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체제 : 일본 전후경제사의 멍에를 해부하다

1940년 체제 : 일본 전후경제사의 멍에를 해부하다

$19.52
Description
일본 경제의 번영과 몰락에 얽힌 서사는 너무도 극적이었던 나머지 한국인들에게도 이미 어느 정도 친숙해져 있다. 그래서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마다 한국 경제의 거울로서 일본 경제가 언급되기도 한다. 물론 한 나라의 경제적 부침에는 여러 복잡한 맥락이 얽혀 있기에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완전히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쇠락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원인과 경과를 반추해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분명 중요한 기회다.
특히 이 책은 일본 현지에서도 불편하게 여겨졌을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부침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적절하다. 저자 노구치 유키오는 일본이 성장 일로를 걷던 1964년부터 대장성에서 일한 경제 관료이자 오랜 세월 일본 경제를 연구한 굴지의 경제학자다. 저자는 보기 드문 관료-경제학자로서의 경험에 기반하여 일본 경제의 성장과 침체에 얽힌 복잡한 맥락을 다방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성공한다.
도쿄 대공습 시점부터 지금의 헤이세이 시대까지, 일본 경제의 기나긴 굴곡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개의 눈’과 ‘새의 눈’이라는 두 시점을 책의 뼈대로 삼는다. ‘개의 눈’은 ‘지상으로부터의 시점’이며 개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회와 경제의 변천사, 즉 ‘자서전적 연대기’를 구축한다. ‘새의 눈’은 반대로 ‘하늘로부터의 시점’이자 사회와 경제를 내려다보는 부감도俯瞰圖다.
특히 저자가 택한 ‘새의 눈’은 ‘전후의 민주화와 경제ㆍ사회 개혁이 기존 체제를 끝내고 일본을 부흥시켰다’는 통설적 사관史觀에 반하여 ‘전후에도 살아남은 전시체제가 부흥의 공신이자 몰락의 원인이었다’는 ‘1940년 체제 사관’이다. 이 차별적인 시선을 통해, 저자는 근현대 일본 경제의 발목을 몰래 붙잡아온 강력한 멍에를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다.
저자

노구치유키오

저자:노구치유키오
1940년도쿄에서태어나1963년도쿄대학공학부를졸업했으며,1964년대장성에입성하여경제관료로서활동했다.1972년에미국예일대학에서경제학박사학위를취득했고일본히토쓰바시대학교수,도쿄대학교수,스탠퍼드대학객원교수,와세다대학파이낸스연구과교수를거쳐현히토쓰바시대학명예교수로재직중이다.전문분야는일본경제론.1974년닛케이경제도서문화상,1979년마이니치신문이코노미스트상,1980년산토리학예상및일본부동산학회상을수상하는등일본의대표적인경제학자로손꼽히고있다.국내에번역?출간된저서로는『일본이선진국에서탈락하는날』『AI와금융의미래입문서』『비트코인&블록체인의미래』『가상통화혁명』『독학,어른의생존공부법』『초발상법』『초학습법』등이있다.국내미출간저서로는『엔저가일본을망친다:한국·미국·타이완에게배우는일본재생의길』『정보의경제이론』『재정위기의구조』『거품경제학』『가상통화혁명』『블록체인혁명』등이있다.

역자:노만수
성균관대정치외교학과를졸업했다.『경향신문』기자를하다가동아시아문학을연구하기위해일본에서수학한후중국으로건너가베이징과학기술대학과베이징대학에서공부했다.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에서동아시아학을전공했다.현재는창작과번역·저술활동에전념하고있다.대학시절연작시「중세의가을」로『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옮긴책으로『논어와주판』(삼성경제연구소추천도서?학술원우수학술도서),『사마천사기』(국립중앙도서관추천도서),『정조의사기영선』『헤이안일본』『언지록』『섬』『쟁경』『장제스평전』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제1장전후에도계속살아남은전시체제:1945~1959
1.폭격으로불타버린폐허로부터의재출발
2.경사생산방식과인플레이션
3.본격적인경제성장으로의도움닫기
4.“이제는더이상전후가아니다”
5.일반적인전후사관과‘1940년체제’사관

제2장고도성장은어떻게가능했는가?:1960~1970
1.고도성장의본격화
2.대장성에서목격한‘1940년체제’의실상
3.고도성장의메커니즘
4.미국에서본일본의진면목

제3장일본기업들,석유파동을이겨내다:1971~1979
1.닉슨쇼크와변동환율제로의이행
2.석유파동으로인한세계경제충격
3.석유파동과변동환율의의미

제4장도금시대처럼겉만휘황찬란했던호황기:1980~1989
1.재팬애즈넘버원=세계제일의일본
2.자유주의사상의복권
3.거품경제는어떻게형성되었는가?
4.거품경제는‘1940년체제’의마지막발악

제5장거품경제도,‘1940년체제’도붕괴:1990~1999
1.“일본이미국보다강하다”는착각
2.금융기관의거액불량채권문제
3.대혼란에빠진대장성

제6장일본을뒤에두고발전한세계:1980~
1.독일재통일,그러나오지않은독일의시대
2.중국이공업화에성공하다!
3.IT혁명이가져온경제활동의중대변화
4.1990년대이후의변화가일본에게는역풍
5.1990년대중반정점을찍은일본이장기쇠퇴에빠진까닭
6.역사의걸음을멈춘21세기일본

에필로그:일본인이지금해야할일은무엇인가?
끝마치며:일본인은‘1940년체제’에서벗어날수있을까?
문고판후기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940년체제의탄생:전쟁수행을위한국가총동원체제

‘1940년체제’는본질적으로전시에확립된국가총동원체제로,‘국가에의한산업통제’라는이념하에모든사회요소를전쟁수행이라는목적에종속시키려했다.이에따라전시일본에서는산업,금융,조세,재정,농지등전방위에서개혁이단행되었다.산업을위한자금흐름을통제했고,이를위해은행을국가목적에봉사토록만들었으며,전쟁수행에도움이되도록국가중심으로조세체계를재구축하고,생산력향상을위해농지개혁을추진했다.또한여러분야의사업을국영화하고언론도전시상황에맞게통?폐합했다.

그런데제2차세계대전패전으로인해전시체제를유지할필요성이사라졌고,미점령군이일본에진주하여전후일본을통제하기시작했다.그러나1940년체제는거의그대로살아남아이후일본경제에영향을미칠수있게된다.미점령군이일본의시스템에무지했기에실질적으로전시체제를이끌며경제정책을주도하던여러부처를제대로청산하지못했기때문이다.그덕에일본의전시테크노크라트들은부처의이름을바꾸는것만으로힘을유지할수있었으며은근히점령군을속이고조종하여일본의전후복구를위한정책을밀어붙이기도했다.

이로써1940년체제는이후반세기를주름잡을준비를마쳤다.1949년에공포된‘외환법’을근거로통산성이외화흐름을일괄적으로관리하고금융쇄국에돌입했으며,‘임시자금조정법’과‘임시금리조정법’을근거로일본은행이민간은행의개별적융자를통제하고금리를좌우하게되었다.모든자원배분을국가가주도하는‘통제적할당방식’이자리잡은것이다.이렇게자원의배분처를국가가결정함으로써일본은중화학공업화를빠르게실현하고극적인전후부흥을이뤄내는데성공했다.거기에한국전쟁특수까지더해져,일본은“전후는끝났다”고선언하며고도성장기를맞이할수있었다.

부흥의공신,몰락의원인

1955년부터1970년까지,일본의명목GDP는5년마다2배라는엄청난증가세를보였다.농업사회는급속도로공업화되었고,국민의생활수준도크게개선됨으로써문화면에서아직까지향수의대상이되는이른바‘쇼와30년대’가도래했다.이시기일본은철강생산량이미국을거의따라잡고석유화학콤비나트가조성되기도하는등산업의다방면에서세계선진국으로부상하기시작했다.일본인이라면누구나‘일본의미래는황금기일것’이라믿는,번영에대한기대로가득한시대였다.

이시기의고도성장역시1940년체제가주요원인이었다.당시세계경제에서첨단분야는중화학공업이었는데,앞서얘기했듯1940년체제특유의통제적할당방식이중화학공업육성에유리하게작용했으며집단적기업문화도중화학공업의수직통합형생산방식에잘어울렸던것이다.또한정부는대장성의‘재정투융자’제도를통해육성이필요한부문에아주낮은금리로융자를내주기도했다.재정투융자는정상적인경제체제하에서는존속될수없는구조였으며,일본정부가금리를통제해야만실현될수있는1940년체제속교묘한시스템이었다.

1973년발발한제4차중동전쟁이전세계적인석유파동을불러왔을때도일본은다른선진국들에비해시련을잘극복해냈다.무엇보다전시에형성된일본특유의기업문화가큰힘을발휘했다.유가상승으로인해인플레이션이찾아오면노동조합이임금인상을요청하고기업이경영위기에빠져‘비용인상인플레이션’의악순환이시작될수있는데,일본에서는1940년체제의이념하에노동조합과경영진이하나되어임금인상보다회사의존속을우선시했던것이다.

이는큰성과였지만,저자는이때‘1940년체제라는멍에’가만들어졌다고주장한다.1940년체제가여러위기를극복하고일본을성공으로이끈탓에많은사람이이체제를‘만능’으로여기게되었다는것이다.결정적으로석유파동을극복하는데1940년체제가큰공헌을함으로써일본의시스템에대한예찬론,1940년체제에대한예찬론이일본을잠식하기시작했다.그리고이맹신은아직까지일본의경제발전을저해하고있다.

도금시대와거품경제그리고끝없는침체

1980년대에일본은자동차,반도체,주가지표등등여러면에서눈부신발전을이어갔다.게다가1986년‘역오일쇼크’로인한유가하락으로인해성장은더욱더가속되었다.하지만이번영이가져온것은‘황금시대’가아니라‘도금시대’일뿐이었다.저자에따르면실제로국가가가진힘에비해경제지표들이비정상적으로높은수준이었기때문이다.

거품경제의가장큰원인은바로1980년대의‘재테크열풍’이다.금융이자유화되던시기였기에여러규제가완화되었는데,규제의틈을노리고‘전환사채’나‘워런트채’등기형적인방식으로기업이부를축적하기시작한것이다.게다가일본경제성장에따라도쿄가아시아의중심지가될거라는기대감때문에지가도급격히상승하게된다.여기에는일본이가진힘,즉1940년체제에대한맹신이강하게작용했다.저자는일본에서처음으로‘땅값상승은거품’이라고주장했으나사회에서전혀받아들여지지않았다.그만큼국력을쌓아왔으므로주가든지가든팽창하는게당연하다는인식이널리퍼져있었기때문이다.

이모든왜곡은‘이제1940년체제가더이상필요없게되었다’는사실에기인했다.말하자면거품경제는1940년체제의‘마지막발악’이었던것이다.1940~1950년대와는국제적환경이전혀달랐기에,1980년대는일본경제가변혁을이뤄내야만하는시점이었다.하지만대표적으로3개‘장기신용은행’등금융계가모델전환에실패하고투기로부를쌓기시작하면서변혁의기회를잃어버리고말았다.일본인들은자국을예찬하는데빠져‘열심히일해야번영할수있다’는관념을잊고불로소득과투기에매진하게되었다.일본이강국이라는믿음때문에비정상적인경제과열에의심없이온몸을던진것이다.1940년체제의지난성공이드리운짙은그림자였다.

1990년대에들어서자영업특금과‘도바시’,불량채권은폐등금융계의병폐가결국임계점을넘어만천하에드러나버렸다.이로써홋카이도척식은행,야마이치증권,일본장기신용은행등금융계의대형기업?기관들이줄줄이파산하고주가든지가든거품이빠른속도로붕괴하기시작했다.일본정부는대규모공적자금을투입해눈앞의불을껐고,일본경제는스스로체질을개선할기회를잃었으며,국가적손실은국민에게그대로전가되었다.게다가일본경제를좌우하던대장성이비리스캔들로해체되면서,드디어혹은너무늦게1940년체제가막을내렸다.끝이보이지않는경기침체가시작된것이다.

환상에서벗어나기위하여

이후일본은과거의고점에다시닿지못하고있다.일본이거품붕괴를제대로극복하지못한원인으로,저자는1940년체제의점성때문에크게뒤처져버린일본의산업구조와경제체제를꼬집는다.먼저중국의부상에대응하려면중국과는다른산업을육성하는쪽으로차별화를시도했어야만했다.또한,산업구조를전환하기는커녕2004년환율개입으로인한‘엔화약세’가마약처럼작용해일시적이고비정상적인무역흑자에사람들이안주하게됐다.게다가IT산업등‘수평분업형’생산방식을요구하는산업이경쟁력을가지는시대인데도일본기업은아직1940~1950년대에성립된수직적,집단적문화를버리지못하고있다.

일본의실수가주는교훈은간단하면서도어렵다.과거의영광에취하지말것,세계적변화에민감할것,일하는만큼돌아온다는원칙을잊고불로소득과투기의허상에사로잡히지말것,역사속에서우리가어디쯤있는지를항상생각할것.저자는거대한환상이일본사회를지배하는와중에홀로위화감을느끼며상황을객관적으로바라보려노력했다.만약저자처럼예민한사람이좀더많았다면지금일본이어떻게되어있을지는아무도모를일이다.일본의1940년체제처럼한국경제를붙잡고있는멍에도어딘가에도사리고있을것이다.경제에어느때보다선명한위기가드리워진지금,이책을일독함으로써얻을통찰과지혜는이루말할수없이소중해보인다.