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아니고서는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에 관하여)

음악이 아니고서는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에 관하여)

$13.50
Description
음악이 매개가 되는 책이 있다. 그것은 음악책이 아니나, 음악책이 아닌 것도 아니다. 노래가 맴돌고, 멜로디는 더 선명히 흐르는 책이지만, 거기서 음악은 삶과 죽음, 타인을 묘사하는 중간 매개체로서 자기 역할을 다한다. 특히 글 쓰는 이들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에둘러갈 우회로를 찾곤 한다.『음악이 아니고서는』이 바로 이처럼 음악으로 우회로를 내는 책이다.
이 책은 카세트테이프 혹은 레코드판처럼 Side A ‘음악의 말들’과 Side B ‘그늘진 마음의 노래’로 나뉘어 있다. Side A의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것이 ‘언어’에 관한 책이 아닌가라고 느낄 만큼 작가는 말들을 세심히 다루고 있다. 저자는 마치 ‘침묵을 들어’라고 부드럽게 권하듯이, 말을 잠재우고 음악 목록들을 꺼내든다.
소개되는 곡들은 시대 감수성을 꽤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라디오에서 많이 흘러나오던 것도 있으며, 그 노래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시대를 풍미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그 음악들 속엔 글이 있고, 사적이거나 혹은 역사 속 보편적인 기억도 있으며, 나아가 사회 비평도 있으니 독자들에게 저자가 한 ‘선곡’은 꽤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김민아

기를쓰고배운것들은어디론가흩어져버렸지만음악만은늘곁에남아볼품없는나를안아줬다.그런음악이고마워서이책을썼다.
『엄마,없다』『아픈몸,더아픈차별』『우리는서로의이름을부르며자신의안부를물었다』(공저),『나는,나와산다』그리고영화「4등」의시나리오를썼다.

목차

서문

SideA음악의말들

·당신이보는별은빛의영광일뿐_니나시몬,〈별들〉
·그때너는무슨말을하고싶었던걸까_김민기,〈잃어버린말〉
·소매를잡고섭섭하게_제프벡,〈푸른옷소매〉
·사랑은도리없이_에릭클랩턴,〈자라게두라〉
·생각하면애잔한데_정밀아,〈미안하오〉
·붙들리면놓여날수없는_빌리홀리데이,〈이상한열매〉
·집그리고온기_크로스비,스틸스,내시앤영〈우리집〉
·음력보름날밤에온전히뜨는둥근달,망월_정태춘,〈5.18〉
·남의말을좋게합시다_로,〈나는농담을시작했다〉
·이보다더한건없는거야,정말그런거야?_록시뮤직,〈이보다더한건〉
·이것은사랑노래가아니다_어스윈드앤파이어,〈사랑이가버린후〉
·어떤이상한사람_앨그린,〈부서진마음을어떻게고칠까〉
·진심이깃드는순간_이영훈,〈일종의고백〉
·제발기대에어긋나줘_빌리아일리시,〈난더이상너로살고싶지않아〉
·15초정도는슬프지않은_이은하,〈청춘〉

SideB그늘진마음의노래

·언제쯤이면보이는건지_조용필,〈못찾겠다꾀꼬리〉
·여름안에있는데도여름이그리워_시간을달리는소녀OST,〈아리아〉
·도저히못하겠는마음_이소라,〈제발〉
·아빠,아부지_콜드플레이,〈대디〉
·둘이서만부르는것같아도_최병걸&정소녀,〈그사람〉
·못생긴미련을생각하는밤_한영애,〈애수의소야곡〉
·‘힙합’은안멋지다고말하면‘힙함’_머드더스튜던트&악동뮤지션,〈불협화음〉
·사전에관해말하자면_아트오브노이즈,〈모멘트인러브〉
·동료에서동무로_위시본애시,〈누구에게나친구는필요하지않겠어〉
·눈雪은영원하다_자우림,〈꿈에〉
·그헛간이내것은아니었지만_시거렛애프터섹스,〈선세츠〉
·다하고서버리면담백함_이난영,〈다방의푸른꿈〉
·마루밑어딘가에몸을숨기고,당신곁에_고양이의보은OST,〈바람이되어〉
·당신에게는어떤사람?_윤상,〈어떤사람A〉
·가만히귀를기울이면_박성연,〈바람이부네요〉

출판사 서평

음악에는침묵하는언어가있다
그리고삶중에는노래가된삶이있다

음악을듣는귀,타인의이야기에기울이는귀

음악이매개가되는책이있다.그것은음악책이아니나,음악책이아닌것도아니다.노래가맴돌고,멜로디는더선명히흐르는책이지만,거기서음악은삶과죽음,타인을묘사하는중간매개체로서자기역할을다한다.특히글쓰는이들은감정을직접적으로말하기보다는에둘러갈우회로를찾곤한다.『음악이아니고서는』이바로이처럼음악으로우회로를내는책이다.
저자는오랫동안‘인권’관련일을해왔다.1등만기억하는세상에서‘불안은영혼을잠식한다’는모로코속담이어떻게재현되는지를촘촘히보여주는영화「4등」의시나리오를쓰고,각계각층의사람들을만나인권에대한생각을서로나누고,어둠속에있어보이지않는그림자와같은사람들을조명하는글을여러매체에실어왔다.무엇보다상담은언어에크게의지해야하는일이었다.그것은,내말을삼가되남의말에는귀를여는일이다.다음과같은사람을만날줄은상상도못한채.“당신지금내이야기듣고있는거야,내말토씨하나빠뜨리지말고다받아적어.”
저자는말을듣고적고발설하는일로하루의대부분을보내고있지만,사람이할말같지않은말,사람이라면주저할말,사람에게는결코해서는안될말을자주듣고,그런말에지쳐집으로돌아올때면이어폰을꽂고음악재생버튼을누른다.언어가자취를감추는순간음악이그자리를대신해말이튕겨냈던감정들은본연의모습을되찾는다.

서른곡의노래에실린서른개의이야기

이책은카세트테이프혹은레코드판처럼SideA‘음악의말들’과SideB‘그늘진마음의노래’로나뉘어있다.SideA의글을읽는독자들은아마도이것이‘언어’에관한책이아닌가라고느낄만큼작가는말들을세심히다루고있다.저자는마치‘침묵을들어’라고부드럽게권하듯이,말을잠재우고음악목록들을꺼내든다.
소개되는곡들은시대감수성을꽤두드러지게드러내고,라디오에서많이흘러나오던것도있으며,그노래를들어보지않은사람이드물정도로시대를풍미한것도있다.하지만그음악들속엔글이있고,사적이거나혹은역사속보편적인기억도있으며,나아가사회비평도있으니독자들에게저자가한‘선곡’은꽤새롭게다가올것이다.
저자는누구보다음악을잘듣는귀를가졌고,음악을언어화할수있는기량을지녔다.이책엔총서른곡의노래가실려있는데,그곡들에덧붙여진서른가지이야기는살아숨쉬고있는것처럼느껴진다.그녀가타인의이야기를듣는귀를지녔으니음악을듣는귀도섬세한것이아닐까짐작케하는순간이많다.

사랑하는사람이사랑했던사람으로

첫번째곡과이야기는어머니를막저세상을떠나보낸후배,그리고몇해전마찬가지로밭에서일하던어머니가갑자기숨을못쉬어눈을감겨드려야했던후배M으로부터시작된다.“M은이제한시가바쁜사람.”현대인은누구나바쁜데,왜M만특별히바쁘다고묘사한걸까.누군가의죽음은남겨진사람을‘슬프게’라기보다‘바쁘게’만드는데,포장도로처럼매끄럽던일상속에서M의어머니는대낮에들녘에서일하시던중한순간떠나버린것이다.별안간유족이된M은울기만하더니허둥댔다.바빠진M을도와야하니저자도바빠졌다.먼저그의집에도착해서짐을꾸려야한다고재촉한다.그가주섬주섬옷을챙긴다.그다음장면은주저앉음,눈물,사는게허무하다는한탄,함께쏟아내는울음…….
절박한순간에는말이나행동이나오지않고,시간이끊긴듯휴지기가생겨난다.휴지기는기억을불러일으키고,곧과거와현재가뒤엉키며때론미래의불안함까지미리가져다쓴다.그러는사이어쩌면고인故人은잠시후배와M의옆자리에다녀갔는지도모르겠다며저자는두사람을위로한다.
후배와M의이야기는니나시몬이1976년파리몽트뢰재즈페스티벌에서부른〈별들〉이란곡에얹힌다.지독한인종차별의시대에니나는세상을벨듯한예리한노래를만들어불렀다.그녀의목소리는세상어디에도존재하지않는다는찬사를받았다.그런그녀가2003년세상을하직하고하늘의별로돌아가자저자는최근별이된후배M의어머니,오래전별이된자신의엄마,그리고엄마곁에자리한오빠에게그곳에서평안하신지안부를묻는다.

언어는장소다

M의이야기로책의서두를연것은그가평소저자의말을마치“실체가있는장소”처럼받아들여줬기때문이다.그러면말은허공으로흩어지지않았다.두번째이야기의주인공은말같잖은말을주고받게만드는사람으로,첫번째이야기와선명히대조돼‘추락하는인간’을엿보는것만같다.이분은30분이지나도록전화기에대고는화를내고있다.그의분노어린말들에휘둘리지않으려고저자는“네,그렇습니다”“아,그러셨군요”라며무난한대답을한다.그랬더니돌아온말은“형식적으로답하지말라”는것이었다.다시마음을고쳐먹고이번엔듣는데에오로지집중했다.그러자얼마후그는다시버럭했다.“나를무시하는거야?왜대꾸가없어?”
언어는발화되는순간나와상대에게안착해야할텐데,제자리를찾지못한채미끄러지는말들도있다.그런말은빌라입주민들의대화공간인단톡방에서도드러난다.입주민대표는어느날이대화방에‘나무가지치기를하겠다’고공지한다.가끔정원사들이나무다듬는걸봤던저자는앞머리를다듬는정도이겠거니하고예상했다.그나무는어떤존재인가.여름엔덥고겨울엔추운맨꼭대기층셋집에마음붙이고살게만든존재였다.창문만열면이은행나무가시야를가득채웠다.하지만퇴근하고돌아오니나무는허리아래가댕강잘려나간채2미터쯤몸만남아있었다.주인이말한‘가지치기’는‘상반신절단’이란말과동의어였던것이다.“말못한다고,아프다비명지르지않는다고이럴순없었다.”
저자는몸의절반이상을잃어버린나무를보며김민기의1972년노래〈잃어버린말〉을떠올린다.이노래엔말을할줄아는자연과사물이등장한다.간밤의바람도말을하고,고궁의탑도말을하고,할미의파인눈도말을하고,죄수의푸른옷도말을하고,잘린가로수도말을한다.그러나노래하는이는평소말같지않은말을하는사람들의말에귀가지쳐서그말을듣지못한다.
‘같잖은말’을그렇게많이듣지않았다면귀가덜지친김민기는간밤의바람이나고궁의탑이,할미의움푹팬눈이,죄수의푸르른옷이,잘린가로수가하는말을들을수있었을지도모른다.하지만시절은흉흉했고,저자역시그동안은행나무가자신에게한말은듣지도못한채제생각에만빠져있느라이런사태를당한건아닐까생각한다.나무가한말은어디에도닿지못한채톱날에베여사라졌다.

***
음악은“한사람만생각하는달콤한노동”인사랑에대해,시간이흐르면원인을모두자신한테귀책시키게되는우정의망가짐에대해(이이야기는한영애의〈애수의소야곡〉과함께엮인다),생이감사인줄모르고낭비하며살던젊은시절(이이야기는시거렛애프터섹스의〈선셋츠〉의몽롱함과함께상기된다)에대해떠올리게해준다.그시절의흐름속에서누구든자기자신에게만족못하고적잖이섭섭해지기마련이지만,그럴때음악은예외없이기둥이되어줌을이책은펼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