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오 평전 (정통을 걸어간 이단 | 양장본 Hardcover)

이탁오 평전 (정통을 걸어간 이단 | 양장본 Hardcover)

$20.56
Description
이탁오를 읽기 위해
요시다 쇼인의 몸과 정신을 관통하다
글항아리에서 미조구치 유조의 『이탁오 평전』이 출간되었다. 이탁오李卓吾(본명 이지李贄, 1527~1602)는 명나라 말엽의 사상가로서 일체의 기성관념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 감옥에서 스스로 목을 그어 생을 마친 시대의 이단아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나온 평전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사상사학자인 고 미조구치 유조 교수의 저작으로 강연을 바탕으로 한 원고를 일본 슈에이샤에서 1985년에 묶어낸 대중 교양서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평전의 틀을 깨고 있는 작품이다. 보통 평전이라 하면 대상 인물의 일대기와 주요 변곡점, 주변이나 사회와의 갈등, 그것을 넘어선 업적들을 드라마적으로 다루기 마련인데, 미조구치는 그러한 평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서 이탁오에 대한 조망을 시도했다. 그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이라는 일본 막부 말기의 광인狂人을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요시다 쇼인이 누구인가! 우리에게 그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해 메이지 시기 국수주의자들을 제국 침략자들로 변모시킨 정치적 흐름의 출발점에 서 있는 인물로 인식되어 있다. 특히 우리와 악연이 깊은 조슈번에 소속되어 병학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존왕파로 길러낸 교육자로서, 일본으로부터의 침략과 병탄의 근대사를 공부할 때 여러모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요시다 쇼인이라는 존재로 인해 이 책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내러티브 구조를 띠게 된다. 즉, 1858년의 요시다 쇼인이 감옥에 갇혀 우연히 이탁오의 『분서』를 읽게 되고, 거기서 자기와 똑같은 인물을 발견한 뒤 삶과 죽음에 대한 커다란 깨달음을 얻으며, 이탁오는 쇼인이라는 이 문제적 인물의 짧은 30년의 생애에서 마지막 1년을 강렬하게 타격한 원천으로 재조명된다. 책의 서두가 쇼인이 투옥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가 감옥 안에서 자신을 배신한 친구들에게 절교의 편지를 쓰고 점점 고독한 순교자가 돼가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기 때문에 과연 이 책이 이탁오를 다룬 게 맞나 싶을 정도인데, 읽다보면 쇼인은 저자가 발휘한 ‘차력술’의 도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요시다라는 광적인 행동파를 통해야만 이탁오라는 관념적 사상가의 면모가 더 확실히 부각되고, 둘의 차이가 일본과 중국의 철학적 전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차력술借力術이란 약이나 신령의 힘을 빌려 몸과 기운을 굳세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저자

미조구치유조

溝口雄三
1932년일본나고야에서태어났고,중국사상사를전공했다.도쿄대학중국문학과를졸업했고,나고야대학대학원을거쳐규슈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도쿄대학문학부중국철학과교수와다이토분카대학교수,도쿄대학명예교수를역임했다.
평생중국연구에천착하며근대성에대한독특한사유를전개한그는일본학계와지식층에압도적인영향을미쳤던마루야마마사오의중국관에의문을제기하며,중국사상사도내재적인근대화에의해스스로발전가능한역사였다는것을증명해보이려했다.이런와중에주목한것이명나라말엽의사상가이탁오다.그외루쉰이나인민문학등에도주목했는데,문학작품연구를통해사상연구로지평을전환한것은그의독특한연구이력이다.미조구치는타계전까지동아시아지식인교류를선도하며중국의근대사상사연구자인왕후이,쑨거에게도영향을미쳤다.
지은책으로『방법으로서의중국』『중국사상문화사전』『중국의충격』『중국전근대사상의굴절과전개』『중국의공과사』『중국의사상』등이있다.『방법으로서의중국』은서구중심주의를극복하고근대성에대한해명을통해동아시아적탈근대론을구축하고자한선구적중국연구자의선언이다.중국근대에대한오리엔탈리즘적평가를비판한『중국의충격』역시잘알려져있으며,공저자이자책임편집으로참여한『중국제국을움직인네가지힘』은내재적인중국사상사를제언한다.

목차

머리말

제1부요시다쇼인과이탁오
1.하나의만남
2.참다움과거짓
3.광기와우둔함
4.지기를찾아서1:나를이기는친구
5.지기를찾아서2:나를알아주는주군
6.죽음이라는글자1:사랑하는사람의죽음
7.죽음이라는글자2:어떤회심

제2부이탁오,그사람과사상
1.76년의생애1:개처럼산50년
2.76년의생애2:박해받은70대
3.‘무無’와‘참다운공眞空’
4.두개의양명학
5.이탁오그후

맺음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역사의본류를추동해간이단아두사람
·『분서』를읽는또하나의방법
·죽음에서어떻게삶의무게를발견하는가
·‘참다움眞’의스펙트럼은얼마나넓어질수있는가

주인공이2명인평전,파괴적혁신

국내에이미이탁오평전은2~3종이나와있다.그중널리읽힌건2005년에나온돌베개판『이탁오평전』으로중국언론인옌례산이이탁오의생애전반을따라가며시대와의불화를그려낸책이다.반면미조구치유조의평전은이탁오의삶의궤적을조망하는데중점을두기보다는그의개성을극대화해그를중국의어떤시기를대표하는상징적아이콘으로만드는데더큰목적이있다.즉,이탁오라는인물의카리스마와내면적고투를심층적으로깊게응시해보고싶은독자라면미조구치의안내를받아볼만하다고할수있다.
이책은여러면에서평전의틀을깨고있는작품이다.보통평전이라하면대상인물의일대기와주요변곡점,주변이나사회와의갈등,그것을넘어선업적들을드라마적으로다루기마련인데,미조구치는그러한평전의틀을완전히벗어나서이탁오에대한조망을시도했다.그는요시다쇼인吉田松陰(1830~1859)이라는일본막부말기의광인狂人을이책의또다른주인공으로내세운다.요시다쇼인이누구인가!우리에게그는정한론征韓論을주창해메이지시기국수주의자들을제국침략자들로변모시킨정치적흐름의출발점에서있는인물로인식되어있다.특히우리와악연이깊은조슈번에소속되어병학을연구하고,제자들을존왕파로길러낸교육자로서,일본으로부터의침략과병탄의근대사를공부할때여러모로눈엣가시같은존재라할수있다.
어쨌든요시다쇼인이라는존재로인해이책은소설보다더소설같은내러티브구조를띠게된다.즉,1858년의요시다쇼인이감옥에갇혀우연히이탁오의『분서』를읽게되고,거기서자기와똑같은인물을발견한뒤삶과죽음에대한커다란깨달음을얻으며,이탁오는쇼인이라는이문제적인물의짧은30년의생애에서마지막1년을강렬하게타격한원천으로재조명된다.책의서두가쇼인이투옥되는장면에서시작해그가감옥안에서자신을배신한친구들에게절교의편지를쓰고점점고독한순교자가돼가는과정을자세히묘사하기때문에과연이책이이탁오를다룬게맞나싶을정도인데,읽다보면쇼인은저자가발휘한‘차력술’의도구라는것을깨닫게된다.즉,요시다라는광적인행동파를통해야만이탁오라는관념적사상가의면모가더확실히부각되고,둘의차이가일본과중국의철학적전통의차이에서비롯된다는점도알수있기때문이다.사전을찾아보면차력술借力術이란약이나신령의힘을빌려몸과기운을굳세게하는기술을말한다.

요시다쇼인을빌려이탁오를보다

평전은대상인물과의비평적거리가필수적인글쓰기장르다.그런데미조구치유조는평전을집필하면서이비평적거리라는장애물을돌아갔다.즉,이탁오의내면으로침투하는데있어요시다쇼인이라는도구를빌린것이다.왜냐하면쇼인은자신을이탁오와동일시했기때문에둘사이엔거리라할게거의없었다.읽는구절마다“와,이건바로나야”를외치는감옥안의쇼인은이탁오라는거울앞에서정의를위해일체의타협을거부하며죽음으로나아가는영웅서사시의주인공연기를펼칠수있었다.이런쇼인이라는장치가있었기에저자는마치쇼인의몸을통해자신이이탁오가된것처럼느낄수있었고,그날것의감각에서두인물의공통점을도출해낼수있었다.즉,평전집필자가비평적거리를유지하기위해자칫사실에만치중하고날것의시대성을놓치는피치못할한계를넘어설수있었다.더나아가대개의평전이사실기술자와인물평설가를오가며사실과평가가따로노는,혹은지나치게현재적입장에서역사적인물을괴팍하게요리하는과잉재현의함정에서도벗어날수있었다.
동시에요시다쇼인과이탁오의차이점이책의후반부로갈수록두드러지면서자연스럽게좁혀졌던거리가다시벌어지며비평대상과의적절한거리를회복하게되었다.이것이바로두명의주인공이서로다른시공간에서동시에사건을펼치는듯한SF적드라마를쓴저자의시도가단순히형식상의새로움과흥미성을넘어진정한주제적탐구의여정으로독자의내면에강렬한풍경을심어줄수있는원인이다.
사실비교사상사가로서유럽과동양을오랜시간같은조망대에올려유럽과중국의사회적전개가어떻게다른지를천착해온저자의비교사적방법론이평전에도똑같이적용되었기때문에이번『이탁오평전』이저자에게는그다지크게파격적인변신은아니며,이탁오연구를통해문학연구자에서사상사가로본격적인길을걷기시작했다는점에서이책이갖는의미는더욱남다르다고하겠다.

“쇼인은이탁오를바깥에서바라보지않았다.갑자기내면으로파고들어갔다.300년이라는시간간극에대한생각도없었고,이탁오가외국인이라는의식도없었다.이러한쇼인의안내를받아우리도이탁오의내부로들어가보자.우선인간으로서공감할수있는것이있다면공감해보자.반대로위화감으로남는부분도있다면,그것을확실히기억해둘필요가있다.(…)바깥에서조감하는것이아니라,아래와안에서살펴볼것이다.마치색유리로만든커다란돔을안에서올려다보면서그천장의구조와색채를보는듯한경험을해보고싶다.”_15쪽

평전으로서이책을읽는묘미는역시긴박한시대에서요시다쇼인이벌인대활극이어떤전개와결말을보여주는지책의시작부터흥미진진하게따라갈수있다는점이다.그는1858년제자들과함께고위관료마베아키카쓰에대한테러공격을세웠다가이게미리누설되는바람에잡혀들어갔다.이른바‘마베요격책’불발사건이다.1858년은미일수호통상조약조인을둘러싸고일본내부의국론이둘로나뉘어있던때다.쇼인은미국이점차일본의민중,지식인등을포섭해일본을미국의속국으로만들것이라는판단아래,미국과협약자세로나가는막부에대해일왕을중심으로뭉쳐강제로라도이들을막아야한다는존왕파편에서서자기나름의계책을세우기에이르렀다.

독선,아집,미치광이,어리석음의총체

쇼인이1858년가을성급하게마베습격안을내놓은이유는인근의여러번에소속된무사들이막부의다른고위관료인이이나오스케를습격할것이라는소식을듣고조바심을느꼈기때문이다.그러던중막부에서는점점거칠게항의하는무사들의움직임에위협을느껴전국적인체포작전을시작하게되는데이것이바로‘안세이대옥’이다.테러리스트쇼인의출사표는이움직임의와중에던져졌지만허무하게끝나고말았다.자신의입으로번의상관에게계책을상의하고허락을얻어실행하려다발각된터라그순진함은자객으로서는기본도갖추지못한것이었다.
쇼인은투옥후에도좌절하지않고또다시일을꾸몄다.오하라서하책과후시미요가책등이그것이다.후시미요가책은조슈번의번주가참근교대를위해에도로가는기회를이용해,후시미에서매복해있다가그의가마를돌려교토로이동시킨뒤거기서오하라등근황파의귀족들과회담시킨다는계획이었다.이것은가담했던제자중한명이막부에알려무산되었다.쇼인은어떻게든바깥의제자와친구들을이용해막부에타격을입히거나,존왕파의세력을늘리려했다.
그러나이일련의소동은저자에따르면어른스럽지못한미친계획이었다.너무나직접적이고주관적이었으며대국을보지못한편집광적인정열이었다.저자는가까운제자들도혀를차며고개를돌릴수밖에없을만큼비약이심한,독선적인논리에서어떻게‘진실과거짓’이라는테마가나올수있는지의문이라고말한다.진실과거짓은감옥에서계책을세우는동안쇼인이읽은이탁오의『분서』,그중에서도「동심설」에나오는핵심개념이다.쇼인은그것을읽고동심은참다움이라고,후천적으로오염이없으며선천적으로는아주맑고순수한마음이라고파악했다.그반대편은악이다.그에게악은‘악이라는것을알고있으면서도그것을싫어하지않는것이고,선이라고알고있으면서도그것을좋아하지않는것’이다.이것을쇼인의독선적인논리에회부해보면존왕의길이선임을알면서도거기동참하지않는자들은모두악이되는셈이다.하지만이탁오의저작을찬찬히읽어보면이탁오가주장한‘동심’이란결코맑고순수한어떤것이아니라본성에충실하다는개념에가깝다는걸알수있다.즉,감옥에서쇼인은이탁오를제대로꼼꼼히읽은게아니라책속에나오는몇몇단어(특히‘지기知己같은)에과도하게몰입해자신을거기에가탁하는데가까웠다.달리말해이탁오의문장을통해자신을읽은것이다.또하나의자기자신을발견하고그자신과대화함으로써마음의빈자리를메워간것이다.그가가장원했을때가장원하던것을만난셈이다.
물론지금쓴것처럼쇼인이광적이고모자란존재였던것만은아니다.일본의미국속국화에대해그가그린시나리오는치밀했고,메이지유신이없었다면충분히현실화될수있었던내용이다.저자는쇼인이라는과격한존재를너무단순화시키지않는범위안에서그의과격함이갖는역사적맥락을도출한다.그것은일본이라는쇄국적번영국가가처음으로맞닥뜨린외세의위협앞에서크게당황한상황이그첫째이고,또다른것은일본이라는나라의지식인이처해있는위상의문제였다.

쇼인과이탁오의건널수없는차이

쇼인은철저히조슈번의번사로서자신의정체성을규정했다.즉,그가존왕양이를외치며외세배격으로부터나라를구하려했지만그행동범위는결코번의영역을벗어나지않았다.그는자신의주인이잘못된시대적판단을내리지않도록건의하고자했고,그방법으로목숨을건폭력까지불사했던것이다.비현실적일정도로계책은허술했지만그의행동논리는당시의신분질서에서결코벗어나지않았고매우현실적목표아래에있었다.그에비해이탁오는손에잡히지않는추상적인‘도道’라는이상을자신의방식으로구하려는관념적실천자였다.비록주자학의교조는거부했지만크게보아유학의틀안에서자신의독자적행로를모색했던사상가다.
말하자면이탁오도유학이라는커다란지배이념안에서자신의독자성을모색했고,쇼인도메인스트림내부에서자신만의방식을고집했다.여기서우리는둘다‘정통’이라는틀안에서일시적으로‘이단’으로여겨졌지만,후대에는결국‘정통’으로대접받게된다는공통점을읽을수있다.이탁오는감옥에서자살로생을마감하지만그의사상은잊히지않았다.양명학의큰흐름에서후대에계승되었다.요시다쇼인의사유또한국익우선주의라는흐름에서제국주의적사유로계승되었다.비록그것이평화와거리는멀지라도말이다.
하지만따로또같이‘정통을걸어간이단’이더라도이탁오와쇼인사이에는건널수없는강이있었다.
차이점은,이탁오의경우지기와의사이에고정된,개인적인관계는없었던반면쇼인의경우번주를포함해그관계가대부분고정적이었으며개인적이었다는점이다.이탁오의교류는어디까지나강학講學이라는기회를통해이루어진것이다.강학의목적이달성된뒤에는그이상의특별한개인적인관계를유지하는일이없었다.반면쇼인과번주다카치카의사이는특히유대감이강한군신관계에의해서연결되어있었다.그러한관계를전제로비로소‘지기의군주’가성립된것이다.다른지인들과의관계도그랬다.스기조,신사쿠,겐즈이모두가조슈번의번사라는틀안에속한사람들이었다.그리고그위에쇼카학당의제자나처남,매제관계등이있어특정한개인적인관계를벗어나지않았다.
이탁오에게는‘도道’라는것이이념적이었다.획득해야할것은질서이데올로기였다.반면다른한쪽은존왕양이였다.그것은구체적으로정치체제의변혁을목표로한것이었다.특히후자는일의성패가무엇보다문제시되었다.전자는전통적인이데올로기상의변혁에그치며,창조라고하더라도전통의계승속에서이뤄진다.개인의책임이추궁되는문제는아니다.자신의도달점은항상다음시대의출발점이라는의미에서거기에는개인이존재할수없다.혹은의지와그것의계승뿐이다.반면후자의경우,하나의행동은그것을일으킨사람의책임을동반한다.방법이달라지면다른행동과의사이에적대적인대립을낳기도한다.왜냐하면그것은구체적인전략이나전술상의목표를가진정치행동이기때문이다.

왜한쪽은관념이고,한쪽은행동인가

왜이탁오는관념이고사상인데쇼인은행동이고폭력인가.이에대해저자는의미심장한분석을내놓는다.중국은오랜사상적전통속에서도통을구축한나라였다.도통은계승과변혁의변증법속에서구축된다.새로운시대에어울리는새로운사조가새로운해석의형태로변화하고축적되어온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