된다”라고지적했듯이,작중조선인은“한강에서사각으로자른얼음을짐차에싣는”모습으로서단지풍경묘사의일부에불과하거나,갱도에서일하는인부중한사람일따름이다.그나마주연급인물인고스케가고용한심부름꾼으로서대사와이름,성격까지확실하게등장하는‘덕성이’가존재하지만,그역시“생각보다훨씬청결하다는점”이의외로받아들여지는,다시말해일본인의시각에서대상화된인물에지나지않는다.그러나신분,직업,가문의입지,성별등다양한조건에따라철저하게다른권력을부여받는식민자일본인의사회질서묘사속에서,“이름도,서사도,시점도”올리지못하는무수한조선인개인이그시야의외곽에“말해지지않는최하층계급”으로서존재했을것임을우리는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

결국『봄을기다리며』는재조일본인여성이었던작가야마시타하루코가자신의삶의배경에서착안하여창작한‘재조일본인문학’이라고도요약할수있다.그러나소설곳곳에투영된작가의재조일본인적시각이‘한국인독자’의시선과마주하는곳에서,『봄을기다리며』는비로소새로운양상의소설로접어들게된다.다시말해,한국인독자에게『봄을기다리며』의주요한가치는“일본인커뮤니티를중심으로생활하며일본식절기나관행,문학적인취향을그대로이어”가는‘식민자일본인’들의시각속에서철저히배제된‘식민지조선’과‘조선인’을재발견하는데있다.그들의‘본토’를벗어나살고있는재조일본인의‘내지’선망이나“일본의절과비교하여조선절의석단이원시적”이라고말하는“식민적인식”은작가의의도와는무관하게한국인의눈에‘발견’되는것이다.『봄을기다리며』를통해1930년대의경성을함께거닐며,당대를살았던‘그들’의이야기와함께그풍경속에서‘그들’은포착하지못했던‘우리’의이야기를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