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의 글쓰기 (이야기의 여백에 관한 대화)

미하엘 엔데의 글쓰기 (이야기의 여백에 관한 대화)

$17.34
Description
“언어야말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연히 다가오는 언어들을 끌어모아 쓰는 글
환상문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 같은 제목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시간 도둑에게서 친구들의 삶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소녀와 마법의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 소년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 세계 독자들을 매혹해왔다. 두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환상세계를 그려낸 거장 미하엘 엔데의 대화록『미하엘 엔데의 글쓰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노년의 엔데가 친구이자 번역가인 다무라 도시오와 나눈 대담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엔데의 집이나 병상 등 다양한 장소에서 언어와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삶에 스며드는지 논하고, 오늘날 현대인이 주목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재차 묻는다.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엔데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품세계와 삶에 대한 통찰을 꾸려왔는가를 읽어낼 수 있다.

엔데는 각 장의 제목에 등장하는 ‘글쓰기’ ‘유년기’ ‘사색’ ‘꿈’ ‘죽음’ 등을 주제 삼아 이야기를 펼친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삶에 관해서도 자세히 논하고 있다. 엔데는 자신이 슈바빙의 예술지구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나 나치하의 독일에서 목격했던 폭력과 강압, 전후에 입학한 연극학교에서 배운 극적 구조,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이야기꾼을 보고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결심한 순간들을 회고하고 연결한다. 엔데의 삶과 그가 창작한 이야기들을 되짚어 올라가다보면 한 가지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이야기는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의 내면을 변화하게 만드는 걸까? 엔데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언어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현실을 만들 수 있노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엔데가 임종 전 병상에서 말로 한 기록은 그가 세계와 삶을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시간을 엿보게 한다.

오늘날에도 엔데의 작품은 전 세계 독자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으며 읽히고 있다. 작가가 바라 마지않던,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이야기”로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오늘날 독자들이 엔데의 작품에 보이는 애정은, 작가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만들어낸 성찰의 이미지가 지금도 여전히 유의미함을 뜻한다. 『미하엘 엔데의 글쓰기』는 엔데의 작품이 삶을 어떻게 통찰하는지 안내하는 가이드인 동시에 현대인이 고민할 화두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목소리기도 하다.
저자

미하엘엔데

MichaelEnde(1929~1995)
1929년독일바이에른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초현실주의화가인에드가엔데와물리치료사루이제바르톨로메엔데의외아들로태어났다.유복하고예술적인가풍속에서유년기부터작가적소양을길렀지만,나치정권의탄압과제2차세계대전으로청소년기에깊은공포감을경험한다.종전후가족과친구들의도움으로발도르프학교에서고등교육을마쳤다.이무렵처음으로문학을공부하며‘이야기’를쓰기시작한다.오토팔켄베르크연극학교에서배우로활동하며작가로서의자양분을쌓았고,작곡과평론도겸했다.1960년첫소설『기관차대여행』출간으로독일청소년문학상을수상했고,차기작이안데르센상후보작,베를린문학상수상작으로선정되며작가로서의입지를다진다.1973년『모모』를,1979년『끝없는이야기』를출간하면서전세계문학계에명성을얻었고,작품이40여개언어로번역되면서영화,연극,오페라등으로도각색되었다.현실과환상이초현실적으로뒤섞인미하엘엔데의작품세계에서환상은현대사회의문제를조명하는빛이되고,독자는이야기와상호작용하는존재가된다.“여덟살부터여든살까지모든어린아이를위한책”을쓴다고말하며,『끝없는이야기』『마법의수프』『곰돌이워셔블의여행』『거울속의거울』『자유의감옥』등수많은작품을남겼다.20세기독일작가중가장유명한작가로꼽히며,두차례의독일청소년문학상외에빌헬름하우프상,바이에른시인상,독일십자공로훈장을받았다.1995년예순다섯의나이로눈을감았다.

목차

제1장쓴다는것
엔데의문학에관하여_다무라도시오
언어그리고이름
이야기의자율성그리고책이라는이름의모험
난파의경험과유머
놀이에관하여
놀이,문학,나치와신화
신화라는것
자신의작품에관하여
『짐크노프』와『모모』사이:‘사이’의이야기
『거울속의거울』에관하여
토리노의성해포

제2장소년시절의기억
엔데의인생에관하여_다무라도시오
엔데의가계와소년시절
소년시절:말이야기
소년시절:서커스광대와피에로사건등
이탈리아에서의경험과팔레르모의이야기꾼

제3장사색의시기
엔데의사색에관하여_다무라도시오
잠수하는병실옆자리사람
슈타이너인지학의예술관
유럽의물질,아시아의영성,역사의흐름
말과의미
과학,경제,이삭의원리

제4장꿈에관하여

제5장죽음에관하여

후기
엔데와이야기:엔데탄생80주년을기념하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미하엘엔데는자신의삶속에서도꾸준히빛나는순간들을발견하여묘사한다.
그는처음부터끝까지구조를계획하고통제하는방향의글쓰기를거부한다.
그의문장들은글쓰기속에서우연히마주하는발견을소설안으로끌어들인다.
이로써엔데의이야기는독자들을더낯설고넓은세계로불러들인다.”

미하엘엔데는1929년남부독일의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초현실주의화가인에드가엔데와물리치료사루이제바르톨로메의외아들로태어났다.화가나작가들이찾아오는아버지의아틀리에에서어린시절을보내며자연스럽게예술을접했다.그러나한편으로는인생의첫10여년을나치독일치하에서보내면서,전쟁과폭력에대한뿌리깊은공포를체험했다.아버지의그림들이‘퇴폐예술’이란명목으로금지돼서가족모두가어려운시기를겪기도했다.
힘든시기속에서도엔데의예술가적재능은꾸준히자라났다.그는글외에도그림과연극등다방면의예술에관심을보였으며,전쟁이끝나고서는오토팔켄베르크드라마학교에다녔고,배우이자극작가로활동하기도했다.이책에서엔데는직접자신의첫희곡「유산상속게임」을거론하며,그에얽힌일화도함께이야기한다.그가연극의구조를공부하면서체득한희극성과비극성은이후그가쓴장·단편소설에서도자연스레드러난다.
엔데가무엇보다천착했던주제는다름아닌이야기그자체다.도시오와의대화에서도이런생각은재차드러난다.엔데는삶이원인과결과로이루어진‘인과논리’너머의것이라강조했고,이에따라일반적인인과관계를따라가는‘이야기논리’의껍질을깨트리고자노력했다.그는예술에특정한목적이나기능을부여하려는생각을거부했으며오히려예술의무익함에큰방점을뒀다.
또한엔데는이야기하는이와듣는이의관계를중요시하며글을썼다.젊은시절에만난팔레르모광장의이야기꾼이읊어주던소설을듣고서“한세기가지난뒤에도메르헨의이야기꾼이들려줄수있는정도의이야기”를만들겠노라결심한일화는그가이야기의어떤점을중시하는지선명히보여준다.
이처럼오래도록읽히는이야기를쓰겠다는결심은추후『짐크노프』시리즈,『모모』와『끝없는이야기』부터,『거울속의거울』이나『자유의감옥』등의작품에서여실히나타난다.이미초기작『기관차대여행』으로독일아동문학상을수상하는등큰성공을거뒀지만,거기에안주하지않고자신이더욱다가가고싶은문학을만들고자노력한다.10년의기나긴노력을통해집필한작품이바로『모모』다.
엔데에게있어언어는이야기를구성하는재료인동시에,사람들사이를연결하는매개였다.그에게언어란인간의문자만을의미하지않았다.그는각자형식이다를뿐현실곳곳에서마주하는색채나소리역시다른방식의언어라고본다.언어는이미세계곳곳에자리잡고있기에,작가가만든것이아닌이미‘거기’에존재하거나나타나는것이라고도말했다.이같은증언은자신이글쓰는방식이“작가보다화가에더가깝다”라던말을보완하고있다.엔데는자신에게우연히다가오는언어들을끌어모아서로조화로운그림을만드는데가장집중했다고한다.그는소설을쓸때중요시하는일이“그자체로조화로운‘그림’의세계를찾는것”이라고말할정도다.그같은태도는현대사회에서흔히놓치기쉬운정신세계를향한몰두로이어지고있다.

삶너머를바라보기

이책에서엔데가언어나이야기만큼자주언급하는주제는바로현대사회에서사라진정신성이다.엔데는신체능력등물질적가치만을높이평가하는사회를비판하면서우리가삶의근원적인면을되돌아봐야한다고권한다.엔데가아시아문화에특히관심을품고탐구하는모습은바로이런태도와연결되는듯하다.그는현대사회가환상이나영성등의정신적인가치를잊어가는모습을경계했다.
그런엔데에게언어란정신성을들여다볼수있는지표이자세계의구성요소그자체다.그는언어를인간의소통양식에국한하지않으며,나무의생장이나새의울음도또다른언어의형식으로받아들인다.이처럼세계의다양한층위를향한깊은애정이야말로미하엘엔데가그려낸섬세한환상의원동력일것이다.
엔데의비판적사고를현대적가치관이나과학적사고에대한비난으로여기면곤란하다.그보다는엔데가오늘날자연과학적사고를‘진리’로받아들이는세태를중점에두고비판한다고봐야할것이다.그는세계의모든요소를기존과학의영역으로치환하여그안에서만해석하려하는태도를하나의선입견으로명명한다.이때‘선입견’은엔데가글쓰기에서탈피하고자했던‘인과논리’와도연결된다.그는기존지식이만드는경계너머에서세계를보려는태도가우리삶을더깊고풍요롭게만들수있음을재차강조한다.과연엔데가말하듯“새로운자세”를취하는인간들이더나은미래를가져올수있을까?가상과현실을오가는세계에사는독자가꾸준히고민해야할지점이다.

미하엘엔데라는정원을거닐기

엔데는자신의책이“여덟살부터여든살까지”우리모두의내면에있는어린이를위한이야기라고강조했다.성인이되어서그의책을다시읽어본독자라면이말에크게공감할것이다.그가그려낸수많은환상의나라는여전히우리에게미지의세계에대한설렘과탐구심을가져다준다.엔데가그리는마법이단순히현실에서도피하는수단이아닌,삶을더깊이이해하고탐구하게만드는상징으로읽히기에가능한일이다.좋은환상은우리를다시어린아이로만들며,세계곳곳을새롭게볼수있도록한다.
인터뷰어다무라도시오는엔데의친구이자번역가이며애독자다.그는엔데와대화를나누는시간이“미하엘엔데라는정원을무작정거니는것만같았다”고추억한다.정원이란꽃이가득한화단이나계절에따라다른색의잎사귀를흔드는나무만큼‘여백’이중요한공간이다.다무라도시오의말에따르면,그여백이야말로정원의본질이다.
미하엘엔데와다무라도시오의대담은엔데가만드는이야기의여백을거니는과정이다.그과정에서때로는작가의예상치못한인간적인모습을만날수도있고,지금과는전혀다른시대적정서에서오는당혹감을느낄수도있다.다만여전히분명한사실은엔데의이야기들이매혹적이라는것이다.이때‘이야기’란엔데가문학적언어로엮어온것뿐만아니라,그가이대화에서꺼내는여러장면도함의한다.어린시절친구들과함께만들던연극이나,팔레르모광장에서우연히마주친이야기꾼이우렁찬목소리로들려주던소설,투병생활중에마주친일상의유머러스한순간까지,엔데는자신의삶속에서도꾸준히빛나는순간들을발견하여묘사한다.글을쓸때도마찬가지다.그는처음부터끝까지구조를계획하고통제하는방향의글쓰기를거부한다.그의문장들은글쓰기의순간우연히마주하는발견을소설안으로끌어들인다.이로써엔데의이야기는독자들을한층더낯설고넓은세계로불러들인다.그과정을묘사하는엔데의말을읽어나가다보면앞으로마주할수있는미지의세계를사뭇고대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