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상실 : 방법으로서의 자기

주변의 상실 : 방법으로서의 자기

$25.96
Description
혼돈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힘
‘부근의 소실’에 슬퍼하며 생활을 어루만지는
‘방법으로서의 자기’

이 책은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여러 대화자를 만나면서 ‘자기’라는 네트워크를
부단히 세공하는 동안, 독자 역시 이 시대의 여러 모순에 대해,
중국에 대해, 나아가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_ 조문영 교수 추천사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삶과 연구를 대담 형식으로 담아낸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가 출간되었다. 독일의 『디차이트』는 최근 옥스퍼드대학 교수직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샹뱌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스타 인류학자”이자 “중국의 새로운 사상가”라고 소개했다.
저자

샹뱌오

1972년중국저장(浙江)원저우(?州)에서태어났다.1995년에베이징대학사회학과를졸업하고1998년에석사학위를받았다.2003년에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사회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영국옥스퍼드대학사회인류학교수및독일막스플랑크사회인류학연구소소장으로재직중이다.저서로는『跨越?界的社?』(三??店,2000.영문판은2005년BrillAcademicPublisher에서출판)(2018년‘중국사회학고전’중한권으로선정),Global“BodyShopping”(PrincetonUniversityPress,2006.중문판은2010년北京大?出版社에서출판)(2008년미국인류학협회Antho¬nyLeeds상획득),『自己作?方法』(2020)등이있고,Return(2013)을공동으로발표했다.이외다수의논문을발표했고,2012년에는WilliamL.Holland상을받았다.최근에는‘流?性聚集和陀螺式??假?’,‘正?化的??’,‘?界中的思考:“系”、系?、和?系’,‘?承?而??:社?科??表的??和未?’등의글을발표했고,이중일부는일본어,프랑스어,한국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등으로번역되었다.

목차

추천사:혼돈과살아가는힘_조문영연세대문화인류학과교수

제1부
1.베이징방담
사고와탐색을도울도구|어린시절의기억과도경圖景|1980년대|베이징대학생이느끼는초조함|‘저장촌’연구|청년들의‘상喪문화’|주변과중심|개인적인위기|글로벌라이제이션과역글로벌라이제이션|1980년대를들어1980년대를비판하다|비판이란무엇인가?|공감하는학문

2.옥스퍼드방담
자신을분석하는사회과학|옥스퍼드의기억|심리적거리두기와직접성|인류학학계|논픽션문학
학문은천직이아니다|민족과포퓰리즘|싱가포르계몽|식물뿌리가뒤엉킨‘토양생태계’식의공동체|트랜스내셔널한‘완전체’의작은세계|대학은예외를찾는곳|개인의경험을문제로삼기|새로운연구|공동의이상|‘향신’을방법으로삼다

3.원저우방담
왜초조함을느낄까|사람의재생산|계급유동의역설|새로운언어를찾아서|중개업으로서의인류학|다시향신을말하다

제2부

996과소외異化:도시의새로운빈곤층,경제적빈곤과의미의빈곤
세가지질문
플랫폼경제의역노동과정
부근의소실:즉각성,관계,정신
네이쥐안을말하다:실패와퇴장이허용되지않는경쟁
두긴을말하다:우크라이나전쟁과일상의의미
러시아의국뽕에서위기를읽다

부록:‘보통사람’으로서의‘낭만주의자’_우자한연세대국문과박사과정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학부시절‘저장촌연구’가고전의반열에올라

1972년중국저장성원저우시에서태어난샹뱌오는베이징대학학부시절부터‘저장촌연구’로큰주목을받았다.원저우출신농민들의동향촌이1990년대베이징에서가장큰저가의류생산·판매기지로변모하는과정에관한이문화기술지ethnography는,『경계를넘는마을:저장촌이야기』라는책으로출간돼개혁개방이후중국의국가와사회,중앙과지방,도시와농촌,통치와저항의역동적관계를살피는고전이됐다.이성과로옥스퍼드대학인류학과에진학한샹뱌오는박사학위논문을기반으로한두번째책『글로벌‘바디쇼핑’』으로2008년미국인류학회의앤서니리즈상을받았다.이책은이주에관한그의관심을인도와호주를잇는IT산업의글로벌정치경제로확장했는데바디쇼핑은글로벌IT기업이컨설팅회사를통해인도출신의소프트웨어개발자를프로젝트중심으로채용하는노동분업을일컫는다.샹뱌오는이‘쇼핑’의모빌리티를글로벌아웃소싱이나노동유연화에관한신자유주의분석에한정하지않고,혼인지참금을둘러싼인도의친족경제,IT훈련센터같은중개조직의작동을정교하게따라가면서분석했다.
『주변의상실:방법으로서의자기』는샹뱌오의이러한글로벌한학문적여정과혼돈의시대에‘자기’를잃지않고살아가는사색을잘보여준다.중국에서출간된인터뷰집『방법으로서의자기把自己作爲方法』,그의미디어인터뷰와강연원고,번역자의논평을한데묶어가장풍부한형태로샹뱌오의문제의식과연구를보여준다.

‘부근의소실’등현대의병폐꿰뚫는개념만들어

추천사에서조문영연세대문화인류학과교수는동료인류학자에대한내재적공감과이해를통해이책을국내독자들에게잘소개해주고있다.평생을이동하면서살아온샹뱌오는이책에서이주(학)자로서무수한연결을관찰하고감행한그가모국인중국과다시연결되는순간의긴장과진심을담았다.대담을중국젊은이들과대화할기회로삼고,이들에게“국가와민족의모자”를새것으로바꿔주는대신“(자신감이사라진)자기생활”을함께들여다볼것을제안했다.베이징,옥스퍼드,원저우로이동하며펼쳐지는대담의주제는실로변화무쌍하다.학문의의미,지식인의역할,신자유주의,일체화된시장경쟁,플랫폼경제,빈곤과노동,로컬과글로벌,문명과전쟁등다양한주제를‘의미의즉각성’‘부근의소실’‘잔혹한도덕주의’같은저자자신의언어로깊이있게해석했다.
혼돈의시대를꿰뚫어보는샹뱌오의힘은어디서나왔을까?방담을보면고향원저우에서길어올린지혜가풍성하다.세계를대하는방법,기질,태도로‘향신’을불러낸것도구체적·실용적접근을중시하는원저우인에게서받은영감이크다.그가기대하는향신은일상의질감을중시하고디테일을관찰하며기록하는사람,중심에동화되기보다일정한거리를유지할줄아는사람이다.하지만현대사회는자기자신에대한몰입과거대사건에관한거창한논평만을오갈뿐자신의주변세계를돌아보지않는자아를양산한다.거래과정의마찰을장애물로보는시장,물리적수고를덜어낸플랫폼이‘부근의소실’을추동하는사이,우리는모두(샹뱌오와의대담에서쉬즈위안이지적했듯)방관자가된다.
두발을땅에디딘인류학자의성실함과겸손함도논평곳곳에서돋보인다.현지조사과정에서(소설속인물이아닌)살아있는인간과오랜시간마주하는인류학자라면연구자와연구참여자의비대칭성,지식인의담론권력에대한반성적사유를피할수없다.문화대혁명이끝나고1970년대말대입학력고사가부활한것을두고이성과정상의회복을운운하는목소리가컸지만,샹뱌오는누구를위한정상이었는지,농민들에게도중요한사건이었는지되묻는다.“예전의관료와도시의지식인들은이기회를놓치지않았죠.사실은공산당과당시사회주의체제하의엘리트들이다시뭉친것입니다.”

‘중국담론’은‘중국이없다’는걸증명하는꼴

주류세계에정주하길거부하는디아스포라학자의삐딱함도논평의날을곧추세웠다.이동이삶의패턴이되니,자신이거쳤던시대와장소에대한감상적인노스탤지어도잦아들었다.수많은중국지식인이1980년대의‘문화열’을그리워하지만,샹뱌오는대중의경험과유리되지않는구체성을회복하는게당시의격정을되찾는것보다시급하다고역설한다.그가졸업한베이징대학은저항운동의역사적무대라는자부심으로충만하지만,그는이대학의반항정신에서자기가옳다는위험한확신,자기가중심이돼야한다는영웅주의를읽는다.과장된어법으로공리공담을떠드는베이징의엘리트들과달리,예컨대그가싱가포르에서만난연구자들은큰일을할수록“한땀한땀손바느질을하듯”과정에세심한노력을기울였다.
사실원저우출신,인류학자,이주자라는낱개의조건으로샹뱌오의역량을설명하는것은충분하지않다.시대를투시하는그의힘은바로그가‘자기’라는점에서비롯된다.대담집의원제이기도한‘방법으로서의자기’는세계를구체적으로이해하는출발점의하나로자기자신의경험을문제로삼자는제안이다.이때의‘자기’는안팎의경계가뚜렷한개인이아니라,다른존재와의관계를통해매번새로워지는네트워크다.

혼돈과함께살아가는힘,‘방법으로서의자기’

이책은독자들이샹뱌오라는인류학자가원저우,베이징,옥스퍼드,싱가포르를거치는동안다양한인물,제도,담론,환경과상호작용하면서“‘자기’라는네트워크를어떻게수선하고,반성하고,갱신했는지즐겁게따라갈”수있게해준다.동시에샹뱌오가혼돈바깥에서멀찍이상황을관조하는대신우리처럼혼돈한가운데살아가므로자연스럽게갖게된불안에공감하게된다.너무이른나이에받은인정에대한부담,현지의자질구레한일상을관찰하느라이론적기초를닦지못했다는초조함,고전을읽지못해“지식인들의우주에입장권을얻지못했다”는균열감각,자신의연구에서감정이느껴지지않는다는여성동료의비판에대한숙고,좋은책을쓰고싶은데자료가충분하지않아겪는슬럼프까지,깡마른몸에서솔직하게삐져나오는말들에조문영교수는“동료인류학자로서우애를느꼈다”고밝힌다.그에따르면샹뱌오의탁월함은,그가혼돈의시대를꿰뚫어보는힘,더나아가혼돈과함께살아가는힘을주변세계와호흡하면서부단히연마했다는데있다.
요컨대,이책은인류학자샹뱌오가자신의경험에서출발해여러대화자를만나면서‘자기’라는네트워크를부단히세공하는동안,독자역시이시대의여러모순에대해,중국에대해,나아가저자신에대해돌아보고이해의밀도를높이는기이한경험을선사한다.이과정에서세계를투시하는모종의원리나비전을만드는작업을샹뱌오는세계에도경圖景을하나내놓는것으로봤다.도경은자기와세계를선험적으로규정하는게아니라,구체적인관찰,참여,숙고를통해빚어내는작품과도같다.대국으로부상한자아를증명해보이겠다는‘중국담론’이그한테패러독스로비친이유다.“자기를증명하겠다는것은사실자기가없다는뜻입니다.무슨말이냐면이미설정한원칙과표준을통해서다른사람들의논리와프로세스로자기존재를증명하겠다는것입니다.사실은다른사람을기쁘게하겠다는뜻이죠.자기자신은없애버리고요.”

중국젊은층은21세기의홍위병에불과할까?

“스타인류학자”라는명명은낯설다.레비스트로스정도가대중의뇌리에있을뿐인류학은스타성과거리가있는학문이었다.그런데인류학이사회현장의고고학을적극적으로수행하기시작하면서최근그존재감이두드러지고있다.『방법으로서의자기』는중국에서20만부가팔렸고,샹뱌오가출현하는팟캐스트방송의조회수가일주일만에10만회를훌쩍넘기도했다.샹뱌오는분명인류학의최전선에있는학자다.한국어판책표지는막스플랑크연구소의계단참에서찍은저자의모습을담고있는데화려한스테인드글라스가펼쳐진계단벽과는대조적으로밑에는헬스기구와옷걸이등생활의흔적이역력하다.아이디얼한추상화와생활현장이한공간에놓인이구도의미묘한콘트라스트가저자샹뱌오의뇌리에각인되었고,한국어판표지화로제안되기에이르렀다.이대비는생활과경험으로부터앎과추상을뽑아올려온그의행적과지향을고스란히담고있다.
오늘날한국의공론장에서중국청년세대는‘중국담론’의몽매한추종자로,21세기의“홍위병”으로곧잘언급되나,이들이야말로샹뱌오의글과대담에가장호응한집단이다.이들이겪는불안과혼란,피로와탈진이샹뱌오를움직였고,그가자기를방법으로삼아그려낸도경이청년들에게자극과위로가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